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화 〉 안개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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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찾고있었다고요..."
정말그녀가그흑마법사조직의일부였다면,굳이나를찾을이유가없다.
발각되었을때를대비해준비해둔말일수도있었지만,의외라는사실은달라지지않았다.
"드릴말씀이...있었어요."
일반적인흑마법사라면이런상황에서도망치려하거나,아니면나를죽여입을막으려했을것이다.
물론,내가용사라는것을알고있다면당연히그방식이유효하지않다는것도알고있을것이고,다음수를생각했던걸지도모르지만.
"...제가먼저묻겠습니다.어떻게당신이마탑에들어오게된거죠?"
적어도파시어수준의마법사라면,한번스쳐지나간것도아니고그녀가주문을강탈한마법사의정체를파악하지못할리없었다.
이마법사가살아남았다는것도놀랄만한일이었지만,그녀가아무도모르게마탑안으로들어왔다는건더말도안되는일이었다.
"전투가끝난뒤에,파시어님이저를받아주셨어요."
"그랬군요."
시간이오래필요하지는않았을것이다.마법을통한통신이제한되는구역은아니었을것이고,어떻게든이마법사가자력으로살아남기만했다면접촉할수있는기회는있었다.
"제가...자질이있다고해주셨거든요.이상한곳에서재능을허비하지말고마탑으로오라고하셨어요."
기분은좀나빴지만,이걸배신이라고할수는없었다.마법사로서,유용한인적자원을파시어가거둬들였다고볼수밖에없다.
"그런짓을하고..."
"나,나쁜짓을할생각은없었어요!"
"당신도똑같이,시체를받기로약속했던것아닙니까?"
그런무시무시한일을저질렀던사람치고는,지나칠정도로순박해보였다.
"그,그건..."
마른몸매와평범한얼굴을보고있자면,무시무시한흑마법사라기보다는이도시어딘가에서빨래를하거나과일을팔고있을법한모습이었으니까.
"그냥,골렘을보여주기만하면알아서다도망칠거라해서,이런전장에마법사가투입되는건흔한일이아니니까..."
"직접사람을죽일생각은없었다,이겁니까?"
"마,맞아요!시체를줍겠다는것도,바람직하지않은일이라는건알지만...저혼자서웨더가문의마음을돌릴수도없었을거예요!"
나는인상을찌푸렸다.얻을수있는정보가그녀의말밖에없다는것은불편했지만,적어도그녀의말이사실이라는가정하에서는틀린말이없었다.
"제,제가쓸수있는마법은그런종류의마법밖에없었으니까,돈을벌려면결국마법을써야하고,그러면또..."
"좋아요.대충알았습니다."
좀아슬아슬하긴하지만,이해의여지가아예없는것은아니었다.솔직히말하면,그녀의마법이아니었다면오히려일이복잡해졌을지도모른다.
악감정은없었고,이대로놔둔다해서사회에해악을끼치고다닐것같지는않았다.
"그러면이제말씀해보시죠.왜저를찾으신겁니까?"
하지만그녀의과거와는별개로,나는지금마탑의마법사들을의심할수밖에없었다.
"그게,저는진짜하고싶지않았는데,그일이다시일어나고있거든요..."
"그건알고있습니다."
이상하다.분명문제될것이없는말인데도불구하고,그녀가무언가를숨기고있다고느껴진다.
아니,아예이만남자체가조작된것같다.근거없는직감,망상덩어리에불과하지만그녀가나를속이고있다고생각된다.
"저혼자서는막기힘든일인것같아서,용사님의도움을얻으려고..."
하지만,이고발로그녀가얻을수있는이득이없다.
내가만일그녀였다고생각해보자.마탑내부의흑마법조직에가입된,평범한마법사였다고.
그렇다면,어떻게든그조직과자신의연관성을부인하는게가장효율적인답이었다.내가그조직에대해얼마나많은정보를얻었는지알수없었을테니까.
이미고위마법사한명이체포되었고,그에게모든책임을돌리는것이낫다.그게아니더라도,그녀개인에한해서는그냥관계를부정하며모른체하는것이낫다.
대체무슨거짓말을하고있는건지,도무지알방법이없었다.
"그래서,제게원하는게뭡니까?"
"도,도와주세요.제가길을안내해드릴테니까..."
함정일까.하지만,내가지금어느정도의힘을가지고있는지모를그들이아니었다.
파시어가직접함정을준비해오랜시간을들이지않는한당할내가아니다.이런어설픈수작은무의미한일이다.
"흠..."
그렇다고해도,그가능성을아예배제할수는없었다.모든사람들이이성적인생각으로움직이는건아니니까.
"왜그런생각을하셨죠?"
"위,위험해요.아무리마탑이라고는하지만,지금하는짓을저질렀다간제국의공적이되고말거에요."
이건좀기분나쁜일이었다.가능성은적었지만,마탑이차라리더이상시체를모으지않고지금부터라도얌전히있겠다고다짐한다면그편이더나았다.
하지만,마탑이그시체를이용해무언가더꾸미고있다면나는그걸막아야한다.
"저를어떻게찾을생각이셨습니까?"
"그그그그,그건지금부터생각해보려고했었어요,워낙자유로우신분이라,어디에계실지도통알수없어서..."
이게함정이라해도응할수밖에없었다.단서없이돌아다니는것보다는,그들의명확한죄상을확인한뒤본진을타격하는것이효율적이다.
"알겠습니다.안내하시죠."
그녀의이마는어느새땀에절어있었다.내게거짓말을했기때문에나오는긴장인지,아니면내부고발의죄책감과두려움때문인지는알수없었다.
하지만,그녀는이내고개를끄덕인뒤앞장서걸었다.나는경계를늦추지않은채,약간의거리를두고그녀를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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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송곳이마법장치에고정된채매달려있다.누워있는작은마법사의시선에서약간위로벗어난채.
마법사는,그송곳이올바른위치에있음을느끼고안도했다.그녀의눈에서약간위쪽에올라간거대한송곳은,떨어지는순간그녀의머리를깔끔하게뚫고들어갈테니까.
육체적고통과관련된신경은전부끊어두었다.이제잠시만기다리면,이육체에작별을고할수있다.
"시,시작하겠습니다..."
"누르거라."
작은마법사가나지막이말하자,옆에있던마법사는마법장치의버튼을눌렀다.
마법이라기에는초라할정도로간단한장치였다.하지만,송곳을작은마법사의머리위로떨어트리기에는충분했다.
마법사는눈을질끈감았다.
쾅하는소리와함께,그송곳은그녀의몸에서튕겨져나와다시올라갔다.버튼을눌렀던마법사는안도의한숨을내쉬었다.
"괜찮으십니까,파시어님?"
"미안하다.시간을낭비하게했어.이번에도실패했구나."
파시어는그녀가손수제작한처형대를빠져나왔다.한쪽팔은돌아오지않았기에,균형을잡는그녀의모습은아슬아슬하고위태롭게보였다.
"역시..."
"음,맞다.변명의여지도없어!저걸막은것은내마법이다.본능적인보호막마법이지.나름대로끄기위해노력해봤지만,역시쉽게되지는않는구나."
"..."
"뭐,이해하거라.애초에이런위기대비용보호막마법은,시전자의의지없이도움직여야하는게기본이니라."
파시어는떨떠름한표정을짓고있는부하마법사를덤덤한얼굴로바라보았다.
"나라고항상멀쩡한정신을유지할수는없을테니,그런상황에서도대비할수있어야하지.뭐,이제와서는장애물에불과하지만."
"두렵지않으십니까?"
파시어의입에쓰린미소가걸렸다.잠시정적이흐른뒤,그녀가입을열었다.
"물론,무섭지.왜무섭지않겠나.죽음이..."
부하마법사는나름대로파시어를오래섬겼지만,이토록파시어가당황하는모습은거의본적없었다.굳이따지자면,에네렐이용사였다는사실을알아챈직후정도였다.그때도,이정도로동요하지는않았다.
"이세상의모든인간과생명체가죽어도나만은살아남을거라생각했는데,거대한용과장생하는엘프보다도오래살아남을거라생각했는데,그런내가죽는다고...두렵지않을리가없다."
"죽음이없는세상을위해노력하셨잖습니까.적어도당신만은..."
"...나는내조부님이돌아가셨을때슬퍼했다.다시는이런고통을겪고싶지않았고,이세상에사는누구도그런고통을겪어서는안된다고생각했지."
"..."
"하지만,나는그렇게까지누군가를슬프게만들수있는사람이아니야.그럴자격도없고.그런세상이만들어진다면좋겠지만...그걸위해많은자료를남겨두었지만...만일그게실현된다해도,나는거기있어선안돼."
비슷한주제로몇번이나나눴던대화였지만,파시어의뜻은변하지않았다.
"장치를다시...작동시킬까요?"
"아니,그럴필요는없다."
"네?"
그녀의표정이조금풀어져있었지만,이렇게순식간에파시어의태도가바뀔리는없었다.부하마법사는당혹스러움을감추지못했다.
"이몸의가치가작지않으니,쓸수있는곳이생기면파는것이이득이지."
한쪽팔을허공에휘둘러자리를정리한파시어는,작은발걸음으로뚜벅뚜벅그녀의방을나섰다.
"당분간,내실험실에는아무도들어오지말라전하게.실험은충분히했고,지금부터는나혼자서도충분하니."
부하마법사는,그저힘없이고개를끄덕였다.멀어져가는파시어의뒷모습을보는것말고는,그가할수있는일이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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