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화 〉 이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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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뭐하고있는거야!빨리빨리움직여!"
공사현장인지,돌가루가이리저리날려자욱한연기를만들었다.
감독관으로보이는사람은그말의내용과는다르게,아름다운목소리로그들을다그치고있었다.
"거의다왔다.여기부터는,레오드린가문의영역이다."
그날이후,엘레노어는내눈을똑바로쳐다보지못했다.어쩌면,이전부터그랬을지도모르겠지만.
"평화로운곳이다.여기서머무르는것도괜찮을것이다.제국은항상너를지지하고있지만...이곳에서라면특별히너를반겨줄수밖에없겠지."
"어째서?미움받지않으면다행이라고생각하고있었는데."
레오드린가문의영애가직접나를불렀다.좀더물어본결과,실질적인이영지의주인이었다고한다.
"아무런이유없이,그냥끼어들어온사람이라고.좋아할리없잖아."
"소문들이돌아다니고있다한들,너는정식으로황제폐하와레오드린가문의생존자들에게인정받은레오드린가문의에네렐이다.이제와서정식으로저항할리없겠지."
"과연..."
"그들에게도이익이될만한일이다.레오드린가문의영애는슬슬혼기가찼고,그녀의어머니도아직미모가쇠하지않았다."
"그러면왜가문을이어가지않는거지?"
"레오드린은명예로운가문이다.대부분의남자들이황제폐하를위해싸우다스러졌고,마지막남은이들마저병이나암살로사라졌지.하지만...그빈자리를노리는이들은,그명예와권세를취하기위해혈안이된자들이다."
"그리고황제는그들을배신했군."
지도로보이는레오드린가문의영지는작지않았다.그들이실제로통치하는영지가얼마나될지는확실하지않았지만,나름대로거대가문이었을것이다.
그런가문조차황제의목적을위해서는손쉽게저버릴수있는존재였던것일까.
"그때는,네가더중요하다고생각하셨을것이다.그리고,이렇게많은시간이지나도록네가여기있는것도...그분의계산안에있던일은아니었을것이고."
당연히될거라고생각했던귀환은악재에악재가겹쳐처참하게실패해버렸다.반대로,막연하게자신없이시작했던일은상상외로빨리진행되고있었다.
결국,마룡의심장을찾지못하면모든일이허사로돌아가겠지만.
"어찌되었건,이곳은네영지다.지금이영지를다스리고있는이들은,언제까지나적법한후계자가나타나기전까지임시로권한을대리하고있는것에불과하니."
그렇다면,내존재는이들의권력에위협이될수있다.이렇게마음놓고들어가도되는걸까.
"걱정하지마라.그들은충성스러운자들이니까."
감이잘잡히지않는다.가끔,엘레노어는충성심이나명예같은단어를단순히'좋다'의유의어로쓸때가있었다.
어느의미에서그녀가충성스럽다는말을쓴건지궁금했지만,굳이물어보고싶지는않았다.
"너와의연결점을만들기위해애를쓰는귀족은널리고널렸다.나중에너를정식으로양자로받아들이려할수도있고.네가그들에게해가될일은없다."
"그렇다면좀다행이네."
평화로운곳이었다.이런곳에해를끼치고싶지는않았다.
"그러고보면,그귀족들.이상할정도로연락이없었던것같은데..."
적당히모습을감추긴했지만,그정도고위귀족이우리행적을파악하지못했을거라는기대는하지않는다.
"크레온을말하는건가?그의접근은내가막았다.원한다면언제든지..."
아무렇지않게말하는엘레노어의어투때문에,나도순간그걸대수롭지않은일이라생각해버렸다.금세되찾은이성이그녀를노려보게만들었지만.
"설명을잘해야할거다.내가납득할수있게."
엘레노어는난처한듯고개를숙였다.
"미안하다.미리말하려했는데...이전에도사소한접촉시도정도는있었지만,대놓고그들이접촉을요구했던건우리가웨더가문에들어갔을때였다."
"그래서?"
"네가협력하겠다는의사를보여주기만하면,앞을가로막고있는웨더와알드길드의모든병사들을지워주겠다고하더군.네가원하는바는아닐것같았다."
나는인상을찌푸린채,그녀의말을곰곰이생각해보았다.
"한사람이라도더살리기위해그렇게노력하고있던네게,이런제안은달갑지않았을테니까."
"...아마그랬겠지."
그때는정신적으로도많이힘들었다.내계획들은전부쓸모없는발악이되어버렸고,결국나는아무것도해내지못했다고생각할수밖에없었으니까.
웨더가문의장남이라는거대한바보가무리하게병력을이끌고윌리엄을공격하지만않았으면,결국평화는산산이으깨졌을것이다.
"다행이군.네가화를낼수도있다고생각했다.어찌되었건,네허가를받지않고행한일임에는변함없으니까."
사실,내가걱정하는것은좀다른부분이었다.내가지금들을수있는것은그녀의말뿐이었고,실제로그귀족파의인간들이그런말을했는지는미지수다.
하지만,몇번제대로만나보지도못했던귀족파의인간들을믿는것보다는,몇년동안그녀의바닥까지봤다고장담할수있는엘레노어를믿는게편했다.
나를배신하지않을거라고,내게좋은일을해줄거라고믿는건아니었다.하지만,엘레노어는좋은의미로든나쁜의미로든일관성이있었다.
적어도,그녀가보기에교활하고비겁한방식을써가며나를붙잡아둘것같지는않았다.
"그들은너를모르는것같았다."
"모르겠지..."
세레스의빈자리가컸다.그때는나를제멋대로움직이려는에리니스의태도에화가나기도했었고,내게아무말없이쓰러진용사파티원들을건네주는것자체가마음에들지않았다.
하지만,그녀의말이전부틀렸다고말할수는없었다.나자신도내가무엇을하고싶은건지알수없었다.
그런판국에,귀족파의인간들이나를잘못이해하고그릇된제안을꺼내는건차라리당연하다면당연한일이었다.
"하지만,슬슬그들과만나보는게좋을지도모른다."
이건엘레노어답지않았다.
"네입장에서는꺼려지는일아니었나?"
내가어떤위치인지,이해는못하지만그내용은알고있다.
아무리생각해도이상하다고생각했지만,나는황권을위협할만한가치가있는존재라고했었다.
그런내가귀족파와손을잡는다는건,그녀에게달가운일이아닐것이다.
"적어도이파티에다시돌아온이순간만큼은,너를위한말을하려했으니까.그들은네게많은것을줄수있을거다.아마...나와황제폐하께서주지못했던것도."
"뭘?"
"우리는결국제국을등에진몸,네게줄수있는것에는한계가있다...하지만그들은아니지."
크레온의환대는,황궁에머물고있었던나조차도인상적인감각을느낄정도로사치스러웠다.
제국에대한책임을지고있는황제나엘레노어는,그런책임으로부터비교적자유로운귀족에비해운신이제한될수밖에없었다.
"상관없어.국가를책임지는위치에있으면,포기해야하는것도있겠지."
"그것때문이아니다.문제는나다."
마차가덜컹거리는소리가흘러갔다.엘레노어는내눈을똑바로보며,차분히말을이어갔다.
"내가있는한,그대는행복할수없다.이정도로오래여행했으면,어느순간느껴버릴때가있거든.그들중에내가없다는것만으로도,귀족파는내가따라갈수없는이점을가지고있다."
무언가체념한듯한그녀의목소리가불안하게들려왔다.다행히도,마차가도착했다는네르웬의목소리가우리의대화를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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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으로들어서자,메이드와집사들이나를보고분주하게움직였다.
"레오드린영애의부름을받아왔습니다."
메이드들이분주하게움직였다.기묘한느낌의성이었다.
잘관리되고있지만어설퍼보이고,고풍스러운기운이서려있지만어딘가미약해보인다.
"안으로들어오시죠,가주님."
내가 가주라고 하는 걸까. 이정도로쉽고빠르게받아들여질줄은몰랐다.
아니면,이건일종의시험이거나단순히메이드의부주의때문일지도모른다. 내가 권력욕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떠보고 있거나, 레오드린 가문의 구성원들의 생각과 메이드의 시선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메이드의안내를받아들어간곳에는,익숙해보이는여자가나를기다리고있었다.레오드린영애였다.
이중적인사람이었다.좋은옷감으로만든것같은화려하면서도실용적인드레스는시선을사로잡을만큼아름다웠지만,보존상태는꼭좋지만은않았다.드레스를입고격한야외활동을할만한일이없다는것을생각하면,좀의외였다.
얼굴이나태도도영묘했다.야생마처럼뛰어다니는소녀같은모습과,고귀하고냉철하면서도사근사근한귀족영애가섞여있는것같은모습이었다.
그리고내가그녀를품평하고있는만큼,아니그이상으로그녀도나를바라보고있었다.
그녀의감정이복잡했다.나를통해다른사람을보고있는것같았다.먼저말을걸면그녀의상상이끝나버릴것같아,나는가만히기다렸다.
"반가워요,오라버니."
마음의정리가끝났는지,레오드린영애가입을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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