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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49화 (149/217)

〈 149화 〉 이름­11

* * *

이들은더이상시체를수집할수없을것이다.그런몸이되어버렸으니까.

아직숨이붙어있는이들은,팔다리한쪽이잘려나간채말그대로숨만쉬고있는이들이었다.

"으아아아악!!!"

"말해.왜이런짓을했지?"

사람이비명을지르고있는것은,그다지보기좋은광경은아니었다.

옳고그르고를떠나,역겹다.거부감이든다.

하지만지금확실하게알아두지않으면,언제비슷한일이다시일어날지모른다.

"살려,살려줘.살려..."

"풀어줄수는없겠지만,정말협조적인놈이있다면이중한두명은감옥까지데려갈수있어.그러니,전부말해."

내몸에는한계가있었다.이들은마법사고,당장고통에비명을지르고있다한들몇시간정도방치된다면도망칠수를찾아낼지도모른다.

병사를넉넉히데려왔다면천천히심문할여유가있었겠지만,내몸은하나다.내두팔로들고갈수있는사람이아니라면,이들을살려두는건너무위험한일이었다.

"세력을!세력을만들려했습니다!당장새영주는들어오지않았고,토벌작전을마음대로벌이지못할거라생각해서..."

"시체는,왜?"

물론,마법사에게저정도의시체가훌륭한자원이될수있는건변하지않는다.

하지만,그걸위해사람을죽일정도로.정확히는그죽은사람으로인해일어날토벌대를감수할정도로귀중한자원은아니다.

마법사가직접시체를제조하지않더라도,어디선가시체는남는다.아무리사악한의도를가지고있는마법사라도,그냥힘을기르면서분쟁지역을돌아다니는편이더쉽고안전하게시체를구할수있다.

"가,값이올랐습니다!"

"뭐?"

"최근암흑가에,시체를비싸게사들이는놈들이있어서...한몫잡아보려고..."

마법사라고해서돈이무한한것은아니다.정식으로인정받지못한마법사들이라면더더욱그렇다.

들어야할내용은대충들었다.다른마법사들도있었지만,옷차림이나나이를보아할때이놈이수괴인것같았다.

비틀거리는다른괴한들을모두처리한뒤,자백한마법사를거칠게업었다.

"으으으..."

상처가벌어지고있는지,그가고통스러운비명을흘렸다.나는온몸에묻은피의비린냄새를억지로무시하며,동굴밖으로나갔다.

/////

"돌아왔느냐."

엘레노어는그의눈가와이마에잡힌주름살을보고,깊은한숨을내쉴수밖에없었다.그녀의스승,라인하르트는지난번에봤을때보다도더욱연로한모습으로그녀를맞이했다.

"오랜만에뵙습니다."

"검이날카로워졌구나."

그녀가검을휘두르는것을보지않고서도,라인하르트는그녀를인정할수밖에없었다.

용사의힘을잃은이후로도,계속실전을거듭한그녀였다.

"그분은잘계시더냐."

엘레노어는라인하르트가그를보는눈빛이조금변했다는것을느낄수있었다.

그녀가용사라는것을인정받고난뒤에,그의눈빛에는존경과인정,부러움과경의가깃들어있었다.

하지만지금,엘레노어는사기꾼에불과했다.

"그건..."

그럼에도불구하고,그녀는아직그의제자였다.

증오할수도,인정할수도없는막막함이그의눈에서려있었다.

"기사단은어떻게되었습니까."

"멀쩡하지는않지.너를믿고마지막까지싸운이들도,시간앞에서는무력하더구나."

오크로드와싸우는일은,아무리제국을위해충성을바치겠다고서약한백금기사단이라도쉽게결정할수있는일이아니었다.

마지막까지엘레노어를따라온이들은,그녀가용사와함께떠난다는소식을듣고혼란에빠졌다.

용사와신의,명예를중시하는이들은그녀가옳은결정을했다고생각했다.단순히그녀와함께싸우고싶다고생각한,더순박한기사들은그걸배신이라생각했다.

그들은서로반목하고,싸웠다.가까스로백금기사단의형체는남아있었지만,대부분의단원들은새로살길을모색하고있었다.

"검은늘었을지언정,기세는흔들리고있구나."

엘레노어는마음속동요를숨기지못했다.

결국,그녀가지킬수있는것은아무것도없었다.에네렐과의신의를다했다고하기에는그녀가희생한것이부족했고,제국의기사로서소임을다했다고하기에는수도에남은이들이없었다.

"준비해야할거다.황제폐하의마지막이머지않았다."

"그런..."

엘레노어는머리를세게얻어맞은듯,충격에휘청거렸다.

라인하르트는황제의제일가는공신이었고,그가원하지않았을뿐그권력은무시못할수준이었다.

그가이말을꺼낸것이아니었다면,당장이라도반역죄로잡혀들어갈만한발언을하고도아무렇지않을정도로.

"친구였다.그래서,믿었지.네가용사라고했었던그의말을믿었어.의심없이..."

엘레노어는가슴이찢어지는것같았지만,거기에신경쓰기에는라인하르트가그전에했던말이너무신경쓰였다.

"그게문제가아니지않습니까?황제폐하가위독하신상황이라면,그런,말도안되는..."

엘레노어의마음은준비되어있지않았다.

그녀에게황제는제국이었고,제국은곧황제였다.황제는그녀에게유일한아버지였고,가족이었으며,충성을바쳐야할대상이었다.

그가없는제국을,그가없는세상을어떻게바라봐야할지가늠조차되지않았다.

"너도준비해야할거다."

"저는...저는,안됩니다.될리가없습니다!"

아직그녀가저지른일을기억하는이들이많았다.황제가어떻게든'겉보기에'진심어린사과를하고,그녀가직접속죄하러떠났기에제국에발이라도붙이고있을수있었던것뿐이다.

황제의다른자식은없었지만,황가라면드문드문살아있는후계자들이있었다.

정치적영향력이나업적을가지고있는이들은없었지만,귀족들이도와주기시작한다면얼마든지정통성을확보할수있는자들이었다.

"만일에대비하는것뿐이다."

그말을듣자,겨우엘레노어는평정을찾을수있었다.

그황제다.엘레노어처럼부족함이드러난사람에게제국의명운을맡길리없었다.

"누구입니까?"

하지만,그사람이누구일지는궁금할수밖에없었다.

누가되든,현황제에비해서는부족한면이있을수밖에없었다.누굴데려오든그녀의눈에차지않을것이다.그녀자신이그랬던것처럼.

그녀가황제의뜻을거스르지않기위해서는,그가정한후계자가누구인지알아둬야할필요가있었다.

"...황가의가호를받을수있는사람일세."

"당연한것아닙니까?"

"반대로말하면,그것만충족하면된다는뜻이기도하지.나는잘모르겠네.여러일들이있었지만,그렇다한들나는너를믿고있으니까."

그말의의미를곰곰이생각해본엘레노어는,문득황제와의독대에서그가했던말이떠올렸다.

"그분입니까..."

엘레노어는입술을깨물었다.어느것하나,그녀가감당할만한진실이없었다.

/////

곧시체가될법한인간하나를옆구리에끼고걷는것은매우불쾌하고지루한경험이었다.

이렇게로렐이있는곳까지가야한다고생각하니,조금막막했다.

"음?"

하지만,동굴입구에는반가운사람,아니말이나와있었다.

"유니콘씨?"

"미리말이라도해주지그랬느냐.삿된것을정화하는일이라면,나도얼마든지도와줬을텐데."

"아..."

"등에타거라."

그녀의생각을전부이해할수는없었지만,지금당장은도움을거절할수없었다.

"이들의행동이맘에들지않았습니까?"

"시체는썩는것이이치아니겠니.차라리들짐승이먹게두거나태워하늘로올려보낸다면모를까,저렇게부자연스럽게이승에남기는것이마음에들리있겠나."

"잠깐,죽이는건상관없어요?"

"잘모르겠다.인간들은별다른이유없이도서로를죽고죽이곤하니까."

그녀의말에반박할수없었다.유니콘의관점에서보면,인간은그런생물일지도모른다.

"살육을일삼는생물들은보통마기에속한이들이지만,인간은좀아슬아슬하지.티끌만큼도마기에영향받지않은이들도,서로아무렇지않다는것처럼동족을죽여."

"흠..."

"그걸악이라고생각한다면,나는보이는모든인간을죽였어야했을거다.그건너무힘들고,비효율적이고,지치는일이지."

다그닥거리는말발굽소리사이로,피묻은남자의비명소리가드문드문들려왔다.

"인간은본디그런생물인데,왜그걸악이라하겠나."

유니콘이부드럽게웃었다.

/////

아름답다.

네르웬은,달려가는에네렐의모습을멀리서바라보고있었다.

그녀의눈으로도얼굴이또렷이보이지않을정도로먼거리였다.이정도로거리를두지않으면,그의감각에발각되고말테니까.

그는아무렇지않은것처럼,마치아프지않다는것처럼살고있었다.새로생긴여동생과대화하고,어려운사람들을돕고,영웅노릇을하며사악한이들을처단했다.

다른이들이필요없다는사실을증명하는것처럼.

"...하."

막막했다.

네르웬은그가필요하지만,그는네르웬이필요하지않다.

"..."

결정을내려야한다.네르웬은,그녀에게남은시간이많지않다는것을느꼈다.

냄새가,그녀의육체가문제가아니었다.그를위해아무것도할수없다는것이,정신적인고통이더컸다.

그리고그녀가뭘할수있는지,의심쩍은제안이라도해줄수있는사람은하나밖에없었다.

일어난네르웬은,수도를향해달려갔다.이대로멈출수는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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