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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9화 (9/616)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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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의 저택에 전군교위의 병사들이 난입했다는 소식을 들은 중상시(中常侍) 조충은 반란모의가 발각되었음을 깨닫고는 그 소식을 건석에게 알렸다.

전군교위 조조는 대장군부에 속한 인물.

다시 말해 대장군 하진이 움직였다는 뜻이다.

금군의 모든 통솔권을 쥐고 있는 상군교위 건석이 목숨을 잃은 순간, 십상시는 모든 힘과 권력을 잃은 채 몰락하게 될 것이다. 그를 우려한 조충은 건석이 미리 도주할 수 있도록 은밀히 사람을 보내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잡아라! 건석이 도망친다!”

“놈을 추격하라! 대역죄를 놓쳐선 안 된다!”

황궁으로 향하는 모든 길목을 차단하고 있던 대장군부 병사들이 건석의 뒤를 쫓았다.

한 대의 마차가 요란스레 황궁을 향했다.

그리고 그 주위를 수십 기의 기병들이 호위하면서 앞을 가로막고 있던 병력을 뚫어냈다.

예리한 화살들이 사방에서 빗발치면서 건석의 부하들을 하나둘씩 쓰러트렸지만 그런데도 황궁으로 향하는 마차를 막을 순 없었다. 화살 비 속에서도 마차를 끄는 두 마리의 말들은 질주를 감행하면서 도주를 이어 나갔다.

“흐악!”

날카로운 화살 한 대가 마차 지붕을 뚫고 들어오면서 건석을 위협했다.

건석이 크게 놀라 소리쳤다.

다행히도 화살이 바로 코앞에서 멈췄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더 깊게 파고들었다면 눈을 꿰뚫었을 것이다.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건석은 궁궐로 향하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 반란모의가 들킨 최악의 상황에서 건석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방법은 궁궐의 금군, 서원군을 움직이는 것밖에 없었다.

‘두고 보자, 이 육시랄 놈들! 내 서원군을 모두 동원하여 대장군부를 모조리 뒤엎어버릴 것이다! 하진, 감히 더러운 천출 따위가 나를 노리다니!’

십상시와 대장군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것은 한나라의 권력을 둘러싼 내전이다.

내전에서 승리를 차지하는 세력이 한나라의 권력을 거머쥐게 되리라.

건석은 우선 서원군을 동원하여 궁궐을 장악한 뒤, 다른 환관들과 연합하여 대장군부 세력을 모두 축출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황태자 유변을 폐위하고 발해왕 유협을 옹립하여 새로운 꼭두각시로 삼으려 했다.

“저기 건석이 온다!”

“궁수대 앞으로!”

건석이 탄 마차가 맹렬하게 내달리면서 궁궐로 접근하자 궐문(闕門)을 방비하던 교위들이 검을 뽑아 들면서 궁병들을 준비시켰다.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필사적으로 내달린 끝에 도착한 궁궐이었으나, 건석 일행의 앞에 펼쳐진 것은 수백 명의 궁병들이 자신을 향해 화살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에 건석을 따라 궁궐 앞에 발을 들이게 된 병사들은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궁궐 병력까지도 대장군부에 합세하였다면 더 이상 궁궐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군교위를 구하라!”

“감히 누가 십상시의 위세에 도전한단 말인가!”

집중사격이 가해지려는 순간,

황궁 안의 병력들이 궐문을 박차고 나오면서 건석을 노리던 궁궐 위병들의 배후를 공격했다.

환관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서원군 병력이었다. 그리고 서원군 병력 중에서도 상군교위 건석의 휘하에 속한 장졸들이었다. 대장군부 정예병들 만큼이나 날래고 용맹한 병사들이 자기 주인을 노리던 위병을 처리했다.

“지금부터 저희들이 엄호하겠습니다!”

“대장군부 병력이 모두 움직인 것은 아니오니 안심하소서, 상군교위!”

궐문에 배치된 위병들을 모두 처리한 서원군 교위들이 좌우로 길을 열면서 마차에서 내린 건석을 향해 예를 갖췄다.

건석이 내린 마차는 날아든 화살들에 의해 고슴도치가 되어 있었다.

궁궐까지 도주하는 동안 헤아릴 수없이 많은 위협들을 겪었다는 증거였다.

범부(凡夫)에 불과했다면 바지에 오줌을 지려 버리는 추태를 보였겠지만 건석은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면서 충성스러운 서원군 교위들의 충성심을 치하하고는 궁궐 안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하늘이 이 건석을 도우셨군. 시간이 없어 그대들에게 연통을 넣지 못했는데 내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어찌 알았는가?”

“조충 어르신께서 서원군에 비상을 알리는 연통을 보내셨습니다. 덕분에 대장군부의 무뢰배들로부터 어르신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중상시 어른이 내 목숨을 몇 번이고 살려주시는군.”

조충으로부터 은밀하게 연락을 받은 건석은 기녀들을 불러 대장군부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든 뒤에 저택을 극적으로 빠져나왔다.

측근들의 도움으로 궁궐에 도착했다.

호위에 투입되었던 병력들 중 대다수가 오는 동안에 목숨을 잃었지만 결국 우여곡절 끝에 건석은 서원군 둔영이 위치한 내원(內院)을 장악할 수 있었다.

“어르신, 급하게 소집된 터라 병력이 많지 않습니다. 서원군의 점군사마(點軍司馬)들은 물론, 궁궐 병력을 통솔하는 중랑장과 교위들의 반응도 영 떨떠름하기만 합니다.”

“장양 어르신께서 거사에 동참해준다면 판세가 완전히 뒤집힐 거다. 어르신께서 나서주신다면 궁궐 내의 중랑장과 교위들은 물론, 도성 수비를 맡은 오교위(五校尉)들도 모두 동참하겠지.”

궁궐 병력을 통솔하는 군관들이 서원군에 호응하여 움직이지 않는 것은 상군교위 건석이 단독으로 일으킨 거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십상시의 수장, 장양의 도움이 절실했다.

건석은 장양의 지지를 얻어낼 수만 있다면 적잖은 병력들이 아군으로 가세하리라 확신했다.

“숭덕전(崇德殿)을 급습하여 황상의 신병을 확보하고 가덕전(嘉德殿)의 하황후와 황태자를 붙잡는다면 거사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병력을 내주신다면 신속하게 일을 성사시키겠습니다!”

“아니다. 병력을 양분하면 도리어 대장군부 놈들에게 허를 찔릴 위험이 있다. 지금은 우선 장양 어르신의 지지를 받는 것이 급선무다.”

부하 무관의 과격한 의견에 부담을 느낀 건석은 우선 서원군이 주둔하는 내원을 중심으로 대장군부 병력과 싸우면서 궁궐 병력의 협력을 받는 방법을 선택했다.

숭덕전과 가덕전은 남궁(南宮)에 있다.

남궁으로 향하는 동안 대장군부의 기습을 받을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건석은 내원에 웅크린 채 거사에 동참하는 병력이 집결하기만을 기다렸다.

* * *

상군교위 건석이 서원군과 합세하여 내원을 중심으로 반란을 일으켰다.

조조와 원소에게 도망친 건석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일으킨 반란이었기 때문에 대장군부는 물론, 십상시 역시 건석이 일으킨 반란에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의명분이 없는 역모였다.

곽승에게 발설했던 반란혐의가 발각되자 궁궐로 달아나 서원군과 합세하여 반란을 꾀한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히 건석, 생살을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놈이 내 조카님이신 황태자 전하를 시해하고 발해왕을 옹립시키려 한 것이 사실이렷다!!”

전군교위 조조가 곽승으로부터 받아 낸 밀지를 통해 건석이 꾸민 반란모의를 상세하게 알게 된 하진은 얼굴을 대추처럼 시뻘겋게 붉히면서 크게 일갈했다.

황태자를 시해하려 했다.

그걸로 모자라 왕미인의 소생인 발해왕을 대신 옹립하려고 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반란을 진압하고 건석을 산 채로 붙잡아라.

하진은 그 망할 놈을 기필코 거열형(車裂刑)에 처하게 만들겠노라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서원군과 합류하기 전에 건석을 추포하지 못한 제 책임이 큽니다. 대장군, 저에게 내원 공격을 명해주신다면 기필코 건석을 산 채로 잡아 대령하겠습니다.”

좌중에 모인 장수들의 끝자리에 앉아 있던 조조가 입을 열었다.

붉은 눈동자를 번뜩였다.

서원군의 반란을 진압하고 건석 무리를 완전히 소탕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쥐 새끼 하나를 제때 붙잡지 못하여 일을 이렇게까지 크게 벌인 것에 대한 추궁을 해도 모자랄 터인데 무슨 기회를 달란 말인가! 이 자리에서 당장 끌어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게!”

조조의 제안에 하진은 도리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서 못마땅한 듯 뺨을 부르르 떨었다.

환관이라면 지긋지긋했다.

황궁의 모든 환관들을 비롯해 그와 관련된 것들까지도.

하진이 환관 집안의 손녀인 조조를 경시하고 불신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불구대천의 원수와도 같은 십상시를 중용하고 그 자리에 올린 사람이 바로 조조의 조부였던 조등이 아니었던가.

“대장군, 지금 당장 가용할 수 있는 병력은 전군교위와 제가 이끄는 휘하부대 밖에 없습니다. 혹시라도 건석의 난에 호응하여 십상시 세력이 움직일지도 모르니 지금 당장 속전속결로 처리해야 합니다.”

하진의 완강한 반대에 우측에 앉은 원소가 속전속결을 주장하면서 조조에게 기회를 줄 것을 간언했다.

그녀의 간언에 하진이 불편한 듯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원소의 말에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서원군을 등에 업고 반란을 일으킨 건석을 빠르게 진압하지 못한다면 십상시 세력이 가세할 위험이 높다. 십상시들이 얼마나 골치 아픈 놈들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하진은 자칫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는 위험을 막고자 원소의 간언대로 조조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본초, 그대의 말에도 충분히 일리가 있군. 그렇다면 그리하도록 하게. 맹덕, 본초와 함께 내원에 주둔하는 서원군의 반란을 격파하고 건석을 산 채로 잡아 올 것을 명하겠네.”

“대장군의 명을 받들어 건석의 난을 진압하겠습니다.”

하진의 명령에 조조가 예를 취하면서 대답했다.

그러나 여전히 하진은 탐탁지 않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원소의 간언을 받아들였음에도 조조를 향한 불신을 결코 풀지 않았다.

조조와 원소를 반란 진압에 급파한 것은 당장 가용할 수 있는 병력이 없기 때문일 뿐, 대장군부의 정예 병력이 모두 갖춰지는 순간 조조와 원소를 뒤로 물리고 자신이 직접 망할 환관 놈을 때려잡을 생각하고 있었다.

“고맙다, 본초.”

반란 진압을 위해 대장군부 전각을 벗어난 조조는 문턱을 넘자마자 원소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에 원소가 빙긋 웃었다.

“선봉은 내가 맡겠다. 본초, 조공(助攻)을 맡아다오. 내가 벌인 일이니 내가 매듭을 짓고 싶다. 내 손으로 직접 건석을 잡아 궁궐 안에서 벌어진 변란을 진압하겠다.”

“네, 바라신다면.”

반란 진압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조조의 모습에 원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조의 실력을 지켜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가 가장 신임하는 이성휘라는 인물이 가진 실력을 지켜보고 싶었다.

뛰어난 전투 능력을 자랑하는 서원군을 상대로 과연 조조가 이길 수 있을까. 상대는 금군이다. 엄격한 규율과 강도 높은 훈련으로 완성된 최정예부대. 그들을 상대로 과연 승기를 점할 수 있을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기로 했다.

“맹덕, 위험에 처하면 기별을 보내세요. 제 휘하의 용맹무쌍한 장졸들이 언제든 지원할 테니까요.”

“그래, 알았다.”

원소의 말에 조조는 ‘미안 하지만 너희들이 나설 차례는 없을 것 같다.’ 라고 기고만장하게 대답하려 했지만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만용을 부릴 순 없었기 때문에 원소의 호의를 거절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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