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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51화 (151/217)

〈 151화 〉 이름­13

* * *

수도의성벽은높게뻗어있었다.돌아왔다는생각에,절로씁쓸한미소가지어졌다.

마왕을죽이고,다시돌아오는동안은이성벽이너무나도그리웠다.여기까지만오면,더이상힘들지않아도될거라생각했으니까.

하지만끝난것은아무것도없었다.수도로돌아왔지만돌아갈수는없었다.

용사의힘을되찾았지만,그걸로내가얻을수있는건,문제없이의식이진행되었다면필요하지도않았을마법재료뿐이었다.

"그,그말은대체..."

수도를지키고있던경비들은,내가타고온유니콘을보고입을다물지못했다.

유니콘을타고다니는이가없던것은아니지만,수도의경비라한들평생에한번보기어려울정도로드문게사실이었으니까.

그들의시선을뒤로한채수도안으로들어갔다.

도심지를걷고있자니,내가아무것도모른다는사실을떠올릴수있었다.

용사로서,복수를포기할수밖에없었던인간으로서여기온것이아니었다.어디까지나레오드린가문의인간으로서,문제를해결하기위해온것뿐.

막무가내로황궁에달려들어야할정도로심각한일은아니었고,그러고싶지도않았다.

다른이들에비해서는참을만했지만,결국그의얼굴을다시보면화가치솟을것만같았다.

그리고,그렇게생각하는이는나뿐만이아닐것이다.

황제의마음이어떨지가늠하기어려웠다.엘레노어의말을제외하면,내가그의생각을짐작할만한사건이없었다.

적어도마지막순간에,나와그가좋게헤어지지는않았다.악감정을품고있다해도이상할게없었다.

되도록직접얼굴을마주보는일없이해결하고싶었다.그러려면공식적으로제국에보고하는방법을알아야하겠지만,귀족으로서의지식은전무한내가그걸알고있을리가없었다.

생각에빠진나는,묘한위화감을느끼고고개를들었다.

"음?"

익숙한목소리가,아니기운이느껴졌다.착각일지도모르겠지만,나도모르게그쪽을돌아볼수밖에없었다.

"아무것도아닌가..."

대도시의거리였다.수많은사람들이얽혀있어,혼란스럽고어지러웠다.

"가보는게어떠냐?"

"...불편해하실줄알았는데요."

그녀와함께지내는동안,묘한재주가생겼다.구체적으로는,말의표정을분간해내는재주가.

"상태가영좋지않은것같습니다만...괜찮으시겠습니까?"

엘프이상으로인위적인것을싫어하는이가유니콘이었다.확실하지도않은일때문에그녀를불편하게하고싶지않았다.

"나야불편하지.하지만너는아니지않느냐."

유니콘의걸음이멈췄다.

"말의자연스러움과인간의자연스러움은다르지.너는,그런식으로는살아갈수없는생물이니까."

그녀가뭘보고,무슨의미로그런말을하는건지도무지알수없었다.

"무슨말인지..."

"내자연스러움에인간을맞추려했다간,온몸에흰색분칠을하고벌거벗긴채네발로초원을걷게해야할거다.순수란,한가지방식만있는게아니란다."

이렇게까지말해준이상확인하지않을수는없었다.골목에들어간나는,주위를면밀히살피며천천히앞으로걸어갔다.

"대체뭐였지..."

"너는이미알고있다."

안쪽으로깊이들어갈수록,미심쩍은시선을보내는사람들이늘어났다.그중몇몇은,대놓고내쪽을노리고있었다.

"내가너무약을많이했나봐,빌.말에뿔이달려있어!"

"입다물어봐,샘.저거,팔아넘기면한몫단단히잡을것같은데..."

용사가어쨌고황녀가어쨌고하는소문은퍼졌을지몰라도,이시대는현대가아니다.

고위마법사가아니면사진같은건상상도하지못할일이었고,내얼굴을그린초상화같은것이남아있을리도없었다.

검을뽑을준비를했다.당장은서서히이쪽을둘러쌀뿐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지만,이대로라면무력충돌이일어날지도몰랐다.

팽팽한긴장감이서렸다.그들은아닌척하면서도힐끔힐끔내눈치를살폈고,당장이라도달려들준비를하고있었다.

"멈춰요!"

너무나도익숙한목소리가예상치못한곳에서들려왔다.나는다급하게시선을돌렸다.

내가알던목소리의주인이라고는도무지생각할수없는,빈민가에서꽤오래살았을것같은작은여자아이였다.

하얀먼지는때에타회색으로변해있었고,눈은흔들렸으며,손에는작은단검이들려있었다.

순간,내가잘못본게아닐까생각될정도였다.아니,잘못봤다고생각하는게더이성적이고합리적인판단이었다.

내가얼어있는동안,수십발의화살이쏟아졌다.

"뭐,뭐냐!"

"도망쳐!기습이다!"

아주짧은틈을두고날아오는화살세례.이것마저익숙했다.네르웬이근처에있다.

"설마..."

그제서야나는내눈앞에있는소녀가셀리아라는사실을확신할수있었다.

"으,으으..."

그녀는나와눈이마주치자마자다리에힘이풀린채맥없이쓰러져버렸다.

나를두려워하고있었다.마치괴물이라도본것처럼공포에질린눈으로나를보고있었다.

"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

목소리가샌다.말을어떻게해야하는지잊어버린사람처럼미숙하다.

분노가솟을틈이없다.처음에는그녀가셀리아라는사실마저인식하지못했고,지금은망가진그녀의상태에대한의문이떠올랐으니까.

"대체무슨일이벌어지고있는거야?"

"히잇,읏,으으읏..."

말을제대로꺼내지도못하고있는셀리아에게건넨말이아니었다.허름한창문너머로금색머리칼이불쑥튀어나왔다.

셀리아보다는상태가나아보였지만,네르웬도빛을잃은것은변하지않았다.

냄새를끔찍이도싫어하고,인간의문명을좋아하지않는그녀였다.이런빈민가의허름한여관에머물고있다는건,도무지믿기힘든일이었다.

"...일단,올라와."

나는쓰러진셀리아를가볍게들어어깨에들쳐멘뒤,네르웬이있는건물로걸어갔다.몇걸음걷고나자,문득유니콘이떠올랐다.

"...괜찮으시겠어요?"

근처에마구간은없다.이런곳에유니콘씨를방치하고싶지는않았다.

"네가나를믿고있다면,잠시근처를돌아다니고있으마.네가필요할때는언제든지돌아와피를내줄테니,너무걱정할필요는없단다."

입술을깨물었다.내귀환을위해그녀의목숨을양도받는다는계약을했다는사실이,내양심을쿡쿡찌르고있었다.

"감사합니다."

고개를푹숙인내가,할수있는말은이것밖에없었다.

"어서가보렴.그때도말했지만,너무미안해하거나마음쓰지말고.내가좋아서하는일이란다."

그말을마지막으로,그녀는섬광처럼거리를빠져나왔다.

"...후."

어느새정신을잃었는지,셀리아는아무런저항도하지않고내어깨에메달려있었다.

흘러나오는한숨을억지로눌러참고,네르웬이있는곳까지올라갔다.들어야할이야기가많았다.

/////

"으으..."

작은마법사는신음을흘렸다.어깨가잘렸다는사실을눈치채지도못했다는것처럼,그녀의남아있는어깨가부들부들떨렸다.

마법으로만들어진요람이그녀를감싸고있었다.하지만그건그녀를보호하기보다는,사방에서그녀를바라보는것처럼느껴졌다.

"괜찮으십니까?"

젊은마법사는다급하게그녀의안색을살폈다.불쑥눈을뜬파시어는,부자연스럽게입을움직였다.

"마탑주님?"

"움직였나?"

파시어의말에,마법사는고개를끄덕였다.

"예.분명움직였습니다."

"다행이군."

마법사는만족스러운미소를지었다.수백년을살아오며온갖일을다해본그녀였지만,지금부터하려는일은그걸초월한일이었으니까.

아주작은실수로도일을크게그르칠수있었다.준비는철저해야만했다.

"움직임은어땠는가?물론직접확인할생각이지만,개인적인소감이듣고싶군."

"완벽하셨습니다.관련된마법을배우는어떤마술사도,심지어는정령술사들도그렇게부드러운움직임을보여주지는못했을겁니다."

"그러냐...고맙군."

파시어는지팡이를들어올려,그의머릿속에서서서히기억을뽑아냈다.결국,그녀가보는것보다더확실한일은없었으니까.

적출이끝나자,젊은마법사는공손하게인사하고돌아섰다.

"이장치도오랜만이군...오늘은나갈생각이없으니그리알게나."

"그렇게오래걸릴일은아니시지않습니까?"

"여흥이야,여흥."

손을저으며그녀를내보낸파시어는,수직으로흘러나오는물로만들어진거울앞에섰다.

"어디보자..."

확인은순식간에끝났다.그녀가움직인모형은문제없이움직였고,작은오차도없이파시어가생각했던대로움직였다.

하지만파시어는그걸보고도멈추지않았다.젊은마법사에게서뽑아낸기억대신,그녀의추억이거울을비추었다.

에네렐에관한,행복했던기억들이그녀의머릿속에서뿜어져나왔다.쉬운일은아니었다.그녀가네르웬과웃으며지낼수있었던것은아주짧은시간이었으니까.

그짧은시간을뽑아내기위해파시어는수많은고난을거쳐야했다.그녀가행한일을,두눈으로똑똑히목격해야했다.

그녀안에서감정이휘몰아쳤다.

"뭐,어쩔수없잖나.에네렐."

주먹을꽉쥐고,입가에는쓰린미소를띤채,파시어는거울속에네렐을보며읊조렸다.

"나는,실패한사람에게기회를줄정도로너그러운사람이아니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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