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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군으로 천하통일까지-2화 (2/616)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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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년. 중평 6년.

삼국지 게임에 갇힌 지,

무려 2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한나라의 수도, 낙양(洛陽)을 수호하는 성문교위로서 복무하면서 반란군을 토벌하고 수도 인근까지 침범한 황건적까지 격퇴하는 등의 공적을 세우면서 철밥통 같은 성문교위 관직을 무사히 지켜냈다.

“성문교위 이성휘, 전군교위(典軍校尉)의 군진에 배 속되었음을 전한다. 전군교위를 보좌하여 외적의 반란에 대비토록 하라.”

“예, 명 받들겠습니다.”

환관의 명령에 고개를 숙였다.

한나라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반란에 대비하기 위해 십상시(十常侍)들은 서원군(西園軍)을 설치했다.

반란에 대비하여 창설된 군대라고는 하나, 서원군은 십상시 휘하의 무력 단체에 지나지 않았다. 서원군의 우두머리에 십상시의 일파인 건석이 임명된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낙양 백성들은 환관들이 군사권까지 주무르게 되었다며 크게 우려 했다.

“성문교위, 귀관은 유능한 무관이라 들었다. 지금까지 세운 공적들이 훌륭하더군. 이제부터 나를 보좌하여 군대를 이끌어 주길 바란다.”

“알겠습니다.”

기품이 느껴지는 검은 머리카락,

청아함과 유려함을 담아낸 붉은 눈동자,

그리고 오뚝한 콧날과 단아한 용모. 상아처럼 새하얀 피부.

나의 상관이 된 전군교위는 모든 남성들이 뒤돌아볼 정도로 눈에 띄는 미녀였다. 화려한 의복과 장신구들이 없는 수수한 차림이었지만, 그런데도 그녀에게서는 고결한 기품과 매력이 느껴졌다.

전군교위,

조조. 자는 맹덕.

그녀가 새로운 상관이 되었다.

‘근데 엄청 작네.’

조조는 매우 왜소한 체구였다.

현실반영인가?

실제로 조조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서 풍채가 왜소했다고 하니까.

내 가슴팍에 겨우 닿을 정도였다. 하지만 소약(小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냉철한 면모에서 강한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과연 삼국지 전체에 걸쳐 거대한 궤적을 남긴 패왕(覇王)다운 이미지였다.

“사람 얼굴을 빤히 보는군.”

조조가 물었다.

너무 얼굴에 집중했던 탓일까.

조조와 시선을 마주하게 되었다.

“명성이 자자하신 전군교위를 보좌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놀랄 건 없다. 내 휘하에 배 속되었다고 해서 귀관의 임무가 변하는 일은 없을 테니.”

“예, 알겠습니다.”

조조는 빈틈이 없는 여인이었다.

일거수 일투족에서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행동거지에 항상 신경을 기울였다.

지독한 완벽주의자라고 할까.

상관으로 섬기기 싫은 1순위였다. 나를 직접 부관으로 천거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완벽주의자인 그녀라면 더 유능한 인물을 부관으로 맞이했을 텐데. 어째서 성문교위인 나를 부관으로 천거했는지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그럼 이제부터 뭘 하면 되겠습니까?”

“음….”

내 질문에 고민하던 조조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우선 갈 곳이 있다. 나와 동행해라.”

“알겠습니다, 전군교위.”

“잠깐.”

걸음을 움직이려고 하던 중,

조조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는지 고운 얼굴을 찌푸리면서 감정을 드러냈다.

그녀가 말했다.

“맹덕. 맹덕이라 불러라.”

“예, 맹덕 님.”

“음.”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마음에 든 표정을 지었다.

“대장군부로 가겠다.”

“앞장서겠습니다.”

조조와 나란히 말을 몰면서 낙양의 시가지를 횡단했다.

* * *

조조는 한나라의 개국공신, 조참의 가문에서 태어난 사대부의 여식이다.

정확히 말하면 조조는 조씨 가문의 여식이면서 동시에 하후씨 가문의 여식이기도 했다. 그녀의 부친인 하후숭이 자식이 없던 중상시(中常侍) 조등의 양자로 들어가면서 조숭이 되었기 때문에 그의 장녀인 조조는 조씨 가문의 일원이 되었다.

“귀관은 내게 궁금한 게 없나?”

“궁금한 거 말씀입니까….”

한참을 고민하던 이성휘가 입을 열었다.

“집안도 좋고 돈도 많으신 맹덕 님께서 저를 굳이 부관으로 추천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건 무슨 말이지?”

“한나라에 명성이 자자하신 맹덕 님의 부관이 되겠다는 인재가 차고도 넘칠 겁니다. 신분도 뭣도 없는 저를 굳이 부관으로 두실 이유가 없습니다.”

“난 배경보다 능력을 중시한다. 그래서 귀관을 꼽았지.”

“더 이해가 안 됩니다.”

이성휘의 대답에 조조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 이성휘의 모습이 썩 즐거웠던 모양이다.

그의 말대로였다.

조조는 한나라에서 촉망받는 인재다.

가문과 혈통은 물론, 능력과 명성마저도 모두 인정받은 인물이었다. 영천 전투에서 황건적의 대군을 격파하였으며, 제남상과 동군태수를 거치며 청렴한 관료로서의 명성까지 쌓았다. 유명한 명사인 허소와 교현으로부터 뛰어난 인재로 평가되면서 드높던 명성은 하늘을 찌를 것처럼 더욱 높아졌다.

‘너는 모를 거다. 내가 널 부관으로 두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조조가 이성휘의 옆모습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적잖은 뇌물을 군부에 주었다.

성문교위 이성휘를 부관으로 두기 위해서 꽤 과감한 수단을 동원했다.

뇌물의 양은 어마어마한 부와 권력을 겸비한 조씨 가문이 가진 재산과 비교하면 개미 눈곱 밖에 안 되는 수준이었지만, 부패 권력에 몇 번이고 맞서온 조조가 뇌물을 동원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대장군부에서 회의가 있다. 잠시 다녀오겠다.”

“예, 알겠습니다.”

이제 곧 대장군부에서 회의가 열린다.

한나라의 대장군, 하진을 포함하여 무수히 많은 장수들이 모일 예정이었다.

물론 회의에 참석해봤자 환관 집안의 여식이 뭘 알겠냐며 결국 합죽이 신세가 되겠지만, 조조는 단 한 번도 회의에 결석한 적이 없었다. 대장군부 회의에서는 항상 중요한 안 건들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흐름과 정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회의에 참석해야 했다.

“맹덕 님.”

궁궐 앞에서 조조와 이성휘가 함께 말에서 내렸다. 궁궐로 들어가려던 조조를 이성휘가 불렀다.

“읏.”

이성휘가 손을 뻗었다.

자신에게 손을 뻗는 이성휘의 행동에 조조가 경직된 채로 굳었다.

외간 남자가 손을 대는 건 처음이다. 그래서 딱딱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남자였으면 당장 그 손을 쳐 냈겠지만 조조는 이성휘의 손을 제지하지 않았다.

“나뭇잎이 머리에 붙어 있었습니다.”

이성휘가 곧 조조의 머리 위에 붙어 있던 나뭇잎을 떼어 냈다.

조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 반응이 매우 미약하여 이성휘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녀의 친지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았다면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을 것이다.

외간 남자의 손길에 당황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칠칠치 못했던 자기 모습이 부끄러웠던 걸까, 조조는 이성휘의 선의에 고개를 묵묵히 끄덕인 뒤에 대답도 없이 궁궐로 향했다.

“오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 봐요, 맹덕?”

대장군부에 들어왔을 때,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원소가 다가왔다.

“아니, 아무 일도 없었다.”

“거짓말. 입꼬리가 귀까지 올라갔는데요?”

“아니다!”

조조의 강한 부정에 원소가 한 걸음 물러서면서 미소 지었다.

좋은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항상 가면처럼 딱딱한 표정만 짓던 친구가 헤벌쭉한 모습을 보일 리 없었다.

물론 조조의 감정변화는 매우 적어서 주변 친지들만이 헤아릴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죽마고우였던 원소는 지금 조조가 기분이 매우 좋은 상태라는 것을 간파했다.

“십상시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지금, 한나라의 충장(忠將)들인 우리가 나서서 놈들의 만행과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

대장군 하진이 크게 목소리를 높이면서 회의에 모인 장수들에게 호소했다.

십상시들을 모두 몰아내자.

그 주장에 동조하듯 장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금의 큰 문제는 중앙군의 지휘를 잡은 상군교위의 존재입니다.”

원소가 입을 열었다.

어느 때처럼 대장군부의 회의를 주도하는 것은 원소였다.

이마에 흘러내린 금발을 뒤로 넘긴 뒤, 원소는 좌중에 모인 제장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장군 하진의 오른팔이었던 원소는 회의에서 강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다.

“건석이 창설한 서원팔교위는 환관 세력의 무력집단이지만 황제 폐하의 직할군이기도 합니다. 만약 건석이 서원팔교위를 동원하여 대장군을 공격한다면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원팔교위는 창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병력이 많지 않았다.

문제는 황제의 직할군이라는 점이다.

황제의 직할군에 맞선다는 것은 반역, 역모를 꾀한 반역자였다.

“교활한 환관 놈, 황제 폐하의 권위를 빌려 자기 방패로 삼다니.”

끄응, 하진이 침음을 삼켰다.

환관 놈이라는 단어에 조조가 이를 갈았다.

자신에게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대장군부에서 환관 가문의 여식인 자신을 경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건석, 그 빌어먹을 놈은 황제 폐하를 대신하여 중앙군을 지휘하고 있다. 대장군인 나라도 중앙군을 움직이기 위해선 놈에게 일일이 재가를 받아야 하는 신세지.”

많은 병마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하진이 거병하지 못한 것은 십상시들이 황제의 총애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병의 명분은 충분하다.

십상시들이 황제를 꼭두각시로 삼아 전횡과 부정부패를 일삼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니까.

하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황제가 십상시들을 두둔하고 있으므로.

명분과 실리만큼이나 자기 안전을 중요시하는 하진으로선 우유부단한 모습을 내세우면서 십상시를 척결하지 계속 미루기만 했다.

‘계속 미적대면서 환관들에게 시간을 주고 있다. 속전속결로 끝내야 될 일을 질질 끌고 있군.’

조조는 지금 당장에라도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일을 계속 우유부단하게 미루고 있는 하진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황제의 총애?

군대를 동원하여 모조리 쓸어 버리면 된다.

십상시들을 모두 척결하고 환관에게 놀아난 황제를 폐위시킨 뒤에 조카인 유변 황자를 다음 황위에 올리면 된다. 대장군부 병력과 사대부들의 지지를 양손으로 거머쥐고 있는 하진에게는 그럴 만한 힘이 존재했다. 하지만 하진은 황제에게 맞설 수 없다며 극단적인 강경론을 모두 배척하고 있었다.

‘내가 나설 이유는 없어. 나서지도 않을 거고.’

조조는 하진이 거병에 성공하는 것을, 그가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았다.

하진은 환관 세력을 혐오하고 있다.

십상시 세력은 물론, 환관과 연루된 가문들도 배척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거병에 성공하여 한나라의 권력을 모두 독점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조조는 자신과 조씨 가문이 그대로 찬밥 신세가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부인 조등이 십상시들로부터 존경받던 환관이기 때문이다. 평소 하진은 조씨 가문을 환관 집안이라며 괄시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저 우유부단한 성격이 결국 화근으로 작용하게 될 터. 십상시들이 움직인다. 그렇게 되면 이 낙양에 피바람이 불게 되겠지.’

피바람에 대비해야 한다.

대장군 세력과 십상시 세력이 격돌하기까지 머지 않았다.

충성스러운 전력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조조는 고향에 있는 친척들을 부르기로 했다. 황건적의 난을 진압할 당시부터 자신을 도와주었으며, 뛰어난 무예와 군략을 자랑하는 용장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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