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52화 (152/217)

〈 152화 〉 이름­14

* * *

"대체무슨일이일어나고있던거야?"

셀리아가일반인이되어버렸다해도,최소한'전'성녀다.교단에가지고있는인맥만생각해봐도,이런허름한곳에서머물사람은아니었다.

네르웬은더더욱그랬다.용사파티에들어올정도로강력한엘프궁사다.

이제세계수의대전사니,가장고귀한엘프니하는수식어는붙일수없겠지만,그렇다고해서그녀의가치가이정도로떨어질이유는없었다.

"할말이있겠나.그저,돈이없었을뿐이지.여행중에는파시어나엘레노어가돈을관리하고있었으니...내불찰이다."

"그건벌면되잖아?"

잠깐이나마정상이라고생각했던네르웬도,상태가심상치않았다.내말을듣고있긴하는건지확신할수없었다.눈이풀려있었다.

"네르웬?"

"흣,으.어...미안하다."

그녀는마치물에빠졌다막구조된사람처럼,거칠게숨을들이쉬고있었다.

"다나은것아니었나?"

"그럴리가...없지."

겨우나와눈을마주본네르웬은,흔들리는정신을억지로잡은채말을이었다.

"새로운삶의목적이니,태어난대로살아가는게정답은아니라느니...말을길게해봐야,내몸은전혀달라지지않았으니."

수도에서,처음그증상이발생했을때는마치중독자같은모습이었다.그광경에비하면,네르웬은나름대로훌륭하게자신을제어하고있었다.

"이런곳에머무를만큼형편이어려운거야?그럴리는없을텐데..."

네르웬정도의실력을갖추고있다면돈을버는것은너무나도쉬운일이었다.

잠깐경호나용병일을한다거나,정안되면아는사람에게신세를져도된다.

네르웬이세상물정을아무것도모르는어린엘프인것도아니었다.용사파티에들어오기전에도모험가로명성을충분히쌓아올린그녀였으니까.

"셀리아가이래서야,도무지밖으로돌아다닐수없지않겠나."

쓰러져자고있는그녀의모습은,그렇게까지심각한상태라고는믿기힘들정도로평안했다.

여전히성녀라고는생각하기어려운모습이었지만,오히려그때문에분위기는누그러져있었다.

평범한마을의,농가의딸같은모습이었다.죽어가는사람을손짓한번에살려낼수있는신성한힘은없어졌고,일생을신실하게살아온자의성스러운분위기도느껴지지않는다.

나를볼때마다지나칠정도로편안하게짓던웃음도,할수있다고외치던긍정적인자세도사라졌다.

그저오늘처음본사람처럼,낯선모습으로누워있었다.

"심각해?"

"그게..."

네르웬은한숨을쉰뒤,조심스럽게그녀의상태를설명했다.

"스스로식사를하고몸을움직이는것조차쉽지않은상황이다."

"교단의도움을받으면되잖아.아니면엘레노어의친구들을부른다거나..."

용사인척모두를속였다는오명을가지고있는엘레노어였지만,그렇다해도그녀가최고의기사라는사실은변하지않았고,황제의딸이라는사실도바뀌지않았다.

개인적으로그녀를싫어하는사람이있더라도,황제파에들어가있다면좋든싫든그녀에게잘보일수밖에없다.

파시어와네르웬의평판도나쁘지않았다.다른이들을속인사람은엘레노어였지,용사파티원이아니었으니까.

진짜용사가나였다는사실이드러난뒤에도,셀리아와파시어,네르웬이마왕군을쓰러트렸다는사실은변하지않았다.

"그것도이꼬맹이때문이지.자신이이런상태가되었다는걸,죽어도들키고싶지않았던모양이다."

"정말..."

하지만,셀리아의심정을이해할수없는것은아니었다.그녀가왜신성력을잃어버렸는지많은사람앞에서설명한다는건,맨정신으로는하기힘든일이었을테니까.

"일단나와.좀더차분한장소에서얘기하자."

건물밑분위기가심상치않았다.방금전쓰러진불량배들이조심스레동료를모으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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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부유한상황은아니었지만,적어도잠깐편히쉴수있는여관을잡기에는충분한돈을가지고있었다.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셀리아는정신을차리자마자내품에서멀리떨어진채,연신고개를숙이고있었다.

"여기라면,적어도잠은편히잘수있을거야."

"내게는별반다를바없지만...고맙다.또신세를졌어."

한없이처량한그들의신세를보고있자,심정이좀복잡해졌다.

"이지경이될때까지뭘하고있었던거야..."

이유는충분히들었지만,그런사정이있었다고생각한뒤수긍하기에는그들의상태가심하게나빴다.

"잘,잘못했습니다!다시는,다시는..."

내말을듣고있는것같지않았다.흔들리는셀리아의눈이초점없이허공을맴돌았다.

"환각이더심해졌던모양이야.마음을가라앉히는약초라거나...당장할수있는대처는해봤지만,도무지답이나오지않았어."

"성직자나의사에게데려다보는건..."

"마음을다루는의사는영미심쩍거나효과가없었고,만나려해도돈이없었으니까.성직자는...이상태의파시어가성직자를만나서상태가호전될것같진않았어."

고개를끄덕일수밖에없었다.일반인사이에서라면모를까,교단의성녀를모르는성직자는적어도이수도안에서는없었다.

그녀의상태를추궁당하기라도한다면,정신적안정은커녕상태가악화되고말것이다.

"대체왜이게심각해진거지..."

이전에도환각을봐왔다고했지만,이렇게일상생활조차불가능해질정도는아니었다.

"확신은할수없지만,예상이라면할수있다."

"뭘?"

"먼저,신성력이사라졌다.정확히어느정도라고예단하기는힘들지만,적어도그녀를지탱하는데도움은줄수있었겠지."

나는고개를끄덕였다.사실,다른요소들을전부제쳐두더라도신성력을잃어버린성직자가미쳐버리는건흔히있을법한일이었다.

"게다가...그녀가제정신을차려야할필요가사라졌다."

"음?"

네르웬은내앞에엎드려있는셀리아를슬쩍잡아끌어꼭안았다.푹신한봉제인형을잡는것처럼,억지로그녀를위로하려했다.

"너와함께있는동안은,셀리아의행동하나하나가네여정에도움이되었다.하지만지금은,그녀가미치거나무너진다해도너와는아무상관없는일아니냐."

"그정도로..."

"네가우연히우리와마주치지않았다면,이렇게고심할이유도없었겠지."

나는셀리아의일그러진얼굴을멍하니바라보았다.

예전에는,그녀의웃음이싫다는생각도해봤었다.

끊임없이나를조롱하는파시어,멸시하는네르웬,압박하는엘레노어와아무렇지않게웃으며즐거워하고있었으니까.

셀리아가직접내게해를입힌적은많지않았지만,그녀가다른이들에게짓는웃음은달갑지않았다.원한이라고할만한것까지는아니었지만,그래도싫었다.

막수도에돌아왔을때,도서관에서마주친그녀가웃으며건넨손이그렇게가증스러울수가없었다.

이미나는망가졌고,하루하루돌아가는날만기다리고있는판국에이제와서'아무일없었던것처럼'같이승리를즐기자는말로들렸으니까.

"아아아아..."

추하다.얼굴에어지러이나있는물자국은그녀가흘린눈물을짐작게했다.먼지와기름으로더럽혀진머리카락이그녀가얼마나힘들었는지보여주고있었다.

"셀리아."

그녀가엉뚱한곳을보지못하게,두손으로그녀의시선을고정시켰다.어렵사리,그녀는나와눈을마주칠수있었다.

"신성력을잃은것은네잘못이아니잖아?솔직하기얘기해도되고,아니면내이름을팔아도돼.그러니까제발정신좀차려.교단에돌아가거나,다른사람을만나거나..."

"그런거,무섭지않아요."

드디어그녀와대화다운대화를할수있게되었다.

"그럼왜?"

"다들,지나치게저한테친절하거든요.바보처럼좋은사람들이라,제가신성력이있든없든좋아해줄거예요."

"그럼된거아냐?"

"그걸어떻게인정할수있겠어요.저는,에네렐씨가,용사라는걸알기전에,아무것도...하지않았는데?"

말이뚝뚝끊어진다.발음은뭉개지지않았지만,자연스럽지않고딱딱하게굳어있다.

이말을꺼내는것조차,그녀에게쉽지않은일이었을것같았다.

그녀가불행하길원했던적이없던것은아니었지만,정작그모습을보니머리가복잡해졌다.

죽는것도아니다.내가무언가한것도아니다.

셀리아가스스로선택한일에대해,그녀가스스로죄책감에빠져힘들어하고있는것뿐이다.

내가원했던게이런것아니었을까.이걸보며나는,즐거워해야하는것아닌가.

"저정도로깊이반성하고있는것같지는않지만...나도비슷한생각이다."

네르웬이조용히거들었다.

"너도?"

"내게평생헌신하겠다고맹세한몸이다.애초에,내게남아있는,목적이될만한것은너밖에없어."

"..."

"네가나를사용하는방법이나를잊고방치하는것이라면,그대로따르는것이옳겠지.내불행이너를기쁘게한다면,마땅히받아들이는것이옳다."

네르웬의말을듣자머리가더어지러워졌다.

"됐어.셀리아?"

"...네."

복잡하게생각하고싶지않았다.일관성이고뭐고,당장셀리아를이대로두고볼수없었다.

"일단좀씻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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