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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98화 (198/217)

"어째서예요?"

조금은 필사적으로, 약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셀리아는 나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분명... 분명 이건 에네렐이 바라고 있었던 일이 아닐 거예요. 에네렐이 얼마나 우리를 증오했었는지, 저희가 에네렐에게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는지 생각해 봐요."

"상관없어."

처음부터, 나는 이들과 대화를 하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진지하게 내 생각을 바꿀 의사를 가지고, 진정성 있는 토론을 하기 위해 온 건 아니었다.

"후회할 거예요. 왜 이런 사람들을 위해 귀환을 포기했냐며, 저희 모두에게 화를 내고 말 거예요."

"그럴 수도 있지. 상관없어."

"그럴 리 없어요..."

관 안은, 밝은 빛으로 가득했다. 셀리아의 얼굴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나쁘지 않았지만, 슬슬 눈이 아팠다.

"밥은 먹었냐?"

"그...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중요하지."

셀리아는 힘겹게 손을 움직여, 관 끄트머리에 올려져 있던 내 손을 겹쳐 잡았다.

"저도, 에네렐의 마음을... 알고 있단 말이에요. 지금도..."

그럴 거라고, 어느 정도 생각은 하고 있었다.

감정을 일방적으로 쏟아부을 수는 없다. 그녀가 내게 감정의 폭풍을 쏟아붓는 순간, 나뿐만 아니라 그녀도 내가 보는 환상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그녀의 슬픔과 고통, 안식과 절망을 보고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녀도 내 의지와 감정을 느끼고 난 다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인정하고 있잖아요! 제가, 그릇된 말을 하지 않았다고!"

"뭐, 어느 정도는."

"그렇다면..."

"그래도, 알 바 아니라고."

그녀뿐만이 아니다.

그녀가 지키려 하는 과거의 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기회만 되면 저들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저주하던 나.

당장이라도 죽고 싶다고, 이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다고 절망하던 나.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 바칠 수 있다고 소원하던 나.

그 모든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내가 알 바 아니다.

"분명, 분명 후회하실..."

"몇 번을 말해. 알아. 그래도 상관없다고."

내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여기서 더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은 간도 쓸개도 다 내어줄 정도로 내게 집착하는 저 여자들도, 분명 언젠가는 마음이 흐려질 것이다.

지금 당장 그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마저도, 언젠가는 그들을 원망하게 될 것이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그들이 나를 그들의 소원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느낄 수는 있어도, 그들의 소원 대신 내가 그 자리에 들어갈 수는 없다.

지구가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그 따뜻한 문명의 이기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아름다운 휴양지, 게임과 소설, 만화와 음식들이 나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내가 그들을 미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과거의 내가 뭐라고 생각했든, 뭐라고 말했든, 뭐라고 다짐했든 내 알 바 아니야."

모멸감과 비참함, 고통 속에서 그들을 저주하던 과거의 나를, 그 과거의 나와 했던 약속을 헌신짝처럼 던져 버려도 상관없다.

고통 속에 신음하던 과거의 내가, 이제 와서 그들을 지키려 하는 지금의 나를 원망하고 증오해도 상관없다. 내 알 바 아니다.

나 자신에 대한 나의 신용이 땅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내 마음속에 나를 원망하는 나 자신이 생겨도 괜찮다.

"미래의 내가, 이 선택을 후회하더라도 내 알 바 아니야."

시간의 틈을 두드리며, 제발 그 선택을 하지 말라고, 내 비참한 모습이 보이지 않냐고 미래의 내가 울부짖어도, 딱히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내가, 미래의 내가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과 평안을 끌어다 써, 당장의 충동에 눈이 멀어 흥청망청 써 버리는 추잡한 행위를 하고 있어도.

그걸 감당하는 것은 미래의 나지, 지금의 내가 아니다.

"일어나."

지금 나는, 현재의 나와 마주해야 한다.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열망과 집착으로 가득 찬 지금의 내가 그 누구보다 더 중요하다.

"아니면, 도망칠 셈이냐? 죽어서?"

죽음은, 때론 숭고할지도 모른다.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고, 남겨진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행위는, 언뜻 고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었다.

"살아서 겪을 수모를, 고통을, 유혹을 견디고 싶지 않은 거냐?"

셀리아도, 불안할 것이다.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약한지 깨달아 버린 데다, 더 이상 그녀를 뒷받침해줄 신조차 남아 있지 않으니까.

사죄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 마음을 안고 산다는 것은, 그녀 같은 사람에게 육체적인 고통을 견디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기 위해 얼마나 커다란 수고와 희생을 감수한다.

사과 한마디면 끝날 만한 일을, 빙빙 돌려서 오해라고, 자신은 잘못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잘못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릇된 선택을 스스로의 의지로 한 사람이라고 공표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도, 그녀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렇게 추잡한 사람이었으니, 셀리아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옳지 않다는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그만큼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언젠가는... 저희도, 또다시 에네렐을 괴롭게..."

"정말 그렇게 할 생각이냐고."

미안한 마음을 간직하는 것은 슬프고도 어려운 일이다.

셀리아가 내게 보여준 미래의 환상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배신한 미래를 보여줬던 것은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는 그들도 나를 배신할지 모른다. 또다시.

그래서, 이걸로 끝내 버리고 싶은 것이다. 죽은 이는 배신할 수 없으니까.

마지막 순간에는, '고결하고도 순결한 속죄자'로 남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에네렐은... 저희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저 혼자 고통스러워하기만 할 뿐이에요. 저희가 살아 있다고 해서, 에네렐에게 도움이 될 일은..."

"앞으로도 내가 그럴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 난 아닌데."

"네?"

나는 억지로 그녀의 몸을 관에서 끌어냈다. 빛을 뿜어내는 건 관이 아니라 그녀의 몸이었는지, 눈이 따갑도록 반짝거렸다.

미치도록 가벼웠다. 어쩌면, 내 힘이 강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그녀를 안았을 때도, 그녀가 나를 안고 움직였을 때도 있었으니까.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할 건지 장담할 수 있냐고."

"예?"

나는 당황한 그녀의 은빛 머리카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지금까지는 아니지만, 계속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잖아."

"아아..."

"네게 신을 모욕하는 노래를 하라고 강요할 수도 있고, 네르웬에게 역겨운 오믈의 냄새를 억지로 맡으라고 위협할 수도 있지."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앞에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붙이면, 그 뒤에 나올 말을 책임질 이유는 없었으니까.

"파시어에게는 그녀의 꿈과 연구 결과를 그 손으로 박살 내라고 요구할 수도 있고, 엘레노어에게는 천박하고 부끄러운 춤을 추라고 강요할 수도 있지."

상상도 못 한 말에 충격을 받은 셀리아는, 눈을 꼭 감아 버렸다.

"어때, 이래도 너희들이 내게 도움이 안 돼? 내가 너희들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정작 내 상상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면, 언젠가는.

내가 처음 이 세계에 떨어졌을 때, 그들과 함께 첫 여행을 떠났을 때 상상했던 것처럼.

아름다운 파티와, 서로 존중하며, 누구도 아프거나 괴롭지 않고, 지나다니며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조금은 로맨틱하고, 조금은 정열적인, 행복한 일밖에 없어서 때로는 그 행복이 지루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평안한.

그런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에'라는 말을 붙인 다음에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책임질 필요가 없으니까.

"그, 그게..."

"뭐, 지금까지 직접 해본 적은 없었지만, 너희가 그렇게까지 나를 좋아해 준다면 시도해 볼 만도 하지. 안 그래?"

나는,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비열하고 악독한 웃음을 지었다.

셀리아가 내게 지고 있는 부채감에, 정면으로 대응하려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녀를 설득할 수 없다.

그걸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싫다 이건가? 죽는 건 쉽지. 나도 시도해 봤으니 알아."

"아니에요. 진심으로, 그런 뜻으로..."

"나는 너를 파시어로부터 지킬 수는 있지만, 너 스스로에게서 지킬 수는 없지. 네가 작정하고 혀라도 깨물고 죽으려 든다면, 내 기술로는 살릴 수 없잖아. 그렇지?"

"그건..."

"그래서, 도망칠 셈이야?"

셀리아는 아직도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버벅댔다.

"그럼, 이건 어때?"

이미 우리의 감정은 너무나도 깊게 연결되어 있었다. 셀리아는 내게 몇 번이나 생생한 환각을 보여줬고, 그녀의 고통스러운 감각을 여과 없이 느끼게 해 주었으니까.

그러니, 나도 할 수 있었다.

"흐아아아앗!"

셀리아가 절규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보여준 환상은 그녀가 버틸 수 있을 만한 환상이 아니었을 테니까.

행복으로 가득한, 유치하고 우습고도 말랑말랑한 환상. 용사 파티원 모두가 행복하게 웃고 있는, 그런 거짓으로 가득 찬 환상.

"힘들어? 뭐, 자업자득이라 생각해라."

이미 그 환상 속에서 살아갔던 그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다음 그게 환상이었다는 것을 알아버린 그녀에게, 이건 너무 뼈아픈 환상이었을 것이다.

셀리아는 다리에 힘을 잃고 쓰러졌다.

"내가 이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럴 리가, 그럴..."

"뭐, 그렇긴 해. 아직도 널 보면 화가 나고, 다른 사람들을 보면 좋았던 기운이 가라앉겠지. 그래도..."

나는 한쪽 다리를 굽혀 앉아, 셀리아의 어깨를 잡았다.

"언젠가는, 내가 이걸 바라게 될 수도 있잖아?"

진심이라고는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았다. 내 모든 말과 행동은, 그저 기만에 불과했다.

목표는 오직, 그녀가 삶의 의지를 찾는 것. 지금 이 순간, 아무도 죽게 되지 않는 것. 그것뿐이다.

"아아..."

하지만, 셀리아는 속을 수밖에 없다. 그걸 안다 하더라도 저항할 수 없다.

"그러니까, 살아."

나는 단호하게, 비틀거리는 그녀를 살짝 눌러 땅에 눕혔다.

이내, 셀리아의 움직임이 멈췄다. 작은 숨소리가, 그녀의 심장이 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서서히, 어둠이 걷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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