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화 〉 이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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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들은어디에나있다.아무리평화롭고안락한공간이라해도그사실은변하지않았다.
로렐의영지를지키는경비병들은,그사실을누구보다잘알고있었다.뜬금없는야간순찰명령에도군소리없이따를정도로.
무언가없다면헛수고,있다면지나치게위험한손해뿐인업무였다는것을고려하면,그들의의기는어떤기사나정예병이상으로타오르고있었다.
하지만,그들의능력은그마음에비해너무나빈약했다.
"저기있는이정표가목적지다.저곳까지만갔다다시돌아오면돼."
상인으로위장한채움직이는것이그들의임무였기때문에,무장은빈약하고복장은허름했다.
그게아니더라도,겉보기에이들을경비병라고볼만한근거는너무나도희박했다.
말을꺼낸,이무리의조장이었던경비병마저몸에힘이들어가지않는장년의사내였다.그들을따라다니는이들은더어설퍼보였다.
중년의여인,농사일이나제대로할수있을지모르는늙은이와아직앳된기운이빠지지않은,젊다기보다는어린남자.
하지만,이런사람들이라도받아들여야하는것이,아니이런사람들마저경비가되지못하면위험한것이로렐의영지였으니까.
손이좀적을뿐,멀쩡하게운영되고있던귀족가에서남자후계자를남기지못할정도로치열한전투가있었다.
그들이비겁하게병사들의뒤에서명령만내리는지도자가아니었던탓도있겠지만,상식적으로지휘관이전멸한부대에병사가멀쩡하게남아있을리없었다.
영지의숲을관리하는사냥꾼의대가끊기는것은비일비재한일이었고,멀쩡하게살아남은남자들은각자의자리에서꼭필요한인간들이었다.
방앗간지기,대장장이,건설인부등모든분야에서남자들의씨가마를지경이었으니까.
그럼에도,이들의눈에는아직의기가사그라지지않았다.
"내일근무는없을테니,그래도우리딸내미얼굴은한번볼수있겠네."
중년의여성이헉헉거리며말을꺼냈다.
병사였던남편을두고남부럽지않은생활을누리던그녀는,순식간에미망인이되어버렸다.
전사자의보상에인색하지않았던레오드린가문이지만,마왕과의전쟁은결이달랐다.전사자가너무많았다.
언제가되더라도계속보상을이어나갈것이라약속했고,지금도이어지고있었지만,당장레오드린가문을탈탈털어도그걸충당한돈이나올리없었다.
결국,살림을하던그녀는어쩔수없이창과칼을들어야했다.신체적인한계때문에,아무리거친훈련을해도일반적인성인남성을능가하기힘든수준이었지만.
"지금몇시라고생각해요?숙소로돌아가면,아무것도못하고온종일잠만잘것같은데요?"
"어떻게든일어나봐야지."
이정표에도착한그들은,안도의한숨을내쉬었다.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다.
"상인들이사라지고있다는거,헛소문이었던것아니겠나?"
걷는것조차힘겨워보이는노인이조금투덜거렸다.
"모릅니다.영주님은...아니,그,영주님의여동생이신로렐영애께서는그렇게생각하고계신것같았습니다."
"그런데조사를할거면,우리가뭔가보긴했어야하는것아닌가?"
"그게문제입니다.시체가...없죠."
영지의일어나는사건의근본적인문제이자,해결을어렵게만드는이유였다.
단순히납치라면,일을이렇게까지깔끔하게진행할이유가없었다.상식적으로밤을틈타민간인을급습하고흔적을남기지않을정도의습격자들이라면,굳이상인이나모험가를습격할필요가없었으니까.
아무리레오드린이몰락했다해도,한영지를충실하게선정으로다스렸던가문이었다.
경비병뿐만아니라영지군을긁어모으면,아무리강성해진산적무리라해도오래버티지못할것이다.
대항할수없을정도로적이강하다면,레오드린가문에서도지원을요청할수있다.하지만,적의실체조차파악하지못했다는것은다른문제였다.
"반쯤온것같은데...어,이시간에돌아다닐사람이있습니까?"
그나마밤눈이밝은어린경비병이수상한그림자들을발견했다.정체불명의인간들이이곳으로다가오고있었다.
"점점가까워지는것같습니다.대략스물은넘어보이는데..."
"거리유지하고,도망칠준비해.어르신,짐저에게주십시오."
"아,알겠네!"
경비병이등을보이는것은조금구차하고초라해보였지만,애초에그들에게주어진명령이그것이었다.
"다른상인을마주치지않아서다행이네요..."
지켜야할영지민이있다면,목숨을걸고그들을지켜야했다.하지만그게아니라면임무가우선이었다.
이근처에서여행객들을습격하는존재의정체를밝혀내거나,최소한실마리라도잡아내는것.
경비병이라고한들,수가적은상태로무리하게교전을시작할수는없었다.그들의나이나무장을생각하면더더욱그랬다.
속도를올린경비병일행이었지만,뒤에서그들을따라오는이들과의간격이좀체좁혀지지않았다.
"이대로면따라잡히지않겠습니까?"
"우리가섣불리움직이면저쪽도전력으로달리기시작할거야.나참,로렐영애의안마당에서이런일을겪게되다니..."
그들의고향은,그럭저럭안정된치안을자랑하는지역이었다.
주민들이먹고살만하니산적의세력이쉽게늘어나지않는다.외부에서들어온범죄자무리가한번이라도범죄를저지르면,즉각토벌대가만들어진다.
하지만이들은그런평범한산적이라기에는너무용의주도했고,위협적이었다.
그들사이의거리가가까워졌다.백미터정도되는거리를두고기묘한대치가이어졌다.
"어디까지가야안전하겠나?"
노인의숨이거칠어졌다.달리는것도,걷는것도제대로할수있는몸이아니었다.체력을분배하며거리를유지하고일정한속도로빠르게걷는다는일은,정신력과체력을급속도로소모시켰다.
"새로지어지고있는감시탑은아직병사들이배치되지않았을테고...적어도몇십분은더걸어야할겁니다."
"도착해도해결될일이아닌것같은데.발소리가늘어나고있어."
이곳저곳에임시로초소를만들어놓긴했지만,그안에있을경비병이라고해봐야열명이채되지않을것이다.수적으로밀리는것은매한가지였다.
거리가더좁혀지기시작하자,경비대의조장은결단을내렸다.
"발사하겠습니다.터지는순간바로전력질주하시죠."
"알겠네."
"알겠습니다!"
품에서작은마도구를꺼낸그는,작은봉을꽉쥐어비틀었다.
이내붉은섬광이하늘로올라가더니,하늘에서밝은폭발을만들어냈다.
평소라면경비병에게주기어려울정도로귀한전략자산이지만,마왕군의침입때받은뒤반납하지않은신호탄이레오드린가문에남아있었다.
특수한임무를맡은순찰대였기에,이정도지원을받아낼수있었다.이제곧다른이들이이신호를받고움직일것이다.
"도망칩시다!"
그들을추격하던이들은더이상지체할수없다고생각했는지,헐레벌떡그들을따라달려오기시작했다.
"더빨리!"
노력해봤지만,처음부터그들사이의거리는얼마벌어져있지않았다.노인이뒤처졌다.
거리가아주가까워지자,밤이어두웠음에도불구하고경비대조장은습격대의정체를파악할수있었다.
'검은옷,인간,가벼운무장...산적인가?산적이라고하기에는너무...'
제일먼저달려온습격자는,제일뒤에처진노인을향해검을휘둘렀다.붉은핏방울이사방으로튀었다.
"흐읍...아직안죽었다이말이야..."
피를흘리며쓰러진것은습격대쪽이었다.노인의체력은세월에밀려바닥을드러냈을지언정,검을휘두르는손은아직사라지지않았다.
"쓸데없는말을하고있을여유가없습니다!어서도망치십시오!"
조장의외침에겨우정신을차린노인은,황급하게땅을박차고달려왔다.
"얼마남지않았습니다.이제조금만더..."
하지만초소를지키고있는경비대의모습을보자,조장의얼굴이새하얗게질렸다.
아직목숨은붙어있었지만,딱봐도성해보이지않은모습이었다.활과석궁을들고이곳저곳을겨냥하고있는모습을보면,이미전투가일어나고있음을알수있었다.
여기서더많은적이가세한다면,경비대들모두전멸할지도몰랐다.
"끝...인가."
쉼없이달려온그의다리에힘이풀렸다.그도이미중년의몸이었고,힘을마음껏쓸수있는나이는아니었다.
젊은여자로이루어진초소의경비대들은달려오는경비대를보고기뻐맞이했지만,바로뒤를따라오는적을보고절망에빠졌다.
"마지막까지싸워라!레오드린을위하여!"
젊었을때종자였다고말하고다니던늙은경비대가함성을질렀다.
"죽을때죽더라도,치우기힘든시체정도는남겨놔야합니다!최소한전투가있었다는증거를만들어놔야해요!"
초소를지키던경비대의우두머리도다른이들을독려했다.그들이마지막싸움을준비하려할때,그감상을산산이깨트려버릴만한무언가가떨어졌다.
거대한돌멩이라도하늘에서굴러떨어진듯한,쿵하는소리와피어오르는먼지.그리고그안에서,평범해보이는남자가걸어나왔다.
귀족의잠옷차림을입은그는,이전장에어울리지않는것처럼보였다.하지만소문에능통한이들은,그들이살아남았다는사실을눈치챌수있었다.
"나,남작님!"
"수고하셨습니다.전부초소에들어가서,한발짝도나오지마세요."
습격자들은어리둥절한표정으로,그를공격해야할지말아야할지고민하고있었다.
그리고그는,여유로운미소를지으며검을뽑았다.
"여기서부터는제가처리하겠습니다."
레오드린에네렐,용사이자그들의영주가모습을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