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55화 (155/217)

〈 155화 〉 안개­1

* * *

마법사들은밤거리를이리저리돌아다녔다.목적지를들키지않기위해나름대로노력하는것같았다.

하지만,마차전체를순간이동시키는등의극단적인방법을쓰지는않았다.

한두번있었던거래도아니었던것같고,순간이동을써야할정도로귀중한재료도아니었다.보안을위해서라고는해도매번순간이동을쓰려했다간,그들의마력이버티지못할것이다.

숨을죽인채그들을쫓아갔다.영원히거리를돌아다닐것같던마차는,어느한적한저택앞에서멈췄다.

주위에벽을높게쌓아올린,수도안에서보기힘든귀한저택이었다.마차는자연스럽게그안으로들어갔다.

하지만,수도에는높이가꽤있는건물이즐비해있었다.나는조심스레건물옥상까지벽을타고올라가,그마차가들어간저택을감시했다.

여명이밝아오는새벽이었지만,거리를돌아다니는사람은많지않았다.나를주목하고있는인간은거의없었다.

"...마법인가."

저택에서은밀한마력이뿜어져나왔다.아마간단한인식저해마법인것같았다.

하지만,불특정다수에게시전되는약하고미세한주문이다.용사에게통할법한마력은아니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그들의조심성은놀라울정도였다.저택안에있는마구간에들어가자마자,천을내려안에서무슨일이일어나는지볼수없게했으니까.

더이상기다릴수는없었다.나름대로거처로보이는곳까지도착했으니,적당한증거를찾을수있을것이다.

몇걸음만에그높은곳에서바닥으로떨어졌다.이전이라면상상도못할만한행동이었지만,용사의힘을얻고난지금은발목에적당히기분좋은충격이느껴지는정도로끝낼수있었다.

가까이서보니,저택의문이더욱거대해보였다.몇발짝저택에서멀어진나는,어깨로문짝을밀어버리려고달려들려다우뚝멈췄다.

­음?밀고들어가려는거아니었어?

어느순간부터인가,내게말을걸어주는사람은이검밖에없게되었다.처음에는귀찮게생각했던나였지만,조금씩그녀에게의존하고있다는것이느껴졌다.

"들킬수밖에없겠지만,그래도최대한안들키는게나으니까.쓸데없는소란을낼필요는없지."

크게뛰어올라담을넘었다.

땅을밟는소리와함께,경비들이눈을부릅뜨고내쪽을바라보았다.

"습격자다!"

처음발견한경비가호루라기를불었다.다른이들도각자창이나지팡이를쥔채,순식간에나를포위했다.

"이정도일줄은몰랐는데..."

훈련이잘되어있었고,기세도만만치않았다.빈민가의범죄조직이나용병들에게서느껴지는여유롭고방탕한분위기는찾아보기힘들었다.

감탄하고있을틈도없었다.순식간에날아온마법이,내어깨를스치고지나갔으니까.

"전력으로대응해!"

당장그들이쏴댄불덩이가강력하지는않았다.스치고지나가긴했지만,맞았더라도내몸을비틀거리게만들지도못했을것이다.

하지만이건어디까지나그들이'당장사용할수있는'마법에불과했다.그리고마법사는,즉각적인대응능력이부족한이들에속했다.

"쏴라!"

이들전부가마법사인것같았다.그것도,단순한학자가아니라싸울준비가되어있는훈련된마법사.

몇몇마법사가즉각적인마법으로나를견제하고있는동안,다른이들은차분하게시간이필요한주문을외웠다.소수의경비들은아예건물안으로들어가,지원군을부르기시작했다.

마탑이다.이렇게철저하게숙련된마법사들을비밀리에,대규모로움직일수있는이들은마탑밖에없었다.

파시어가떠난동안,마탑에서뭔가불온한움직임이일어난게분명했다.

"흡!"

쏟아지는마법을몸으로받아냈다.앞으로달려들어,그들의중간까지파고들었다.

"무슨..."

마법사의힘은시간과준비에비례한다.즉시발사한마법보다몇초나마주문을외운마법이더욱강하겠지만,한계는뚜렷했다.

몇주동안나를죽일주문을외운다면모를까,급하게토해낸마법주문으로는어림도없다.

"크억!"

"무,물러서지마!상대가누구든,여기서멈춰서는안된다!"

성검때문에몸이잘려나가는일은없을테지만,그래도저평범한마법사들에게전력으로검을휘두를수는없었다.

동기를알아야한다.흑마법사라면시체를탐하는게자연스러운일이지만,이미제국의수도에서거대한탑을지어둔채부귀영화를누리고있는그들이시체를수집하는건이상한일이었다.

"이안에시체를실은마차가들어가는것을확인했습니다.순순히항복하십시오."

몇명의마법사를쓰러트렸지만,이대로계속싸움이이어지면끝이없었다.

시간을끈마법사들이어떤주문을시전할지도모르고,시체의행방을놓치기라도한다면이모든일이허사가될수도있다.

"물러서지마!계속싸워라!"

한명한명이전부수준급의마법사였다.경비를서고있는마법사들은그나마평범한마법사정도라면,어딘가에서충원되는마법사들은더욱더만만치않은능력을가지고있었다.

"젠장..."

이대로가다가는끝이없었다.위력적인주문을허용하더라도,일단증거를확보한다음싸워야했다.

"크어어억...어?"

마법사를쓰러트리는것을멈추고,나는마차가들어갔던마구간으로달려들었다.천을벗겨내자,아직숨기지못한마차가고스란히남아있었다.

"막아!거길들어가게놔둬선안돼!"

마법사들의외침에도불구하고,나는마차의문짝을뜯어낸뒤그위에올려진검은첨을벗겨냈다.

"...젠장."

굳은피가엉겨붙은생명의흔적이드러났다.고통스러운표정으로죽어간이의시체와눈이마주쳤다.

이게들어있을거라는사실은알고있었다.충격적이지는않았다.오히려,이안이텅비어있었다면더당황했을것이다.

하지만알고있었다해도,사람의주검을보는것이그리달가운일은아니었다.독한향의효력이다했는지,역겨운시체냄새가코를찔렀다.

"대체무슨일이냐!"

평범한사람처럼위장했던다른마법사들과는달리,대놓고하얀로브를입은중년의마법사가내려왔다.

눈을마주치는것만으로도느낄수있었다.저마법사는,여기있는다른모든마법사들보다강하다.

"여기들어온이상,살아나갈생각은마라!"

자신만만하게주문을시전한그는,나와눈이마주치고우뚝선채로굳어버렸다.

"...용사님?"

나를아는듯한눈치였다.내가생각을정리하기도전에,그는손을휘저어상황을무마시켰다.

"전투중지!적이아니다!젠장,용사님의얼굴을아는놈이이중한명도없었던거냐!"

이상했다.

마탑내의소수마법사가사악한음모를꾸몄더라면,용사라는이름값에휘둘릴이유가없었다.

용사의힘을두려워하고있던거라면,차라리나를보자마자도망치는것이더현명한방책이었다.싸움을멈출이유가없었다.

좀허무해졌지만,싸워서다죽이고이기는것보다싸우지않는편이나았다.말이통하는상대라면더더욱그랬다.

"당신들,마탑의일원입니까?"

"예...뭔가오해가있었던것같군요,용사님.부디검을내려주시겠습니까?무익한희생을더늘려서는안될것입니다."

하지만,그들이저지른일이있다는것은변하지않았다.내눈앞에있는시체가어딘가로사라진것은아니었으니까.

"설명해보세요.시간을오래드리기는힘들것같습니다."

마법사에게시간을주는건위험한일이었다.검을밑으로내렸지만,언제라도달려들준비를하고있었다.

"그게...그,모르셨습니까?"

"시체를사들이는것말입니까?제가그걸알거라생각하셨습니까?"

이게공개된장소에서한말이었다면,이범죄행위에나를끌어들이기위해한말이라고생각했을것이다.

하지만,주위에있는이들은그와같은편인마법사들밖에없었다.그가속일만한사람이없었다.

"그렇다면,그것때문에오신겁니까?저희가범죄자들에게시체를사들이는것때문에?"

"시체를사들이는것?그정도로끝날일이라고생각하시는겁니까?"

나는이를꽉악물었다.

"그것때문에,시체를위해사람을죽이고다니는범죄조직이등장했어요."

마법사들의사고방식이일반인과다르다는것은알고있었지만,이런일마저사소한일탈로여길줄은몰랐다.

"그게수도뿐만아니라레오드린가문의영지까지행패를부리고다녀서,거기있었던제가여기까지오게됐는데?"

"하지만,그건전부당신...크헉!"

멀쩡하게말하고있던그가,갑자기무언가에막힌듯입을닫았다.

"쿨럭,커흑,윽,허어...죄송합니다."

"무슨일이일어난겁니까."

"이거...좀의외군요."

심호흡을하며정신을진정시킨그는,어느새입에서흘러나온피를로브로닦아냈다.

"제가전부말할수는없을것같군요.이문제는...직접확인하시는게좋을것같습니다."

"그딴말로넘어갈생각은없습니다."

"모르시겠지만,마법사가불법적인재료를사는것은흔한일입니다.옳은일이라고는하지않겠니다만..."

마법사의얼굴이침울해졌다.

"하지만범죄조직이만들어질정도라니.그런일까지일어났다면,인정하겠습니다.저희가과했군요.자수하겠습니다."

"...뭐?"

"용사님의기준에만족할만한벌을받을수있을지는모르겠지만,마탑은반드시죽어간생명에걸맞은대가를제국에지불할겁니다."

어느것하나,내상식으로이해할수있는행동이없었다.

나는아무것도모르고있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