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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66화 (66/616)

6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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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과 하후연이 이끄는 5천의 군세가 진류군에서 출병하여 정도현(定陶縣)을 급습하였다.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른 시각,

이른 아침의 적막을 깨듯이 날랜 병마들이 진격하여 황건적 군영들을 강타했다.

동군(東郡)에서 출진하여 정도현에 주둔하고 있던 황건적들에게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겨우 수천 밖에 되지 않는 진류군의 군세가 돌연 급습을 가해 올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이곳 정도현에서 황건적의 예봉을 완전히 꺾는다! 적들을 격퇴할 때까지 분전하라!”

황금 투구를 쓴 흑발의 여인이 말을 거칠게 내몰면서 병마들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검을 높게 치켜든 채,

화살이 빗발치는 전황 속에서 용맹하게 병마를 지휘했다.

여걸의 우렁찬 외침과 병마들의 용맹이 연이어 이어지자 거대한 태산과도 같았던 황건적 군세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난데없이 급습을 당한 30만 군세가 놀라 당황한 것이다.

“총사! 백 보 앞에 적장이 있습니다!”

무관이 크게 소리쳤다.

그에 이성휘가 검을 휘두르면서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분쇄한 뒤, 날카로운 칼끝으로 천 명의 병사들을 지휘하던 장수의 목을 베어 버렸다.

“대장기를 꺾어라.”

“예!”

적장을 순식간에 목 없는 귀신으로 만들어 버린 이성휘가 명령했다.

그에 뒤따르던 무관들이 중황태을(中黃太乙)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장기를 부러뜨렸다.

“이백 보 앞에 적장이 있다고 합니다!”

급습으로 인해 혼란스러워진 전황을 살피고 돌아온 척후병이 고하였다.

그에 이성휘가 재차 움직였다.

방금 전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또한 앞을 가로막는 병사들을 모조리 베어 버리고 적장의 수급을 취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대장기를 꺾어 버렸다.

“과, 과연 대단하십니다….”

“연이어 수괴들을 꺾어내시다니.”

겨우 100기도 안 되는 병력을 이끌고 수천에 달하는 군세를 돌파한 뒤, 기어코 적장의 목을 베어 버리는 이성휘의 무위에 무관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게 사람의 용력이란 말인가.

피에 절은 인광(刃光)이 번뜩일 때마다 적장을 쓰러트리는 모습은 가히 경이로웠다.

적장을 베고 대장기를 부러뜨리면서 휘하 황건적들을 와해시켰다. 그리고 뒤이어 하후연의 부대가 공세를 감행하면서 사분오열하여 흩어진 황건적의 군세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괜찮으십니까?”

하후연이 놀라 물었다.

머리부터 핏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피칠갑한 채 눈을 번뜩이고 있는 이성휘의 모습에 몸을 움찔 떨었다.

수많은 대장기들을 부러뜨렸다.

우뚝 선 채 건재함을 과시하던 대장기가 연이어 소실되자, 새카만 개미떼처럼 몰려 있던 황건적 병사들은 금세 사기를 잃고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그 모습이 마치,

작은 쥐에 놀라 제 풀에 자빠지는 거대한 코끼리를 보는 듯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계속 싸울 수 있습니다.”

산불처럼 점점 늘어나는 누런 두건을 쓴 병졸들을 바라보던 이성휘가 입을 열었다.

적들은 여전히 무수를 자랑했다.

5천의 군세가 급습하여 많은 숫자를 베었건만,

그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처럼 동군에 똬리를 튼 황건적 군세는 상상을 초월하였다.

“적진을 계속 종횡하면서 살폈습니다만, 적들은 치중(輜重)을 두지 않고 단순히 약탈을 할 뿐인 잡졸에 가까웠습니다.”

“그럼 놈들은 장기전이 불가능하겠군요!”

하후연의 대답에 이성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청주 황건적들이 연주로 온 이유는 다 떨어진 식량을 확보하기 위함이며, 그들은 현재 굶주린 배를 애써 진정시키면서 싸우는 형편이었다.

장기전을 치를 수 있을 리 없다.

관군과의 싸움에서 연전연승하여 기세가 올랐으나, 결국 30만 대군은 허기와 굶주림에 지쳐 스스로 무너질 게 분명했다.

“허나 지금은 놈들의 기세가 사나우니, 최대한 정공(正攻)을 피하고 급습과 유인으로 적을 몰아세우는 쪽이 이로울 겁니다.”

이성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퇴각을 알리는 고각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른 새벽이 끝나고 낮이 되었다.

시야를 잠시 가리던 물안개가 사라졌고,

뙤약볕처럼 내리쬐는 태양이 열기를 발산하면서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드넓은 사방에 펼쳐진 누런 두건들의 무덤. 황천당립(黃天當立)을 부르짖었던 병사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었다. 크게 뒤엉킨 채로 널브러진 끔찍한 시체들은 급습의 여파가 얼마나 황건적에게 참혹하게 가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퇴각하라! 진류군으로 퇴각한다!”

조홍이 크게 소리쳤다.

그에 밀물처럼 황건적 군세를 들이쳤던 병력이 썰물처럼 삽시간에 빠져나갔다.

진지를 무너뜨린 뒤, 유유히 퇴각하는 조조 군의 모습을 본 황건적의 두령들은 두 눈이 시뻘게진 채 급히 추격을 명령했으나 연주의 지리에 어두웠던 그들은 20리도 가지 못하고 적을 놓치고 말았다.

* * *

정도현을 급습했던 조조 군은 여세를 몰아 황건적이 주둔하고 있던 원구현(冤句縣)과 구양현(句陽縣), 성양현(成陽縣)까지 연이어 급습하는 패기를 선보였다.

그때마다 시체들이 산더미처럼 쌓였으며,

주인을 잃은 누런 두건은 피비린내가 섞인 바람에 휘날린 채로 날아가 버렸다.

무려 사흘 동안 이어진 전투.

30만에 달하는 황건적들과 4차례를 싸운 조조 군은 모두 연승을 거두는 쾌거를 달성해냈다.

그리고 또한,

어느 무시무시한 소문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전투가 끝난 뒤의 전쟁터에 숨이 붙어 있는 황건적 병사가 있으면 예리한 칼날로 배를 가른 뒤에 쓸개를 꺼내어 술안주로 삼는 괴물이 아군 진영에 있다고 하네요.”

사람의 쓸개를 먹는 괴물.

수십 명의 장수들을 베고 대장기까지 모조리 꺾어 버린 이성휘의 위세에 놀란 황건적들은 그를 인두겁을 쓴 괴물로 취급했다.

야차(夜叉)처럼 장졸들을 끔찍하게 베고 죽이는 악귀가 결코 사람일 리가 없다. 괴물, 혹은 검귀(劍鬼). 수만 명에 달하는 군세를 돌파하여 군중을 무너뜨리는 용력은 귀신이 아니고서야 결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저는 사람의 쓸개는 물론, 돼지나 소의 쓸개도 먹지 않습니다.”

“나도 알아요. 안다고요. 황건적 사이에서 그런 풍문이 떠돈다기에 그냥 농담 삼아서 해 본 말이예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연 이성휘의 대답에 조홍이 머쓱한 반응을 보였다.

사람의 쓸개를 먹는 괴물.

중원제일 검의 사냥감이 된 황건적의 눈에서 본다면 충분히 그가 괴물로 보일 만도 했다.

말과 사람을 일 거에 참해 버리는 가공할 만한 무예를 가진 중원제일의 무인이 아닌가. 조홍은 이성휘를 괴물, 귀신으로 여기는 황건적들의 심정을 십 분 공감했다.

‘진짜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야.’

피칠갑한 채 적들을 무자비하게 베어 넘기던 이성휘의 모습을 잠시 떠올린 조홍은 오금이 저린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어깨를 떨었다.

천하의 누가 그를 이길 수 있을까.

수차례의 전투 끝에 황건적들로부터 공포의 대상으로 불리게 된 중원제일 검을 대적할 수 있는 자는 천하에 없을 것이었다.

“정도현에 이어 세 곳의 현들을 공격당한 황건적들은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진류군으로 진군하는 발걸음을 포기할 수밖에 없겠죠.”

동군과 인접한 지역인 제음군(濟陰郡)의 현들을 공격당한 황건적은 30만 대군이라는 이점을 거의 상실하게 되었다.

허리가 꺾이고 두 팔이 부러진,

거대한 몸뚱이만 남은 불쌍한 꼴이 된 셈이다.

그에 반해 황건적 대군과 수차례 전투를 치렀던 조조 군은 여전히 활력이 넘쳤다.

“진류군으로 향하는 길목들을 모두 공격당한 황건적은 결국 말머리를 돌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관군들과의 전투에서 연전연승을 거둔 황건적이 처음으로 난관을 접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관군들을 연이어 격파한끝에 임성국(任城國)을 점령하고 상을 살해하는 성과를 달성한 황건적은 사기가 하늘을 찌를 것처럼 위용을 크게 떨쳤다.

하지만 연주에 발을 들이자마자 수차례 대패를 경험하게 되면서 하늘을 찌를 듯했던 사기는 바닥을 치게 되었다.

끔찍한 대패를 경험한 바가 없었기에,

30만 대군을 앞세워서 연주 지역을 제패하려 했던 황건적은 쉽게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몸은 괜찮아요? 오늘도 엄청 무리해서 싸우던데….”

“괜찮습니다.

“아, 진짜! 괜찮다고만 말하지 말고요!”

몸은 괜찮은지.

혹시 다친 곳은 없는지.

매번 물을 때마다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는 이성휘의 행동에 조홍이 쀼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적진을 아슬아슬하게 돌파하는 뒷모습을 볼 때마다 매번 가슴을 졸이는 사람의 심정은 전혀 생각지도 않는 것인지, 이 무뚝뚝한 사내는 매번 무미건조한 반응만을 보일 뿐이다.

“뒤에서 걱정하는 사람의 마음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네요!”

“걱정…, 말입니까?”

짜증과 걱정이 섞인 목소리를 낸 조홍의 모습에 이성휘가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매번 퉁명스러운 모습만 보이던 그녀가,

뒤에서 남몰래 걱정을 했다는 말에 의아함을 느껴야 했다.

제 분에 못 이겨 속마음을 꺼내버린 조홍의 얼굴이 삽시간에 달아올랐다. 수차례의 전투로 인해 피로에 젖었던 얼굴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한 활력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 그러니까…! 당신은 언니의 부관이잖아요?! 존경하는 언니가 저를 걱정해서 직접 붙여 준 사람이니까 당연히 당신의 신변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인 거죠!”

애써 변명거리를 지어낸 조홍은,

혹시라도 이 남자에게 속마음이 들킬까 노심초사하면서 곁눈질로 힐끗 반응을 살폈다.

부끄러움에 찬 표정으로 급히 변명하는 흑발의 여인은 무쇠 같은 마음을 가진 남정네라도 단숨에 녹여 버릴 정도로 귀여웠다. 특히 보조개가 새겨진 갸름한 뺨이 매력적이었다.

“그보다 군세를 이끌고 출진하신 맹덕 님이 걱정입니다. 물론 맹덕 님과 휘하 장수들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나…. 적 군세가 무려 3만에 달하지 않습니까.”

“저희는 30만이거든요.”

귀덕과 상구 방면으로 출진한 조조를 걱정하는 이성휘의 말에 조홍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바로 앞에 있음에도,

멀리 떨어져 있는 언니를 걱정하는 그의 행동이 야속하게만 보였다.

설마 질투를 유발하려는 속셈인 걸까?

그런 속셈이었다면 크게 성공했다.

지금 조홍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감히 언니를 질투하는 무례를 범하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만둘 수 없을 정도로.

“흥.”

결국 마음속에 품은 질투는 입 밖으로 표출되어 나오게 되었다.

그에게 콧방귀를 끼면서,

못마땅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언니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패국(沛國)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도중에 합류할 예정이니까.”

조조의 종제(從弟)인 조인이 이끄는 군세가 진격해 오고 있다.

군세의 숫자는 무려 3천으로,

진류군 병력이 황건적 진지를 급습하는 순간을 노려 앞과 뒤에서 일 거에 몰아칠 계획이었다.

압도적인 전력을 발휘하여 적을 격퇴해야 했다. 현재 진류군 인근까지 진출한 황건적 병력은 서주에서 올라오고 있는 황건적 대군의 선봉이기 때문이다. 선봉을 크게 무찔러야만 서주 황건적의 진군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당신은 저만… 저만 지켜달라고요.”

갸름한 뺨에 붉은 홍조를 띄운 흑발의 여인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매우 쑥스럽고 부끄러운 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애꿎은 흙바닥을 툭툭 치면서 입술을 꾹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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