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화 〉 안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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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권위가흔들린다한들,그권위의집약체인황궁은굳건했다.
황제의안위와황가의가호는,황제파는물론귀족파에게도중요한일이었으니까.
"기다리고있었나?"
"이정도는견딜만하다.갑자기들어온건내쪽이고."
그래서,이런곳에약속없이들어올수있는이는극히드물수밖에없었다.
하지만황제는그침입자를비난하기보다는,침통한얼굴로묵묵히자리에앉을수밖에없었다.
상대는그조차도무시할수없는대마법사,살아있는마법계의전설이자마탑의탑주였으니까.
"더할일이있더냐.파시어?"
"네가해줄일은끝났으니,걱정할것없느니라."
작은마법사는,시름과기대가섞인미묘한표정을짓고있었다.
"그래야지.네가부탁한마력을조달하기위해,황실재정이흔들리고있으니까."
멀쩡한상태의제국이라면조달하지못할것도아니었지만,지금제국은흔들리고있었다.
마왕군과의전쟁에서입은상처를어떻게든봉해놓은수준이었지만,다시제국을성장시키기위해서는더많은투자와지원이필요했다,
귀족파의힘은강해지고있었고,그들에합류하는이들도점점많아지고있었다.상황을반전시킬기회가주어지지않는다면,이십년안에제국은크게흔들릴것이다.
그런상황에서파시어를지원하기위해재원을쏟아붓는다는건,황제로서도쉽게할수있는결정이아니었다.
"항상고맙게생각하고있느니라.네가아니었다면훨씬늦어졌을테니."
황제의표정이어두웠다.그를부른건파시어였지만,할말이많았던건황제쪽이었다.
"너를믿는마음이사라진건아니다."
현황제가황태자였을때,파시어에게받은도움이적지않았다.
"용사파티의여정에서있었던일은믿을수없을만큼실망스러웠지만,그대를본게하루이틀일은아니었으니."
파시어는씁쓸한웃음을삼켰다.
"하지만,적어도이유는알아야겠네.내가모아준마법재료들을어디에쓸생각인가?듣자하니시체도모으고있다던데."
아무리비밀스럽게움직였다해도,수도안에서일어나는일을황제에게들키지않을수는없었다.파시어는조금아쉬워했지만,이미모아야할것은전부모았다.
"내지원으로는부족했나?"
"그렇지않아.충분했느니라.하지만,단순히마력이아니라시체를모아야할필요성이있어서말이지."
"...계속말하라."
파시어는현명했지만,결국그녀도마법사였다.마술을배운자들의고질적인문제인,'말하기를좋아하는것'에서벗어날수는없었다.
"시체는마력공급원이아니다.그보다는,향을내기위한수단...더정확히말하면,적의수급이라고나할까."
"대체누구에게바치기위한수급이라는거냐!"
크게소리친황제는,뒤늦게자신의몸이그런격한운동을하고버틸수없다는사실을떠올렸다.
"어찌되었건,네가모은시체는제국민의생명이다.제국을적이라고생각하는게아니라면..."
황제의표정이어두워졌다.파시어에대한신뢰와별개로,그녀의계획을예단할수없었다.
"그리어려운이치는아니다.내가...아니,어떤정령이나신수가미쳐날뛰며,많은수의사람을죽였다고해보자.어찌되겠나?"
잠시멈춰그광경을상상해본황제는,이내결론을내릴수있었다.
"아마마기에젖겠지.하지만,그게이일과무슨상관이지?"
"마술은근본적으로속임수이니라.나정도되는마법사가재주를부리면,그피와죽음을'내가'한것처럼만들수있지."
"하지만,그렇게까지해서얻는이득이...아."
황제의말이끊겼다.그녀가무엇이필요해서이런일을저질렀는지,서서히깨닫고있었으니까.
"힘은충분하다.네가모아준마법재료를마력으로변환하기만하면,무슨일이라도할수있겠지.하지만,그방향성과...성격을부여하기위해서는그런재료가필요하다."
파시어가옅은미소를지었다.황제를이해시키기위해서는더많은시간과노력이필요하다고생각했던그녀였지만,예상외로황제의이해력이좋았다.
"말도안된다,파시어.넌그걸통제할수없어."
황제의손이공포로떨렸다.
그를위해서라면어떤손해도감수할수있다고생각했던황제였으나,이건사안의크기가달랐다.
"나라고그걸모르겠나.길거리의개도아니고,그런괴물을길들일수있다는망상은하지않아."
그말을듣자,공포와분노로부들부들떨리던황제의손이조금안정되었다.
"애초에그런희생을당연시할거였으면,구태여시체를사모으는귀찮은일따위는하지않았겠지."
파시어는,그녀의측근중가장가까운사람에게만알려주었던비밀을황제에게누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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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하시겠다고요?"
이해할수없었다.
만에하나,정말그의행동이그리커다란범죄가아니라면어떻게되는걸까.내가했던일이모두무의미해지는건가.
"하지만,제가그걸어떻게믿죠?"
나를속여시간을벌려는속셈일지도몰랐다.그래도,지팡이를내려놓은그를공격하는건뒷맛이쓰린일이었다.
"그렇군요,그런맹점이있었습니다.마법사들사이에서는약속을강요할만한맹세들이있지만,보통...마법을모르시는분들은이걸믿지못하시더군요."
"그럴수밖에없겠지요."
마법을아는사람이라면마법적맹세가어떤효력이있으며,이걸파훼할방법은무엇이고어겼을때어떤제재가강해지는지알수있을것이다.
하지만,마법에대한지식이부족한나는그런대응을할수없었다.마력의흐름정도라면눈치챌수있었지만,구체적으로마법이어떤영향력을행사하는지알아챌능력은없었으니까.
"그러니...어쩔수없군요.저와함께경비대까지가시겠습니까?제가걸수있는게이것밖에없다는건아쉽겠지만,적어도제목숨정도는판에올려둘수있을것같군요."
마법에는시간이필요하다.정말내상식을초월하는수준의대비책을갖춰두지않았다면,그가손을쓰는즉시검을휘둘러그를쓰러트릴수있다.
"당장은오해가있는것같지만,결국저희를이해해주실거라믿습니다."
좀당황한것같았지만,그의얼굴은놀랍도록떳떳해보였다.
"...바로가시죠."
피곤했지만,지금걸음을멈출수없었다.나는그를잔뜩노려본채,그가움직이기를기다렸다.
"손을묶을무언가가필요하시진않으십니까?"
"별의미없을것같군요."
너무나도순순히,그는내앞에선다음천천히걸어갔다.
"경비대본부가있는곳은제가알고있습니다.따라오시죠."
나는입을다문채그를따라갔다.상황을내가통제하지못하고있다는,불쾌한감정을뒤로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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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을자지못했다.밤을새워그시체운반자들을추격하고있었으니까.
하지만,겨우며칠동안잠을자지않았다고쇠약해질육체가아니었다.이상했다.
"안으로들어가시면됩니다.황제폐하께서도분명기뻐하실겁니다."
하지만,내계획이실패했다고볼수만은없었다.
마지막까지긴장했지만,마법사는순순히경비대앞에서자신의죄를자백했다.정식으로재판이열리려면시간이좀걸리겠지만,일단경비대는감옥에그를구금해놓은상태였다.
오늘밤이나내일아침에경비대가충돌해수색을시작할것이다.그런수많은시체들을하루아침에숨길수는없을뿐더러,고위마법사로보이는그가순순히자백했으니수사가꼬이지는않을것이다.
"수고하셨어요."
"용사님을직접보게되어영광이었습니다!"
경비대의간부로보이는이남자는,열성적으로사건을수사하려했다.특별한일이없었다면,아마저녁까지나를앉혀놓고수사를이어갔을것이다.
그럴수없게된건,그다지보고싶지않았던사람이나를불렀기때문이었다.
"하..."
경비대에신고한지몇시간도되지않아,황제는작은편지를써나를불렀다.
흉악한범죄를찾아낸것을치하하며,축하를위해황궁에초대할테니부디찾아와달라는말.
그가진심일거라고는생각하지않았다.애초에,그몇시간만에사건의전말을파악하고나를치하한다는것이말도안되는일이었으니까.
다른사소한말은다'공적인'편지를쓰기위한치장일뿐이고,본론은나를만나고싶다는것하나일것이분명했다.
"나쁘지않지만..."
안그래도한번황제를만나볼필요는있었다.아직마룡의심장을구하기에는멀었다고해도,그가계속내게협력할의사가있는지다시한번확인할필요가있었다.
하지만,내가아니라그가먼저나를본다는것에좋은의도가느껴지지않았다.
"에,에네렐남작님?"
기억나지않는얼굴이었지만,아마황궁에잠깐머물렀을때오며가며얼굴을마주친사람이었을것이다.나는떨떠름한얼굴로그와인사했다.
한번내발로박차고나간곳을,다시돌아왔다.그것도,이런미적지근한이유로.
"어쩌다이렇게됐지..."
로렐의일을도와주며차분하게단서를구하려했을뿐인데,점점일이커져따라가지못할정도로부풀어버렸다.
심호흡을한뒤,황제가있는알현실의문을열었다.시종이문을열자,익숙한얼굴의노인이거친숨을쉬며나를기다리고있었다.
"어서오시게나."
황제는,이전보다훨씬희미해진눈빛으로나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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