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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68화 (68/616)

6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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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류(陳留) 기오현(己吾縣)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승리를 점한 세력은 조조군이었다.

3만의 대군을 상대로 완승을 거둬냈다.

연주 지역을 침범했던 황건적 군세 중에 살아남은 이는 절반에 불과하였고, 그 절반의 태반은 조조 군의 포로로 잡히게 되었다.

조조군이 무려 2배에 달하는 황건적 병력을 대파하였다는 승전보가 연주 전역에 알려지게 되면서 전운이 크게 고조되었다.

“정동장군 조조가 그 많던 황건적들을 상대로 대승을 거둬냈다는군!”

“낙양의 수많은 반란들을 성공적으로 진압한 호걸이 아닌가! 나는 정동장군이 대승을 거둘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네.”

“하하핫! 싸 들고 있는 짐이나 놓고 말하지!”

황건적의 드센 위세를 두려워하여 벌벌 떨고 있던 연주의 사대부와 호족들이 대군을 상대로 승전한 조조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황건적 대군을 격파한 것은 물론,

도망친 잔당까지 모두 토벌하여 진류군 전역을 영향권 아래에 두었다.

누런 두건의 시체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것을 본 진류군 백성들은 조조에게 귀의하기로 결심하였고, 또한 기오현의 승전보를 듣게 된 연주 백성들 또한 진류군으로 몰려들어 보호를 요청했다.

“놈들이 도망친다!”

“드디어 30만 대군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경계를 넘어 연주 지역으로 진출했던 청주 황건적이 진류군 공격에 실패하고 패주하기 시작했다.

30만 대군이 무너졌다!

기적적인 승리를 거두게 된 조조군 병사들은 병장기를 크게 치켜든 채 고함을 내질렀다.

흙먼지를 잔뜩 일으키면서 동군으로 퇴각하는 황건적 대군을 목격한 조홍 또한 기뻐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언니가 내린 임무를 성공적으로 달성하였음에 기뻐하는 것이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큼, 큼큼…! 뭐, 수고 많았어요.”

환한 미소를 짓고 있던 흑발의 여인을 향해 이성휘가 축하의 말을 전했다.

그에 조홍은,

헛기침하면서 부끄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발을 헛디딘 탓에 이성휘의 품에 안기게 된 뒤, 그때부터 조홍은 시선을 마주하는 것조차 기피할 정도로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적들이 물러 갔다고 해서 연주 지역에 산재해 있는 모든 위협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예요. 척후병들을 보내어 동태를 감시해야겠어요.”

“예, 알겠습니다.”

조홍은 황건적의 30만 대군이 모두 물러났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한편, 기필코 언니에게 동군(東郡)을 바치겠다며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첫술에 배가 부를 순 없겠지만,

다른 군벌들이 연주 지역에 개입하기 전에 서둘러 지배권을 확보해야만 했다.

물론 지금은 병마들이 크게 지친 상황이었기에 무턱대고 행동할 순 없겠지만, 가까운 시일 내로 동군을 점령하기 위한 공세에 돌입하게 될 것이었다.

“수고 많았어요.”

흑발의 여인이 슬며시,

봉선화처럼 붉어진 얼굴을 보이면서 이성휘를 향해 말했다.

몇 번이고 지켜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부끄러웠기에 그것만큼은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홍은 애써 에둘러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철수한다!”

하후연이 크게 소리쳤다.

수차례 악전고투를 경험했던 군세가 발걸음을 돌려 진류군으로 퇴군하기 시작했다.

무려 30만 대군을 상대로 무패를 기록한 정예들은 가히 일당백의 공훈을 쌓았다. 누런 두건을 쓴 시체들을 뒤로한 채, 다섯 번 싸워 다섯 번 모두를 승전한 강병들은 깃발과 병장기를 높게 치켜들면서 하늘을 찌를 듯한 사기를 보여 주었다.

* * *

관군들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기록했던 황건적의 진격이 마침내 진류군에서 꺾이게 되었다.

황건적은 대참패의 고배를 마셔야 했고,

또한 목표였던 진류군을 정동장군 조조에게 내줘야 했다.

진류태수 장막의 도움으로 연주에 입성하게 된 조조는 황건적 토벌을 통해 자기 군사적 능력을 입증하였고, 그에 매료된 연주 사대부와 호족들은 조조 군에게 비호를 요청했다.

“귀관, 수고 많았네. 30만 대군을 상대로 연전무패를 기록 하다니, 역시 대단한 전공이군.”

출병했던 병력들이 모두 귀환한 뒤, 출진했던 모든 장수들에게 공훈에 따른 적절한 포상을 내린 조조는 은밀하게 이성휘를 불러 가탄의 말을 보냈다.

그에 이성휘가 고개를 숙였다.

“자렴 님께서 직접 선봉에서 용맹하게 병마들을 다독여주신 덕분입니다. 저는 그저 옆을 지켰을 뿐입니다.”

“내가 귀관에게 그를 부탁하지 않았나. 귀관은 내가 맡긴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해주었네.”

이성휘가 사양하자,

흑발의 여인이 후후 웃으면서 말했다.

“자렴과 귀관이라면 능히 30만 대군의 진격을 가로막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네. 굳게 신뢰하고 있었기에 뒤를 걱정하지 않고 건곤일척의 승부에 모든 전력들을 쏟을 수 있었지.”

만약 후방이 위태로웠다면,

후방을 맡긴 장수들을 신뢰하지 않았다면 결코 모든 전력을 동원한결전을 치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두 사람에게 30만의 황건적을 막도록 명령한 것은 휘하 장수들 중에서도 가장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귀관과 자렴이 황건적을 격퇴한 덕분에 아군은 동군(東郡)과 산양군(山陽郡)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길목들을 지배에 두게 되었네.”

이성휘를 집무실로 부른 조조는 탁자 위에 크게 펼친 지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번 전투로 많은 성과들을 얻었다.

진류군을 완전히 지배에 두게 되었으며, 또한 연주에 속한 다른 군현들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되었다.

“그리고 연주 백성들의 민심을 얻게 되었지. 파죽지세를 기록했던 황건적을 상대로 호쾌한 승전을 기록 하였으니, 필시 재야에 있는 수많은 명사들이 내게 귀의를 요청할 것일세.”

조조는 승전을 통해 얻게 된 모든 이점들을 철저히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또한,

진류태수의 치소에서 보호하는 진류왕 유협을 내세워 거병의 명분을 쌓고자 했다.

불과 여덟 살의 계집아이였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고귀한 혈통은 한나라의 명사들을 끌어들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예주(豫州) 출신의 명사들이 모여 들 게 분명했다.

“기오현 전투의 승리는 시작에 불과하네. 머지 않아 연주의 모든 군현들을 취할 것일세.”

직접 전쟁터에 뛰어들어 명예로운 승전을 따낸 그녀였지만, 결코 도취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겨우 진류군을 손아귀에 넣었건만,

조조는 동군과 산양군을 황건적에게 탈환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패왕의 업을 짊어진 자에게 어울리는, 만족이라는 이름의 바닥이 존재하지 않는 탐욕스러운 야망이 그녀의 가슴속에서 넘쳐흐르고 있었다.

“후우…. 이런 어려운 말들이나 하려고 귀관을 부른 것이 결코 아니었네만, 또 내가 귀관에게 실수를 범한 모양이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한숨을 내쉬면서 관자놀이를 짓누르는 조조의 모습에 이성휘가 재차 입을 열었다.

“맹덕 님께서 위대한 이상과 웅대한 목표를 그려 나가시는 모습을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싶습니다. 제가 맹덕 님께 충성을 맹세한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이성휘의 진심 어린 말에 조조의 뺨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자기 이상과 야망을 모두 긍정해주는 이성휘에게 무한한 신뢰를 느끼는 한편, 그를 전적으로 의지하고 싶다는 유혹을 느꼈다.

누군가는 꺼림칙함을, 누군가는 두려움을 느낄지도 모르는 말들을 모두 긍정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조조가 이성휘를 진심으로 연모하게 된 진짜 이유였다.

“고, 고맙네….”

지도가 펼쳐진 탁자를 손으로 짚고 있던 조조는 슬며시 몸을 돌리면서 시선을 피했다.

허리가 움찔 떨렸다.

이 견고한 사내의 품에 안기고 싶다는 충동을 느껴버렸기 때문이다.

‘조금은, 아주 조금만…. 여자의 모습을 보여도 되지 않을까…?’

무려 2년의 세월 동안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 채 짝사랑만 해 왔다.

계속마음을 억누르고,

본심을 전달하지 못한 채로 전전긍긍하면서 애달픈 사랑을 이어왔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운 마음이 컸다.

“맹덕 님?”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자신을 가만히 응시하는 조조의 시선을 느낀 이성휘가 입을 열었다.

그에 조조는 본심이 들킬세라,

황급히 입을 열면서 요동치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켰다.

“잠시 피곤한 모양이군.”

피와 살육이 난무했던 전쟁의 열기가 아직 심장에 남아 있기 때문일까.

뜨거움이 멎질 않았다.

오히려 더욱 뜨거운 열기가 몰려드는 것만 같았다.

육신을 불사르고 마음마저 태워 버릴… 방향을 예상할 수 없는 산불처럼 애욕의 감정을 연이어 자극하고 있었다. 자기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는 충동을 느껴버린 조조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맹덕, 혹시 바빠?”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붉은 머리카락의 늘씬한 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오현 전투에서 수많은 적장들을 베는 화려한 공적을 기록한 여걸인 하후돈이었다.

무턱대고 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는 조조와 이성휘 사이에 달콤한 기류가 흐르는 것을 감지하고는 초승달 같은 눈웃음을 지었다.

“어이쿠, 내가 혹시 둘 사이를 방해했어?”

하후돈의 그 말에 조조는 ‘알았으면 냉큼 집무실에서 꺼져!’라는 외침을 쏟아 내고 싶었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여 참아냈다.

“맹덕에게 용무도 있고, 중원제일 검에게도 묻고 싶은 말들도 많아서 집무실로 왔지.”

굳이 용무가 있다면 집무실 밖에서 기다리면 될 문제였을 텐데.

호탕하고 쾌활한 성품의 여걸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는지, 상관과 부하 사이보다는 가까우면서…, 연인 관계라고 하기엔 조금 먼 관계를 그려 나가고 있던 조조와 이성휘의 관계에 뜻하지 않게 훼방을 놓아버렸다.

혹시 일부러 그런 게 아닐까.

갑작스레 문을 열고 들어와 관계에 훼방을 놓은 하후돈의 행동에 조조가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동군을 점령하게 되면 원양을 동군의 태수로 보내버려야겠군.’

쾌활한 웃음을 터트리면서 이성휘에게 친근함이 담긴 신체접촉을 하기 시작한 하후돈의 모습을 바라보던 조조가 사적 감정에서 비롯된 결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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