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54화 (154/217)

〈 154화 〉 이름­16

* * *

어두운밤이었지만,냄새는숨겨지지않았다.

"흠..."

코를찌르는향냄새너머로,미약하게시체냄새가흘러들어오고있었다.

나무바퀴가흙을짓밟고움직이는소리가들린다.마차의형태가미약하게느껴진다.

의외였다.적어도,크리스티나가내게근거없는정보를준건아니라는뜻이었으니까.

빈민가에서사람이죽는게그리유별난일은아니었지만,마차의수가심상치않았다.지금당장보이는것만해도넷이넘었으니.

저런시체가갑자기생길법한유혈사태가있었다는얘기는들어본적없었다.

마탑이,파시어가개입되어있냐아니냐와는별개로,적어도이곳에서거래가일어난다는것은확실해보였다.

"이런걸알았으면,알아서처리했어도됐잖아..."

푸념해봤지만,크리스티나의심정을이해할수없는건아니었다.

어느상황에서도살아나올수있고,유사시에전면전도수행할수있는남자한명이그들을주시하는것과,그녀가고용한사람이단체로그들을압박하는것은무게감이다를테니까.

그들이더가까워지자,나는조용히숨을죽였다.

나름대로몸을숨긴다고숨겼지만,은신에능한것은아니었다.일이조금만수틀려도들킬수있다고생각해야했다.

"오늘도짭짤하겠네.이일은다좋은데,끝나자마자바로여자를안으로가기엔너무피곤하단말이야."

마차를끌고온이들은그리점잖은이들은아닌것같았다.한사람이입을열자,독한술냄새가느껴졌다.

"네정신머리를생각하면그쪽이더낫지않냐?금화를잔뜩들고그걸여자한테바칠바에는,차라리한숨자고정신을좀차리는게낫지."

"그게어쨌다는거야?순서가어떻게되든난여자에돈을꼬라박을거라고."

시체를가지고온이들이판매자라면,이들을잡아내도핵심적인정보를얻을수는없었다.

구매자를잡아야한다.한명이라도붙잡고쫓아가다보면,원흉이누구인지깨달을수있을테니까.

한자리에숨어조용히기다리고있자,다른이들의발걸음소리가들렸다.

숨을죽였다.소리로미루어짐작해봤을때,세명정도의인간들이함께움직이는것같았다.

"오래기다렸나?"

낮게깔린목소리가들리자,분위기가얼어붙는것이느껴졌다.

"어,얼마안됐습니다.이쪽을지나가는놈들도없었고..."

누가구매자이고누가판매자인지한눈에알수있을정도로,둘의신분차가느껴졌다.

구매자의목소리에서지성이느껴지긴했지만,그것만으로무언가를단정지을수는없었다.

"물건은준비해놨습니다.신선합니다."

"흐음..."

마차를살짝들추는것같은소리가들렸다.시체냄새를숨기기위한향냄새가코를찔렀다.

뒤적거리며물건의상태를살핀구매자는,마차의문을쾅닫고돌아섰다.

"이쯤되면알아먹었을거라생각하지만...쫓아오는놈들은없었지?"

"당연한말씀아니겠습니까.이곳은저희가꽉잡고있고...쥐새끼한마리없이안전한곳입니다."

"좋아."

금화가주머니안에서부딪혀짤랑거리는소리가들려왔다.판매자들은반짝이는금화를보고행복에젖었는지,행복에찬탄성을내뱉었다.

"다음거래는언제로하시겠습니까?"

"거래는끝났다."

기다림이헛되지않았다는건지,꽤중요한정보가나왔다.

천운이었다.정말이게마지막거래였고,저구매자들이이번사태를야기한근본적인원인이라면이게그들을찾아낼최후의기회였던걸지도몰랐으니까.

"그건...안됩니다!우리가받기로한시체가얼마나많은데..."

"입조심해라!"

받기로한시체.

하긴,한두번시체를값비싸게사들이는정도로'시체를노린범죄집단'이나타날리없었다.

하청을맡은범죄조직이등장할정도로큰규모가아니라면,이미암흑가사이에서는파다하게소문이퍼졌을것이다.

"몇달간아무문제없지않았습니까?서,설마다른공급자를..."

"네놈에게유감은없어.이런곳에서그...네공급품을입에담는,머저리같은성급함을제외한다면!"

화가머리끝까지차오른구매자였지만,그와중에도목소리를죽여야한다는것을잊지않았다.

몇달간이런일이지속되었다는얘기를듣자화가치솟아올랐지만,조금은안심할수있었다.

역시,로렐과크리스티나가틀렸다.그시간이면파시어는나와함께여행을떠나고있었을시간이다.그녀가이일에관여했을리없다.

"필요했기에사들였고,필요없었기에내치는것뿐이다."

"죄,죄송합니다..."

잠시,대화가끊겼다.구매자쪽에서뭔가반응을보여야할시간이었지만,아무말없이조용했다.

침묵이길어지자,긴장감이맴돌았다.

들킨건가.지금싸워도내가질리는없겠지만,구매자를생포하는정도로는부족했다.

파시어가이일에무관하다는증거와,흑마법사의본거지를쓸어버릴수있는단서가필요했다.

"너희들,세명인가?"

"예,그렇죠.그렇습니다.한명씩마차를몰고왔으니,세명..."

"이런일을하고싶지는않았다.범죄자들이라고해도,내손으로죽이고싶지는않았으니까.하지만,너는마지막까지도너희를믿을수없게만드는군."

"그,그게무슨소리..."

빛이번쩍였다.

마법으로만들어진에너지탄환이었다.그들의얼굴이보이지않는위치에있었을지언정,번쩍이는빛과충격을볼때분명내가아는마법이었다.

가성비가좋지않다는이유로파시어는잘쓰지않았지만,일반인세명을시체로만들기에는충분했다.향냄새로도숨겨지지않는피비린내가코를찔렀다.

"물건을가지고돌아간다."

마법사였다.그것도,꽤수준높은마법사.

하지만,이물건의구매자가마법사가아닐거라기대하는게더어리석은생각이었다.마탑이연관되어있다는것이사실이라해도,파시어가연관되어있을가능성은더낮아졌다.

구매자들은혼란에빠진말들을진정시키고,조용히자리를빠져나왔다.나는숨을죽인채,거리를충분히두고그들을뒤따라갔다.

/////

"돌아가셨군요."

"...그도나름대로생각이있었겠지."

목욕을마친셀리아는,가까스로정신을차릴수있었다.

특별한이유가있던것은아니었다.그저,그녀의상태때문에그가힘들어하고있다는사실을겨우깨달았을뿐.

다행인지불행인지,그는성녀였던여자를더보고싶은마음이없어보였다.작별인사도없이,돈과편지한장만놔두고떠나버렸으니까.

"너한테는미안한일을했을지도모르겠지만,어쩔수없었어.나도그에게무언가를요구할수있는처지는아니었으니까."

네르웬의예리한감각은,그가이여관을떠나가고있다는것을선명하게알려주었다.하지만,그녀가그를잡을수는없었다.

"아니요.저에게는...고마운일이네요.어떤식으로든,저때문에그분이고통받는모습은보고싶지않았으니까요."

셀리아는은색머리카락과옅은웃음을되찾을수있었다.이대로교단에돌아간다면,그녀가신성력을쓸수없다는것을들키기전까지는아무도그녀의이상을눈치채지못할것이다.

성녀였던여자가,테이블위에놓인편지를조심스레집어들었다.그안에는그가거칠게눌러쓴문장몇줄이담겨있었다.

­쓸데없는걱정하지말고,네일에나신경써.네말처럼,이제네가어떻게살든내알바아니니까.

언뜻거칠어보이는말이었지만,지나칠정도로많은배려가담겨있었다.

정말신경쓰지않는다면,굳이그빈민가에서그녀를업은채더좋은곳에데려다놓을리가없었다.

얼굴을보는것조차도힘들어하면서도,그는마지막까지동정을놓지못했다.

"...역시,안되겠어요."

셀리아는체념과결의가반쯤섞인모습으로,두주먹을불끈쥐었다.

"무슨생각인데?"

이제는부끄러움을느끼지도못한다는것처럼,방안에남은그의향취를킁킁거리던네르웬이셀리아의뜻을물었다.

"에네렐의뜻을따르면...결국에네렐을불행하게만들거예요.그는,자신을행복하게만드는방향으로행동하지않을테니까요."

"난좀위험한것같은데..."

"그러면,여기써진대로하라는말씀이신가요?"

셀리아는인정할수없다는듯이,그가쓴편지를이리저리흔들었다.

"정말,아무일도없다는것처럼...그를잊고,행복하게살아?말도안돼요.절대인정못해요."

네르웬도,차마셀리아가잘못된생각을하고있다고는말할수없었다.그녀가보기에도그건이상했으니까.

"그래서어쩌려고?너,이제신성력도없고...나나너나그에게도움을줄방법이없잖아."

"적어도,제이름은남아있어요.신성력을쓸수는없지만,성녀라는직분은남아있어요.찾다보면분명이걸쓸수있는방법이나올거예요.제게남은것을불살라서,그에게조금이라도도움을줄방법이."

네르웬은찝찝한불안함을떨쳐버릴수없었다.하지만,셀리아는이제서야겨우정신을차렸다.

어떻게든삶의의지를가지게된네르웬의기를꺾을수는없었다.

"...확실한계획은있어?"

"당장은없지만,반드시꼭찾을수있을거예요."

한숨을푹내쉰네르웬은,그녀의활을챙기고일어났다.

"네생각이정그렇다면...파시어를만나보자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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