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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8화 (58/616)

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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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에서 매복하고 있던 궁병들이 낙양을 빠져나가던 조조 군의 측면을 급습했다.

좌우에서 빗발치는 화살들,

박차를 가하면서 말을 재촉하던 무관들 중 한 명이 화살에 맞은 채 아래로 떨어졌다.

급습으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었다. 직접 노려진 조조 군은 물론, 눈먼 화살에 맞아 비명을 내지르는 낙양 백성들 또한 빠르게 늘어났다.

연주로 출병하는 군세를 구경하기 위해 중심 시가지에 모였던 낙양 백성들은 무차별적인 살육에 휘말리는 참사를 겪어야 했다.

“발해왕의 신병을 확보하라!”

“절대로 낙양을 빠져나가게 둬선 안 된다! 반드시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

창검을 든 동탁 군 병사들이 좌우에서 달려들었다.

동탁을 호위하던 시위대는 물론,

낙양 백성으로 변복한 채 기다리고 있던 서량병들 또한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진류왕의 신병을 확보하려는 동탁 군과 진류왕을 호위하는 어림군의 전투가 벌어지게 되었다. 난데없이 시가지에서 벌어지게 된 백병전으로 인해 낙양은 전란의 전초에 휘말리게 되었다.

“어림군은 진류왕 전하를 호위하라!”

“전하를 도모하려는 역적 놈들이다! 결단코 역적들을 마차에 오게 둬선 안 된다!”

양군이 휘말리게 된 백병전,

외마디의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치는 백성들 속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치열한 백병전이 시작되었을 때, 진류왕이 탄 마차를 지키던 이성휘가 단기필마(單騎匹馬)로 적들을 향해 돌격하면서 진형을 크게 휘젓기 시작했다.

“카학!”

“주, 중원제일 검이다!!”

날카로운 칼날이 휘둘러질 때마다 동탁 군 병사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

붉은 연꽃이 흩뿌려지는 것처럼,

검에 베인 동탁 군 병사들은 시뻘건 핏물을 토해내거나 뿜어내면서 하나둘씩 바닥에 쓰러졌다.

단 한 명의 무관에게 서량의 정예병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원제일 검의 무명을 차지하기 위해 창검을 내지르며 달려들었으나, 그 만용은 도리어 시체의 산을 쌓아 올릴 뿐이었다.

“최대한 빨리 낙양을 벗어나야 한다! 마차를 호위하면서 행군을 재촉하라!”

단독으로 적들을 향해 돌격했던 이성휘는 20여 명에 쓰러트린 뒤에 적 진영을 빠져나왔다.

적들의 핏물로 피 칠갑하게 된 이성휘는,

검을 치켜든 채 크게 소리치면서 어림군에게 행군을 재촉했다.

급습을 가한 적들은 양주(凉州)와 옹주(雍州), 그리고 삼보(三輔) 지역 사람이 쓰는 서쪽 지역의 방언을 사용하고 있었다. 감히 진류왕의 마차에 급습한 것은 동탁 군이 분명했다.

놈들은 대담하게도 백주대낮에 급습을 가해온 것이었다.

‘어떻게든 유협을 사로잡아 유변을 폐위시키고 꼭두각시 황제로 세우려는 생각이군! 머지 않아 장성하게 될 유변을 꼭두각시로 다루는 것보다는 여덟 살에 불과한 유협이 꼭두각시 역할에 잘 어울릴 테니!’

동탁이 유협을 노리고 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이성휘는 더욱 매섭게 변한 검술을 구사하면서 동탁 군을 쓰러트렸다.

서량에서 온 늑대가 감히 황녀를 노리고 있음에 크게 분개했다.

이성휘는 원래 역사를 알고 있었기에,

유협을 손아귀에 쥐려는 동탁의 탐욕에 더욱 격렬하게 분노하게 되었다.

“총사! 놈들이 앞을 막았습니다!”

“어떻게든 뚫어라! 뒤따라오는 후군(後軍)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길을 신속하게 열어야 한다!”

동탁 군은 진류왕 유협의 행렬이 오는 것을 노리고 무거운 궤짝과 짐더미 등, 잡다한 물건들로 길을 틀어막은 상태였다.

군마들은 가뿐히 뛰어넘을 수 있겠으나,

진류왕이 탄 마차를 이끄는 군마들은 조금의 장애물만 있어도 길을 통과하기 어려웠다.

어림군 무관들은 말에서 내려 마차가 통과할 수 있도록 길을 막고 있던 짐더미들을 일일이 치워야 했다. 그 탓에 행군이 계속 지체되면서 불필요한 싸움이 이어졌다.

“아악!”

눈먼 화살에 맞은 궁녀가 쓰러졌다.

악성전에서 유협을 보필했던,

유협을 따라 연주행을 기꺼이 선택한 궁녀였다.

용기를 내어 결단을 내렸으나, 안타깝게도 악성전의 궁녀는 낙양 성문을 벗어나보지도 못한 채 화살을 맞고 절명했다.

“진류왕의 마차가 저기 있다!”

“병졸들은 뭘 하는가! 어서 놈들을 죽이고 마차를 확보하라!”

동탁 군의 장수로 보이는 남성들이 말을 탄 채 급습에 투입된 병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성휘가 그들을 목격했다.

그리고 무관들에게 마차의 호위를 명령한 뒤, 다시 한번 말에 박차를 가하면서 동탁 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앞을 가로막는 병사들을 무자비하게 베어낸 뒤, 10여 명의 정예병들로부터 호위를 받고 있던 동탁 군 장수들의 목을 순식간에 베어 버렸다. 단칼에 목이 달아나버린 것이었다.

“이리 장군!”

“이섬 장군이 죽었다!”

진류왕 유협의 생포에 호기롭게 나섰던 이각의 두 조카들이 목 없는 귀신이 되고 말았다.

피 분수를 울컥울컥 뿜어내면서,

머리를 잃은 몸뚱이가 기우뚱 흔들리더니 바닥 아래로 툴썩 쓰러졌다.

백부(伯父)인 이각처럼 용맹하고 기민하기로 무명이 높았던 이리 와 이섬이 눈 깜짝할 사이에 죽어 버리자 동탁 군 장졸들은 아연실색한 채 뒷걸음질 치기 바빴다.

“길이 열렸다!”

“어서 마차를 재촉해라! 이 아비규환을 신속히 빠져나간다!”

마침내 길이 열렸다.

무거운 궤짝과 짐더미들을 치운 끝에,

마차가 통과할 수 있는 활로가 열리게 되었다.

길이 열리자마자 마차가 멈췄던 발통을 다시 돌리기 시작했다. 이성휘와 어림군 무관들이 분전한 덕분에 마차는 활로를 통해 낙양 성문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총사! 드디어 길을 뚫었습니다! 진류왕 전하의 마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온몸을 피로 물들일 정도로 동탁 군 장졸들을 사정 없이 도륙한 이성휘를 향해 어림군 무관이 마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보고했다.

그에 이성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칼날을 휘둘러 피와 살점을 털어내고는,

고삐를 당기면서 동탁 군을 향하던 말머리를 반대로 틀었다.

“갑자기 검은 연기가…!”

“저쪽 방면은 궁궐이 있는 곳이다! 분명 궁궐에 불이 난 것이 틀림없다!”

치열한 교전 속에서 살아남은 어림군 무관들은 이성휘와 함께 낙양 성문으로 나아가던 중,

막대한 검은 연기를 목격하게 되었다.

분명 궁궐이 있는 방향에서,

푸른 하늘을 뒤덮을 정도의 검은 연기와 함께 시뻘건 불씨들이 바람에 실려 휘날리기 시작했다.

“궁궐에서 변란이 벌어졌다!”

“대체 대장군부는 뭘 하고 있단 말인가! 대장군부가 있는데 어떻게 궁궐에서 변란이…!!”

변란을 일으킨 주동자가 대장군부임을 모르는 어림군 무관들은 당혹과 애석함에 찬 눈길로 치솟는 검은 연기를 바라보았다.

한나라의 위세와 위엄을 상징하는 궁궐이,

십상시의 난 이후로 다시금 변란에 휩싸이게 된 것이었다.

그를 본 이성휘는 유협을 습격했던 동탁 군과 마찬가지로, 대장군부 또한 반란에 가세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 * *

궁궐에 난입한 대장군부의 장졸들이 눈앞에 보이는 궁인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기 시작했다.

경멸의 상징이 된 환관은 물론,

아무런 죄가 없는 궁녀들마저 장졸들의 손에 무참히 살해당했다.

궁인들의 피로 피칠갑한 장졸들은 광기에 미쳐 버린 것처럼 궁궐의 전각들을 불태우는 방화까지 일으켰다.

살인과 방화에 이르기까지.

주인을 잃은 들개들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만행들을 벌여댔다.

“값진 재화들을 찾아라!”

“분명 십상시에게 빼앗은 막대한 재물들이 국고에 가득 들어 있을 터! 먼저 가지는 놈이 임자다!”

조정으로부터 오랜 세월 녹봉을 지급받지 못한 것은 대장군부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기회에 재산을 두둑이 채우겠다는 듯,

무분별하게 날뛰기 시작한 장졸들은 창고를 지키던 위병을 모조리 죽이고 그 안에 있던 재물들을 마음껏 차지했다.

“이, 이놈들!”

“대장군부의 위엄을 지켜라! 네놈들은 정녕 도적 떼더냐!”

봉거도위 동민과 대장군부의 일부 병력들이 독단행동을 벌이기 시작했음을 뒤늦게 보고받은 부곡장 오광과 점군사마 진진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통제 불능에 빠져 있었다.

명예와 긍지는 온데간데없었다.

그토록 경멸하던 황건적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 되어 버린 대장군부 장졸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눈이 돌아간 상태였다.

“이 한심한 놈들!!”

오광이 분을 참지 못하고 검을 뽑아 들면서 비단을 품에 가득 안은 채로 도망치던 병사를 죽였다.

그리고 칼끝을 들어 소리쳤다.

“황실과 조정의 재산을 도둑질하는 놈들은 모두 내 손에 죽을 것이다! 국가의 재산을 절대로 훔치지 마라! 우리 대장군부는 결코 도적 떼가 아니다!”

우렁찬 목소리와 날 선 위협으로 광기에 빠진 장졸들을 통제하려 한 오광이었으나, 오랫동안 급여를 받지 못해서 굶주렸던 장졸들은 더욱 악랄하게 약탈을 벌여댈 뿐이었다.

“장졸들의 통제가 불가능하네! 억지로 장졸들을 다스리려 했다간 도리어 우리들마저 위협하게 될 폭도로 변하고 말 걸세!”

진진의 만류에 결국 오광은 피로 범벅된 칼끝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병사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

군법과 군율의 통제를 거부하고 광기를 택한 장졸들은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대장군의 두 심복들로 명성을 떨친 오광과 진진조차도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궁궐을 습격한 장졸들은 복수와 탐욕에 빠진 괴물이 되어 있었다.

그들이 다시 이성을 가진 사람으로 돌아오기 위해선 보다 많은 재물과 무고한 희생자들이 필요할 것이었다.

“봉거도위는 어디 있는가! 우리에게 언질조차 없이 성급하게 일을 벌인 놈을 군법으로 처벌할걸세!”

오광은 유래 없는 폭력사태를 만든 장본인, 봉거도위 동민을 제 손으로 죽이겠다며 길길이 날뛰었다.

그러나 동민은 이미 도망친 뒤였다.

거기장군 하묘를 죽인 뒤,

그 수급을 들고 제 형인 동탁에게 합류해 버렸다.

“부곡장, 일단은… 하씨 년을 도모하세.”

진진이 스산한목소리로 오광에게 불구대천의 원수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씨, 그년이 도망칠지도 모른다.

교활한 여우가 궁궐을 탈출하여 지방 군벌에게 도움이라도 요청하게 되면 거사가 실패하는 것은 물론, 대규모 내전으로까지 확산될 위험이 있었다.

“자네의 말이 옳네. 일이 어찌 되었건…, 하씨 년을 내 손으로 죽일 것일세! 모두 나를 따르라! 지금 당장 가덕전으로 향할 것이다!”

오광이 정예병을 이끌고 남궁(南宮)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주군의 복수할 때가 왔다.

핏물을 뚝뚝 흘리는 칼날을 늘어뜨린 오광은 불길에 휩싸인 궁궐과 전각들을 지나 가덕전으로 향했다.

“대, 대체 저게 어떻게 된 일이냐!”

가덕전에 도착한 오광이 놀라 소리쳤다.

오라비를 죽인 여우의 목을 취하겠노라,

그리 다짐했던 오광이었으나 목표는 달성될 수 없었다.

이미 가덕전은 시뻘건 불길에 휩싸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태후 하희가 기거하는 침전(寢殿)을 중심으로 대규모의 화재가 발생하였으며, 태후를 보필하던 궁녀들 대부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였다.

“부곡장! 붙잡은 궁녀가 말하기를… 하씨 그년이 궁녀들을 시켜 가덕전에 불을 놓았다고 하옵니다!”

“이런 지독한 년 같으니라고!”

수하의 보고에 오광은 분에 찬 듯 궐담을 향해 검을 휘두르면서 분노 섞인 목소리를 냈다.

교활한 독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한 태후를 보필해온 궁녀들 역시 전각의 대들보에 목을 매달거나 서로의 가슴을 단도로 찌르는 등으로 태후의 뒤를 따랐다.

“점군사마!”

전황을 파악하기 위해 나섰던 수하들이 돌아와 진진에게 보고했다.

“병주목 동탁의 휘하인 이각과 우보라는 놈이 군대를 이끌고 황제와 조정대신이 있는 각비전(卻非殿)을 포위했습니다!”

“뭐, 뭐라!”

대장군부 장졸들이 궁궐을 크게 휘저으면서 약탈과 방화을 일삼고 있을 때,

동탁 군은 정전(正殿)인 각비전을 점령했다.

황제와 조정대신들을 모두 인질로 붙잡았으며, 선실전(宣室殿)에 기거하던 황후 당씨마저 동탁 군의 수중에 억류된 상태였다.

“그, 그럴 리 없다! 동탁, 서량 놈에게 그토록 많은 병력이 있을 리 없지 않냐! 놈의 병력은 모두 서량에 있단 말이다!”

“소, 송구하오나… 대장군부의 무관들이 다수…, 동탁에게 전향한 것 같습니다….”

수하의 보고에 오광과 진진은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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