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53화 (153/217)

〈 153화 〉 이름­15

* * *

셀리아와네르웬이잠시나간사이,나는생각을정리했다.

"하..."

앙갚음을원한다면,가장올바른답은이미나와있었다.이대로그들을방치하고,내할일을하러떠나는것.

그냥꼴좋다고여기며갈길가면그만이다.그녀들의고통받는모습을기억하며,내할일을하러가면된다.

그건싫었다.나도인정하기는어려웠지만,그녀가고통받는모습을더보고싶지는않았다.

그리고,그걸위해서는뭘해야하는지도잘알고있었다.

네르웬의이상증세는,그냥내가옆에있어주기만하면해결된다.내가죽거나돌아가고난다음에는어쩔수없다고해도,당장내근처에있는것을허용해주기만하면충분히돌아올수있다.

셀리아도별반다르지않다.그녀의근본은달라지지않았다.위로의말몇마디면,금세생기를되찾고내가알던그녀의모습으로돌아올수있을것이다.

"너무희망적인생각인가..."

하지만,적어도시도할만한가치는있었다.내말한마디로,저런상태의셀리아를되돌릴수있다는것이었으니까.

"..."

그래도그건싫었다.그녀의얼굴을보고,용서한다고말할수있을것같지않았다.

조금다른의미로,셀리아의심정을이해할수있었다.

"어쩔수없네..."

이러지도저러지도못하던나는,금화가담긴주머니하나와편지한장을써서남겼다.

나는결국어느쪽도선택할수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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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문제는,의외로손쉽게해결될것같았다.간단하게상황을설명한나는,그녀가우아하게차를마시는동안조용히기다렸다,

"처음부터저를찾아오시지그랬어요.짧은순간이었지만,저는용사님과친해졌다고생각했는데..."

빈민가를나와수도를어슬렁거리고있을때,그녀의부하가나를불렀다.쫄래쫄래따라간내앞에는,강렬한인상의귀족영애가찻잔과함께나를기다리고있었다.

"그리말해주시니감사합니다."

크리스티나알트도어.귀족파의사람이었다.

"황궁에서도많은일이있었어요.용사님의명예를되찾기위해저희아버님이많이노력하셨죠."

"얘기는들었습니다."

사실아무것도듣지못했지만,당연히그가그랬을거라짐작할수있었다.

황제의권력을억제하고그들의이권을챙기기위해움직였을크레온이,황제와엘레노어의가장커다란약점을파헤치지않을리가없었으니까.

"그,배신자는뻔뻔하게돌아다니고있지만...뭐,얼마남지않았어요.조금만기다리시면,저희와함께행복한삶을누릴수있으실거예요."

대꾸하고싶지도,설득하고싶지도,이해하고싶지도않았다.

그저,나와다른곳을보는사람이다.목적만달성할수있다면어찌되든상관없었다.

"그보다,흑마법사일은..."

"내정신좀봐,그일로수도에방문하신거라하셨죠?"

그녀는귀족영애다운미소를지으며,차를한모금홀짝였다.

"역시용사님이시네요.그렇게참혹한배신을당했는데도,천한인간몇명이죽어나가는일에관심을기울이시다니."

말이조금씩거슬린다.이자리가불편해지기시작했다.

"이해하기힘든행동이지만,고결해보이기는하네요.이런분들이높은자리에오르셔야할텐데..."

말없이그녀의감상을기다리자,크리스티나는애정어린눈빛으로말을이었다.

"저희도그사건을조사하고있었어요."

"그렇습니까?"

"사람이죽는것도중요하지만,흑마법사는언제나혼란을몰고오니까요.그시체들을먹고자란악당이,무슨짓을할줄누가알겠어요?"

"다행이군요."

"이런말을하기에는좀불충해보이지만...지금제국의상층부는무능하니까요.저희라도움직여야하지않겠어요?"

그녀가말하고있는'제국상층부'가황제를말하고있다는것을모르지는않았다.그리고,그가본래가진힘을발휘할수없는원인에는크레온가문이있다는것도.

하지만,지금그녀가문제해결에적극적으로임하고있다는것은호재였다.적어도이사건에한해서는,정치적 이유 때문에 방해받지 않고 해결할수있을테니까.

"크레온가문에서수사를진행하고있다면...혹시,원흉이누구인지도알고계십니까?무력이필요한일이라면얼마든지협조하겠습니다."

단신으로잡다한흑마법사의소굴을쓸어버렸을때도그랬던것처럼,소규모전투에서내힘은압도적이었다.

"그게..."

크리스티나의목소리가작아졌다.

"무슨문제라도있는겁니까?"

"그건아니에요.하지만..."

머릿속에의혹이솟아났다.그녀가이렇게말을조심해야할이유가없었다.

"혹시,그더러운사기꾼이아닌...다른용사파티원들과는어떻게지내고계신가요?"

"...그게중요한얘기는아닌것같은데요.이일과관련이있지도않은것같고."

"슬프게도,관련이있어요."

그녀가그렇게까지말하자,나도고집을더부릴수는없었다.굳이숨길필요가있는관계도아니었으니까.

"최근에네르웬과셀리아...그러니까엘프와성녀를한번만나긴했습니다.레오드린의영지에서헤어진다음에는만나지않았어요."

"그들과는화해했나요?"

자꾸사적인질문을하는것같아슬슬기분이상했다.하지만,필요하다면이정도는알려줄수있었다.

"그런일은없을겁니다."

"그렇다면다행이네요.그년들,그역겨운가짜용사와함께진짜용사님을괴롭혔잖아요?위선적인일을아무리벌여봐야,근본은달라지지않는법이죠."

내앞에앉은크리스티나가남의위선을비난할수있을정도로깨끗한삶을살아왔다고생각하지는않았지만,어찌보면이것도편견일수도있었다.

그보다,그다음말이듣고싶었다.도대체왜그들의악담을해야했는지.

"시체를모으고있는,돈많은마법사가있어요.아실지모르겠지만,흑마법사와일반마법사는종이한장차이에불과해요."

"음..."

파시어에게들어본적있는말이었다.

"민병대나용병이한순간에산적이될수있는것처럼,그들이어떤행동을하냐에따라구분하는것뿐이죠."

"그게어쨌다는겁니까."

"이일의배후에,마탑주가있어요."

이런말을할것같다는생각은했다.네르웬이나셀리아는이런일에엮일상태가아니었고,그딱딱한엘레노어도시체를돈주고사는일에관여할사람이아니었으니까.

하지만,아직도그녀의말을믿을수없었다.슬슬기분이나빠졌다.

"증거는있습니까?파시어가굳이그런일을해야할것같지는않은데요."

로렐도이런말을했었지만,그녀의가설은빈약했다.하지만,크리스티나가내게이런말을할정도라면증거가있거나,최소한나를설득할자신이있다는뜻이었다.

"물론,근거도없이이런말을하는건아니에요.마탑주는몇백년을살아온괴물이잖아요?어설프게수작을부렸다간,내일당장제가개구리가되어있을지도모르죠."

크리스티나가몸을부르르떨었다.

"그놈의개구리..."

예상외로,그녀는파시어를두려워하고있었다.

생각해보면꼭이상한일은아니었다.궁정예법이라는틀안에서움직일거라고확신할수있는엘레노어나황제와달리,파시어는수틀렸을때어떤방법을쓸지예상할수없었을테니까.

"저도인정하고싶지않았어요.차라리어설픈황제파마법사였다면이용할수라도있지,이건...아예전면전을벌이지않으면해결할수도없는문제라고요."

말없이그녀를노려보자,크리스티나는깊은한숨을쉬었다.

"그러지않았을것같긴하지만...황제폐하께서도이사실을알고계십니까?"

"그분도한통속...아니,황제폐하의눈과귀를막는간신들이좀많은것같아요.아니면,그분의총기가흐려지셨거나."

아슬아슬한말을뱉은그녀였지만,그걸인지하기어려울정도로다급한모습이었다.

하지만,나는그녀를더신뢰하기어려워졌다.파시어하나의단독범행이면모를까,그녀가시체를수집하고있는데황제가그걸눈감아줄리가없었으니까.

"대체파시어가뭐때문에시체를모으겠습니까?그것보다더좋은마법재료가차고넘칠텐데요."

"사악한마법을쓰기위해서라면,시체보다효율적인재료는많지않아요."

"사악한마법?"

"파괴,저주,죽음을위해마기를듬뿍넣어야하는마법이라면그래요."

크리스티나는손에쥔반지를가볍게어루만졌다.그안에달린루비가옅은빛을내뿜었다.

"저도,마법을교양수준으로는알고있는사람이에요.그리고마탑이시체를수집하고있다는건,부인하기힘들정도로명백한사실이죠."

"흠..."

"이렇게된이상,저희가문에서는인정하고받아들일수밖에없었어요.'왜마탑주가시체를수집하겠어?'가아니라,'마탑주가시체를수집해야할이유가뭐지?'라는의문에답해야해요."

"제게그걸증명할수있겠습니까?"

그녀는박수를가볍게두번쳐문밖에서기다리고있던시종을불렀다.

"자세한위치는그가말해줄거예요.제가백마디말을하는것보다,용사님이직접모는게더좋을것같네요."

용사파티를이간질하기위한거짓말같지는않았다.적어도,그녀는그게사실이라믿고있는것같았다.

"부디,옳은선택을해주시길바래요.저희를위해서도,용사님자신을위해서도."

빈찻잔을앞에둔크리스티나가,옅은미소를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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