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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7화 (37/616)

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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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곡장(部曲長) 오광, 호분 중랑장(虎賁中郞將) 원술 등의 대장군부 인사들이 십상시들이 정변을 일으켰다는 사실과 함께 대장군 하진이 그들의 손에 시살되었음을 알게 된 것은 상당 시간이 경과한 뒤였다.

이미 조조가 남궁을 점거했으며,

원소가 본격적으로 십상시가 일으킨 정변의 진압에 투입되었을 때였다.

환관 년과 천한 종년이 자신을 기만하듯 미리 선수를 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원술은 노골적으로 분개하면서 휘하 무관들을 소집시켰다.

“조조, 원소! 이 빌어먹을 년들이 미리 작당하고 나를 기만했단 말이지…! 대체 그 년들은 어떻게 환관 놈들이 반란을 일으킬 줄 알고 미리 선수를 쳤단 말이냐!”

혹시 환관들과 짜고 내통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한 원술이었지만 그럴 리는 없다고 부정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환관 년이라면 몰라도 얼녀 계집은 결코 십상시들과 손을 잡지 않을 것이다. 군사회의가 열릴 때마다 끊임없이 십상시들을 모조리 척결해야 한다며 번번이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도련님, 대장군이 시살되었다면 정변을 일으킨 환관들의 기세가 실로 사나울 것입니다. 여남원씨 사병들 또한 집결시키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래, 네 말이 옳다! 모든 사병들을 소집하도록 해라! 숙부와 형님에게는 내가 일러두도록 하마!”

“예, 알겠습니다!”

호분 중랑장인 원술은 황실 근위대를 관장하고 있었다.

서둘러 황궁으로 들어가야 한다.

현재 황실 근위대와 휘하 병력들이 십상시가 일으킨 정변으로 인해 궁궐에 고립된 상태일 터였기에.

가문 사병들을 이끌고 궁궐에 입성하여 황궁 근위대를 구출한 뒤, 다른 장군들과 연합하여 정변 진압의 주도권을 반드시 잡아야 했다.

‘하진, 그 천출 놈이 죽었다면 필시 대장군부 세력이 산산이 흩어졌을 터. 천출 놈의 뒤를 이어 새로운 대장군이 되기 위해선 이 정변을 이용해야 한다!’

한때나마 충성을 바친 상관이었음에도 원술은 십상시의 손에 어이없게 죽임을 당한 하진을 ‘천출’ 이라며 멸시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원술이 고개를 숙인 상대는 한나라의 대장군이지, 소돼지나 잡던 천민 나부랭이가 아니었으니까.

“환관 놈들이 일으킨 정변을 이 원공로가 속전속결로 진압하여 권력의 향방을 가를 것이다!”

시녀들의 도움을 받아 화려한 광채를 내는 갑옷을 입은 원술이 호기롭게 외쳤다.

그는 군사적 능력이 다소 모자랐지만,

사세삼공(四世三公)으로 명성을 크게 떨치고 있는 여남원씨 가문의 적통답게 정치적인 방면에서는 기민한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십상시가 일으킨 정변을 최종적으로 진압하는 일등 공신이 하진의 후계자가 될 것을, 무주공산이 되어 버린 한나라의 권력을 손아귀에 쥐는 위정자가 될 것을 본능적으로 간파했다.

“공로, 너에게 가문 사병들을 맡길 것이다! 정변을 진압하고 우리 가문의 명성을 한나라 전역에 널리 떨치도록 하거라!”

“예, 형님!”

친형인 태복(太僕) 원기의 말에 원술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용맹함을 드러냈다.

이 원공로에게 기회가 왔다.

비록 환관 년과 얼녀 년에게 선수를 빼앗겼으나 단숨에 우위를 빼앗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가문의 병력은 족히 수백 명이 넘었으며, 여남원씨 가문에 충성하는 사대부와 호족들의 사병들까지 모두 합치면 2천에 달했다.

또한 휘하에 한나라 제일의 정예부대로 명성을 떨친 황실 근위대가 있었다.

“역도들이 궁궐을 범하였다면 응당 사세삼공의 우리 여남원씨 가문이 한나라의 사직을 수호해야 되지 않겠느냐.”

“출병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형님.”

종형(從兄) 원유와 종제(從弟) 원윤이 여남원씨 사병들을 이끌고 합류했다.

뿐만 아니라 다급하게 소식을 듣고 합류한 사대부와 호족들의 사병들 또한 병력의 상당수를 이루고 있었다.

“도련님, 부곡장은 이미 군대를 이끌고 궁궐로 향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상당수의 장군들 또한 대장군의 원수를 갚겠다며 혈안이 된 모양입니다.”

“흥, 어리석은 것들. 그까짓 복수가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대장군 하진의 죽음에 크게 격분한 오광과 대장군부 장군들의 감정적인 행동을 원술은 크게 비웃었다.

천출 놈이 죽은 것은 아무래도 좋다.

지금 중요한 것은 대장군 하진, 그 멍청한 천출 놈이 죽으면서 속세에 흘리고 간 권력을 누구보다도 잽싸게 주워 담는 일이다.

“지금부터 궁궐로 간다! 우리는 지금부터 천인공노할 대역죄를 범한 환관 놈들을 모조리 참살하고 한나라의 사직을 수호할 것이다! 명예로운 사대부와 호족들이여, 역도들을 무찌를 창검을 들어라!!”

원술의 호기로운 선언에 수많은 사대부와 호족들이 결의를 외치면서 고함을 내질렀다.

환관들이 점거한 전각들을 불태우리라!

앞을 가로막는 역도들을 모두 분쇄하고 부패한 환관들의 씨를 말려 버리리라!

‘남양하씨(南陽何氏), 천출 연놈들이 한나라의 천하를 논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이제부터는 우리 여남원씨가 천하의 패권을 논할 것이다!’

마침내 여남원씨가,

여남원씨 가문의 적통인 호분 중랑장 원술이 칼날을 빼 들었다.

남궁을 점거한 조조군과 북궁에서 출진한 환관들의 군세가 대립하고 있을 시각,

여남원씨를 중심으로 세력을 결성한 사예주의 사대부와 호족들이 집결하여 정변 진압에 나섰다. 급하게 결성된 병력들이었기에 다소 엉성한 부분들이 많았지만, 호분 중랑장 원술은 하늘을 찌를 정도의 자신감에 찬 상태였다.

* * *

북궁에 터를 잡은 채 정변을 주도하고 있던 십상시들은 현재 내분을 겪고 있는 상태였다.

대장군 하진을 참살한 것은 좋았으나,

그 이후의 계획들이 모조리 어긋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진의 수급을 베어 궐문에 걸면 대장군부 세력이 사분오열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으나, 오히려 대장군 하진의 죽음에 대장군부 장군들은 원수를 갚겠다면서 길길이 날뛰었다.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오!”

“얼녀 년을 추살하기 위해 송현으로 떠난 상악감과 상시는 어찌 되었는가!”

“사례교위와 하남윤의 직위를 빼앗은 다음에 궁궐과 낙양의 군대를 발아래에 두는 것이 우리들의 계획 아니었소이까? 헌데 어찌하여 아무도 병력을 이끌고 오지 않는 것이오!!”

사례교위 원소를 죽이지 못했고,

하남윤 왕윤의 체포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심지어 원소와 왕윤의 제거에 투입되었던 일원들조차 그 행방에 묘연해지면서 공포와 두려움이 엄습하게 되었다.

공포는 절망으로,

두려움은 절박함으로 퍼져나갔다.

정변은 실패했다.

정변을 일으킨 우리들에 손이 쥔 것이라고는 천출의 수급 뿐.

대장군부 세력에게 빼앗겼던 권좌를 되찾겠다는 포부와 열망은 무관들의 창검 아래에 싸늘하게 짓밟히게 되었다.

“조조… 네 이년이…!!”

자신들의 거사를 처음부터 간파한 사람은 효기교위 조조가 유일했다.

분명 그 년의 원흉이다.

거사가 실패하였음을 직감한 중상시 장양은 조조가 실패의 원흉이며, 미리 안배를 발휘하여 원소와 왕윤의 추살을 저지한 것으로 생각했다.

‘사예주에서 흉명 높은 검객들을 모두 동원하였건만…! 그 년의 휘하에 대체 어떤 놈들이 있기에…!!’

수많은 칼잡이들을 동원했다.

결코 실패하지 않도록, 가장 중차대한 일이었기 때문에 원소의 암살에 정예들만을 투입시켰다.

그런데 어째서,

수많은 인명들을 무자비하게 살생해온 칼잡이들이 겨우 계집 하나를 죽이지 못했단 말인가!

“중상시!”

사실상 정변이 실패했음을 깨닫고서 상념에 빠져 있던 장양을 부른 사람은 중상시 조충이었다.

조충이 재차 입을 열었다.

“사태가 불리하니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상책일 것 같소이다. 중상시는 어찌 생각하시오?”

그에 장양이 침음을 삼켰다.

자신 또한 조충과 똑같은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 됩니다, 어르신! 낙양을 떠나면 대체 우리가 어느 세력을 의지해야 한단 말입니까?”

북궁 덕양전(德陽殿)을 수비하고 있던 상시 단규가 장양과 조충에게 말했다.

후일을 도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장군 하진을 시살하고 궁궐을 침범했던 우리가 낙양을 버리고 도망치면 천하의 모든 제후들이 우리의 목숨을 노릴 터.

차라리 모두 함께 옥쇄(玉碎)를 각오하고 싸우느니만 못한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웁시다!”

“황제와 태후를 확보하기만 하면 우리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소!”

상시 단규와 함께 결사(決死)를 주장하는 환관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 승산이 있다.

여전히 이길 방법이 존재했다.

현재 남궁을 점거하는 병력은 효기교위 조조가 이끄는 휘하뿐이다. 비록 아군의 군세가 열세이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대장군부 병력이 모두 집결하기 전에,

조조가 점거하는 남궁을 공격하여 황제와 태후의 신병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대장군 하진의 시살로 시작된 거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대장군을 제 손으로 시살했듯, 쥐 새끼처럼 기회를 노려 남궁을 점거한 효기교위 조조를 또한 제 손으로 치겠습니다!”

하진의 수급을 베었던 상방감 거목이 검집에 납검되어 있던 검을 치켜들면서 외쳤다.

고강한 검술을 자랑하는 환관은,

혼란스러운 틈을 노려 효기교위 조조를 추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에 상시 단규와 전면전을 주장하는 환관들은 대장군 하진의 목을 쳤던 거목이라면 필시 조조를 참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모았다.

* * *

팔에 박힌 화살촉을 뽑고 응급치료까지 모두 끝낸 이성휘는 절대로 거동해선 안 된다는 의원의 충고를 뒤로한 채 하남윤 왕윤이 이끄는 병력과 함께 궁궐로 나아갔다.

정변 진압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왔다.

사례교위 원소가 이끄는 궁궐 병력에 이어 하남윤 왕윤의 낙양 병력이 합세하게 되면서 북궁에서 웅거하는 십상시 세력을 완전히 포위할 정도의 대군이 완성되었다.

“쥐 새끼 같은 환관 놈들이 도주하지 못하도록 모든 통로들을 막아두었네, 본초!”

“북궁을 모두 태우는 한이 있더라도 십상시들을 속히 제압해야 해요. 필시 중앙의 혼란을 노리고 군대를 일으킬 역도들이 있을 테니까요.”

양주(凉州)의 병주목(并州牧) 동탁과 병주(并州)의 무맹도위(武猛都尉) 정원의 개입을 우려한 원소는 속전속결로 정변을 진압해야 한다는 명령을 휘하 장수들에게 전달했다.

이윽고 북궁을 완전히 포위한 뒤,

사방에서 북궁을 들이침으로서 십상시 세력들을 완전히 끝장내기 위한 공격을 결행하려 했다.

“낙양과 사예주(司隸州)의 모든 군대들은 정변 진압을 위해 목숨을 바칠 걸세!”

다른 장수들처럼 두터운 갑옷을 입은 왕윤이 새하얀 수염을 늘어뜨린 채로 소리쳤다.

마치 젊은 날로 돌아간 듯,

백발과 흰 수염이 성성한 노신은 어느 때보다도 사나운 눈빛으로 북궁에 있을 역도들을 향해 살의를 드러냈다.

‘원소와 왕윤의 병력이 삼면(三面)을 완전히 포위하고 있고, 남궁의 조조가 정면을 담당하고 있다. 북궁의 포위에 동원된 모든 병력들이 일제히 공격을 개시한다면 반나절 채 되지 않아 정변을 진압할 수 있겠지.’

사례교위 원소, 하남윤 왕윤과 함께 북궁을 바라보고 있던 이성휘는 원소 휘하의 무관을 보내어 남궁의 조조에게 포위 사실을 알렸다.

이제 곧 총공세가 시작된다.

낙양과 사예주의 조정군이 십상시와 환관 세력들을 모조리 처단하고 북궁을 탈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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