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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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게 뻗은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송현(松縣)은 은은하게 코를 자극하는 맑은 솔상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지금 소나무 숲 아래에는,
비릿한 피비린내만이 자욱하게 들어선 채였다.
“괴물 같은 놈…!”
“무, 물러서라!”
검은 복면을 두른 검객들이 날카로운 칼끝을 겨눈 상태로 한 걸음씩 뒷걸음질 쳤다.
덜덜 떨리는 칼끝,
칼자루를 쥔 두 팔이 겁에 질린 상태였다.
정자 위에 올라섰던 5명의 검객들이 삽시간이 쓰러진 것으로도 모자라, 그 아래에 있던 검객과 사병들까지 베어내기 시작한 무관의 귀신 같은 칼솜씨에 혼비백산하듯 크게 놀라 소리쳤다.
“트, 틀림없다! 놈이 용저다!”
“서른 명이 넘는 검객들을 모두 죽였다는 그….”
궁궐을 습격했던 서른 명의 살수들을 혈혈단신으로 찢어발겼던 젊은 무관.
사예주에서 내로라하는 칼잡이들을 모두 싸늘한 주검으로 만들어 버린 이성휘의 무명은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살수들 사이에서 특히 소문이 자자했다.
용저재림,
용저가 살아 돌아왔다고 궁인들이 떠들 정도로 괴물 같은 무예를 자랑하는 무관이 표적을 지키고 있음에 살수들은 난색을 드러냈다.
“그아아아!!”
살수들 중 한 명이 크게 기합을 내지르면서 두 손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이내
쩌엉,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부러졌다.
원소를 앞에서 호위하던 이성휘에게 달려들었던 살수는 검과 함께 몸뚱이가 찢겨나갔다.
풀썩. 호기롭게 달려들었던 살수가 대량의 핏물을 쏟아 낸 채로 죽어 버리자 칼끝을 겨눈 채 벌벌 떨 뿐이던 살수들이 어깨를 떨었다.
등골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이성휘가 한 걸음씩 앞으로 다가설 때마다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뭣들 하는가! 어서 원가 년을 죽이지 않고!”
상시 율숭이 소리쳤다.
갑작스레 날아든 날카로운 창날에 비명횡사한 상악감 고망의 죽음에 소스라치게 놀라던 율숭이 살수들을 재촉했다.
그러나 그런데도 살수들은 감히 이성휘에게 달려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날뛰던 살수들이 모두 겁을 먹었군요….’
이성휘의 뒤에서 떨리는 손으로 검을 치켜들고 있던 원소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면서 중얼거렸다.
족히 10여 명이 넘는 검객들,
송현에 모인 사대부와 유자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했던 자들이었다.
그러나 피에 미친 살귀처럼 날뛰던 검객들이 단 한 명에게 막혀 벌벌 떨고 있었다.
피칠갑한 이성휘의 등 뒤를 바라본 원소는 필시 그의 모습이 살수들에게 있어 크나큰 공포로 느껴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큽!”
화살 한 대가 날아들었다.
원소를 노린 날카로운 화살,
살수들 중 한 명이 소나무 뒤에 숨어 활을 쏜 것이었다.
화살을 목격한 이성휘가 원소를 밀치면서 팔을 뻗었다.
화살이 이성휘의 팔에 박히게 되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근육을 뚫진 못했는지 날카로운 화살촉만 팔에 박힌 정도였다.
“크학!”
이성휘가 반대편 팔을 휘두르면서 검을 내던져 활을 쏘았던 살수를 절명시켰다.
그리고 그 뒤,
바닥에 떨어진 주인 없는 검을 주워들면서 살수들을 위협하듯 허공에 휘둘렀다.
“화, 화살이…! 어서 추슬러야….”
원소가 떨리는 목소리로 두 손을 뻗었다.
자신을 대신해 활을 맞았음을 알기에,
그녀는 화살이 박힌 이성휘의 팔을 보고는 죄책감이 담긴 중얼거림으로 걱정을 토해냈다.
“괜찮습니다.”
이성휘는 자기 팔에 박힌 화살을 꺾어냈다.
팔에 박힌 화살촉은 그대로 둔 채,
대나무로 만들어진 화살대를 난폭하게 부러뜨렸다.
“놈이 팔에 활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