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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6화 (46/616)

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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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주의 기병군단을 동원하여 하내군을 무단으로 점령했던 무맹도위(武猛都尉) 정원이 수많은 병마를 이끌고서 개선장군처럼 낙양에 들어섰다.

붉은 투구와 붉은 갑옷,

사나운 울음소리를 내는 흑마(黑馬)와 날카로운 빛을 내뿜는 언월도까지.

정원의 위압 넘치는 모습은 조정에 입조를 하러 온 신하가 아닌, 조공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러 온 적국의 장수처럼 보였다.

“도위님, 낙양 조정에 입조하는 상황이니만큼… 군대의 치중을 좀 가볍게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뒤에서 말을 몰고 있던 장료가 진언했다.

백색의 갑옷을 입은 흑발의 여인은 필시 황제와 조정대신들이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내면서 경계심을 품을 것이라며,

우려에 찬 목소리로 재차 의견을 고하였다.

“필시 조정 놈들은 우리를 병주 촌놈이라며 괄시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오만한 조정 놈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장료의 우려 섞인 말에 오히려 정원은 바라던 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수한 병장기로 무장된 정예부대를 위시하여 병주의 힘을 자랑한 뒤, 백파적과 흑산적의 수급들을 조정에 전리품으로 바쳐 위압을 과시했다.

결코 우습게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정원은 한껏 살벌한 위세를 자랑하면서 황실과 조정은 물론, 낙양 백성들을 크게 떨게 만들었다.

“그렇습니다, 도위!”

“낙양에 입성한 병주의 충용무쌍(忠勇無雙)한 군대로 하여금 만천하가 병주의 적랑(赤狼), 정건양의 이름을 알게 될 것이옵니다!”

북방 일대를 노략질했던 흉악한 오랑캐와 탐욕스러운 도적 떼들을 연전연승으로 격퇴해낸 한나라의 용맹한 맹장.

막강한 군단을 통솔하는 정원에게 수많은 동포들을 잃은 선비족(鮮卑族), 오환족(烏丸族), 흉노족(匈奴族) 등의 북방 민족들은 그를 두려워하여 ‘붉은 늑대’ 라고 불렀다.

항상 정원이 붉은 투구와 붉은 갑옷을 입은 채 선두에서 병마를 지휘하였기 때문이다.

“충용무쌍한 군대를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낙양으로 상경한 이 정원의 소식을 듣고, 북평(北平)의 꼬마아이 또한 제 분수를 깨닫게 될 테지.”

북평 지역의 꼬마아이,

동북(東北) 지역에서 맹위를 떨치면서 차츰 정원의 위치를 위협하기 시작한 공손찬을 일컫는 말이었다.

정원은 북방 전선의 장수들 중에 자기 명성을 따를 자는 결코 없다며 자신을 치켜세웠다.

“멈춰라!!”

이윽고 낙양의 내문(內門)에 들어섰을 때,

성벽 위에 수백 명의 궁수들이 활시위를 당김과 동시에 날카로운 병장기로 무장한 낙양 병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맹도위 정원의 병력을 저지했다.

적군을 막아서는 방어선의 병력처럼, 낙양 장졸들은 크게 경직된 표정을 지은 채 정원의 앞을 막았다.

“내문부터는 더 이상 병력을 대동한 채 들어갈 수 없다! 감히 황상께서 계신 낙양에 감히 무도하게 병마를 이끌고 침입하다니, 네놈들은 대체 어느 나라의 병사들이냐!”

낙양 병력을 통솔하던 장수가 크게 일갈했다.

하지만 적의에 찬 외침에도,

병주의 붉은 늑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무려 수백 명에 달하는 궁수들이 화살을 조준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무엇을 그리 경계하는가! 나는 무맹도위 정원, 황상 폐하께 문후를 여쭙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장수일세! 황실과 조정에 진상할 전리품들을 가지고 왔으니 어서 문을 열게나!”

병주 병력이 좌우로 도열한 채 수십 대의 수레들을 끌고 왔다.

백파적과 흑산적의 수급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썩지 않도록 소금에 절였으나 오랜 행군 때문에 구더기들이 수레에서 들끓고 있었다.

실로 끔찍한 목불인견의 모습에,

그를 본 낙양 장졸들은 입을 쩍 벌리면서 경악하고 말았다. 수레를 보고 대경실색했던 왕광과 반응이 마찬가지였다.

“끔찍한 놈들….”

“인두겁을 쓴 야차 같은 것들 같으니라고!”

중앙의 반란과 황건적의 난을 진압하면서 나름 공훈을 세운 낙양 장졸들조차 구역질을 할 정도로 병주 출신의 군단은 실로 끔찍하고 무자비했다.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며,

그것을 또한 매우 자랑스럽게 자랑한다.

오랑캐의 영역과 근접한 만리장성 전선의 장졸들답게 사나운 짐승으로 취급하는 오랑캐들과 그 습성이 비슷했다.

“비켜. 죽기 싫으면.”

양부와 마찬가지로 붉은색의 갑옷을 걸친 여성 무장이 사납게 이를 드러내면서 위압감을 발산했다.

그녀가 방천화극을 쿵! 하고 내리찍자,

내문 앞을 막아서고 있던 낙양 장졸들이 칼자루에 손을 얹은 채 한 걸음씩 뒷걸음질 쳤다.

“이 병주 촌놈들이…!”

“여기서부터는 군대를 이끌고 들어갈 수 없다! 얌전히 물러나라, 무맹도위!”

낙양 장졸들은 결코 길을 비키지 않았다.

위압감에 놀라 뒷걸음질을 쳤지만,

낙양을 수호하는 군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던 장졸들은 결코 비킬 수 없다며 떨리는 두 다리에 애써 힘을 주었다.

“씨발, 더럽게 약해빠진 놈들이….”

오들오들 떨면서도 길을 비키지 않는 낙양 장졸들의 모습에 여포가 욕설을 내뱉었다.

분개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강제로라도 길을 뚫겠다는 것처럼 방천화극을 양손으로 쥐었다.

“황상께서 계신 궁궐에 당도하게 될 것인데 병마를 이끌고 가는 것은 충신의 도리가 아닐 테지. 지금부터는 나와 휘하 장수들만 내문으로 들어갈 것이다.”

길을 막아선 낙양 장졸들을 향해 방천화극을 휘두르려던 여포는 정원의 외침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혀를 쯧하고 찬 뒤,

흥이 식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등을 돌렸다.

당장에라도 돌발행동을 벌일 것 같았던 여포가 가까스로 물러나자, 장료는 깊게 한숨을 내쉬면서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봉선아, 너는 병마들을 인솔하여 외곽에서 대기하고 있거라. 나는 휘하 장수들과 함께 황상 폐하께 문후를 여쭙고 조정에 입조한 뒤에 돌아오마.”

정원이 말했다.

그에 여포가 항변하듯 입을 열었다.

“나도 궁궐 구경해보고 싶은데, 아버지.”

“네가 아니면 누가 병마를 이끈단 말이냐? 네가 우리 병주 군단의 비장(飛將)이니,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네가 그 자리를 지켜야 할 것이다.”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친위부대의 지휘를 맡기겠다는 정원의 말에 여포는 퉁명스러운 표정을 보이더니 결국 마지못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총애하는 측근들만 대동한 채 궁궐로 가겠다는 정원의 행동에 노골적인 불만을 느꼈지만, 양부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으므로 여포는 불편한 심기를 애써 억누르면서 받아들였다.

“외곽으로 돌아간다!”

“각 군장(軍長)들은 병사를 단속하라!”

장료와 고순이 소리치면서 내문 앞에 집결하여 있던 병마들을 지휘했다.

반면 여포는,

아부를 잘 늘어놓는 소인배들을 측근이랍시고 총애하는 양부의 행동에 여전히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 * *

낙양에 입성한 무맹도위 정원의 병력은 황실과 조정에 있어 큰 위협이자 부담이었다.

정원군은 가히 최강으로 꼽히는 집단으로,

오랑캐와 도적 떼들과의 싸움으로 단련된 일당백의 최정예였다.

비록 그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언제든지 마음만 먹는다면 낙양에서 변란을 도모할 수 있을 정도의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애초에 병주의 번인(番人)들을 낙양 안에 들인 것 자체가 문제였어요! 그깟 놈들은 그냥 새벽이슬이나 맞으면서 벌판에 노숙이나 하게 뒀어야 했다고요.”

황금투구와 번쩍번쩍한 금장식들로 치장한 여성 무장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원군을 받아들인 것 자체가 화근이다.

애초에 놈들을 낙양 안으로 들여선 안 되는 일이었다.

호위장군(虎威將軍) 조홍은 지금이라도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여 낙양을 침범한 병주 출신의 무뢰배들을 모조리 쫓아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호위장군의 주장이 맞습니다.”

“솔직히 소장들도 병주의 야인(野人)을 굳이 낙양으로 들인 황실과 조정의 저의를 모르겠습니다.”

황실과 조정은 변방 장수의 위협에 굴하는 모습을 결코 보일 수 없다며, 정원이 끌고 온 수백 명의 군세를 제지하지 않았다.

이해가 아예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위엄과 자존심을 알량하게 세우려고 화근을 스스로 안으로 들인 높으신 어르신들의 기가 막힌 판단에 불만을 토로 했다.

“자렴, 네 생각에 나도 동의하는 바다. 허나 황실과 조정이 결정한 이상… 지금의 우리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다.”

우장군(右將軍) 조조의 말에 조홍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불만이지만 어쩌겠는가.

청류파(淸流派) 꼰대들의 결정인 것을.

낙양의 군권을 장악하고 있더라도 현재로서는 조정의 실세인 청류파의 지시를 고분고분하게 따를 수밖에 없었다. 청류파를 적으로 돌린다는 것은 곧 유교의 가르침을 숭상하는 수많은 인재들과 척지게 된다는 것과 다름없었으니.

‘괘씸하긴, 누구 덕분에 환관 놈들한테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부려 먹어?!’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는 조조와는 달리, 조홍은 겉치레와 명분을 중시하는 조정대신들의 결정에 못마땅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끝까지 고상한 척 얌전을 떠는,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 무인 처지에서는 당연히 조정대신들의 행태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오나 어림총사는 되도록 병주 병력을, 무림도위 정원의 수양딸인 여포를 자극해선 안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후연이 말했다.

이성휘가 궁궐 경비에 투입되기 전,

병주 최고의 맹장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비장(飛將) 여포를 절대로 건드려선 안 된다는 말을 남겼었다.

하후연은 그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자칫 병주 병력과 충돌하게 될지도 모르는 노골적인 군사행동에 우려를 품고 있었다.

“묘재, 저 한 줌 밖에 안 되는 촌놈들이 뭘 할 수 있겠어요? 지금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우리 병력이 저들의 10배는 족히 넘는데.”

“물론 그렇다만….”

조홍의 반박에 하후연은 이성휘가 남기고 떠난 말에 크게 확신을 느끼진 못했는지, 반박에 쉽게 논파당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쨌거나 맡은 일이나 하자고. 잘난 조정 어르신들이 던진 일 거리잖아. 그렇지, 묘재?”

“알겠습니다, 누님….”

머뭇대는 모습을 보이는 하후연의 어깨를 툭툭 친 하후돈이 병사들을 이끌고 움직였다.

“움직여라!”

“무맹도위의 병력을 감시하라.”

하후연이 이끄는 병력을 비롯해,

순우경의 병력 역시 합류하여 외곽에 주둔하고 있던 수백 명의 정원군을 감시했다.

명목은 치안 유지였지만 사실상 정원군을 경계하고 감시하는 역할이었다. 수천 명이 동원된 노골적인 군사행동이었기 때문에, 정원군은 자신들이 대장군부의 감시와 경계를 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 * *

여포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녀가 노골적인 분개를 터트린 이유는 부관의 갑작스러운 보고 때문이었다.

“지금 주변에 병사들이 쫙 깔렸습니다! 아마 대장군부의 병력 같습니다.”

“놈들이 왜!”

“아마 감시를 하는 게 아닐는지….”

“염병!”

이를 빠득 갈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천화극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린 뒤,

장료와 고순을 대동한 채 무관들을 소집시켰다.

“낙양 놈들이 우리를 포위했다.”

노골적인 감시를 받고 있음에, 여포는 크게 분개한 모습을 보이면서 두 눈을 부릅떴다.

장료는 자신들이 충분히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임을 주장했으나, 여포를 비롯한 과격한 성향의 무장들은 같은 한나라 군인들에게 적군 취급받고 있음에 매우 불쾌해했다.

“치안 때문에 어쩔 수 없어? 우리를 좀도둑 새끼들로 취급하는 모양인데…, 이런 취급받고도 가만히 있으면 병주 출신이 아니지!!”

과격하기 그지없는 여포의 외침에 병주 출신의 무장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병장기를 휘두르며 싸우진 않겠으나,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는 낙양 놈들의 얼굴에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어 했다.

낙양에 입성한 타지역의 군대가 낙양 병력과 주먹다짐한다는 것은 자칫 반역으로도 여겨질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병주 출신의 병사들은 자기네들끼리 과격한 주먹다짐하면서 서열 정리해왔기 때문에, 자기들이 벌이려는 행동이 어떻게 돌아올 수 있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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