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63화 (163/217)

〈 163화 〉 안개­9

* * *

"...괜찮아?"

네르웬은초조한얼굴로셀리아를바라보다가,어느새멀찍이떨어진에네렐을번갈아바라보았다.

"그분께서먼저저를느끼셨거든요.피할방법은없었죠."

"그건나도알아챘지만...환상이나그런거.괜찮은거맞아?"

네르웬이보기에,셀리아의상태는불안정했다.정신의잔해조차남지않았던이전보다는확연히나아졌지만,톡건드리면터져버릴것처럼아슬아슬했다.

네르웬은,에네렐과의만남이셀리아를'톡건드리는것'이상이라고생각했다.멀쩡해보이던그녀가,순식간에이전처럼돌아오거나더상태가끔찍해져도이상하지않은일이라생각했다.

"정말로,아무문제없어요.환상이야지금도가끔보이지만,받아들이기나름이죠."

"..."

네르웬의표정이어두워졌다.셀리아는허공을본채반갑게인사하거나고개를숙이고,사과를하곤했다.

"그래도,지금은할수있는걸다했으니까요.에네렐을보면항상미안하고,안타깝지만...두려워할생각은없어요."

네르웬은안타까운표정으로셀리아를바라본뒤,고개를절레절레저었다.

"곧끝날테니까요."

그래도,지금이라도자신이뭘해야하는지명확하게정한셀리아의처지가지금의네르웬보다는나을지도모른다.

눈에띄지않을정도로,네르웬은그가지나간곳의냄새를킁킁거렸다.

슬프지만,어쩔수없는일이었다.

/////

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던것처럼,나는마탑주변을서성거렸다.

"..."

셀리아와의만남은짧았다.그녀가멀쩡하게움직이고있다는사실을알았다는것만으로도,충분한수확이었다.

나는절레절레고개를저었다.그녀가세운또다른목표,또다른삶의의지가무엇인지는모르지만내가신경쓸바는아니었다.

그녀가나와상관없는곳에서새로운인생을살아가려한다면,적어도지금은인정할수있었다.

"사람이없네."

­마탑은항상저모양이었어.몇백,몇천년이지나도달라지지않았지.

혹시나정보를얻을수있지않을까해서방문한곳이었지만,명확한계획은없었다.

만일지나다니는사람을만난다해도,어떻게말을걸기시작해야할지알수없었다.

마법사들을붙잡고나서'마탑이꾸미고있는짓이뭐냐,시체를가지고뭘하려는거냐.'라는말로질문해봤자순순히대답해줄리없었으니까.

전에한번습격했었던안전가옥도들어가봤지만,그곳에는더이상얻을정보가없었다.

시체를보관하던곳으로추정되는창고에들어가보기도했었다.하지만그곳에서다시한번시체를어딘가로옮기는절차가있던건지,유의미한증거는나오지않았다.

시체가들어가고나왔다는흔적이있었을지언정,그시체를활용할법한거대한마법진은나오지않았으니까.

경비대가들어간이상,그안전가옥을더감시하는것도의미없는짓이었다.마탑안의흑마법사를이렇게까지몰아붙였으면반격을할법도하지만,그들은아무것도하지않았다.

"단서가안보이네..."

사로잡힌마법사를심문하기도했다.하지만,그는금제가걸려있다는말로도망치며아무것도알려주지않았다.

진실을원한다면,스스로알아보는것이가장현명한선택일것이라는말과함께.

­지루하지않아?

"그렇긴한데..."

혹시나마탑에시체가더필요하다면,한번공급처를잃어버린마탑이직접시체를받으려할지도모른다.

그래서이근처를감시하고있었던것이지만,수확은없는것같았다.

마법에서흘러나오는탁한냄새가넘실거리고있었지만,오히려불규칙적으로너무많은마법의흔적들이어지러이얽히고설켜의미있는정보를찾을수없었다.

"이쯤하고가야하나..."

이제마지막이라고생각하고돌아가려는찰나,뚜렷한흑마법의기척을느꼈다.

그래도,그다지기대하고싶지는않았다.마탑앞에서무언가느낀적은많이있었지만,대부분내과민반응에불과했으니까.

기척의주인은천천히마탑에서멀어지고있었다.확실하지는않지만,적당히사람이걷는수준의속도였다.

­어디가는거야?뭔가찾았어?

"쉿."

숨소리를죽인채,나는그기척의주인을따라갔다.

확실하지는않지만,이기척은전에느낀적이있었다.중간지대에서이름모를흑마법사가시전에,파시어가뺏어쓴마법과비슷한냄새가났다.

골목길로들어갔다.거리가좁혀지자,귀를기울이면그사람의발소리를들을수있을정도가되었다.

다수는아니고,흑마법을썼던경험이있는인간.실력이엄청나게뛰어난것같지는않고,기척을숨기는것은어설프다.

"찾았나..."

발걸음이가볍다.여자거나,아주마르거나어린사람일것이다.

흉흉한아티팩트를들고움직이는것도아닌것같았다.이마기의냄새는저사람에게서흘러나오는게확실한것같았다.

"슬슬가볼까."

발소리와마력의기척때문에,그사람을놓칠일은없었다.나는건물을넘나들며,그가다음에도착하게될곳에가뿐히착지한뒤마주치기를기다렸다.

몇초정도기다리자,마법사가불안한걸음으로달려가고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앞을가로막은나는,조용히그녀에게인사했다.

"히,히잇!"

여자였다.아예어린아이는아니었지만적당히젊어보이는나이였고,특별히예뻐보이지는않았다.

그녀의얼굴에서는,마법사특유의오만함이나학구열이보이지않았다.

흑마법사라보기에는퀭한눈이나사악함이좀부족해보였고,그렇다고아예평민으로보기에는몸이심각할정도로야위어보였다.

"묻고싶은게좀있는데,괜찮으신가요?"

"요요요요,용사님?"

이건의외였다.내얼굴을알아볼거라고는생각하지못했다.

물론,마법사는굳이따지면지식인계층이다.그들이가지고있는지식이정치적지식일가능성은크지않았지만,그래도평민이나군인에비해서는지식이많을수밖에없었다.

내기억에는없는사람이었지만,마탑과관계된마법사라면초상화나영상화된자료로내얼굴을알고있을가능성도남아있었다.

"저를알고계신가요?"

하지만,더가능성이높은가설은그녀가이사건에깊게관여되어있다는것이었다.내가그들을추적하고있다는것은,아무리늦어도내가그들중하나를체포했을때조직사이에쫙퍼졌을테니까.

이마법사가모든일을꾸몄다는생각은들지않았다.하지만,분명그녀의안에서는흑마법의냄새가넘실거리고있었다.

모든일을계획한사람은아니었을지언정,최소한이일에연관된사람인것같았다.

"네...네!"

그흑마법사는황급히고개를끄덕였다.그녀는마치범죄를저지르다가붙잡히기라도한사람처럼불안해했다.

"저희가뵌적이있었나요?"

아마,마탑내부의흑마법사조직을통해내얼굴을알아챘을것이다.다른건몰라도,이흑마법냄새는기억하지않는게더어렵다.

흑마법사의몸이사시나무처럼떨렸다.아마,그녀는이말에답하지못할것이다.

"네,네!그,용사님은모르시겠지만,저,저는한번...본적이있어요."

의외였다.아니면,거짓말일지도모른다.

떨리는손과흔들리는동공.더듬거리는말은아무리생각해도누군가를속이려들때보여줄법한태도였으니까.

"그래요?저는잘기억나지않는데...언제요?"

하지만,일단대화를허락해줬다는것만으로도반은성공이었다.거짓말이라도대화는대화다.

그녀가내게서뭘숨기고있는지,뭘하지못하게막으려하는지하나하나분석하다보면결국이사건의원흉을찾을수있을것이다.

"저번에,그,중간지대에서,용사님이..."

"네?"

생각해보자.

내가중간지대에서흑마법사를물리쳤다는사실은,이미알려질대로알려졌을것이다.

비교적지방에서일어난사건이라큰화제가되지않았을뿐,적어도나에대해조사하겠다고마음먹은사람에게는구하기에어렵지않은정보니까.

목격자도많았고,그쪽지방에서는전투에참여했던병사들의입으로충분히전해졌을사건이다.

이흑마법사가마탑내흑마법사조직과연계되어있고,나를혼란시키기위해서라면하지못할말도아니었다.

"음..."

이성적으로는그렇지만,직감은내게다른신호를보내고있었다.

용사의힘을얻은이후예민해진감각은,이흑마법사의기운이중간지대에서느꼈던기운과너무나도비슷하다는것을말해주고있었다.

흑마법사특유의기운이라고말하기에는,레오드린의영지에서처리했던흑마법사무리에게는느껴지지않았던기운이었다.

정말로그때만났던흑마법사와그녀가같은사람이라면,비슷한기운이느껴지는것은전혀이상한일이아니었다.

"...그렇군요.살아남았을줄은몰랐는데요."

그래도,달라지는건없었다.그녀가여기서도흑마술을써서사람을죽이는일에참여하고있다면,이번에야말로강제로멈출수밖에없다.

"마,마침찾고있었어요!말씀드릴게있었거든요."

하지만그녀는,내예상을벗어난말을꺼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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