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35화 (135/217)

〈 135화 〉 상징­12

* * *

"이날만을기다리고있었는데!"

압도적이다.그녀의검술은,말그대로신화적이었다.

한번맞붙어보고느꼈지만,체감상으로는그엘레노어보다위다.

검과검이맞닿아있는순간에도,그녀는수백번쯤나를죽일수있었다.그녀의검이나를베지않은것은,그저동정심때문이었을것이다.

"왜,왜이러는거예요?하라는건다해줬잖아요?"

"세레스로서,당신은제게모든것을해주었습니다.하지만에리니스로서는아닙니다.저는복수의여신에게아무것도바라지않았어요."

"그래서더이해할수없는거라고요!복수심도아니라면,대체왜!"

이공간에가득들어찬기운들이,서서히막을만들어낸다.

"크읍!"

최선을다해검을휘두르고있지만,상대가너무강하다.차이가너무심하게난다.

용사파티가전부온전한컨디션으로모이더라도,저여신을상대할수는없을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나는여기서있었다.

"이걸위해얼마나참아왔는데,얼마나기다렸는데!"

"제가지금저들을죽이면,그건복수입니까?"

"당연하죠!"

"그건그냥처형입니다.저들을죽이려했으면,당신의도움을받지않아도얼마든지할수있었어요."

황궁에서날뛸때,조금만더살의를담았다면이들을죽이는건일도아니었다.

정말로그들을죽이려했다면,그상황까지갈필요도없었다.마왕을퇴치한다음기습적으로용사의힘을거두어들인다면,지친용사파티를전멸시킬수있었을것이다.

"늦었어요.이미저사람들은,제게목숨을내어줄준비가되어있는사람들이니까."

목숨이아깝다면,애초에이런짓을해서는안된다.하지만오크로드는물론이고,엘프장로와싸울때도위험하지않은적이없었다.

하지만,내파티원들은한발자국도물러서지않았다.

"아직도그들을믿나요?결국그렇게포기할생각이에요?이건정의로운복수잖아요.게다가모두를위한!"

그녀가지금까지왜숨어있었는지가중요한게아니었다.더중요한것은,왜지금모습을드러냈는지였다.

"그걸위해서지금까지기다려준겁니까."

"뭐,슬슬인내심의한계가오기도했고요.당신이라면당연히윌리엄의복수를도와줄거라고생각했어요.염치없이그의복수를방해하는게아니라!"

"그것도..."

"맞아요.그의복수를이루어주고싶다는마음은있었지만,더중요한건당신이그를통해자극받는거였죠.잊고있었던복수를이룰수있도록."

하지만그녀가틀렸다.나는그녀의생각보다훨씬이기적인사람이었다.

사람을지키고싶다는내욕심을채우기위해,제발복수를포기해달라고그에게애원했으니까.

"그러고보면...자원봉사라는이유로저를끌고갔던것도당신이었지요."

그때는모르고있었다.그저,내기분을풀어주려어디든내보내려한다고생각했을뿐이다.

하지만지금생각해보면,그모든일은계획되어있었다.

"그래요.네르웬을후려패던당신의얼굴이얼마나시원하고매력적이었는지.그때까지만해도,당신이내사제의말을진지하게생각해줄때까지만하더라도세상이아름다워보였는데."

거대한힘이깃든그녀의검을,어렵사리내검이받아낸다.매섭고도날카롭던검은,나를베기직전에급작스레멈췄다.

"복수하세요.당신이받아야할몫을받아내세요.그리고,자유롭고행복한상태에서하고싶은일을하세요.용사가되어도좋고,황제가되어도좋아요.제가함께있을게요."

"죽이는것만이복수는아닙니다."

"당연히아니죠.하지만,적어도상대를고통스럽게하지않으면그건복수라할수없어요.정말저들을괴롭게만들고싶어서살려두겠다는건가요?"

"...그때문에그들이괴로워하건,행복해하건그건제알바가아닙니다."

복수의여신이지만,그녀는내복수에대해이해하지못하고있었다.

"지금도,복수하고있잖아요."

"무슨소리를하는거예요!"

그녀가싸우면서만들어낸마력으로이루어진구체가,어느새우리를온전히감싸고있었다.이곳저곳이다붉게빛나고있어,눈이아플지경이었다.

"어떻게,이렇게잘버티는..."

그녀는아직이해하지못하고있었다.내검에담긴힘을,내가왜그녀의자비에도불구하고이렇게오랜시간을버티고있을수있는지를.

"왜제복수에그렇게관심이많으십니까?"

"공감했으니까요!셀레니스가그랬던것처럼,나도당신을보고있었으니까!"

에리니스가고통스럽게울부짖엇다.

"당신이비난받을때같이슬퍼하고,당신이소소한행복을느낄때함께웃고!그렇게당신의여정을지켜봐왔으니까!"

불쌍할정도로애처로운모습이었다.그녀의눈에서붉은피눈물이흘렀다.

"...미안해요."

그녀의행동은,전부나를위해서였다.

내가원하는복수는아니었을지언정,적어도내기분을위해움직였다.

"제발..."

신성력이부여되는것은,신의의사와상관없이이루어진다.'자고있던'에리니스가사제에게신성력을내려준것처럼.

축복을내리거나신의선택을내리는등더할수는있지만,뺄수는없다.파시어의가설이었지만,셀리아도비슷한말을했다.타락한성직자도신성력을빼앗기지않는다고했으니까.

"무,무슨짓을하는거예요!"

한걸음앞으로나아간나는,그녀가반쯤무의식에빠져검을휘두르는것을보았다.그리고,피하지않았다.

"이렇게까지하지않으면평생모를것같았거든요."

하지만그녀의검은,나를반으로가르지못했다.

이곳에붉은빛구안에넘쳐흐르는붉은기운이,그녀의검을타고흘러나와내몸을회복시키고있었다.

"저는이미당신에게축복받았지요.그황궁지하실에서부터."

"그건..."

"무언가를수호할때발휘되는용사의힘처럼,이것또한제마음대로쓸수있는힘은아닐겁니다.특히,상대가이힘을관장하는신그자체면더욱그렇죠."

그요인은,말할것도없이복수심이었다.

"파시어와,다른용사파티를떠오르게하고있는당신도,결국내게는복수의대상인겁니다."

그녀를버리고살아남으라는엘레노어의포기와절망에복수하기위해,오크로드를상대하던내검에에리니스의힘이깃든것처럼.

복수의여신의힘으로현신한에리니스를상대로싸운다는,모순적인상황이일어난것이다.

"그때는어쩔수없는일이라고생각했어요.그녀들의말에,생각에일리가있다고,내가희생되어도어쩔수없다고생각했죠."

하지만,그건틀렸다.잘못된생각이었다.

내가희생되어서는안된다.다른누구도희생되어서는안된다.

"그럴리가없어요!"

"하지만,이게현실입니다."

그녀가이성을잃고내게검을휘둘렀다.나는피할생각도없이,그검을고스란히맞아주었다.

팔이잘리다아물고,다리가잘리다아문다.

"진짜로저를죽이고싶으시다면어쩔수없지만,적어도그전까지는그여자들에게손대지마세요.이기지는못하더라도,버틸수는있으니까."

그럼에도불구하고,상대는신이다.잔재주를부리고있다고는하지만,진심으로나를죽이려들면죽일수있을것이다.

하지만,어설프게나를놔두고다른곳에신경을뻗을수는없다.

"정말로그렇게생각하시는건가요..."

에리니스가검을거두고피식웃었다.나는안도의한숨을내쉬었다.

"미안해요.하지만,정말어쩔수없었어요."

"사과할필요는없어요."

에리니스가힘을주자,우리를감싸고있던신성력으로이루어진막이더욱짙고강렬해졌다.

"어차피,보내줄생각은없으니까요."

"네?"

"제가뭘믿고당신을보내주죠?저계집들은바뀌지않았어요."

에리니스는땅바닥에검을꽂고털썩주저앉았다.

"당신이분노했던건,그녀들의사상과생각이라고했죠?그러면저인간들은아무것도바뀐게없네요."

"..."

"당신은아무도희생되어선안된다고했지만,엘레노어는아니죠?제국을위해모두를희생시킬수있는여자가,당신이라는예외를둔거잖아요?"

많이유해졌다고생각한다.엘레노어의독선과폭압적인성격은분명줄어들었다.

하지만그건,단지내가있기때문아니었을까.

나와떨어지는순간,다시그녀는내가알던엘레노어로돌아오지않을까.

"파시어도마찬가지죠?그녀가어떤사악하고역겨운마법을준비하고있는지알면,당신은자신의손으로그녀를죽여야할겁니다,에네렐."

"...뭐라고요?"

"셀리아는바뀌지않았죠.셀리니스는그녀를아껴줬지만,그녀를성녀로만들고도그녀의판단을믿었던건아니었어요."

그녀는우습다는듯이검을쓰다듬었다.

"그냥,귀여운아기고양이를키우는감각으로그녀를길렀던것뿐...충직하고순수하지만,그만큼광신적이죠.제가셀레니스의목소리로그녀를불러볼까요?"

"그만하시죠."

"안해요.말은이렇게하지만,결국당신은그여자들편인걸.그리고그쓰레기같은여자들을만나고,다시아파할거고."

에리니스가내게한걸음다가왔다.

"그러니까,그냥여기서평생있자고요.밖은위험하잖아요?고향으로돌아온셈쳐요."

"..."

"당신이원하는환상은뭐든지보여줄게요.나는평생당신을사랑해줄게요.그러니까,그냥여기있어요."

에리니스는한걸음더가까이내게다가와,나를꼭안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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