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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64화 (64/616)

6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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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명에 이르는 황건적과 연주 북쪽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흉노족과 백파적 무리들까지.

천하의 중심이라 불리는 연주(兗州).

중원 지역에 소속된 주군(州郡)들로 뻗어 나갈 수 있는지리적 요지였기 때문에 사방에서 연주를 노리는 무리가 넘쳐나는 것은 당연했다.

‘언니는 대체 왜 저런 말을…! 연주에 입성하는 순간부터 백만 명이 넘는 무리들과 싸워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제정신 박힌 인간이 받아들 리 없잖아요!’

매우 도발적이면서 위험천만한,

이끌릴 만한 점이라고는 개미 눈곱도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제안을 건넨 조조의 행동에 조홍은 경악에 찬 외침을 속으로 토해냈다.

“연주 땅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목숨이 열 개라도 부족한 고난과 역경을 치르게 되겠지. 고전분투를 반복하면서 강행군의 연속을 보내게 될 것일세. 무려 적들이 백만 명에 이르는 대군이 아닌가.”

흑발의 여인이 손을 뻗으면서 연주 지역에서 벌어지게 될 악전고투에 대해 설명했다.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무수히 많은 적에게 포위된 연주 백성들을 구원하기 위한 ‘연주 구원전’의 위험성을 알렸다.

“허나 연주 땅을 침범한 적들을 모두 몰아내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해 낸다면 명군사로서의 명성을 천하에 남길 수 있을 터. 승세(勝勢)가 높다고는 감히 말할 수 없으나, 불리한 전황을 뒤엎고 승전을 거둔다면 기나긴 역사에 위대한 한 획을 긋게 될 것이라고 감히 확언할 수 있네.”

설명을 들으면서 계속 실소를 흘리던 진궁은 마지막으로 이어진 조조의 말에 입을 열었다.

“필시 중과부적의 상황에 놓일 텐데요. 연주 땅에 발을 들이자마자 사방에서 공격을 받게 될 겁니다.”

지방군과의 거듭된 교전에서 승리를 거둔 황건적은 크게 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에 놀란 연주자사가 도망쳤으며,

연주에 주둔하고 있던 조정군은 사분오열하여 흩어진 지 오래였다.

사기가 하늘을 찌를 것처럼 기세등등한 위엄을 떨치고 있는 황건적 대군을 상대로 과연 싸울 수 있을까? 진궁은 적의 기세가 매우 사나우니, 필시 진퇴양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대의 말처럼 연주에 발을 들이자마자 금세 진퇴양난에 빠지게 되겠지. 초전부터 수적으로 크게 불리한 형국이 될 터이니. 허나 나에게는 아비규환의 상황 속에서도 변함없는 충정을 보여 준 친족들이, 중원제일의 부관이, 내게 목숨을 바친 용맹무쌍한 장졸들이 있네.”

휘하 장졸들에게 무한한 신뢰와 의지를 보인 조조는 설령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이게 될지라도, 전쟁에서 기필코 승리하리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에 진궁이 잠시 할 말을 잃었는지,

입술을 꾹 닫은 채로 조조의 결연한 눈빛을 가만히 응시했다.

“…….”

오랜 전란으로 황제의 권위가 끊어졌으며, 난적들로 인해 연주는 주인 없는 땅이 되었다.

연주는 ‘천하의 중심.’

대업을 달성함에 있어 부족함이 없는 요해처.

필시 연주 땅에 가장 먼저 깃발을 꽂는 군웅이야말로 천하의 패권을 거머쥐게 되겠지.

연주 땅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사방으로 적을 맞이하여 악전고투를 치르게 될 것이다.

‘호언장담을 한 것처럼 외적들을 모두 몰아내고 연주를 차지하게 된다면….’

무수히 많은 대군을 맞닥뜨리게 될 것임에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

결코 범인들이 가질 수 없는 배짱이다.

진궁은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눈을 돌리지 않는, 만용처럼 느껴질 정도로 배짱이 있는 사람을 좋아했다.

‘체격이 크고 건장한 위상을 가진 위인은 아니지만, 어쩌면 이 여걸이라면… 능히 패왕의 업을 짊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연주의 중요성을 깊이 간파하여,

무수히 많은 적들이 포위하는 연주를 향해 직접 뚫고 들어가려는 용맹과 담대함을 갖춘 여장부.

고향인 연주가 황건적에 의해 유린당하는 것을 결코 원치 않았던 진궁이었기에, 백만에 이르는 황건적 무리를 격퇴하겠노라고 호언한 조조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리고 곧이어,

“좋습니다! 중모현령 진궁, 명부(名府)께서 연주를 발판으로 천하를 거두실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진궁은 화려한 용모만큼이나 뚜렷한 색을 가진 사람을, 찬란한 빛을 내뿜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꼈다.

무간지옥의 전황이 될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무간지옥으로 향하려는 조조의 용기와 담력이 크게 감복했다.

불의(不義)에 맞서 도망치지 않는 결연한 용기. 그것이 바로 패왕의 업에 도전하기 위한 첫 단계일 것이다. 그렇기에 진궁은 조조를 주군으로 섬기기로 하였으며, 그녀의 제안을 받들어 정벌군의 군사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황건적의 발호에 놀란 연주자사가 무리들과 함께 도망친 까닭에 연주의 사대부와 호족들은 의지할 대상을 잃었습니다. 명부께서 연주로 나아가 사대부와 호족들에게 비호를 선언하신다면 필시 그들은 의지하려 들 것입니다. 명부께서 그들의 명세지재(命世之才)가 되어 주십시오.”

연주의 사대부와 호족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장원을 넓히고 터전을 마련해온 토박이 세력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버리고 떠날 수 없었다.

도적들의 발호에 놀라 도망을 친 연주자사와 달리, 사대부와 호족들은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가문의 땅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연주에서 손쉽게 물자를 마련할 수 있겠군.”

“제가 책임지고 사대부와 호족들을 설득하도록 하겠습니다.”

진궁의 말에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 진궁은 이성휘에게 다가와 팔꿈치로 툭툭 두드리면서 넌지시 물었다.

“설마 천하에 그 유명하신 중원제일 검께서 나를 추천해주실 줄이야. 이거 엄청난 영광이네?”

“앞으로 잘 부탁하겠습니다, 군사.”

“군사? 하하핫…. 이거 쑥스러운데.”

이성휘가 ‘군사’라고 부르자, 진궁은 머쓱했는지 쑥스러움에 찬 웃음을 흘렸다.

화려한 금발을 늘어뜨린 여인은 난폭한 매력을 자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쉽게 쑥스러워하고 부끄러워하는 등의 의아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호신용 무기로 보이는 날카로운 쇠붙이들이 박힌 못빠따는 무서웠지만 말이다.

왠지 ‘누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았다.

“중원제일 검의 추천을 받았다니, 이거 어깨가 무거운걸? 뼈가 가루가 되도록 분골쇄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

허울 없이 대하는 진궁의 모습에 이성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화답했다.

중모현령 진궁이 군문에 들어왔다.

연주 정벌군의 군사로서, 연주 구원전을 위한 종군참모 역할을 맡게 되었다.

진궁을 영입함에 있어 난관을 예상했던 이성휘였기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진궁이 중모현의 관인을 버리고 군문에 들어오게 된 것에 깊은 안도를 보냈다.

* * *

병주목 정원을 축출하고 대장군부를 제압한 동탁이 서량의 십만 대군을 동원하여 낙양을 포위하기에 이르렀다.

드디어 마침내 낙양이 떨어졌다!

거칠고 사납기로 유명한 서량병들이 날카로운 창검을 높게 치켜들면서 고함을 내질렀다.

변방의 오랑캐 같은 놈들이 시가지를 점령한 채 소란을 일으키자, 낙양 백성들은 필시 서량에서 온 오랑캐가 한나라의 끔찍한 원흉이 될 것이라며 크게 두려워했다.

“경하드리옵니다, 어르신!”

“황실과 조정을 구한 영웅이 되셨사옵니다!”

서량 출신의 장수였던 곽사와 장제가 예를 취하면서 주군을 맞이했다.

부하들의 찬양에 썩 기분이 좋아졌는지,

두터운 갑옷을 입은 동탁이 헛기침하면서 들뜬 마음을 내비쳤다.

만인지상의 권력을 거머쥐었던 대장군 하진의 뒤를 이어 황실과 조정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뜨거운 고양감이 넘쳐흘렀다. 한나라의 모든 권력과 권세가 자기 발치에 무릎을 꿇은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형님, 농서(隴西)에 계신 어머니를 낙양으로 모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필시 크게 기뻐하실 겁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어머니는 물론, 농서에 있는 모든 식솔들을 낙양으로 불러야겠다.”

동생 동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동탁은 농서에 있는 동씨 일가를 모두 낙양으로 상경시키기로 했다.

척방한 변방에서 모진 생활을 보냈던 동탁이었기에 권력을 쥔 뒤에 가장 먼저 한 일은 양주 농서군에 있는 일가친척들을 낙양으로 불러들이는 것이었다.

“어르신.”

모사 이유가 휘하 장수들과 함께 기쁨에 잠겨 있던 동탁을 불렀다.

기쁨에 잠긴 다른 장수들과는 달리,

이유는 근심에 짙은 표정을 한 채로 동탁에게 진언했다.

“이제 어르신께서 직접 나서시어 낙양 군단을 포섭하셔야 합니다. 삼준걸(三俊傑)과 함께 황건적의 난을 진압했던 낙양 군단을 포섭해야만 비로소 무소불위의 권력에 발을 내디디실수 있을 겁니다.”

이유의 참언에 동탁이 심려 깊은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황보숭. 주준. 노식.

삼준걸의 휘하에서 황건적을 토벌했던 낙양 군단은 동탁이 반드시 포섭해야 할 부대였다.

오랫동안 급여를 지급받지 못한 까닭에 황실과 조정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는 낙양 군단은 언제든 충성의 대상을 바꿀 준비가 된, 주인 없는 말과도 같았다.

“호봉. 호진.”

동탁의 부름에 두 장수들이 예를 취하면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너희에게 1만의 군세를 맡기겠다. 지금 당장 낙양 사대부와 호족들의 가택을 급습하여 재물을 거둬들이고, 또한 전답을 몰수하고 노복들까지 모조리 몰수하도록 해라!”

오랫동안 배를 곯은 장졸들의 고충과 괴로움을 동탁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오랫동안 변방에서 오랑캐와 싸우며,

조정으로부터 변변찮은 지원조차도 받지 못했던 동탁이었기에 장졸들의 불만을 누구보다 잘 헤아렸다.

그래서 동탁은 벼슬아치들과 결탁하여 잇속을 챙겨 왔던 사대부와 호족들의 재산을 모조리 몰수하여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는 장졸들에게 베풀어 주려고 했다.

“양정. 왕방.”

동탁에 호명된 두 장수들이 대기했다.

그에 동탁이 재차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선황이 묻힌 문릉을 파헤쳐 안에 매장된 보물들을 모두 파헤쳐라. 환관들에게 넘어가 나라를 망친 황제다. 멍청한 망군에게 금은보화가 가당키나 하겠느냐!”

동탁이 휘하 장수들을 동원하여 막대한 양의 금은보화들을 긁어모으도록 명령했다.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모두 참살하여 북망산에 묻어 버린 뒤, 낙양 사대부와 호족들로부터 강탈한 금은보화를 낙양 군단의 장졸들에게 포상을 내리듯이 두둑하게 베풀어 주었다.

“어르신께 충성을 바치겠나이다!”

“소장들의 목숨은 이제부터 어르신의 것입니다!”

낙양 군단의 장수들이 모두 동탁에게 충성을 맹세하였다.

오랜 가난과 굶주림을 끊어 낼 수 있도록 하해와 같은 은혜를 베푼 동탁에게 귀의하였으며, 낙양 군단은 심지어 서량군에 합세하여 동탁의 폭정을 돕는 하수인이 되어 버렸다.

“어르신! 소장의 젊은 조카들을 죽인 중원제일 검이라는 놈을 죽일 기회를 주십시오!”

이각이 울분에 찬 목소리로 동탁에게 진언하였다.

조조군을 급습했던 이리, 이섬.

이각의 조카였던 두 장수들은 이성휘에게 모두 참살되었다.

조카들의 죽음을 듣게 된 이각은 정동장군 조조와 함께 연주로 떠난 이성휘라는 놈에게 반드시 복수하겠노라며 이를 갈기에 이르렀다.

“내 어찌 자네의 심정을 모르겠는가. 나중에 꼭 복수를 결행할 기회를 줄 터이니 지금은 잠시 그 분노를 삭이도록 하게. 지금은 북쪽으로 달아난 붉은 늑대를 사냥하는 것이 급선무일세.”

혈육을 잃은 분노에 휩싸인 이각의 모습을 안타깝게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부하들과 함께 다시 북쪽으로 달아난 정원을 도모하는 것이 먼저였다.

무맹도위 정원.

괄괄하고 사나운 성정을 가진 그는 필시 병마를 이끌고 낙양을 침탈하려 할 것이었다.

그에 동탁은 서량군과 낙양 군단을 동원하여 정원에게 맞서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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