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65화 (165/217)

〈 165화 〉 안개­11

* * *

"그래서,구체적으로뭘하고있던겁니까?"

그녀는어느새,어느조용한빈민가로나를안내했다.길을유심히살피며걸었지만,복잡한길에도불구하고빙빙도는것같지는않았다.

"무언가...끔찍한것을만들고있었어요."

다소애매한말이었지만,이해할수있었다.마법사들의물건은일반적인단어로표현하기어려운경우가많았다.

당장저마법사와파시어가중간지대에서만들었던괴물도,대충'살덩이거인'이라는말로표현하긴했지만그게정말로그괴물을정확하게표현할수있는말은아니었으니까.

"키메라같은겁니까?"

"...그건,키메라라고하기에는좀...너무완벽하고정교했어요."

"완벽하다고요?"

정보가부족하다.그녀가마법에대해얼마나풍부한식견을가지고있는지도모르고,내가아는마법에대한지식도그리대단하지않은수준이다.

평범하게살점을이어붙인수준이아니라는점은알아챌수있었지만,그래서그게얼마나강한지이해할수없었다.

"그게..."

내쪽을돌아본마법사는,무섭다는얼굴을지으며황급히고개를돌렸다.

나는얼굴을천으로가린채,방금전에가게에들러산후드를뒤집어썼다.모르는사람이본다면,겉보기로는평범해보이는저여자보다내쪽이수상한마법사로보일지도모르겠다.

"지금당장설명드리기에는...잘모르겠어요.죄송해요.제가,아는게많지않아서..."

"중간지대에서만든거인,원래당신의마법아니었습니까?"

"그,그렇긴하지만!저는모르는일이라고요!애초에,갑자기풍선처럼유기체를부풀리는방법이라니,그런건절대몰라요!"

"...그런가요."

파시어가그마법에개입했다는사실은알고있었다.하지만,마법에대한지식이부족했던나는정확히얼마나개입했는지,파시어가이마법사의마법을얼마나왜곡했는지확실히알수없었다.

"애초에,흑마술을쓸생각도없었다고요.마법학교에다니지못해서일단되는대로마법을써본것뿐이었다니까요!"

마법사는억울한듯내로브를잡고놔주지않았다.나는걸음을멈추지않고,반대로앞서걸었다.잘못된곳으로가게된다면그녀가알아서제지하겠지.

"제가만든골렘도,손수단단한돌을모은다음에석공아저씨에게거금을바쳐서겨우형태를만든물건이었다고요!그런데위에막이상한게덮여서..."

"그건좀놀랍군요."

비인가마법사가곧흑마법사라고는하지만,드물게재능이차고넘쳐배우지않고마법을쓸수있는사람도있는법이다.

물론,그런천재적재능을타고난존재가비상식적인세월동안끊임없이연구하고,수련한결과인파시어라는인간에비하면한참모자랄것이다.

그렇다해도,파시어가급히데려올만한이유가있는마법사였다.

"마법사조직이라하셨죠.제가모를수도있겠지만,혹시누가그일의핵심인물인지알고계십니까?"

"그건..."

마법사는말을아꼈다.금제가걸려있거나,아예모르거나,그정도로나를믿을수있을지확신하지못했을것이다.

"말씀하기힘드시면,굳이무리하실필요는없습니다."

사실.그녀가한말을순순히믿을생각도없었다.내마음한쪽을간지럽히고있는위화감은,사라질기미도없이점점커지고있었으니까.

"그게...아니에요.말할게요."

하지만,그녀가스스로정보를풀어주겠다고말한다면굳이거부할이유는없었다.

마법사의눈이떨렸다.차마나를똑바로마주볼용기조차없다는것처럼.

"저를거둬주신분...마탑의주인.파시어님이세요."

"...그렇습니까."

믿기어려웠다.

파시어를의심할만한이유는수도없이있었다.

이마법사의말이사실이라는전제하에,마탑을비밀리에움직일만한능력이있으면서키메라라고하기에는너무정교한생명체를만들능력을가진사람은파시어밖에없었다.

하지만,이런중요한정보가이렇게쉽게풀렸다는것은의심스러운일이었다.

로렐과크리스티나는바로파시어를의심했다.그들에게는충분한정보가없었고,파시어를의심하는것은어찌보면상식적인의심에불과했다.

현장에서사로잡은마법사와황제는진상을알고있었을것이다.적어도,로렐과크리스티나보다는훨씬정확하고거대한정보를얻은상태였을것이다.

그런데,그들은순순히정보를알려주지않았다.황제는충격적인제안을했을뿐,원흉이누구인지묻는질문에답을해주지않았다.

자수한마법사는범인이누구인지알려줄법한태도였지만,무언가금제에걸린듯컥컥거리며말을멈췄다.

그리고,그들은모두'내가직접'확인하라는말을남겼다.

"파시어라...정말입니까?"

"지,진짜에요.정말좋으신분이고,제게는은인이지만...이대로방치하면끔찍한일이일어날지도몰라요."

"그렇군요."

그런데,그녀는아무런저항도하지않았다.너무나도순순히수괴에대해알려주었다.미심쩍을수밖에없었다.

파시어의계략에'핵심인력'이아니었기에금제를당하지않은걸지도몰랐지만,그렇다기에는너무많은정보를가지고있었다.

증거를찾을수있는장소는물론이거니와,파시어가이모든사건의원흉이라는것과그를통해무엇이나오는지도알고있었으니까.

"저,정말이에요!믿어주세요!"

마법사가다급하게소리쳤지만,내의문이풀리지는않았다.

더아이러니한것은,그녀의말자체가틀렸을가능성은이제너무적어졌다는것이다.좋든싫든,파시어를의심스럽게만들만한증거들은너무많았다.

사로잡힌마법사는마탑안에서도최고위마법사였다고한다.마탑내부의권력관계에대해자세히알고있는건아니었지만,파시어가아니고서는그에게명령을내리고금제를걸만한마법사가보이지않았다.

분명맞는말을하고있는데,아무리생각해도그건거짓말이다.이모순적인감각이아무리고민해봐도사라지지않았다.

"...알겠습니다.계속가시죠."

나는머리한편에파시어에대한의심을넣어둔채,그녀를앞에세워조용히그뒤를따라갔다.

"도착했어요.지금부터는조용히해주세요.혹시나입을열었다가,이상한곳에서들킬수도있으니까요."

목소리에서긴장이묻어나왔다.마법사는심호흡을한뒤,다른집과전혀다를바없는평범한집의문을똑똑두드렸다.

"음..."

느껴졌다.이집은,무언가다르다.불길한마력의냄새가흘러나오고있다.나조차도문앞에서지않으면알아채기힘들정도로잘숨겨져있기도했다.

이곳이었다.

답답한것은,죽음의냄새가이곳에서만흘러나오는것이아니라는것이었다.빈민가가대부분그런식이지만,어제,혹은오늘아침에도여기서누군가가죽었던것같았다.

사악한조직이비열한음모를통해누군가를죽인게아니라,그저그들끼리싸우고다투다생긴죽음이.

"안에계신가요?"

아무대답도들려오지않았지만,그녀는쉬지않고문을두드렸다.오분쯤지났을때,귀를자극하는끼익거리는소리와함께서서히문이열렸다.

"이런,누군가했더니...꼬마아가씨가아니시네?뒤에계신분은누구신가?"

"...일때문에오신사람이세요."

늙고추레한얼굴의남자가문을열었다.나를보는시선이그리달갑지않아보였다.

"일때문에?바깥사람이들락날락할일은없을것같았는데.게다가,여기까지데려오다니...꼬맹아.미친게냐?"

그의눈이험악하게변했다.나는조용히검손잡이에손을올린채,그의기습에대비했다.

"물건이더필요하지도않을테고,그걸가져온다해도밖에서만나야지,이안에서만나는건말도안돼.대체꿍꿍이가뭐냐?"

마력이그의손에몰려들고있었다.발검술을따로배운건아니었지만,용사의육체적능력만으로도몇초안에그를베어버릴수있었다.

하지만여마법사는차분하게숨을고른뒤,당당하게그의말에대답했다.

"대마법사님의명령이세요.거역할생각이신가요?"

파시어의이름을파는걸까.하지만,저마법사도만만해보이진않았다.일정수준이상의마법사들사이라면,적어도수도안에서연락을할수있는수단을가지고있을것이다.

"그,그건...됐다.그이름을그리가볍게입에담지마!하지만,방해할순없지.지하실에용건이있어서온거지?내려가."

나름대로계획이있었던건지,여마법사는내도움없이노인을물러서게하는데성공했다.나와그녀는,비밀통로를연뒤지하실로들어가는계단앞에섰다.

"...이앞이에요.들어가보시면,전부알수있을거예요."

"확실히그렇군요."

통로문이열린순간부터,시체의악취가코를메웠다.확실히,이안에있는건내가그토록찾아헤매던모든일의원흉일것이다.

"저는,죄송하지만...이앞에서기다릴게요."

"알겠습니다.현명한선택이시군요."

싸워야하는일이생긴다면,그녀를지키면서싸우는것보다는혼자싸우는편이나았다.솔직히말하자면,난전중에그녀를죽이지않을자신이없었다.

"그리고,부디...이게잘못이라는건알지만...파시어님을따뜻하게대해주세요.진짜,원래는좋은사람이니까..."

아직도나는그녀의의도를파악할수없었다.

파시어를모함하려고한다면이말은쓸데없는사족이었으니까.

하지만,적어도내감으로는,그녀가나를만나서했던말중유일하게진심으로내뱉는말인것같았다.

"노력해볼게요."

그말을마지막으로,나는지하실밑으로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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