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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41화 (141/217)

〈 141화 〉 이름­3

* * *

"몰랐는데,구면이셨네요."

그녀의말을곰곰이생각하고있자니,나도떠올릴수있었다.

세계수근처에서봤던상단의주인이었다.눈치를보다가,우리가협곡의도적들을정리한뒤에따라왔던여자.

그녀는말을꺼내기어렵다는듯이,그저하염없이나를바라보았다.

"이해해주세요.제진짜오라버니는...아주오래전에돌아가셨거든요.돌아왔다는말을듣고혹시나했는데..."

남의이름을빼앗았다는걸까.

내가원해서받은이름은아니었지만,저런얼굴을짓고있는사람을보면함부로말을꺼낼수는없었다.

"어머니께서는슬퍼하시겠네요.뭐,어쩔수없는노릇이지만..."

"오라버니의일은유감입니다."

"괜찮아요.예전에있었던일인걸요."

무거워진분위기를어떻게해야할지감도잡히지않았다.

"어쨌든,우리영지,론디움에오신걸환영해요.하셔야될일이많으세요."

"해야할일이라니요?"

금시초문이었다.

사실,나를경계할거라고생각했다.

어찌되었건,레오드린가문은자기영지를훌륭하게다스리고있다.이권력구도가바뀌는것을원치않았을것이다.

내가용사이니설마그럴리는없다고생각하지만,최악의경우에는나를죽여입을막으려할지도모른다고생각하고있었다.

"무슨말인지모르겠는데요."

어쩌면이것도나를시험하는걸지도모른다.내권력욕이얼마나큰지확인해보는걸지도.

기분은좋지않았다.하지만,이정도로싸우고싶지는않았다.

"무슨말이라니요?레오드린에네렐.레오드린가문의가주고,이영지의주인이잖아요?물론저와제어머니가도와드리겠지만,아무것도하지않을수는없는..."

"네?"

금시초문이었다.하지만,아예이해되지못할말은아니었다.

레오드린가문에는살아남은남자가없다고했었다.그딸과미망인이가문을운영하고있다는말도들었다.

"실례지만...제국에서는가문의후계자는남자만될수있는겁니까?"

"대부분그렇지만,꼭그런건아니죠.하지만,레오드린에네렐은흠없는가문의장남이었어요.그분이돌아오신이상,저는어디까지나대리일뿐이죠."

내예상이완전히틀린건아니었다.하지만,이렇게까지나를호의적으로대해줄필요는없었을텐데."

"정말괜찮으신겁니까?"

"뭐,저희가뭘더어쩔수있겠어요?황제폐하의신뢰가없으면금세무너저버릴가문이에요.하라는대로할수밖에없어요."

생각보다도상황이안좋았던걸지도모른다.하긴,나를향해암수를쓴다면,당장권력은지킬수있을지몰라도황제의미움을사게될테고,영지의앞날은밝지않을테니까.

그럴바에는순순히권력을넘겨주겠다고생각한것이다.이해할수없는일은아니었다.

"처음에는그래도화를낼수밖에없었지만...용사라고하셨잖아요?그런분이오시면어쩔수없죠.환영해요,레오드린남작님."

기분이묘해졌다.상상도못한곳에서,나를기다리고있는사람들이있다는것을알게되었다.

"저는레오드린로렐.당신의여동생입니다.잘부탁드려요."

그녀가산뜻하게손을내밀었다.나는떨떠름한얼굴로손을내밀어,그녀의악수를받아들였다.

"그러면,내일부터바로시작하죠.영지가반쯤마비된상태였다니까요?적법한레오드린의후계자가돌아와버렸으니,도무지제말을들어주는사람이없었거든요."

"어째서?아니,그렇게빨리바뀌나요?"

"신뢰도의문제죠.제가레오드린의이름을걸고한약속이라도,가주님이원하지않으면얼마든지뒤집힐테니까요."

상황이좋지않은듯싶었다.그정도가아니라면,굳이영지에돌아오지도않는나를불러야할이유는없었을것이다.

"그런데,뭔가잘못알고계신것같습니다만...저는곧떠날생각입니다.당장은아니더라도.할수있는한빨리."

"네?"

"일단,천천히생각해보죠.바로내일떠날생각은없었으니,제가해야할일이있다면하고가도괜찮을겁니다."

그제서야조금안심한듯,그녀는안도의한숨을내쉬었다.

"황제폐하께서보내주신선물덕에당장은버틸수있었지만,영지업무가반쯤은마비된상태였거든요."

"그러고보면,아까입구에서도..."

"아,보셨나요?"

그녀의얼굴이붉어졌다.

"저번에그상단도그렇고...혹시다저때문입니까?그런일을하지않으면도저히극복할수없는상황이었습니까?"

"아,그건아니니까괜찮아요...뭐,귀족가의영애가할법한일은아니지만,론디움은예전부터쪼들렸으니까요."

"음..."

"중요한물건을호송하는일...다른가문에서는놀고먹는가문의차남이나서자를쓰지만,저희가문에서는그런일이없었으니까요."

"사생아가없었단말입니까?"

황궁에있었던동안,좋든싫든여러소문들을들을수있었다.마왕퇴치후에는그리오래있지않았지만,막소환되었을때는몇달정도머물렀으니까.

남자귀족이라면,사생아를만드는것은자연스러운일이었다.원하는것은대부분할수있는데,메이드에게손을대거나정부를만들지않을남자는그리많지않았으니까.

"아버지도,삼촌들도부인에게충실한분인데다,죄다후계를남기지못하고돌아가셨거든요.서자든차남이든,찾아보려야찾아볼수가없었어요."

나이가많아보이지도않았는데,벌써부터짊어지고있는게적지않아보였다.마음이숙연해졌다.

게다가그렇게애지중지키워온영지를내게빼앗기는것임에도불구하고,그녀는아무렇지않게그걸내어주고있었다.

"오래있을수는없지만,도와줄게요."

이제서야조금안심할수있게되었는지,로렐의입가에미소가그려졌다.

"감사합니다!"

/////

엘레노어는두손을펼쳐,그손바닥을하염없이바라보았다.

흠없이멀쩡한두손을.

"뭐하고있나,황녀나으리?"

파시어가이죽이죽웃으며엘레노어에게다가왔다.엘레노어는황급히손을내린뒤,깊은한숨을쉬었다.

"편해보이시는군요."

"일이빠르게진행되고있지않나.단순히난이도로만따지면,그세보물을모으는것은마왕의퇴치와도비견될만한일이야."

하지만엘레노어는웃을수없었다.그녀의멀쩡한팔과달리,파시어의팔은잘려나가빈옷소매가하늘하늘흔들리고있었으니까.

"이게걱정인거냐?거참,괜찮다고해도..."

"그것도있지만,파시어.정말저는...이대로괜찮겠습니까?"

"무얼말하는거냐?"

"전부잃었습니다.이렇게...뻔뻔스러울정도로멀쩡한저를제외하면요."

파시어의표정이함께어두워졌다.

"네르웬은고향을잃었고,셀리아는신성력을잃었지.나야아직시작도하지않았지만..."

"비록에네렐이직접가져간건아니지만,그들은에네렐을위해소중한것을희생했습니다.하지만저는이렇게건재합니다."

"복수의여신앞에섰을때는,그래도당당하게맞서지않았느냐."

"그뒤에라도,에네렐에게질타받을수있을줄알았습니다.저는에네렐과제사이에관계없는신이끼어드는것을원치않았을뿐,아무일없이지나가도괜찮다는생각은해본적없습니다."

파시어가고개를저었다.

"이게의미가있을거라생각하나?내가팔을잃었다는것때문에그가나를용서해주고,네가아무흠없이멀쩡하다는이유로너를계속증오할것같나?"

"그건..."

"그는우리에게그만한관심을두고있지않다.여기서더진전될만한관계도아니고,악화될만한관계도아니야.그저우리는,그에게역겨운벌레에불과한거다."

"그럴리가..."

"개미굴에굳이물을붓고연기를피울가치까지는느끼지못하지만,따라오다팔다리정도가뜯겨나가는정도로는신경도쓰지않는,평범한벌레.그뿐인거다."

"그렇다면,우리가아무것도바꿀수없다면!당신은왜여기남아있습니까!"

"셀리아가옮은거냐?당연히그를돌려보내기위해그를따라다니는거지.처음부터그리약속했던것아니었나."

작은마법사가엘레노어를보고웃었다.

"뭔가심경의변화가생길만한일이라도있는거냐?"

"아버지가...수도에서의혼란을얼추잠재운모양입니다."

"그걸아나?"

엘레노어는말없이고개를끄덕였다.

"만일,만일이렇게...금세끝나지는않겠지만,에네렐이이대로돌아가버리면,남은저는아무일없었다는듯이원래대로돌아가버리는것아닙니까?이딴짓을하고,황녀가되어,다음황제자리에오르고...그건,그것만은..."

"에네렐은네처우를결정해줄생각이없어보이는데,그럴의무도없고."

"그건...알고있습니다."

여기사는입술을꽉악물고파시어의말에답했다.

"뭐,네생각이정그렇다면야.내게계획이하나있는데,좀협조해볼만한생각있나?"

파시어는음흉한미소를지었다.

"무슨계획을말하는겁니까?"

"뭐,우리가해야할만한일이얼마나있다고그러겠나.뻔하다면뻔한일이지."나혼자서도충분한일이지만,네가도와준다면든든할것같구나."

"..."

"에네렐을위해서,날좀도와주겠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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