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48화 (148/217)

〈 148화 〉 이름­10

* * *

느껴진다.

아직굴에들어가지도않았지만,이번에는무언가달랐다.

꿉꿉한마력의냄새가코를찌르고있었다.거기에더해,피냄새도.

"이번에는늑대가아니었으면좋겠군요.살코기도없는놈들이무슨악취가그리심한지..."

경비병들의긴장이풀린건지,그들은실없는말을나누었다.며칠째허탕만치고있었으니,그런반응도이해되지않는것은아니었다.

"돌아가시죠."

아직밤이되려면멀었으니,검은옷을입은사람이쉽사리돌아다니지는않을것이다.

애초에,그복장은습격자에게는어울리지않는차림이다.아예산적처럼무슨옷을입을지고를수조차없는형편이면모를까,그복장은비효율적이었으니까.

검은천을사들여부대원하나하나에게입힐역량이있다면,차라리싸구려갑옷이라도입히거나아예상단으로위장할수있는평범한옷을입히는편이나았다.

"여기있는것같습니다.제가그들을자극하면,놓친적들이당신을위협할수있습니다."

약에취했든마법에조종당하든,결국사람은잠을자고쉬어야한다.대낮에외출을할것같은이들은아닌것같으니,그들을혼자성으로보낸다해도습격당하지는않을것이다.

"하지만,혼자서..."

"처음부터혼자싸웠습니다.걱정하지마시고움직이세요."

상대가마법사라면,어떤방법을통해서내움직임을감지하고있을지도모른다.시간이지체되는건위험했다.

"어서!"

"아,알겠습니다!"

경비병들은허름한,뚜껑있는수레에가까워보이는마차를몰고움직였다.말발굽소리가희미해지자,나는검을뽑고천천히동굴안으로들어갔다.

불은없었지만,앞에뭐가있는지는느낄수있었다.피냄새때문에정신이어지러운걸제외하면전투에는문제가없었다.

쉬지않고앞으로나아가자,결국이곳을지키는괴한들과눈을마주칠수밖에없었다.

"누구냐!"

대화를나눌시간은없었다.사정을봐줄여유도,자비를베풀이유도없었다.

붉게충혈된눈과묘하게맞지않는초점,몸에밴피냄새까지.다른누군가와착각할일은없었다.

"흡!"

지체할시간이없었다.상대는마법사고,그능력과는별개로내상상을초월한만한일이벌어질지도몰랐다.

당연하게도,그들은내검을받아낼만한능력이없었다.

"크헉!"

마술때문인지,아니면내정신이흐트러져있는지묘하게검이목표한위치에닿지않는감은있었지만,그정도차이가승패에영향을주지는않았다.

몇초지나지않아,살아움직이던인간들이시체로변했다.

"..."

멍하니그들의잔해를보고있자,젊은여자의목소리가머릿속에서웅웅거렸다.

­괜찮겠어?

"이정도로...뭐."

성검이었다.처음에는자기좋을대로말하고다니던그녀였지만,지금은내눈치를보곤했다.

"이런데쓸시간이없어.계속움직여야지."

후회하지않는다.내게시간이넉넉하게주어진다한들,딱히애도할생각도들지않았다.

그러니,이런곳에낭비할시간은없었다.

계속눈앞의적을쓰러트리면서들어가보니,생각보다사람이많지않았다.

아무리넓은동굴이라해도,이안에몇백명의사람이들어가있을수는없었다.

"...여긴가."

동굴한쪽에,나무로만들어진문이굳게잠겨있었다.

누가말해주지않더라도,이곳에본체가있다는사실을깨달을수있었다.

"애들을다써서라도막아!한명한테뚫리다니,부끄럽지도않냐!"

"그,그게...보통놈이아닙니다!"

"네놈들에게준마도구는장난감이냐?"

"그걸쓴놈들도마찬가지였습니다!몸에마법이닿는순간,불길이순식간에사라져서..."

"그게말이된다고생각하나!"

확인했다.그리능력있는마법사는아니다.

비교대상이파시어라는것은지나치게가혹한비교일지도모르지만,그래도어쩔수없었다.

파시어가임시거처를만들었다면,지금내가무슨검술을써서어떻게이곳에침입했고,얼마나빨리이곳에도착했는지속속들이알고있었을테니까.

비밀통로를숨겨놓거나,순간이동으로빠져나갈수도있다는걱정은하지않아도될것같았다.

문은꽉잠겨있었다.열쇠는없었고,안으로들어갈수있는방법은없는것처럼보였다.

저문이남아있는한.

"하아아아!!!"

숨을깊게들이쉰나는,주먹을깊게뻗어단숨에문을박살냈다.

"읏..."

힘조절이실패했다.혹은방법이잘못되었는지도모른다.깊게뻗은내주먹은,내기대만큼통쾌하게문을부수지못했다.

그저나무토막을경쾌하게뚫고들어가,문뒤에주먹을넘겼을뿐.

"흠."

­웃어도돼?

"그래라."

내허락이떨어지자마자,성검이경쾌하게웃었다.

"뭐냐!무슨일이일어난거냐!"

내난처한상황과는별개로,안쪽에서도소란이난것같았다.

날카로운나무파편이팔을건드렸다.피가날정도로약한피부는아니었지만,거칠고따가운감촉은선명하게느껴졌다.

이럴줄알았으면발로문을걷어찼겠지만,그래도해야할일은변하지않았다.

손을쭉뽑아낸뒤,몇발짝물러선다음전력으로문을들이받았다.어깨에부딪힌문은마치구름으로만들어진벽처럼순식간에형체를잃고흩어졌다.

"실례하겠습니다."

좀더거대한범죄조직일거라생각했지만,걱정했던것보다작은일이었을지도모른다.

안에들어서자,마법사로보이는사람몇몇이주문을외우고있었다.범죄조직의보스로보이는남자는,당황한기색이역력한채퇴로를살피고있었다.

"저놈,용사입니다.상대도안될거라고요!"

내소문이퍼진건지,보스로보이는남자가나를보며소리쳤다.그의눈은두려움에떨고있었지만,다른곳이아닌내등뒤,부서진문을보고있었다.

운이좋다.저남자는어떻게봐도살고싶어하는사람의눈빛을하고있었다.

그런이가다른곳에집중하지않고내뒤를보고있다면,퇴로는내가들어온이문밖에없을가능성이컸다.

"어떻게든..."

동굴구석에,발이보였다.성별도,나이도,크기도통일되지않은무질서한사람들의발이.

그위에는작은천이덮여있었다.마치,그게죽은자들을위한이불처럼보였다.

수십은되어보이는발들이,흙먼지로더럽혀진채내시선을사로잡았다.

조금,화가났다.

그들이쏘아낸마법들은너무느렸다.섬광이이토록느리다는것이어색하게생각될정도로.

검에피가묻었다.

/////

로렐은,그녀에게온편지를심각한표정으로읽고있었다.

"무슨일이니?"

그녀의어머니가걱정스러운얼굴로물었다.

"이거,저희만의문제가아닌것같아요.생각보다규모가큰일인것같은데..."

이상했다.허술한부분에서는지나칠정도로허술하고,깔끔한부분에서는지나칠정도로깔끔했다.

"다른영지에서도흑마법사의낌새가느껴진다고하네요."

로렐은인상을찌푸렸다.

흑마법사가시체를훔쳐가는것은흔한일이었지만,이토록많은지방에서동시다발적으로범행이일어나는일은흔치않았다.

실종자체를파악하지못하고있는영지도있을것임을감안하면,사태가예상외로심각할수도있었다.

로렐은인상을찌푸렸다.

"폐끼치고싶지않았는데..."

무슨바람이들었는지에네렐이그들을돕고있었지만,그의눈에레오드린가문의영지가그다지먹음직스럽지않다는것은로렐도잘알고있었다.

그가용사가아니었다면,아무리자원해도이런위험한일에엮이게하지않았을것이다.이럴때믿고쓸수있는전력이조금만더있었더라도그랬을것이고.

하지만지금,로렐에게는선택권이없었다.

"최근일어난일이아닐수도있어요.어머니,죄송하지만...보고와편지들을다시한번찾아봐야할것같네요."

"무리하지마렴."

로렐의어머니는빙그레웃으며보관하고있던편지를한아름꺼냈다.

주요구성원들이대부분쓰러진지금,레오드린은그다지강성한가문이아니었다.그들이믿을수있는건,죽은이들의이름값으로만들어놓은인맥이전부였다.

직접조사대를움직이거나첩보원을양성할여건이되지않았으니,흘려지나가는말하나하나에서단서를찾을수밖에없었다.

"최악의경우에는...마왕군침략전부터이마법사들이날뛰고있었을가능성도있어요."

이런거대한조직이어느순간갑자기생겨났다는것보다는,더그럴듯한가설이었다.

마왕군이몰아치던혼란스러운상황에서는,주민들의실종하나하나를신경쓸수없는상황이었으니까,

미사여구로치장된편지안에서핵심적인내용만추려내는것은쉽지않은일이었다.편지가하나도아니고,수없이많은양이었다면더더욱그랬다.

레오드린의마지막후계자를며느리로받아들이고싶은귀족들은많았고,관심이있는남자들은시시콜콜한편지를보냈다.

오늘은산적을퇴치했다거나,산밑어딘가의사냥터가관리가잘되어있다거나하는작고사소한일들을.

"로렐?"

"예,어머니."

레오드린 가문의 미망인은 손에 담긴 펜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사람들,아무리생각해도다르지않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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