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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8화 (38/616)

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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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창검과 바람에 펄럭이는 군기를 높게 치켜든 조정군이 역도들이 강제로 점거한 북궁(北宮)을 완전히 포위했다.

그 병력이 족히 수천이 넘었다.

북궁의 모든 길목들이 막히게 되었다.

속속히 집결하기 시작하는 조정군의 모습을 지켜본 환관들은 적의 포위망이 완성되기 전에 어서 길을 뚫어야 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환관들이 내환에 빠져 있을 때,

효기교위 조조는 황제와 태후를 직접 알현하여 받아 낸 황명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정변 진압에 동원된 모든 부대들에게 지휘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명적(鳴鏑)이 쏘아지는 순간, 모든 병력들은 북궁을 공격하라. 아군이 먼저 선공을 맡겠다.”

사례교위 원소와 하남윤 왕윤, 그들의 휘하 장수들을 모두 소집한 조조는 공격 계획을 전달하면서 정변 진압의 총지휘관임을 명시했다.

황명을 받들어 역도들을 진압하겠다.

그러니 모든 제장들은 내 명령과 지휘를 받기를 바란다.

그에 원소 휘하의 무관들은 물론, 왕윤 휘하의 무관들 또한 언짢아하는 기색을 내비쳤지만 황제와 태후로부터 황명을 하명받은 조조의 권위에 감히 도전하려 하지 않았다.

‘대장군의 참모였던 우리 사례교위께서 군을 이끄시는 것이 순리이거늘…!’

‘새파랗게 젊은 계집이 감히 하남윤 어르신에게 명령을 내린단 말인가! 기고만장한 오만함이 가히 하늘을 찌르는군!’

직급과 연륜, 경험.

조조는 어느 무엇으로도 감히 원소와 왕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황명이 있었다.

황제와 태후로부터 정변 진압의 명령받은 적임자는 효기교위 조조였으며, 그녀의 휘하 병력이 황제와 태후의 신병을 호위하는 상태였다.

게다가 십상시들이 정변을 일으킬 것을 가장 먼저 간파하고 미리 안배를 배치한 것 역시 조조였다. 그녀의 도움을 받아 다행히 목숨을 건지게 된 원소와 왕윤은 조조의 명령을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맹덕 님, 환관들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고가 북궁에 배치된 척후들로부터 올라왔습니다. 놈들이 반격을 개시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야 합니다.”

“귀관의 말이 옳다.”

이성휘의 주장에 조조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일제공격을 앞당기기로 했다.

최대한 빨리 정변을 진압해야 한다.

외부 병력이 궁궐에 개입하게 되면 수많은 준비들 끝에 완성된 현 상황에 무슨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었으므로.

“지휘에 따르도록 하죠.”

원소가 말했다.

그녀는 조조의 지휘에 따라 북궁의 총공세에 나서겠음을 밝혔다.

칼자루를 쥔 사람은 조조였다.

대체 어떻게 십상시들의 정변을 미리 알아차렸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정변 진압의 총지휘관은 황명을 받들고 있는 조조가 수행하는 것이 순리였기 때문이다.

“따르도록 하지. 지금은 오직 북궁을 침탈하고 대장군을 시살한 역당의 무리들을 모조리 추살하는 것에만 집중할 것일세.”

하남윤 왕윤 또한 원소와 마찬가지로 효기교위 조조를 총지휘관으로 인정했다.

급조된 지휘계통을 정리한 뒤,

북궁을 포위한 모든 병력들은 조조의 명령에 따라 공세를 펼치기로 결정하였다.

‘십상시들이 정변을 벌이자마자 신속하게 휘하 병력을 동원하여 남궁을 점거하고, 거기에 황상과 태후에게 황명까지 받아 내다니…. 역시 대단하군요. 맹덕, 이번만큼은 당신의 의도대로 따라주도록 하죠.’

중심의 주인공이 아닌

주변의 들러리가 되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지만,

분명 오랜 시간에 걸쳐 계획을 세웠을 친우를 위해 원소는 이번 한 수를 양보하기로 했다.

‘…그리고 맹덕, 당신의 부관에게 다 갚지 못할 정도의 빚을 졌으니까요.’

조조의 옆을 지키고 있는 이성휘를 힐끗 곁눈질로 쳐다본 원소는 이내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 * *

총공세를 알리는 명적을 하늘 높이 쏘아 올리는 역할을 맡은 무관은 하후연이었다.

활을 높게 치켜든 하후연은,

이윽고 명적을 매단 화살을 허공에 쏘았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익!!!

마치 맹금이 크게 울음소리를 내는 듯한 괴음이 북궁 전역으로 울려 퍼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북궁을 사방에서 포위하고 있던 병력이 공격을 시작했다.

“환관 놈들을 모조리 죽여라!”

“대역죄인들을 모두 참살하여 대장군의 원수를 갚자!!”

수많은 군세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창검을 든 수천 명의 병사들이,

마치 성난 파도처럼 북궁을 향해진격하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진격해 오는 병력을 목격한 십상시 측에서 활을 쏘면서 응전했다. 하지만 분기와 복수심에 불타는 조정군 병사들에게는 어설픈 저항에 지나지 않았다.

“환관 자식들을 모조리 죽여라!!”

하후돈이 날카로운 월도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궐담에 사다리가 일제히 내걸렸다.

정예군들이 궐담을 뛰어넘으면서 북궁 내부로 난입하였다. 창검을 높게 치켜들면서 난입을 방해하는 십상시 병사들을 가차 없이 벤 뒤, 비명과 함께 도망치기 시작한 환관의 뒤를 추격했다.

“이놈들!!”

궐문이 열리면서 말을 탄 순우경이 휘하 기병들과 함께 달려들었다.

창을 내질러 환관의 가슴을 찔렀다.

이윽고 흙바닥에 쓰러진 환관을 군마가 말발굽으로 짓이겨 버렸다.

“그래, 이게 싸움이지!”

궐문을 뚫어낸 하후돈이 이를 드러내면서 도망치고 있던 병사들을 무자비하게 베어죽였다.

그녀의 월도가 매섭게 빛났다.

검광이 번쩍일 때마다 피 분수가 솟구쳤다.

“컥!”

목덜미에 활을 맞은 환관이 그대로 고꾸라져 죽었다.

“누님, 잡졸들은 제가 맡겠습니다. 누님께서는 십상시를 추살하십시오.”

“고맙다, 묘재!”

논공행상(論功行賞) 명단의 선두에 이름이 올라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변의 주동자들, 대장군 하진을 시살했던 십상시들을 벨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하후연 뿐만 아니라,

정변 진압에 참전한 모든 장수들도 알고 있었다.

궐문을 넘은 장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십상시들의 목을 치기 위해서 혈안이 된 상태였다. 이번 진압을 계기로 벼락출세하기 위함이었다.

“커헉!”

“끄아악!”

이성휘가 휘두른 검격에 부리나케 도망치던 환관들이 비명횡사하게 되었다.

얼굴에 검붉은 핏물을 묻힌 채,

가장 선두에서 검을 휘두르던 이성휘는 전각 안에서 쥐 새끼처럼 벌벌 떨고 있던 환관들을 찾아내어 모조리 도살했다.

“이 순우경이 역적 후람을 죽였다!”

기병들을 이끌면서 북궁을 누비던 순우경이 수염을 늘어뜨린 환관의 목을 치켜들었다.

십상시 일파의 일원이었던 후람,

몸뚱이를 잃은 후람의 수급을 번쩍 들어 올리며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패국(沛國)의 하후원양이…, 하운을 척살했다!”

순우경과 동시에 하후돈이 십상시 일파, 하운을 추살하였음을 알렸다.

모든 퇴로들을 막은 상황이었기에,

궁지에 몰린 쥐 새끼가 되어 버린 십상시들은 차례대로 대장군부 장졸들에게 살해당했다.

또한 십상시를 따라 정변에 가세했던 궁중 환관들도 떼죽음을 당하게 되었다. 의지하던 대장군을 잃은 대장군부 병사들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환관 사냥에 열중했다.

“장양과 조충은 어디로 내뺐나?”

“모, 모른다…! 죽여라!”

목덜미에 칼끝이 겨눠졌음에도 환관은 우악스러운 목소리로 실토를 거부했다.

그에 이성휘는 검을 휘두르면서,

환관의 목을 사정 없이 날려 버렸다.

‘기존 역사와 달리, 십상시들은 결국 황제와 발해왕의 신변을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장양과 조충, 두 우두머리 놈들이 낙양을 탈출하여 병주목 동탁과 무맹도위 정원에게 넘어가 버리면 모든 계획들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반드시 두 역적 놈들을 찾아야 한다.

입신양명이 목적인 무관들과는 달리,

이성휘는 철저히 정변 진압의 완성을 위해 검을 휘둘렀다.

족히 스무 명이 넘는 환관들을 베고 북궁 중심부에 발을 들인 이성휘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장양과 조충의 뒤를 추적했다.

“크학!”

이성휘가 자신이 살해한 환관들의 주검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외마디 비명과 함께 갑옷을 입은 조정군 병사가 피 웅덩이 위로 풀썩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다.

다른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검을 휘두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환관들에 의해 하나둘씩 쓰러지거나 뒷걸음질 치며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었다.

“자, 장양이다!”

“조충… 수괴 놈들을 발견했다!”

장양과 조충,

선황(先皇)이었던 영제(靈帝)로부터 아버지와 어머니라고 불리었던 늙은 환관들이 검을 늘어뜨린 젊은 환관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나타났다.

놈들은 덕양전(德陽殿)에 숨어 있었다.

덕양전은 무려 1만 명이 넘는 인원들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 궁궐로, 아마 북궁을 장악했던 십상시 일파들이 지휘부로 둔 것 같았다.

그래서 장양과 조충, 두 늙은 환관들이 비 오는 날의 지렁이처럼 바깥의 비명 소리들을 듣고 덕양전에서 기어 나온 듯했다.

“힘을 내시옵소서, 어르신!”

상방감(尙方監) 거목이 조정군 병사들의 핏물을 머금은 칼끝을 앞을 향해 겨누면서 소리쳤다.

다른 환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왜소하고 가냘픈 체격을 가진 다른 환관들과는 달리, 키가 크고 어깨가 쩍 벌어진 무골(武骨)이었다.

‘한나라 환관들 중에 검을 잘 쓰는 자들이 여럿 있었다고 했는데 바로 그놈들인가?’

환관이라고 하면 여자 같은 목소리, 왜소한 체격에 무거운 것 하나 못 드는 말라깽이를 떠올릴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환관들이 그렇겠지만,

일부 환관들은 무관보다도 키가 장대하며, 또한 천하장사 같은 힘을 자랑하는 맹자(猛者)가 더러 존재했다.

장양과 조충을 호위하는 젊은 환관들, 앞을 가로막는 조정군을 베어내면서 강제로 길을 열려고 하는 저 환관들이 바로 그러한 맹자일 것이다.

“물러서라.”

날카로운 칼솜씨에 놀라 뒷걸음질 치기 바쁜 조정군 병사들을 밀어내면서 이성휘가 앞으로 다가섰다.

‘오늘 진짜 힘들군.’

검을 늘어뜨린 환관들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서던 이성휘는 대체 오늘 몇 명을 죽였더라, 라는 짧은 상념에 빠졌다.

모르겠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마구 죽여 댔으니까.

살육에 무덤덤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살육에 무뎌질 줄이야.

스스로가 경악할 정도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다.

“윽!”

이성휘가 거칠게 손을 뻗으면서 한 무관이 쥐고 있던 칼자루를 빼앗았다.

쥐고 있던 검과 빼앗은 검,

두 자루의 검들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로 환관들의 앞에 섰다.

“네놈은 누구냐! 어서 길을 비켜라!”

거목이 크게 일갈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성휘는 여전히 앞을 가로막은 채였다.

그저 입을 꾹 다물고서, 최대한 말을 아꼈다. 빨리 싸움을 끝내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으니까.

“놈을 죽여라!”

거목의 외침에 젊은 환관들이 검을 휘두르면서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에 이성휘 또한 움직였다.

날아드는 검을 막아 내고 피하면서 한 걸음을 또 다가선 뒤, 양손을 동시에 움직이면서 환관들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카학!”

“푸후우웁!!”

입에서 피를 토해내거나 피를 분사하면서,

환관들이 연이어 쓰러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거목은 물론, 장양과 조충 또한 마치 요술을 부리는 도깨비를 보는 것처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아아아아!!!”

부하 환관들이 실 떨어진 연처럼 차례대로 쓰러지는 모습을 본 거목이 괴성을 내지르면서 달려들었다.

나는 대장군 하진을 죽인 몸이다.

그리고 또한, 지금까지 십상시의 천하를 거역했던 수많은 역도들을 벤 무인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망설이지 않았다. 비록 상대가 도깨비 같은 놈이라고 할지언정, 십상시의 일원으로서 결코 물러설 수 없었기 때문에.

“이놈!!”

달려드는 것과 동시에 날카로운 칼끝이 거목의 가슴을 꿰뚫었다.

살덩이를 베고 폐부를 찌르는 칼날,

칼날이 깊숙하게 박히자 거목의 장대한 몸이 우두커니 멈춰 섰다.

그리고 이성휘는 거목의 가슴을 관통한 검의 칼자루를 놓은 뒤, 두 손으로 다른 한 자루의 검을 크게 휘두르면서 거목의 몸을 베어 갈랐다.

거친 일합(一合)과 함께 도끼에 쪼개진 장작더미처럼 피를 쏟아 낸 채 쓰러진 거목의 주검 위로, 온몸에 피칠갑한 이성휘가 다가서면서 늙은 환관들의 숨통을 끊어 버렸다.

“효기교위에게 전해라. 중상시 장양과 중상시 조충을 벴다고.”

환관들의 주검으로 더미를 높게 쌓은 이성휘는 결국 중상시 장양과 조충마저 죽여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리고 재차 검을 휘둘러,

늙은 환관들의 머리를 목에서 잘라 냈다.

“예, 예…!!”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늙은 환관의 목을 자르는 이성휘의 모습에 뒤로 엉덩방아를 찧은 무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른 병졸들도 마찬가지였다.

감히 어느 누구도 정변 수괴들의 수급을 가로채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온몸을 시뻘겋게 물들인 무관과 시선이라도 마주칠까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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