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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38화 (138/217)

〈 138화 〉 상징­15

* * *

어지러운건지,에리니스는초점이흩어진눈으로나와용사파티원들을번갈아서바라보았다.

"그게,진정당신이원하는일인가요?"

"돌아가는것?당장이들을죽이지않는것?아니면,당신의기대를저버리는것?"

편한일은아니었다.하지만,지금당장내가했던모든일을포기할수는없었다.

"사람은변해요.이게마지막기회일수도있어요.또배신당한다면..."

"제일을제가알아서하겠습니다."

결의를느낀건지,에리니스는한걸음뒤로물러섰다.

"좁은곳은...답답하겠죠."

그녀가말한마디에,우리를감싸고있던핏빛구체가사라졌다.그녀가뿜어내고있던붉은빛도점차사그라들었다.

마기가사라진탓인지,동굴이뿜어내는피부를찌르는기운들은대부분사라져있었다.그걸혼자집어삼킨복수의여신은,아무것도하지못하고주저앉았다.

"당신을위한거라고생각했었는데."

"감사합니다."

그렇다고해서,그녀에게화를낼수는없었다.

세레스일때내게해준일이적지않았다.이사고도결국전부나를위한것이다.내가그걸받아들이지못한것뿐.

"파시어."

복수의여신의시선이,어느순간마법사에게꽂혔다.팔한쪽이잘려나간작은마법사는,그녀가무슨말을할지알고있다는듯이고개를끄덕였다.

"마룡의심장,반드시에네렐에게넘기도록해라."

물론,내귀환을위해서꼭필요한재료였다.하지만왜하필파시어만꼭집어서얘기하는지는알수없었다.

"반드시그러겠습니다.제영혼을걸고약속해도상관없습니다."

"너따위의구역질나는영혼,줘도받고싶지않아."

에리니스는입술을꽉깨물었다.

"...가세요."

나는차마바로답하지못하고,당장이라도울것처럼부르르떠는그녀를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당신말이맞아요.당신이이걸복수라고생각하지않는다면...제가더뭘할수는없죠."

"세레스..."

"그이름으로불렸던날은즐거웠어요.이럴줄알았으면대화도더하고,조금이라도더위로해줄걸그랬는데..."

그녀의몸이희미해졌다.

"무슨..."

"죽는거아니니까호들갑떨지마요.애초에,나신이라니까?굳이남아있을필요가없는것뿐이에요.복수를도와줄사람이싫다고하는데,복수의여신이남아있을이유가없잖아..."

말한마디한마디에아쉬움이묻어나왔다.가슴이아렸다.

"처음부터여기현신했던것도,네분노와복수에반응해서억지로몸을만들었던거니까,이제필요없어진이상..."

"필요없지않았습니다.당신이해준일들...큰도움이됐어요.어떻게든당신을도와줄수있다면..."

"됐네,됐어요.뭐,여기버려진신성력은많이챙겼으니아쉬울건없는데...아쉬울건..."

그녀는미련이뚝뚝묻어나는목소리로나를바라보았다.

"저성직자계집이독을풀었네요.희망이라는독을...그래도,당신이그걸믿고있는한나는도와줄수없어요.참,복수의여신이라는사실이이토록원망스러웠던적이없었는데."

에리니스의몸이손끝부터,붉은빛이되어사라졌다.

"그래도,만일복수가필요하다면언제든지불러요.당신이뭘복수라고생각하든,언제든도와줄테니까."

그말을마지막으로,그녀는바람처럼사라져버렸다.가슴이먹먹해졌다.

내가세레스와그렇게까지친했던가.생각해보면,늘감사하고있었지만관심을주지는않았다.

그냥지나가는사람처럼,언제까지그럴수있을까지켜보기만했을뿐이다.

하지만,다시그녀를볼일은없을거라고생각하니마음이편치않았다.늘있었던,언젠가부터는그게내옆에있는게당연해져버렸던사람을잃는느낌이었다.

죽는것은아니다.그녀는신이고,나보다오래살것이다.

하지만다시그녀가현신해내려오는일은없을것이다.내가죽어그녀를만나는일도없을것이고,있어서도안된다.

"...돌아가자."

더럽혀진신성력이싹빠져나간동굴은,이제정말아무것도없는공간일뿐이었다.

바람이희미하게새어들어오는방향으로발걸음을옮겼다.가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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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희생을치른것같구나.내욕망때문에...참,미안한짓을하게했어."

입구에서기다리고있던유니콘은,파시어와셀리아를보고안타까운눈빛을보냈다.

"이렇게까지철저하게할필요는없었는데말이야."

그녀의말처럼,텅빈동굴은잡스러운기운하나없이깨끗했다.

"그럴일이있었습니다."

위험한상황이었다고는하지만,어쨌든우리가지불해야할대가는컸다.

파시어는팔을잃었고,셀리아는신성력을잃었다.

"이런말씀을드려서죄송하지만,이게정말그럴만한가치가있는일이었습니까?"

"자네는아직유니콘을잘모르나보군."

그녀는쭉뻗은흰색뿔을보여주었다.

"우리에게순수는타협할수있는영역이아닐세.본래그랬던상태로고향을되돌리는것은,그자체로의미있는일이지."

"다른이들이올겁니다."

영원히숨길수는없다.이곳의어마어마한기후변화가사그라들고있다는소식이들리면,모험가들이방문하기시작할것이다.

"그건...다른내동족들이알아서해주겠지.난너무늙었어.자네의소망을위해피를바치면,그것으로내소임은다하는걸세."

"...알겠습니다."

"계약은이루어졌네.나는자네의목적을위해목숨을바칠것을서약하겠네."

내가머뭇거리고있자,그녀는뿔을이리저리흔들며나를달래주었다.

"죽이는것이두려운건가?너무걱정할필요는없네.당장죽을필요도없을테고,중요한순간에결정을내리지못한다면내스스로목숨을끊을테니."

"수명이얼마나남은겁니까?"

"그건모르지.아무도모르네.늙어죽을때까지사는유니콘은없거든.나는기회를잡지못해계속살아남아있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느껴져."

"무엇이..."

"노화.시간과추억들이내게남긴상처와흉측한변화들이.더추해지기전에새로운순수를남기고떠나고싶네.자네가원래있어야하는곳으로돌아가는것정도면,내목숨을바칠만한가치가있지."

그녀의가치관에동의할수는없었다.살아있는한,새로운것을보며생각을바꿀수있을거라생각했다.

하지만그녀를설득할자신도없었고,그럴만큼내생각에확신이있는것도아니었다.나는고개를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엘레노어가마차를정비했다.세레스가들고있던많은양의짐들을분실했지만,마차에는아직충분한물자들이남아있었다.

"하지만...이제마룡의심장을어디서구할생각인가?"

나는눈을돌려파시어를보았다.그녀의잘린팔에서애써눈을피하며.

"전에도한번이이야기를했었던것같지만...대체할수있는수단은없는거지?"

유니콘의피와마룡의심장.서로다른의미로,도저히정식으로구할엄두가나지않는물건이었다.

말은저렇게하지만,저친절한유니콘을내욕심을위해죽이고싶지않았다.

마룡의심장은찾을수없는물건이었다.어디서부터시작해야할지알수도없었고,지금그걸찾으려는모든행동이헛수고일지도몰랐다.

"없네.차원이동술식에꼭필요한재료들이니까.이동하는자에게부활의생명력을불어넣어줄불사조의유해,그렇게부활한존재의영속성과순수한형태를유지시켜줄불사조의피.어느하나대체할수있는게없지."

"순수한형태?"

"차원이동에관해서는대부분이론적예측에지나지않지만,우주와우주,세계와세계를넘나드는여행일세.자네의육체를순수.원래있던그대로보존하려는힘이없으면,이동은어찌어찌이루어질지언정살덩이로이루어진괴물이떨어지고말겠지.

파괴되는육체를억지로부활시키고재생시키는게불사조의유해,그렇게재생한존재가내가될수있도록만들어주는것이유니콘의피.

어느하나중요하지않은것이없었다.

"그렇다면,마룡의심장은?"

"그끔찍한사기와욕망으로차원을뚫을힘을만들어야하니까.어쩔수없는노릇이지."

"쉽지않군."

파시어는남아있는오른쪽손으로내손을잡았다.

"너무조급하게생각할것없네.다른무언가를희생할수있으면,구할수있겠지.일단은재정비부터해야할걸세.셀리아도안전한곳으로보내야하고."

"..."

잠시눈을돌리고있었다.셀리아는모든것을잃었다.

"그,환상이라는거.이제괜찮아?"

잠시멍하니있던셀리아는,나를보고부자연스럽게웃었다.

"견딜만해요.아직도머릿속에서윙윙울리지만...그리고,이제그건중요하지않잖아요?"

"응?"

"에네렐이진짜인지아닌지헛갈리는것때문에위험했던환상이지만,아예떨어져지낸다면고민할필요가없죠.모두가짜일테니까요."

"그건..."

"미안해요.마지막까지당신을도와주지못해서.하지만,저는이제신성력이없는...그냥...”

그녀의은빛머리카락과성녀복은변하지않았다.그대로였다.

"저는더이상쓸모없는사람이고...더이상에네렐에게도움을주지도못하는걸요.다음마을에서헤어져야할것같네요."

"..."

"지금까지,그렇게싫어했던저를데리고다녀주셔서진심으로감사했습니다.앞으로도,어떤방법으로든속죄할게요.에네렐을돕겠어요.하지만...더이상그것때문에에네렐을힘들게할수는없는것같네요."

셀리아는억지로근육을움직여,뻔한가짜미소를지었다.손은부들부들떨리고,동공은흔들리고있었다.

"꼭,귀환하시기를빌고있을게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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