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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4화 (4/616)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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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대장군부의 눈을 속이고 독단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쯤은 이미 옛적부터 알고 있었다.

원소는 애써 눈감아주었다.

한나라의 권력을 이미 대장군부가 단단히 틀어쥐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독단으로 행동한다고 한들, 이미 정해진 대세를 뒤집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성휘?”

원소는 조조가 일가친척들과 함께 꾸미고 있는 계획을 조사하기에 앞서,

그녀가 부관으로 들인 인물에 대해 조사했다.

이성휘.

얼마 전까지 성문교위였던 무관이다.

전군교위 조조는 십상시와 군부에 뇌물을 상납하면서까지 이성휘라는 인물을 부관으로 들였다.

그 정보를 입수하게 된 원소는 이성휘라는 무관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조가 그토록 공을 들이면서까지 그를 부관으로 들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성실하고 강직하다는 평가를 받는 무관입니다. 낙양 장정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가요? 흥미가 동하는 인물이네요. 어째서 저는 이런 인물을 모르고 있었을까요.”

부하의 보고에 원소는 턱을 괸 채, 손가락으로 뺨을 툭툭 건드리면서 생각에 젖은 표정을 지었다.

이성휘.

흥미가 가는 인물이다.

성실하고 강직하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특이할 것 없는 장점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뇌물을 써서 출세하는 소인배들이 많은 시대였기 때문에 성실하고 강직하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에 흥미가 생겼다.

‘맹덕이 저보다 사람 보는 눈이 좋다는 건 인정해야겠네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흥미가 가는 인물을 조조에게 빼앗겼다.

조금 분했다. 인재를 놓쳐 버렸다는 것과 조조에게 한 수 뒤처졌다는 것에 분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미 자기 휘하에는 유능한 장수들이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구태여 조조에게 빼앗긴 인재 한 명에게 집착할 이유는 없었다.

“계속해서 맹덕의 동향을 조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대업의 달성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태였다.

황제가 붕어하는 순간, 다음 후계자로 유변 황자가 지목될 것이다. 그가 황위를 계승하게 될 것이며, 황제의 숙부가 될 대장군 하진은 한나라의 모든 권력을 틀어쥐게 되리라.

그리고 그다음에는….

* * *

중병에 몸져누운 황제는 머지 않아 승하하게 될 것이다.

옥좌의 주인이 교체된다.

야심을 품은 거두들은 황제의 죽음 이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대장군 하진과 중군교위 원소, 전군교위 조조와 호분 중랑장 원술 등, 저마다의 셈법을 가진 야심가들은 잠룡처럼 조용히 거병의 때를 기다렸다.

“황제의 나이가 겨우 서른넷이라고. 아직 이팔청춘을 즐길 때잖아. 중병에 걸렸다고는 해도 금방 죽을 리가 없어.”

하후돈이 말했다.

그녀의 말에 이성휘가 입을 열었다.

“황제는 겨우 열세 살의 나이에 즉위했습니다. 그때부터 세상의 풍파를 겪으면서 주색을 가까이했다고 합니다. 어린 나이때부터 심신을 망가뜨리며 쾌락을 추구했으니 그만큼 수명이 짧아진 겁니다.”

이성휘는 마치 확신하듯이 현 황제가 머지 않아 붕어하리라고 주장했다.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후돈은 어깨를 으쓱이면서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라고 중얼거렸다.

“너 꽤 좋은 남자네. 음, 자신감이 넘치는 게 마음에 들어.”

하후돈이 이성휘를 빤히 쳐다 보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용모가 꽤 준수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풍파에 휩쓸릴 뿐인 소인배들로 넘치는 세상에 보기 드문 남자였다.

씩씩한 사내대장부가 이상형인 하후돈이 이성휘에게 흥미를 가지는 건 당연했다.

게다가 이 남자는 조조가 인정한 남자였다.

솔직하지 못한 성격의 사촌이 이 남자와 정식으로 맺어지기 전에 한 번 맛보고 싶었다.

“황제가 죽고 유협 황자가 뒤를 이어 즉위하게 된다면…, 십상시들은 궁지에 몰리게 되겠군.”

조조가 말했다.

그 말에 이성휘가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궁지에 몰리게 된 쥐 새끼들은 고양이의 목덜미를 물려고 할 겁니다.”

십상시와 대장군의 권력암투.

오랫동안 이어온 환관과 무장들의 케케묵은 쟁탈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황제가 붕어하게 되면 권력암투는 절정을 찍게 되리라. 사나운 무장파로부터 자신을 지켜 주던 황제를 잃게 될 환관들은 생존과 기득권 보호를 위한 극단적인 선택을 벌이리라.

“황제가 죽은 뒤에 십상시와 대장군이 치열하게 싸우게 되면…, 우리는 뭘 하면 좋을까, 똑똑이 양반.”

하후돈에게 졸지에 ‘똑똑이 양반’으로 불리게 된 이성휘는 어깨를 으쓱였다.

“딱히 없습니다. 고래싸움에 굳이 새우가 끼어들어 봤자 옆구리만 터질 뿐이니까요.”

“하핫. 틀린 말은 아니네.”

꽤 유쾌한 비유법을 가미한 설명에 하후돈이 웃음을 터트렸다.

바보도 알아듣기 쉬운 설명이다.

두 마리의 고래와 한 마리의 새우.

그것이 바로 거병 이후 조조군으로 불리게 될 약소세력의 현 상황이었다.

“귀관, 그러면 우리는 무수(無數)로 관망해야 한단 말인가?”

“물론 아닙니다.”

새우도 새우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는 법이다.

비록 주연으로 무대에 서진 못하겠지만,

무대 밖에서 후일을 도모할 발판을 마련할 것이다.

“십상시와 대장군부가 움직일 때를 대비하여 군사들을 준비시켜 주십시오.”

이성휘는 확고한 방안이 있다는 듯, 조조에게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다.”

조조는 신뢰하는 부관이 꺼낸 방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게 바로 사랑의 힘.

하후돈의 중얼거림에 조조의 얼굴이 삽시간에 달아올랐다.

“큭! 입 다물어라, 원양.”

“알았어, 알았다고. 나는 이만 물러날 테니까 알아서들 분위기 잡아보셔.”

하후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성휘와 단둘이 남게 된 조조는 달아오른 뺨을 진정시키면서 심호흡을 깊게 내쉬었다.

잠시 붉어졌던 얼굴이 진정되었다.

다시 냉정을 되찾으면서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상태로 돌아왔다.

부관에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순 없다.

방금 전 사촌이 꺼냈던 말은 짓궂은 농담일 뿐, 자신은 농담에 결코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귀관, 정말로 내게 협조할 생각인가?”

“저는 맹덕 님의 부관이잖습니까.”

“자칫 반란을 모의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위험이 있다. 출세를 원한다면 대장군부의 그늘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 텐데.”

황제의 죽음을 예견하고 그 사후를 대비한다.

역모로 보일 위험이 다분했다.

그런데도 기꺼이 협조하는 이성휘의 행동에 조조는 의문과 함께 일말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내 야심 때문에 그를 억지로 휘말리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십상시 세력, 대장군부 세력과 싸우게 될지도 모르는 가시밭길이다. 그런 가시밭길에 무구한 사람의 등을 떠밀 정도로 조조는 냉혈한이 되지 못했다.

“저는 어디까지나 낙양을 지키고자 맹덕 님께 협조할 것입니다. 성문교위에 불과한 몸이라 대의(大義)와 이상(理想)가 뭔지 모르는 까막눈입니다만…, 저는 그저 낙양을 지키고 싶을 뿐입니다.”

낙양과 낙양에 사는 백성들을 위해 기꺼이 손을 잡겠다.

본인은 자신을 대의와 이상을 모르는 까막눈이라고 칭했지만, 조조는 이성휘가 그 누구보다도 빛나는 대의와 이상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낙양이 고향인가?”

조조가 물었다.

그에 이성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흠. 그대는 정말 수수께끼로군. 출신이 어딘지, 어디 가문인지를 도무지 알 수 없으니.”

천거 시스템을 통해 인재들을 등용하는 한나라에서 지연(地緣), 혈연(血緣), 학연(學緣) 등의 요소들은 등용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조조는 이성휘라는 개인이 가진 자질과 능력만을 판단하여 부관으로 두었다.

“그저 막연한 오지랖일 뿐입니다.”

“아니다. 나는 귀관의 그런 점까지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예, 감사합니다. 맹덕 님께서는 역시 좋은 상관이십니다.”

이성휘가 고개를 숙이면서 진심 어린 감사를 표시하자 조조는 수줍은 듯 웃으면서 화답했다.

* * *

황제 유굉은 병석에 누운 채 가쁜 호흡을 내쉬면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삶이 머지 않았다.

그는 불과 서른넷이라는 나이에 인생의 최후를 맞이하려 했다.

“으. 흐으….”

황제가 힘겨운 신음을 토해냈다.

자신이 이대로 세상을 뜬다면 한나라 역시 영영 명맥을 잃게 되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 하나 허락되지 않았다.

환관들과 함께 향락을 즐기면서 나라를 망친 망군에게는, 스스로 매관매직을 자행하면서 나라의 기틀까지도 망가뜨린 폭군에게 무슨 기회가 있단 말인가?

“아바마마! 비켜서라, 아바마마께 갈 것이다!”

허리까지 금발을 늘어뜨린 아리따운 용모의 황녀가 크게 일갈하면서 경고했다.

그런데도 가덕전(嘉德殿)을 가로막은 위병들은 옆으로 비켜서지 않았다.

오히려 황녀를 더욱 핍박할 뿐이다.

황제의 임종조차 지켜보게 하지 못하겠다는 듯, 황궁의 근위병들을 모두 장악하는 하황후는 자칫 황제가 발해왕(勃海王)에게 선위할지도 모른다며 황녀가 가덕전으로 들어가는 것을 철저히 차단했다.

“어, 어머니…. 백화도 황실의 핏줄이 아닙니까? 입궁을 윤허하시죠….”

황제의 아들이자 발해왕 유협의 오라비였던 유변이 애써 어머니를 설득하고자 입을 열었다.

함께 아버지를 모시고 싶다.

우유부단하기 짝이 없는 아들의 말에 하황후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정신 차리세요, 황자! 이미 옛적부터 정쟁은 시작되었습니다.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사히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강단 있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엄하면서도 자애로운,

아들을 황제로 만들겠다는 야심과 사랑으로 무장한 하황후가 크게 일갈했다.

사람의 마음을 떨쳐 내야 했다.

십상시와 대장군부, 그리고 야심 넘치는 지방 세력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냉혈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각오를 다지세요. 황자는 이제 곧 황위를 물려받게 될 터이니.”

하황후가 입술을 꾹 깨물면서 말했다.

황제는 아들을 사랑하지 않았다.

궁중예법이 어둡고 소심한 성격이라 여겨 오랫동안 태자로 세우지 않았을 정도였다. 대장군이 숙부가 아니었다면 결코 태자로 책봉되지 못했겠지.

진정으로 황제가 총애한 후계자는 유협, 발해왕 유협이었다. 하황후는 그 점을 경계했다. 일찍이 모친을 잃으면서 권력다툼에서 퇴장당한 황녀였지만, 십상시가 대장군부를 견제하고자 유협을 새 황제로 추대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부터 황녀를 노골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

“하, 하오나….”

“황자! 이제부터 발해왕과는 적입니다! 정적이란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같은 피를 이었기에,

같은 부친을 두고 있기에,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관계였다.

비록 유변이 황태자로 책봉된 몸이나, 아직도 황제로부터 황위를 양위한다는 교지를 받지 못했기에 입지가 크게 불안 했다.

그래서 하황후는 오라비와 그 측근들을 몰래 가덕전으로 불러 황제의 사후를 논의하기로 하였다. 아들을 무사히 다음 대 황제로 옹립하기 위해서는 대장군부의 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어서 대장군과 휘하 장수들을 가덕전으로 들라고 하라.”

“예, 마마.”

황후의 지엄한 명령받은 여관이 발걸음을 서두르면서 대장군의 가택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십상시에게 매수된 위병 또한 중상시(中常侍) 건석의 가택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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