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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54화 (54/616)

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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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상시의 난을 진압한 공신이며,

또한 대장군부의 요직을 담당하는 전장군(前將軍) 원소가 오랑캐와 도적 떼 무리들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는 기주(冀州) 전선을 구원하고자 중앙군을 이끌고 출정한다는 소식이 널리 알려졌다.

그녀는 황실과 조정의 부름을 받들어 정북장군(征北將軍)에 임명되었다. 휘하의 병력 역시 정북장군의 휘하 장졸들로서 원소의 뒤를 따랐다.

“하늘께서 대장군의 복수를 위해 우리를 도우시는구려!”

부곡장 오광이 주먹을 부르르 쥐면서 환희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원소가 중앙군을 이끌고 하북으로 떠난다.

이는 곧 궁궐을 수비하는 금군 병력의 소실을 뜻하였으며, 철통 같은 궁궐 방어망의 약화를 의미했다.

원소를 따르는 금군 병력이 정벌군 휘하에 편제되면서 궁궐 수비군이 부족하게 되었고, 대장군부 휘하의 병력에 차출되어 궁궐에 배치되었다. 다시 말해서 황실과 조정을 도모하려는 오광과 진진의 거사 계획이 보다 수월해졌다는 뜻이었다.

“부곡장과 점군사마가 용맹한 정예군을 이끌고 궁궐을 도모한다면 우리 서량군이 그에 가세하여 낙양과 사예주를 점령할 것이오.”

오광과 진진을 비롯하여,

대장군부 휘하의 장수들과 함께 은밀하게 거사를 계획하고 있던 병주목 동탁이 입을 열어 말했다.

그들에게 신속히 황실과 조정을 장악할 것을 진언한 뒤, 자신은 서량의 십만 대군을 이끌고 낙양과 사예주를 포위하여 지방 군벌의 개입을 봉쇄할 것이라고 말을 덧붙였다.

동탁의 진언에 오광과 진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병주목께서는 역시 한나라의 충신이시오!”

“사특한 태후와 교활한 환관들의 손에 무참히 희생되신 대장군을 대신하여 감사를 표하겠소이다.”

자신들의 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동탁의 행동에 오광과 진진을 금치 못했다.

또한 동탁은 동생인 봉거도위(奉車都尉) 동민을 그들에게 보내는 인질처럼 대장군부 휘하에 두겠노라고 말했다. 그에 오광과 진진은 진심으로 동탁의 협력에 신뢰를 보내게 되었다.

“부곡장, 우선 황실과 조정을 도모하기 전에 거기장군(車騎將軍)을 먼저 도모해야 하지 않겠소?”

“물론이오! 하묘, 그 개자식은 내가 기필코 창으로 꿰뚫어 죽이겠소이다!”

동탁의 물음에 오광은 난폭한목소리로 일갈하면서 기필코 죽이겠노라고 답했다.

거기장군 하묘.

환관들에게 살해당한 하진의 의붓동생이자, 하태후의 동모오빠인 인물이었다.

의형(義兄)인 하진이 대장군이 되자 공석이 된 하남윤에 임명되었으며, 하남윤 시절에 반란 진압에 큰 공을 세워 거기장군이 되었다. 게다가 지금은 황실과 조정을 수호하는 총지휘관이 된 상태였다.

“거사가 성공하기 위해선 하묘를 죽이는 것이 급선무일 것일세.”

“나 또한 그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네.”

진진의 말에 오광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거사의 가장 큰 성패는 거기장군 하묘를 척살하는 일에 달렸음을 깊이 깨달았다.

하묘는 하진의 의제(義弟)였지만 그것은 하진의 아버지와 하묘의 어머니가 재혼하여 맺어진 관계일 뿐, 하묘는 하진과 의견 차이로 인해 빈번하게 다퉜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렇기에 대장군부 장수들은 하묘를 척살하는 계획을 세움에 있어 일말의 망설임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하묘는 이복오빠 하진을 죽인 혐의를 의심받는 태후와 한패였기 때문이다.

“원소, 그년이 중앙군을 이끌고 낙양을 벗어나는 그 순간을 노려… 거사를 개시하겠소.”

오광의 결정에 좌중에 모인 장수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받아들였다.

그렇게 계획이 모두 수립되었을 때,

문이 열리면서 동탁의 모사인 이유가 무릎을 꿇은 채로 다가왔다.

“…어르신.”

메기처럼 수염을 기른 서생이 동탁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에 동탁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사위, 그것이 정녕 사실인가?”

“물론입니다. 제가 어찌 어르신께 거짓을 아뢰겠사옵니까. 소식통으로 쓰고 있는 중서령(中書令)의 주부(主簿)에게 직접 들은 말이오니 믿을 수 있는 정보이옵니다.”

진류태수 장막의 상소문이 방금 중서성(中書省)에 도착하였다.

무려 백만 명이 넘는 청주 황건적 무리가 서쪽으로 진군을 시작하여 연주(兗州)가 크게 위태롭다며, 서둘러 낙양에서 중앙군을 급파해 달라는 전보였다.

적임자로 우장군 조조를 추천했다.

그녀는 제남상(濟南相)을 역임한 적이 있어 연주의 지리에 능란하며, 황보숭을 도와 영천군(穎川郡)에서 황건적 대군을 모두 전멸시킨 적이 있었기에 그녀야말로 적임자임을 확신한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조조, 환관 집안의 그 계집까지 낙양을 떠난단 말인가! 원소에 이어 조조…, 뭔가 석연찮은 일이군. 설마 낌새를 눈치채고 낙양에서 도망치려는 것인가?”

뒤이어 소식을 접하게 된 오광은 의구심에 찬 반응을 보였다.

설마 거사가 이미 발각된 것인가,

오광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원소에 이어 조조까지. 대장군 하진으로부터 금군의 지휘권을 위임받은 쌍두마차가 모두 중앙군을 이끌고 기주와 연주로 떠난다는 것은 분명 희소식이었지만 인위적인 냄새가 풍겼다.

“아무려면 어떻겠습니까, 부곡장? 지금 우리에게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황실과 조정을 도모하고 대장군의 원수를 갚는 일입니다! 원소와 조조, 두 계집년들은 필시 장군들의 위세와 위압에 놀라 지방으로 부리나케 도망치는 것이오니 지금으로선 크게 신경 쓰실 것이 없지 않겠습니까?”

잠시 망설이는 행동을 보이는 오광의 모습에 이유가 급히 말을 덧붙였다.

두 계집들은 도망치는 것에 불과하다.

이유는 사냥꾼의 고함 소리에 놀라 부리나케 도망치는 새끼 여우들에 불과하다며, 현란한 말솜씨로 거사의 결행을 촉구했다.

“원소에 이어 조조까지 중앙군을 이끌고 연주로 도망친다면 사실상 궁궐은 빈집이나 다름없소. 하늘께서 부곡장을 크게 도와주고 계시건만, 어찌하여 부곡장께서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그렇게 거절하려 하신단 말인가?”

동탁에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진진과 시선을 마주하던 오광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병주목의 말이 지당하오. 그러면 조맹덕, 그 계집까지 중앙군을 이끌고 낙양을 벗어나면… 그때를 노려 거사를 일으키겠소!”

비명 속에 돌아가신 대장군 어르신의 원수를 갚을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눈앞에 있다.

더 이상 무엇을 망설인단 말인가!

그간 수많은 총애를 받아왔다.

일신을 모두 바치겠노라고 맹세했던 주군의 복수할 기회가 도래하였거늘, 이를 망설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나 마찬가지였다.

“가덕전의 여우를 죽여 억울하게 돌아가신 대장군의 넋을 달랠 것이오.”

결심에 찬 오광의 선언에 좌중에 있던 대장군부의 장수들이 고개를 숙이면서 복종했다.

동탁 또한 동조하여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결연한 각오를 맹세한 대장군부의 장군들과는 달리, 그는 시커먼 야욕을 품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황실과 조정으로부터 정북장군에 임명된 원소는 휘하의 군대를 이끌고 출병할 준비했다.

그리고 또한,

조조 역시 진류태수 장막이 보낸 상소문을 명분으로 삼아 출병의 뜻을 밝혔다.

황건적에게 연주를 빼앗기게 되면 청주(青州)와 예주(豫州)에 웅거하는 황건적 잔당들까지 합세하여 기세를 떨칠 것인 즉, 연주가 떨어지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중앙군을 이끌고 황건적을 격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기병들은 등자를 확인하라!”

“시급히 물자를 옮기도록! 오늘 안에 이것들을 모두 옮겨야 한다!”

조조군 무관들이 휘하 병력을 재촉하면서 출병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아직 명령이 하달되지 않았으나,

어떻게든 낙양을 떠나 연주로 내려가야 한다는 맹목적인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결국 황실과 조정은 진류태수의 상소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연주가 먹히는 순간, 중원 전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황건적 잔당세력들이 연주라는 구심점을 찾게 될 테니까요.”

조홍이 어깨를 으쓱이면서 연주 출병은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황건적을 향한 공포와 두려움.

여전히 황실과 조정은 황건적을, 황건적의 부활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중원 지역에 흩어진 황건적 잔당들이 연주를 차지하여 부흥을 도모하려 한다는 진류태수 장막의 상소문은 두려움에 빠진 황실과 조정을 다시금 공포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공포와 두려움은 조조의 가장 확실한 명분이 되어 주었다.

“진류태수를 역임하는 맹탁이 이렇게 결정적인 시기에 도움이 될 줄이야. 참 놀랍다니까?”

하후돈이 후덕한 인상을 가진 남성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큭큭 웃음을 터트렸다.

“누님, 선봉으로 출진할 기병대가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좋았어!”

동생 하후연의 보고에 하후돈이 당찬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이를 드러냈다.

선봉을 맡게 된 인물이 바로 그녀였다.

가장 먼저 연주 지역으로 입성하게 될 기병대를 이끌게 된 하후돈은 대업을 위한 첫 단추를 자신이 꿰게 되었음에 깊은 고양감을 느꼈다.

“이게 바로 금의환향(錦衣還鄕)이라는 건가? 연주가 고향은 아니지만서도…. 낙양을 떠나 연주로 내려가게 되면 적어도 꼰대 같은 늙은 조정대신들의 눈치를 안 봐도 되니까 좋네.”

그렇게 말하면서 웃음을 크게 터트린 하후돈은 어깨에 월도를 들쳐 멘 채, 앞으로의 계획들을 구상하는 조조와 이성휘를 바라보았다.

혼례를 약속한 사이처럼,

연주 출병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게 되자 조조와 이성휘는 거병을 위한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아군 휘하에는 연주 출신의 인물이 없습니다. 타지 출신을 크게 꺼리는 사대부와 호족들을 설득하고 포섭하기 위해선 연주 출신의 명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것은 귀관의 말이 맞네.”

“대의에 필요한 인물을 알고 있습니다.”

“귀관이 말인가?”

이성휘가 꺼낸 문제는 조조 또한 크게 신경을 쓰고 있었던 일이었다.

연주의 사대부와 호족들을 포섭할 인재.

제금의 조조에게는 연주의 세력을 경영하고 흩어진 민심을 규합하여 대의의 기틀을 다질 능력을 보유하고 참모가 절실했다.

그에 이성휘는 그러한 적임자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연주에 입성하기 전에 반드시 형양도위(滎陽都尉)의 관할의 중모현(中牟縣)에 들를 것을 권유하였다.

“어림총사.”

조조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성휘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황실의 부름을 받은 환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변의 측근들 중 한 명인 환관이었다.

그를 본 이성휘는 유변이 보냈음을 넌지시 깨달았다.

“황제 페하께서 시급히 어림총사에게 광덕전(廣德殿)으로 들 것을 명하시었소.”

“…예, 알겠습니다.”

환관으로부터 황제의 전언을 듣게 된 이성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연주 출병에 관련된 일이겠지.

진류태수 장막이 보낸 상소문으로 인해 황실과 조정이 떠들썩해진 상태였기에 유변이 그를 모를 리 없었다.

그대 또한 연주로 가려는 것인가, 필시 유변이 그렇게 물을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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