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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102화 (102/616)

1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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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주 지역에 속한 대부분의 군현들을 점거한 정북장군(征北將軍) 원소가 낙양의 동탁과 일촉즉발의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와는 달리,

호분 중랑장 원술은 동탁에게 다소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를 기특하게 여긴 동탁은 원술에게 후장군(後將軍)의 벼슬과 함께 막대한 식읍을 제의하면서 한나라 제일의 대명문가였던 여남원씨 가문을 정치적인 지지기반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필시 그 천박한 종년은 우리 가문을 기어코 멸문시킬 게 분명하다! 애초부터 그 년은…, 군세를 이끌고 낙양을 떠날 때부터 우리 여남원씨 가문을 버림패로 쓸 생각이었단 말이다!!”

원술은 옛날부터 원소를 의심해 오고 있었다.

온화함에 깃든 탈을 쓴 채,

아무렇지 않게 피붙이를 희생시키는 괴물 년.

천하의 정점에 서기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든 희생시킬 수 있는지독한 냉혈한이며, 또한 인정과 자비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철면피다.

그것이 바로 원술이 알고 있는 원소라는 얼녀의 실체였다.

“공자, 낙양에서 출진한 비장 여포가 예주자사 공주를 살해하고 그 측근들을 모두 벴다고 합니다.”

“힘도 없는 늙은이가 명을 재촉하는 짓을 했으니까 죽는 게 당연하지!”

휘하 무관의 말에 그렇게 대답한 원술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다급함에 찬 반응을 지었다.

예주자사 공주가 죽었다.

필시 명망 높은 고관대작의 죽음으로 관동 제후들이 크게 분개할 터.

무리들을 이끌면서 우두머리 노릇을 하려는 그 종년이 예주자사 공주의 죽음으로 분개하기 시작한 여론을 가만둘 리가 없었다. 필시 분개에 찬 여론에 동조하여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끌 게 분명했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대체 숙부와 형님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군! 서량에서 온 그 빌어먹을 짐승이 우리 가문을 무너뜨릴 것을 어찌 헤아리지 못한단 말인가!’

숙부인 원외와 형 원기는 중앙 권력을 움켜쥔 동탁이 여남원씨 가문을 공격할 리 없다고 믿고 있었다.

설령 원소가 선전포고를 하더라도,

청류파를 통솔했던 원소와 오랫동안 대립해온 여남원씨 가문이었기에 오히려 발해군의 원소를 견제하기 위해 여남원씨 가문을 이용할 것으로 생각했다.

몇 번이고 숙부와 형을 설득한 원술이었으나, 누구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내가 시킨 것은 어찌 되었느냐.”

“공자께서 하명하신 대로 무관들에게 모두 연통을 보냈습니다.”

“그래, 잘했다.”

원술은 여남원씨 가문에 화가 미치기 전에 휘하 무관들과 함께 낙양에서 달아나려 했다.

역신의 마수가 본가를 덮치기 전에 낙양과 가까운 지역인 형주(荊州) 남양군(南陽郡)으로 달아나 살 길을 마련하려는 것이었다.

동탁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아온 원술이었지만 동탁에게 항거하다가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 조정대신들의 말로를 보고는, 자신 또한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마음이 생겨났다.

“하온데 공자… 정말로 어르신들을 이대로 두고 떠나도 되는 겁니까?”

휘하 무관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에 원술은 역정이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다들 무사태평인데 어찌하겠느냐! 여남원씨 가문의 적통인 나라도 살아남아서 대를 보전해야지!”

정체를 숨기고 변복하는 부하들이 성문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다.

호분 중란장 원술은 휘하의 황실 근위대와 함께 낙양에서 달아날 준비를 모두 끝냈다.

무관들과 함께 본가를 빠져나가려 했던 원술이었으나 종친들을 두고 도망치는 발걸음이 너무도 무거웠던 탓인지 몇 번이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큭! 뭘 망설이는 거냐, 원공로! 종년도 군세를 이끌고 낙양을 벗어나 기주에서 재기하지 않았나! 하찮은 종년도 해낸 기염을 여남원씨 가문의 적통인 내가 못할 리 없다!!’

어릴 적부터 원소에게 시기와 질투를 느껴온 원술은 침음을 삼키면서 애써 발걸음을 움직였다.

이 원술이 설마,

그깟 종년도 해낸 일도 못하겠는가.

나는 대명문가의 적통이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뇐 원술은 성문 주변에서 기다리던 휘하 무관들과 합류한 뒤, 동탁이 눈치채고 추격대를 보낼세라 부리나케 남쪽으로 달아나버렸다.

“내 반드시 돌아와 낙양에서 다시 여남원씨 가문을 일으킬 것이다!”

원술과 수십 명의 측근들이 낙양을 빠져나와 형주 방면으로 야반도주했다.

그리고 이틀 뒤,

발해군을 중심으로 마침내 기주를 집어삼킨 정북장군 원소가 중앙 정권을 움켜쥔 동탁을 향해 선전포고를 보냈다.

자신을 난신적자로 규정하며 반기를 든 원소의 선전포고에 동탁은 노발대발하면서 일갈했고, 관동 제후들의 반란에 동조하였다는 죄목을 여남원씨 가문에 씌워 일가친척까지 모조리 멸하는 참사를 일으켰다.

* * *

크게 분개한 동탁이 결국 낙양의 여남원씨 가문을 멸문시키자 정북장군 원소는 그를 명분으로 삼아 거병의 기치를 세웠다.

2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일으켰으며,

역신에게 참살당한 여남원씨 가문의 복수하겠노라는 원소의 대의에 호응하여 하북의 수많은 군벌들이 휘하에 가세하게 되었다.

예주자사 공주의 참살, 여남원씨 가문의 멸족은 원소의 매우 훌륭한 명분이 되어 준 것이다.

“실로 영악하고 교활하군.”

원소가 기세등등하게 군세를 일으켰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조조는 혀를 내둘렀다.

대체 어디까지 계산하고,

대체 어디까지 멀리 내다보았단 말인가.

치밀하고 잔혹한 원소의 셈법은 흑발의 여인조차도 두려움에서 비롯된 오싹함을 느낄 정도였다.

“정치적 대립 관계였으며, 또한 오랜 족쇄였던 여남원씨 가문을 이렇게 제거하다니…. 폭정과 전횡을 일삼고 있는 동탁의 손에 멸문하게 되면서 여남원씨 가문의 생존자인 원소를 의지하고 지지하기 시작했다.”

동탁을 향한 천하 만인의 혐오와 두려움은 곧 원소에게 훌륭한 정통성과 지지기반이 되어 주고 있었다.

하북 지역의 호족들이 그녀에게 모두 모여 들었음은 물론, 한나라 13주 전역에서 원소의 궐기에 호응하는 반란들이 우후죽순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하오나 주군, 정북장군 원소가 꾀한 행위는 백성들의 마음을 기만하고 법도와 천륜을 크게 어지럽히는 만행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에 순욱은 노한 표정을 지으면서 사특한 계략으로 백성들의 마음을 장악한 원소를 비판했다.

실로 교만하며 사악하다.

목적을 위해 법도와 천륜을 어지럽히는 행위는 동탁과 다르지 않다고까지 일컬었다.

항상 부드럽고 유순한 모습을 보여 양순한 인망을 받는 순욱이 노골적으로 분노하는 모습을 본 조조는 그녀가 원소를 따르기를 거부하고 연주로 내려온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명분과 실리를 따지기 전에 옳고 그름을 먼저 따져야 하는 법입니다.”

순욱의 진언에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원술이 미리 간파하고서 형주로 도주하여 질긴 명줄을 이어갈 줄이야…. 그 어리석은 필부는 결국 동탁의 손아귀에 죽게 될 것이라 여겼거늘.”

여남원씨 가문에 참화가 불벼락처럼 떨어지기 전에 부하들과 함께 남양군으로 도주하여 목숨을 건졌다는 원술의 소식에 조조는 “머저리 도련님에게 재주 하나가 있었군.”이라며 비웃음을 지었다.

“부군사, 일주일 뒤에 군세를 이끌고 진류군으로 떠날걸세. 시일에 맞추어 관동 제후들 또한 군세를 이끌고 거병하기로 했네.”

“역적의 폭정에 맞서기 위한 의군들이 관동 전역에서 모일 것입니다. 관동 제후들은 모두 주군과 정북장군을 의지하려 들겠지요.”

관동 세력의 대표 주자는 정동장군 조조와 정북장군 원소였다.

두 여걸들의 관직이 가장 높았으며,

또한 보유한 영토와 병력이 다른 제후들과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기에 구심점 역할로 낙점되었다.

“맹주는 본초에게 양보하려 하네.”

“현명하신 결정이십니다. 주군께서는 실리를 챙기십시오.”

관동 제후들을 모두 아우르는 맹주 자리를 원소에게 양보하겠다는 조조의 말에 순욱은 현명한결정이라며 치켜세웠다.

동탁의 폭정으로 들끓기 시작한 여론이 원하는 주인공은 비극을 맞이하게 된 군웅 원소였다.

그래서 조조는 원소에게 우두머리를 양보한 뒤, 연합의 2인자로서 실질적인 권한들을 취하려 했다.

* * *

이성휘는 출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휘하 부대들을 감독해야 했고,

전쟁에 동원되는 물자 또한 연주성에 잘 도착했는지 주기적으로 살펴야 했다.

과로사의 위기를 매일 겪고 있는 진궁의 업무를 돕게 된 이성휘는 어떻게 지금까지 진궁이 일말의 실수도 없이 산더미 같은 업무들을 모두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품으면서 일을 이어 나갔다.

“많이 바빠 보이네요?”

황금 갑주를 입은 흑발의 여인이 걸어왔다.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으면서,

휘하 무관들을 감독하는 이성휘의 모습에 매료된 듯 새하얀 뺨을 붉히고 있었다.

‘역시 일할 때와 검을 휘두를 때가 제일 멋있다니까. 그리고 상처투성이의 피 칠갑이 되었을 때도….’

낙양에서 자신을 구해줬을 때의 모습과, 30만 명에 달하는 황건적을 상대로 온몸이 피 칠갑이 될 때까지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이성휘의 모습을 떠올린 조홍은 황홀경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예, 조금… 바쁘긴 합니다.”

“저도 언니와 함께 이번 대전쟁에 참전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뭐, 연주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니까요. 언니께서는 분명 오른팔인 저를 가장 신임하므로 제게 연주성을 맡기셨을 테니까요. 후후후, 어림총사보다 저를 더 신뢰하고 계시는 거라고요.”

조홍이 샐쭉한 표정을 지으면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녀의 앵두처럼 붉은 입술을 본 이성휘는 물레방앗간에서 있었던 밀회를 그만 떠올렸는지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돌렸다.

“왜요, 왜요? 왜 갑자기 고개를 돌려요?”

조홍이 배시시 웃으면서 물었다.

상체를 앞으로 숙인 채로,

고개만을 들어 부끄러워하는 이성휘의 얼굴을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빤히 쳐다보았다.

“제가 그렇게 예쁜가요? 후후후, 그럼 당연하죠. 당신처럼 신분도, 출신도 불분명한 사람에게는 제가 매우 과분하겠죠.”

흑발의 여인이 키득키득 웃으면서 고양이처럼 익살스러운 곁눈질을 보냈다.

그녀의 익살스러운 장난에,

이성휘는 고개를 돌린 채로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자렴 님은 제게…, 매우 과분하신 분입니다. 게다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우십니다.”

“읏! 으으으…!!”

장난스러운 농담을 진솔한 대답으로 받아치는 이성휘의 반응에 조홍은 패배하고 말았다.

뇌리가 빙글빙글 돌 정도로,

연속된 칭찬에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삶은 문어처럼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조홍은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기쁨과 놀라움에 움찔움찔 떠는 입가를 애써 진정시켰다.

“고, 고맙네요…. 갑자기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어림총사가 할 줄은 몰랐어요.”

후우. 후우.

갈대처럼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한 심호흡을 여러 번 내뱉은 조홍은 두 눈을 껌뻑이면서 이성휘를 바라보았다.

“휘하 병력을 단속하고 감독하기 위해선 재물이 많이 필요할 거예요. 제가 어림총사에게 군자금을 따로 지원해드릴 테니까 그걸 쓰세요.”

갸름한 얼굴에 홍조를 새긴 여인은 사비를 동원하여 군자금을 지원해주겠노라는 제안했다.

그에 이성휘가 입을 열었다.

“가택 일도 그렇고, 이번 일도 그렇고…. 게다가 지금까지 몇 번씩이나 계속 제 편의를 봐주시지 않았습니까. 지금까지 받은 호의로도 과분합니다.”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제안을 반려하는 이성휘의 모습에 조홍은 눈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흥….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요, 저는 어디까지나 언니를 위해 당신에게 재물을 빌려주는 거예요. 목숨을 다해서 언니를 지키라는 뜻인 거죠.”

흑발의 여인은 도도하게 말을 꺼내면서도 ‘이, 이렇게까지 밉살스럽게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라고 소리치면서 본심에 솔직하지 못한 자기 자신을 저주했다.

조홍이 “으으으!” 하고 앓는 소리를 내고 있을 때, 이성휘가 실소를 머금으면서 입을 열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고, 고마우면… 뽀뽀라도 해주든가….”

샐쭉한 표정을 지으면서 입술을 삐죽 내미는 조홍의 모습을 본 이성휘는 주변을 확인한 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그녀를 향해 한 손을 뻗었다.

“으읏?!”

여인의 늘씬한 허리를 감은 뒤,

천천히 고개를 숙이면서 그녀의 도톰한 입술에 자취를 새겼다.

“흐으응….”

메마른 입술에 뒤덮인 도톰한 입술에서 달콤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끈적끈적한 타액과 가냘픈 교성.

허리를 붙잡은 손이 천천히 움직이면서 탱탱한 둔부를 움켜잡았다.

부드러운 엉덩이가 잡히자 조홍이 새된 신음을 토해내면서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천천히 몸을 겹치게 되면서 풍만한 가슴이 사내의 가슴팍에 짓눌리게 되었다.

“자렴.”

이성휘가 속삭였다.

그에 조홍은 애처로운 아기 새처럼 파르르 떨었다.

“네…, 서방님.”

견고하면서도 듬직한,

중후한 용모와 매력에 점철된 남성의 속삭임에 조홍은 굴복한 듯 풀어진 표정을 지었다.

“저기에… 안 쓰는 창고가 있는데… 또… 뽀뽀해주면 안 돼요…?”

사랑하는 남성의 맛을 다시 느끼게 된 흑발의 여인이 수줍은 모습을 보이면서 한적한 곳에 있는 창고를 가리켰다.

두 남녀는 함께 창고로 향하게 되었고,

이윽고 창고에서는 찌걱찌걱하는 소리와 함께 발정기가 온 암컷 고양이의 교성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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