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39화 (139/217)

〈 139화 〉 이름­1

* * *

"생각보다주위상황이괜찮네."

다른문제는몰라도,단순히식량이부족하다는문제는쉽게해결할수있는문제가아니었다.

황제의지원을받으면언젠가는괜찮아질거라생각했지만,당분간은식량을둘러싸고갈등이생길수밖에없다고생각했다.

하지만,사람들의표정이어둡지않았다.다른건몰라도,먹을게부족한사람들은티가날수밖에없다.

윌리엄이라면그럭저럭선정을베풀고있을것같았지만,그의힘만으로는이뤄내기힘든성과였다.

윌리엄이머무는곳에도착했다.이제정식영주가되었을그였지만,영토에비해초라해보이는거처였다.

제대로된귀족의성이라기보다는,전투를위해만들어진요새와같은영주성.하지만,그의성격에는이게더잘맞을지도모른다.

"오셨군요!"

다행히도,그는나를따뜻하게마주해주었다.성입구를막통과했을때부터그의얼굴을볼수있었으니,첩보를받고미리기다리고있었던것아닐까.

"반갑습니다.단숨에끝날일은아닌것같으니,일단편히쉬시면서..."

그는내마차뒤를졸래졸래따라오는유니콘을보고,떡벌어진입을다물지못했다.

"진짜였군요."

하얀색으로물든,아름다운털과갈기가이목을집중시켰다.

"운좋게도,바로성공했습니다.마지막인사를드리려왔습니다."

"묻고싶은게많은데...아.그리고,전해드려야할말도있습니다.안으로들어오시죠."

조용히나를초대한그는,파시어의잘린팔을보고흠칫놀랐다.하지만,굳이그걸물어보려하지는않았다.

작은연회가열렸다.거창하거나사치스럽지는않았지만,충분히간을한고기와수프만으로도한끼를즐기기에는충분했다.

"그안은...어땠습니까?"

"당장들어갈수있는곳은아닙니다.차차안정되겠지만...죽을뻔했으니까요."

"아..."

파시어의잘린팔을흠칫바라본그는,말없이고개를떨궜다.

"저만큼강한분이..."

"아,그것과는상관없는일입니다.위험하기는마찬가지지만요."

동굴안에가득쌓여있었던신성한,혹은더럽혀진기운들은모두사라졌다.하지만,그기도들의발원지가이곳이아닌한계속해서쌓일것이다.

당장은안전할거라생각하지만,확신을가지고말할수는없었다.

"아쉽군요.그안을개발할수만있다면큰도움이될텐데."

벌써새로운토지를개발해야할만큼영지를발전시켰다는건가.놀라운수준이었다.

"생각보다역량이뛰어나시더군요.이렇게짧은시간안에영지를안정시키다니.사람이많이들어온모양입니다."

"아,제공은아닙니다.나름대로노력하고는있지만,운이좋았지요."

"그렇다면?"

"레오드린영애의도움이있었습니다.값을톡톡히치러야했지만,당장황제폐하께서하사하신금화를식량으로바꿀수있었지요."

백조기사단의단장과도친밀한사이였다고했던가.그렇다면,이렇게빨리영지를안정시키는데큰도움을주었을것이다.

"그말도드리려고했습니다.용사님의얘기를해주었더니,최대한빨리레오드린가문의영지로방문해달라는말을남기셨습니다."

"음..."

바로황궁으로돌아가려했었다.하지만,그녀의요청을거절하기에는좀찔리는부분이있었다.

나야할말이많았지만,그녀의입장에서볼때나는갑자기가문의구성원이되어버린외부인일테니까.

"이곳에서먼가요?"

"그리멀지는않습니다.이리저리돌아다니는분이라바로만날수있지는않겠지만요...시간이조금필요할겁니다."

하지만,지금당장시간에쪼들리는상황은아니었다.마룡의심장을어떻게구할지에대한계획도세워야하고,어쩌면정착할곳을찾아야할지도모른다.

만일어딘가에머물러야한다면,시설이좀부실할지언정황궁보다는다른곳에머무르는편이나았다.

"그렇다면,바로출발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윌리엄."

"당신이해준것이헛되지않게최선을다하겠습니다."

나는마지막까지,윌리엄의눈을똑바로쳐다볼수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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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안에서바라보는밀밭은,아무일없이아름답게흔들렸다.

"평화롭네."

"레오드린의영지는전화를입지않았으니까.하지만,그녀역시황실에충실한이들.조금만싸움이길어졌어도이곳까지전화가닥쳤을것이다."

자신의전력을어떻게든보전하려던제국파와는달리,황실에충성하는사람들은가장위험하고중요한곳에병사들을각출했다고했다.

"하지만,전선과는꽤거리가있는데.이곳까지?"

"그북부전선에서그렇게나오랜시간을버틴것도,황제폐하의전술적식견때문이었다.마왕침공에대비해미리북부의왕국들과군사동맹을맺었고,가장훌륭한장수와병사들을물쓰듯써가며전선을유지했으니."

이세계의일반적인병사나귀족이라할지라도,아마내가있던이전세계의중세병사들보다는훨씬강할것이다.

찾기어렵지만마법사를사용할수도있고,그게아니더라도마도구를전장에사용하거나마력을사용할수있는기사들도있으니까.

하지만마물과는비교할바가되지않았다.내가이를악물고싸워야했던오크로드는,마물침공당시수없이많았던군단장중하나일뿐이었다.

그런싸움이수없이이어진다면,겨우그정도의패배로마왕을퇴치했던것은기적이라고할수있었다.

"그리고아버지께서제일강조하셨던것은,사람들의마음을얻는것이었지.지켜야할것을만들지못하는병사들은쉽게도망치고,자신의것을빼앗겼다고느끼지못하는병사들은마물에게복수심을불태울이유가없다고하셨다."

내옆에앉은엘레노어는,조심스레말을걸어왔다.

"그래서,너는내실패였다.내무례와오만이너를만들었지.무슨일을하든나는너를돌려보내겠다.내실패에대한책임을질거다."

"그래준다면야...뭐."

그녀는변하지않았다.좋은의미로든,나쁜의미로든.

"레오드린가문이라..."

"이전부터황제폐하께충성했던가문이다.가문의남자들대다수가명예롭게전사했지만,그공을기억하고계셨던황제폐하께서그들을보호해주고계셨지."

이이름을이렇게오래쓰게될줄은몰랐다.아마,황제도이것까지는생각하지않았을것이다.

"돌아가면,뭘할생각이야?"

"네가고향으로돌아간다음을말하는건가.음...생각해보지않았다.먼저,나에대해알아봐야겠지."

"슬슬위험할텐데,황제의후계자자리를지키려면더열심히노력해야하는것아닌가?"

"...당장은,네가더중요하다.황제폐하의뒤를이을사람이내가되는것보다더중요한건,내가그럴만한자격을갖추는것이다."

잠시그녀의말에대해고민해봤지만,나중에있을일을생각하고싶지는않았다.

귀환에성공하기만하면,여기있었던일은까맣게잊어버릴테니까.그게가능하든가능하지않든,그러려고노력하는것이내게편할테니까.

"그러고보니아직묻지못했던게있었군."

엘레노어의시선이흔들렸다.

"에리니스의말은틀리지않았다.나라는인간은너에게상처를남겼고,결국서로화해할수는없겠지.셀리아는그걸바랬던모양이지만,그아이는항상좋은방향으로상황을해석하는경향이있었으니."

마차구석에서자고있던셀리아는,그말을듣지못한것같았다.

"이제와서그런말을하는이유가뭐야?"

"하지만...모든빚을청산할수는없더라도,나와다른여자들이그대에게해줄수있는일을모두끝낸다면,그렇게그대가본래있어야할세계로돌아간뒤에,어쩌면..."

숨을깊게몰아쉰엘레노어는,손을가늘게떨며나를보았다.

"그대를기억해야할때가있어야할지도모른다.그때를위해,지금알아두고싶다.너에대해무언가묻는다는게큰무례라는자각은하고있지만...그래도,알고싶다."

"뭘?"

"그대의진짜이름.뭐라고부르면되겠나?"

우리의대화를지켜보던파시어가심상치않은눈으로이쪽을바라보았다.

"그런가.뭐,말해준적이없었지."

이곳의이름이라기에는지나치게이질적인이름이다.생긴것부터이곳사람들과는좀다르게생기긴했지만,이름을밝히는건나중에문제가생길수있었다.

이세계에서동양인인종의사람들은이름과성이매우길었고,이름과성에서그들의신분과출신지를눈치챌수있는요소가너무나도많았다.

내이름이그런방식을따르지않는다는것을드러낸다는건,신분에대한의심을살수있었다.엘레노어가아니라다른파티원들에관한이야기였지만.

그리고시간이좀지난이후에는,아예그들이물어보려하지않았다.사이가나빠질대로나빠졌으니,나도굳이알려주려하지않았다.

황궁에서의 사건 이후, 다시 파티를 결성한 다음에도 그들이 내 이름을 묻지 않는 것이 의아하기는 했었다. 어쩌면, 나에 대해 말을 거는 것조차도 부담스러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의미 없는 일이었다.

"그냥에네렐으로불러.네아버지가준이름으로."

하지만,나는이사람들에게기억받고싶지않았다.내가그들을기억하고싶지않았던것만큼이나.

"잊어버려.아무일도없었던것처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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