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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60화 (60/616)

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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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과 동탁 군, 거기에 더해 대장군부의 병력까지 가세하게 되었다.

낙양 시가지의 싸움은 한 치의 앞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더러운 진흙탕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길을 뚫어라!”

“놈들을 절대로 놓쳐선 안 된다!”

살육과 혼란에 휩싸인 전장.

그를 돌파하려는 듯,

흑발의 여인을 뒤에 태운 무관이 거칠게 말을 몰면서 동탁 군 장졸들을 연이어 격파했다.

뒤이어 중원제일 검의 합류로 꺾였던 사기를 회복한 조조군 병사들이 달려들면서 혈로를 뚫었다. 처참하기 그지없던 최악의 상황에서 마침내 돌파구를 마련해낸 것이다.

“으윽!”

위험천만하게 말을 몰면서 날카로운 창검들을 늘어뜨린 적병들을 향해 달려드는 이성휘의 행동에, 뒤에 타고 있던 조홍은 대경실색을 금치 못했다.

당장에라도 날카로운 창검들이 두 사람이 탄 군마를 벌집으로 만들어버릴 것만 같았다.

무심코 두 눈을 질끈 감고 싶을 정도로,

중원제일 검은 목숨이 열 개라도 부족한 도박 같은 곡예를 감행했다.

그때마다 조홍은 비명을 내지르면서 이성휘의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미쳤나 봐! 미쳤나 봐! 이번 기회에 2인자 자리를 번번이 위협하는 나를, 차도 살인지계로 제거하려는 수작이 분명해!’

심장이 쿵쿵 뛰었다.

당장에라도 터질 것처럼 쉴 새 없이 요동쳤다.

외간 사내의 몸에 필사적으로 매달렸기 때문인지, 아니면 죽음이 경각에 달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흑발의 여인은 평소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던 남성의 등에 온몸을 의지한 채 매달렸다. 허리에 두른 두 손을 깍지 낀 채 꽉 붙잡았다.

“괜찮습니다. 무사할 겁니다.”

그의 짧은 한마디에,

조홍은 질끈 감았던 눈을 뜨면서 적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이성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흘리듯이 던진 말이었지만,

그 말을 들은 조홍은 은연중에 안도감을 느끼게 되었다.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상태였지만, 품에 꼭 끌어안은 사내의 등이 너무도 듬직했다.

“활을 쏴라!”

“놈들이 이제 곧 성문에 다다른다!”

곧이어 화살들이 빗발쳤다.

날카로운 화살들이 좌우에서 날아들며,

성문을 향해 필사적으로 질주하던 조조군 장졸들을 위협했다.

“크학!”

“으아아악!!”

가슴에 화살을 맞은 채 낙마하거나, 머리에 화살을 맞은 군마가 속도를 이기지 못한 채 앞으로 고꾸라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성휘는 멈추지 않았다.

말을 더욱 재촉하면서 빗발치는 화살들을 돌파해냈다.

‘무슨 사람 담력이…! 간덩이가 얼마나 부은 거야!’

꿈쩍도 않은 채 화살을 돌파한 이성휘와 자살특공에 가까운 위험천만한 행동에 아연한 표정을 지은 조홍.

그들이 이윽고 성문 가까이에 도착했다.

-푸흐… 푸흐…! 푸흐응!!

2명을 태운 채,

계속해서 전력 질주를 감행했기 때문일까.

내달리던 말이 거친 숨소리를 토해냈다.

당장에라도 말이 기진맥진한 채로 쓰러질 것만 같아 위태로웠다.

“자렴 님, 이제 성문에 도달할 겁니다. 자렴 님께서는 본군에 복귀하여… 연주로 나아가 맹덕 님을 보필하는 것에만 집중해주십시오.”

말을 잃고 쓰러진 나 때문에 우리 둘 다 위기에 처했다, 옷깃을 붙잡은 두 손을 덜덜 떨고 있는 조홍의 죄책감 담긴 손길을 느낀 것일까.

이성휘가 입을 열어 주문했다.

손을 맞잡은 채 위로해준 것은 아니었지만,

등을 보인 채로 꺼낸 그 한마디에 조홍은 죄책감에 떨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네, 알겠어요.”

그에 조홍은 고개를 푹 숙이면서,

웅얼대는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조금 의심스러운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많이 의지되는 사람이긴 하네. 분명 무사히 낙양을 빠져나갔을 텐데. 그런데도 궁지에 빠진 우리를 구해주려고 이 지옥 같은 곳에 와 줬으니까….’

전우들을 구하기 위해 생지옥 같은 전장에 망설임 없이 참전했다.

무수히도 많은 적들을 베어냈고,

말에서 굴러떨어진 채 적들에게 죽을 뻔한 자신을 구해주기까지 했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았다는 것에 분한 마음이 들면서도, 공포와 두려움이 아닌…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무, 무슨 생각을…! 물론 이 남자가 내 목숨을 구해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 조자렴은 목숨 한 번 구해줬다고 연심을 느낄 정도로 쉬운 여자가 아냐!’

그렇게 흑발의 여인이 계속 내적고민을 겪고 있을 때,

이성휘가 입을 열었다.

“자렴 님.”

“예, 어림총사.”

“성가신 놈이 뒤에 따라붙은 것 같습니다.”

“네?!”

어느덧 앞을 가로막던 적들을 모두 돌파해낸 이성휘는 고개를 돌린 채,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끝까지 추격하라! 여기서 놓치게 된다면 필시 어르신을 위협하는 화근이 될 터! 어르신의 적을 절대로 살려 보내선 안 된다!!”

8척이 넘는 신장을 가진 거구의 남성이 크게 일갈하면서 언월도를 휘둘렀다.

대적하던 하후연이 결국 패주했다.

장졸들의 퇴각을 돕기 위하여 최후미를 담당하였으나 결국 화웅의 용력을 이기지 못한 채 달아나고 말았다.

이윽고 화웅이 움직였다. 서량 최고의 맹장으로 불리는 그가 무거운 언월도를 휘두르면서 추격을 감행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크하아악!!”

화웅의 언월도에 뒤를 공격당한 조조군 소속의 무관이 귀가 찢어지는 비명을 내지르면서 말에서 굴러떨어졌다.

10여 명에 달하는 무관들이 죽었다.

심지어 화웅에게 살해당한 병졸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설마 저놈이 화웅인가? 동탁 휘하의 장수들 중에 저런 용력을 가진 맹장은 화웅 밖에 없을 텐데….’

언월도를 휘두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일당백처럼 용맹하기 그지없었으며,

화근이 될 적들을 결코 살려 보내지 않겠노라는 광기 어린 집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이성휘는 화웅을 이대로 좌시했다간 더 많은 장졸들이 목숨을 잃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언월도를 휘두르는 거한은 거대한 몸집과 괴물 같은 괴력을 자랑하는 자였기 때문이다.

“이제 성문이다!”

“성문 너머에 아군의 대장기가 보인다! 드디어 지원군이 도착했다!”

필사적인 후퇴를 하던 장졸들이 환희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지원군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성휘가 100명의 어림 군을 이끌고 낙양으로 진입했을 때, 정예병들로 편성된 별동대가 아군의 후퇴를 엄호할 수 있도록 성문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비규환 속에서 발견한 작은 희망.

몇 번이고 사선을 건넌 끝에 아군의 대장기를 보게 된 병사들의 기쁨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맹덕 님께서 손을 쓰신 모양입니다.”

“언니께서 직접!”

나무에 꼭 매달린 나무늘보처럼 이성휘의 등에 얼굴을 파묻듯이 꼭 붙어 있던 조홍이 고개를 들며 화색을 지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도착했다.

사촌 언니의 대장기를 본 조홍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 분명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맹덕 님께서 자렴 님을 많이 아끼시지 않습니까.”

마치 언니의 내심을 훤히 알고 있다는 것처럼 말하는 이성휘의 말에 조홍이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질투였지만,

조홍이 품은 질투의 감정에는 조금 달라진 점이 있었다.

지금까지 해온 질투가 언니의 총애를 마치 독차지하는 듯한 이성휘를 향한 강샘이었다면, 지금의 질투는 이성휘에게 절대적인 믿음과 신뢰를 받는 언니를 향한 투기였다.

“자렴 님께서는 곧바로 본군에 복귀하십시오. 저는 뒤를 따라오는 짐승을 쓰러트린 뒤에 가겠습니다.”

조홍의 손에 고삐를 넘긴 뒤,

기진맥진하여 크게 느려진 말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피에 절은 검을 늘어뜨린 채로 아군의 후미를 계속해서 유린하던 거구의 남성과 대치했다. 그를 느꼈는지 거구의 남성 또한 언월도를 두 손으로 잡은 채로 맹렬하게 질주해 왔다.

“뭐, 뭐 하는 짓이예요! 당장 돌아와요!!”

자신에게 고삐를 넘기고 말에서 뛰어내린 이성휘의 행동에 놀란 조홍이 소리쳤다.

대체 어떻게 하려고,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가.

설마 저 괴물 같은 놈과… 신장이 무려 8척에 달하는 거한과 싸우려는 생각인 걸까?

저 괴물은 무거운 언월도를 붕붕 휘두르면서 아군의 용맹한 무관들을 여럿 꺾었다. 게다가 지금, 이성휘는 탈진 상태였던 군마만큼이나 크게 지친 상태였다.

저 괴물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우윽!”

“모두 비켜서라!”

성문을 향해 질주하던 조조군 장졸들이 이성휘를 보고는 좌우로 비켜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행렬이 끝났을 때,

인왕(仁王)처럼 근엄한 위압감과 수라(修羅)처럼 흉악한 인상을 자랑하는 대머리의 거한이 뜨거운 콧김을 내뿜는 용마(龍馬)를 탄 채로 이성휘의 앞에 육박했다.

“네 이노오오옴!!!”

대춧빛 얼굴의 거한이 크게 부르짖었다.

날카롭게 번쩍이는 언월도,

당장에라도 이성휘를 짓뭉개버릴 것만 같은 군마.

한 자루의 검에 의지한 채 팔척의 거인에게 맞서려는 이성휘의 뒷모습을 본 조홍은 비명조차 잊었는지 떨리는 두 눈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네가 화웅이냐.”

“그렇다! 내가 바로 서량 제일의 용장인 화웅이다!”

언월도를 내리치려던 화웅의 우렁찬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칼날을 아래로 늘어뜨린 상태로 대치하던 이성휘가 검을 휘둘렀다.

“────!!”

흑발의 여인이 두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8척에 달하는 거인과 맹렬하게 질주하던 용마가 동시에 피를 뿜어냈다.

“어억!!”

-푸히히히히힝!!!

매섭고 예리한 검격이 길게 뻗어졌다.

말의 두꺼운 근육을 가른 뒤,

등에 타고 있던 걸한의 가슴에 검흔을 새겼다.

단 일격에 목이 반쯤 떨어진 용마는 대량의 핏물을 왈칵 쏟은 채 옆으로 고꾸라졌으며, 치켜든 언월도를 휘두르지도 못한 채 일격을 허용당한 화웅은 말에서 그대로 굴러떨어졌다.

“화, 화웅 장군!”

“화웅 장군이 일격에 쓰러졌다!!”

거대한 태산처럼 무거운 위세를 떨치면서 조조군을 생지옥으로 몰아 넣었던 8척의 거한이 쓰러졌다.

그를 본 동탁 군 장졸들은,

믿을 수 없었는지 비명과 발악에 가까운 외침을 토해내면서 절규했다.

서량 제일의 용장이 겨우 일격에, 단 일격에 말과 사람이 검에 찢겨나간 채로 쓰러진 모습은 무심코 그것을 지켜본 자기 두 눈을 의심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괴물이다!”

“어, 어떻게 말과 사람을 단 일격에…!”

화웅이 쓰러지는 모습을 본 동탁 군은 추적하는 것을 포기한 채 뒷걸음질로 물러섰다.

인간이 아닌 괴물을 본 것처럼,

온몸에 피를 뚝뚝 흘리면서 두 눈을 부라리고 있는 이성휘를 공포와 두려움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저 괴물이 검을 휘두르면서 달려들까, 위풍당당한 기개를 가진 서량의 탕아들은 기가 완전히 꺾여 버린 채, 중원제일 검에 감히 대적하려 하지 않았다.

'가, 갑자기 왜…  눈물이! 그것도 저 사람 앞에서!'

이성휘가 거대한 괴물 같은 적장을 일격을 쓰러트렸다는 기쁨과, 그가 무사하다는 안도감.

공포와 긴장감이 일 거에 풀렸기 때문일까.

그 탓에 눈물샘을 막던 힘마저 풀려 버렸는지 눈물이 다시 뺨을 타고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절대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데,

절대로 저 남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그런데도 눈물과 울음은,

어깨를 떨게 만드는 딸꾹질은 그치지 않았다.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들이 일 거에 가슴을 두드렸기 때문이었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자렴 님을 반드시 맹덕 님께서 계신 곳까지… 안전하게 지켜드리겠다고.”

울음을 터트리는 조홍의 모습에,

이성휘는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피로 물든 손으로 슬며시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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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참(馬人斬)

말과 사람을 일 거에 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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