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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30화 (30/616)

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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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병주 산맥지대의 흑산적과 십상시 무리들을 함께 엮어서 처단해야 했다.

부패와 구태의 상징인 십상시들,

그들을 모두 척결해야만 비로소 모든 후환을 제거하고 한나라의 권좌를 거머쥐게 될 수 있을 테니까.

원소는 하진을 황제보다 높고 위대한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자리에 올리려 하고 있었다.

그를 만인지상의 자리에 추대한 뒤,

지금까지의 많은 공헌과 활약들을 바탕으로 대장군부의 2인자 자리를 확고하게 다지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언젠가…,

하진의 뒤를 이어 그 자리를 물려받겠다는 야욕을 품고 있었다.

“허나 태후께서 결사반대를 주장하지 않으셨나. 분명 그 내막을 알고 계신 것일세.”

흑산적을 이용해 십상시를 친다,

궁중의 더러운 진흙탕 같은 정치판 속에서 온갖 암계들을 휘둘렀던 태후답게 눈치가 매우 빨랐다.

분명 대장군부를 경계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정부패의 상징이며, 청류파 인사들이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고 있는 십상시들을 품으면서까지 대장군부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후우…. 예상은 했지만.”

순우경의 말에 원소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자기 머리를 헝클었다.

일이 순탄하게 풀리는 듯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앞을 가로막는 장해가 나타났다.

우유부단한 하진을 뒤에서 부채질하는 것만 하더라도 고단하거늘, 황실의 최고 어른이자 황제를 대신하여 섭정을 행하는 하태후가 길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그에 원소는 조용히 고개를 떨군 채,

비상시를 대비하여 마련해 둔 책략을 꺼내야 될지를 망설였다.

‘무맹도위 정원이 이끄는 휘하의 별동대를 흑산적으로 위장하여 맹진(孟津)을 불태운 뒤, 흑산적의 악랄한 소행을 비판하면서 선황과 함께 흑산적에 대한 회유정책을 펼쳤던 십상시들에 그 죄를 물어 교살한다….’

낙양으로부터 그리 머지 않은 곳에 있는 맹진이 흑산적의 끔찍한 습격을 받게 된다면 여론이 크게 들썩이게 될 터.

조정대신들이 나서서 선동하고,

지방의 유자들이 불안에 빠진 민심을 자극한다면,

조회에서 거센 반대를 외쳤던 하태후는 거센 여론에 부딪치면서 결국 대장군부의 흑산적 토벌을 윤허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제가 사흘 내로 대장군께 방안을 마련하여 올리도록 하죠.”

“하태후의 결단을 꺾을 방안이 있단 말인가?”

원소의 말에 순우경이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그에 원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직은 초기 구상에 불과합니다만. 방안이 마련되면 가장 먼저 교위에게 말씀드리겠어요.”

“본초, 자네만 믿고 있겠네.”

이미 원소는 흑산적 자작극을 통해 여론 공세를 펼친다는 방안을 마련한 상태였지만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에 순우경에게도 그것을 알리지 않았다.

맹진을 습격하게 되면,

분명 수천 명이 넘는 무고한 백성들이 목숨을 잃게 될 터.

가슴속에 품은 대망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희생과 비난이라도 받아들이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맹세했건만 아직도 여전히 인간적인 마음이 남아 있었는지 우유부단한 망설임을 느꼈다.

“교위께서는 태후의 동태를 주시해주세요. 저는 대장군의 부름이 있을 때까지 저택에서 방안을 마련하고 있을 테니.”

“알겠네. 가덕전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보이면 바로 자네에게 알리도록 하지.”

순우경에게 당부의 말을 한 뒤,

원소는 시급히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장군부를 빠져나온 원소는 고개를 돌려 순우경이 있는 집무실을 힐끗 쳐다보고는, 한탄이 섞인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정신 차리세요, 본초. 설마 이제 와서 위선이라도 부릴 셈인가요? 위선자가 되기엔 늦었어요. 지금까지 대장군부를 위해 수많은 정적들을 교살한 주제에 무고한 희생들이 무서워 대의와 대망을 망설이다니.’

내 계책으로 인해 수천 명에 달하는 맹진 백성들이 무고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라도,

그저 성공을 위해 나아갈 뿐이다.

나를 핍박하고 괄시했던 여남원씨 가문의 늙은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반드시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를 것이다. 노비 신분의 어머니를 둔 얼녀(孽女)라도 마땅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능력과 의지만 있다면 대의와 대망을 이룰 수 있음을 천하에 증명해야 했으니까.

* * *

사례교위 원소를 감시하던 장덕전(章德殿)의 환관이 수상쩍은 발걸음으로 궐문을 빠져나왔다.

궁녀가 향한 곳은 장양의 저택,

정변을 꾀하는 십상시들이 집결한 곳이었다.

“원소가 대궐을 나와 저택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본가인 여남원씨 가문으로부터 갖은 학대와 멸시를 받아온 원소는 원가부(袁家部)에 머물기를 거부하고 새로 마련한 별저에 머물고 있었다.

인근에 소나무 숲이 있는 송현(松縣).

명망 높은 학자와 명사들이 두루 사는 장소에 원소의 별저가 위치했다.

장덕전 궁녀로부터 원소가 저택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들은 십상시들은 사예주에서 무명을 떨친 검객들을 그녀의 별저로 보낼 준비했다. 신속하게 원소를 제거하고 사례교위의 권한을 빼앗기 위해서였다.

“이게 바로 천출 놈에게 보낼 태후의 조서일세.”

상석에 앉은 장양에 좌중에 모인 환관들에게 위조한 태후의 조서를 펼쳤다.

아니, 그것은 가짜가 아니었다.

태후의 직인이 찍혀 있었으므로 늙은 여우의 손아귀에 있는 조서는 진짜였다.

“후람, 천출을 칠 준비는 되었는가?”

장양이 물었다.

그에 은밀히 궁궐 내부에 검객들을 배치한 후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성찬문(盛饌門)에 궁인으로 위장한 검객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천출이 성찬문을 넘는 즉시, 검객들은 문을 틀어막은 다음에 하진과 그 일파들을 모조리 도살할 것입니다!”

태후의 가짜 조서를 내세우며 북궁(北宮) 성찬문으로 하진을 유도하여 교살한다.

이미 준비는 끝난 뒤였다.

환제(桓帝)와 영제(靈帝), 2대에 걸쳐 궁중을 장악해온 환관들답게 대장군부에게 모든 권력을 빼앗겼음에도 궁중을 제 안방처럼 휘어잡았다.

“왕윤은 제가 맡겠사옵니다. 반란획책 혐의로 왕윤을 체포한 뒤, 하남윤의 권한으로 낙양의 모든 관문들을 폐쇠하고 휘하 병력을 보내 대장군 일파들을 모조리 일망타진하겠사옵니다!”

“허상, 자네의 역할이 중요하네. 부곡장 오광, 점군사마 장장, 호분 중랑장 원술, 주부 진림, 시어사 정태, 상서 노식…. 대장군부 인사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게.”

“명심하겠사옵니다, 어르신.”

태후의 가짜 조서로 하진을 북궁 성찬문으로 유도하는 것과 동시에 거사를 시작한다.

원소를 살해하고 왕윤을 체포한 뒤,

궁궐과 낙양을 동시에 점거하여 대장군부가 반격을 시도하기 전에 속전속결로 끝내야 했다.

“효기교위 조조는 어찌하는가.”

“오늘 조정에 병가를 내고 고향에서 상경한 친척을 만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상황에 고향 친척을 맞이하고 있다라…. 태평하기 짝이 없군. 허나 우리에게는 아주 잘된 일이지. 계속 철저히 감시하게.”

사례교위 원소는 저택에,

효기교위 조조는 오늘 병가를 내고 고향 친척을 만나고 있는 중이다.

이것이 바로 천재일우가 아니겠는가. 금군의 지휘권을 가진 대장군부의 두 여걸들이 모두 궁궐을 비운 상태였다.

장양과 환관들은 필시 하늘이 자신을 돕고 있는 것이라고 여겼다.

“살수로 투입된 인원들은 사예주에서 그 명성이 자자한 검객입니다. 숙련된 검객들답게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일을 처리할 것입니다.”

매관매직을 통해 축적했던 비자금을 털어 날랜 솜씨를 자랑하는 검객들을 고용했다. 또한 숙련된 사병들 또한 정변에 가담하였다.

준비는 모두 완벽했다.

나머지는 거사를 결행하는 것뿐이다.

“너는 어서 가덕전으로 가서 태후의 궁녀에게 거사를 결행하라고 이르거라.”

“알겠습니다, 어르신.”

원소가 저택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고했던 장덕전의 궁녀가 장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덕전의 궁녀를 포섭해 두었다.

생면부지의 궁녀가 태후의 조서를 전달하면 하진이 의심할 가능성이 있어서 십상시는 하진과 안면이 있는 궁녀를 포섭하여 가짜 조서를 전달하도록 했다.

“그럼 저희들도 움직이겠습니다.”

“어르신께 원소의 목을 가져오겠사옵니다.”

사례교위 원소의 척살을 맡은 상악감 고망과 상시 율숭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또한 원소를 죽이고 사례교위의 권한을 빼앗으려는 번릉 또한 지리에서 일어섰다.

“송현으로 간 원소를 친다. 한 치의 실수 없이 원가 년을 죽여야 할 것이다.”

고망과 율숭이 문밖을 나서자,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스무 명이 넘는 숙련된 검객들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사냥꾼으로 위장한 십상시의 사병들이 뒤를 따르면서 원소의 저택에 있는 송현으로 향했다.

십상시들의 정변이 시작되었다.

장덕전의 궁녀가 가덕전으로 향한 것과 동시에, 대장군부의 2인자였던 사례교위 원소를 척살하기 위한 암살대가 장양의 저택을 벗어났다.

* * *

환관들이 첩자에게 들은 보고대로 조조는 예주(豫州) 패국(沛國)에서 상경한 친척, 하후연을 만나고 있었다.

하지만 친척을 만난 이유는 그간의 회포를 풀기 위함이 아니었다.

십상시가 대장군 하진을 살해하는 순간,

하후돈이 이끄는 휘하의 금군 병력과 하후연이 이끄는 조씨 가문의 사병들을 모두 동원하여 궁궐을 장악하기 위해서였다.

“누님, 모든 준비들을 끝냈습니다. 명령을 내리시는 즉시 십상시들이 장악한 궁궐을 공격할 것입니다.”

하후연이 사병들이 모든 준비를 끝낸 뒤, 출병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음을 보고했다.

금군교위에 임명된 하후돈의 아랫동생인 하후연은 준수한 용모를 가진 청년이었다. 활을 쥔 채로 족매(族妹)인 조조의 명령을 기다렸다.

“언니, 장양의 저택을 방문했던 궁녀가 다시 궁궐로 돌아간 것을 확인했어요. 분명 태후가 있는 가덕전에 가는 것이겠죠.”

“그렇겠지.”

조홍의 보고에 조조가 감았던 두 눈을 슬며시 뜨면서 드디어 때가 도래했음을 직감했다.

결의에 찬 표정을 지으면서,

조씨 가문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가보인 의천검(倚天劍)을 들어 허리에 찼다.

“그럼 이제 궁궐로 쳐들어가는 거지?”

하후돈의 성급한 행동에 조조가 고개를 저었다.

“우선 정변을 일으킨 환관들이 하진을 죽여야 한다. 놈들이 하진을 살해하고 궁궐과 낙양을 점거하려 시도하는 순간, 그때 우리가 궁궐에 입궐하여 정변을 일으킨 십상시 세력을 축출할 것이다.”

조조는 십상시가 일으킨 정변을 진압한다, 라는 훌륭한 명분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가벼이 움직이지 않았다.

정변을 주도한 십상시 일파가 하진을 참살하는 것을 잠자코 기다렸다.

십상시 세력과 대장군부 세력을 모두 끝장내기 위해선 대장군부의 우두머리이자 세력의 구심점인 하진이 죽어야만 했다.

“맹덕 님, 이제 가 보겠습니다.”

“…조심하도록.”

“예.”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을 때,

이성휘가 한 걸음 조조에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그에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올게요.”

이성휘를 따라 조홍 또한 떠날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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