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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34화 (134/217)

〈 134화 〉 상징­11

* * *

"제가먼저묻고싶네요.세레스,당신은대체누구입니까?"

신적인힘을가지고있다는것은알수있었다.내가알던세레스와같은사람이었지만,뭔가다르다는것도느낄수있었다.

"눈치채셨을거라고생각했는데...복수의여신.이라고말하면알아들으실까요?"

내가직접그신의이름을들었던적은,몇번되지않았다.

세레스의손에끌려고아원으로자원봉사를갔던날,그리고윌리엄을마주쳤던날.

하지만느끼고있었다.내가황궁에서날뛸때,그이후에싸우려할때도그녀의힘이나를제어하려하는것을느꼈으니까.

"하지만,셀리아가눈치챘을텐데요.어떻게이렇게..."

나를이끄는신의인도도그렇지만,그녀가진짜다른신이었다면셀리아가알아채지못할리없었다.

"음,그건아주단순하답니다.단순해요."

세레스의얼굴이순식간에바뀌었다.

이세계로떨어지기전처음봤던,그상냥하고자비로운여신의얼굴로.

"이세계를도와주세요,용사님."

"..."

몸은붉은갑주를찬복수의여신이었지만,얼굴만은자비롭고선량한교단의여신,셀레니스의모습이었다.

"음,어때요?"

"처음부터...하나였던겁니까?"

"굳이인간의언어로설명하자면...그래요,이중인격같은거라고하죠.신성은하나,신격은둘."

말도안된다고말하고싶었다.하지만방금그녀가보여준여신의얼굴은,단순히눈속임이아닌것같았다.

"한쪽이자고있으면,다른한쪽은일어나죠.신성력을주는건자고있는상태에서도가능하지만,제대로된대화를하거나현신할수는없어요."

세레스는조심스레,아무일도없었다는것처럼내게다가왔다.

"하지만,볼수는있어요."

메이드였을때는느끼지못했던그녀의부드러운팔과몸매가,느껴진다.

벽화나조각으로볼때는몰랐지만,저붉은갑옷은꽤나노출이많은옷이었다.

"전에있던여신은어떻게된겁니까."

"걱정하지마세요.잠시너무큰충격을받고,잠든것뿐이니까요.그렇게위험한것도아니고,푹쉬고있을거예요."

그렇다면안심이었다.그녀를본것은단한번뿐이었지만,진심으로이세계를걱정하는사람이었으니까.

"그렇다면...다행이지만."

"그녀가왜잠든건지아세요?"

"네?"

세레스의얼굴이순간침울해졌다.

"당신...아니,저밑에있는놈들때문이에요."

"어째서입니까!"

"마왕성근처에서일어나는일도,신이라면볼수있어요.신자에게연락할수단이없을뿐."

셀리아가마왕성근처로오기시작하면서신의응답이끊겼다고말하는건들어봤었다.

"당신이당했던일때문이에요,에네렐.그분노가,멸시가.그런끔찍한일들이용사파티에서일어났던거라고요.얼마나큰배신감을느꼈을까요?엘레노어도,셀리아도셀레니스의신뢰를얻고있었는데.”

"그게그렇게큰..."

"그렇게큰충격이었어요!당신은셀레니스가직접임명한용사였다고요!하다못해그비열한황녀가용사의힘을대행한건그렇다쳐도,양심이란게있었으면당신에게그딴대우를했으면안됐어요!"

세레스의말에는동의했다.나는고개를끄덕일수밖에없었다.

"함께여행을떠나다보면,당신의분노를다시볼수있을줄알았어요.당신의복수를,그원한에걸맞은거대한증오를."

"그걸원해서저를따라다녔던겁니까."

"당연하죠."

하지만,나는그를실망시켰다.

용사파티는더이상나를거스르지않았고,나는더이상복수하려들지않았다.

"당신의선택을기다리고있었지만,이제지쳐버렸어요,죽이세요.그걸로충분해요."

"돌아가기위해서는..."

"당신,돌아가려던이유가뭐였죠?"

이를악문채,나는내가무슨생각이었는지떠올렸다.

용사파티와같은세상에살고싶지않았다.내가용사가될필요도없고,복수자가될필요도없고,무력한피해자가될필요도없는.세상과상관없이살아갔던이전의삶으로돌아가고싶었다.

"분노를보여줘요.저비열한위선자들이,당신에게했던짓의대가를치르게해줘요."

손에쥔성검에붉은빛이길들었다.

"이건,여신의힘으로만..."

"어느정도는,저도'여신'으로행동할수있어요.전부그런건아니지만,반쯤은여신이니까요."

다른인격이한몸을공유한다면,다른인격이만들어놓은지문인식절차를쉽게통과할수있다.

그녀가여신,셀레니스인척할수있었던것도그것때문이겠지.

"하세요."

지금이라면죽일수있다.쓰러진여자들의목에검을박아넣는것만으로도,그들을끝낼수있다.

"이럴거였으면,진작..."

"맞아요.너무늦었죠.그래서지금이라도해야하는거예요."

"하지않겠다면?"

"당신의그정의감때문인가요?뭐,그럴줄알았어요.그게아니었다면,저도여기까지와서그런짓을하지는않았겠죠."

세레스,아니복수의여신에리니스가손을뻗었다.

거대한마기의폭풍이그녀에게흘러들어온다.

"어떻게든현신에는성공했지만,저는약했어요.신이하계에서힘을행사하려면그에맞는기도와열망이있어야하는법이죠."

하지만,지금그녀는빈말로라도약하다고할수없었다.

“아,물론.저보잘것없는인간들을죽이기에는충분했죠.방심한틈을타서기습한다면,따로따로떨어진상태에서암살하는건가능했을테니까요.하지만,그걸로는부족했어요.당신에게충분한힘을선사할수도,납득할만한이유를끌어내기도부족했죠.”

“어떻게그렇게강해진겁니까.”

"버려진땅의원한들이,주인없는기도가이곳을가득메우고있어요.이정도라면,당신에게충분한힘을줄수있겠죠."

신이떠난곳을향해흘러들어오는기도다.평범한삶을살던이들의기도가들어올리없었다.

버림받은사람들,쫓겨난사람들이버려진유적에들어가서한기도가,긍정적인내용일리없었다.

"세레스...아니,에리니스.제가힘을원한다고생각하십니까?"

"원하면어때요?복수를마친다음,제게힘을받으세요.그다음에는,당신이원하는대로영웅이되면그만이죠."

"네?"

"더많은일을하세요.더압도적인힘으로,더많은사람들에게당신의정의를강요하세요."

한번도생각해보지못했던제안에,나는잠시입을다물었다.

"당신은사람들을구했지만,근본적으로는아무것도해결하지못했어요.마왕은때가되면다시나타날테고,인간들은서로죽이고싸우겠죠.알드길드의웨더?아주잠깐눌러둔것뿐,웨더가문이가세를회복하면다시죽고죽일겁니다.그게아니라면알드길드가웨더를죽이려들테고요.윌리엄은강하지만,몇년이나버틸수있을지...”"

"...내알바아닙니다."

"눈을돌릴생각이신가요?이힘이면할수있어요.당신의세계는이세계보다훨씬상냥하고아름다웠을테니,윤리또한훨씬발전되어있겠죠.왕과황제를무너뜨리는건어떤가요?당신의세계처럼."

민주주의나,내세계에있었던체제들.세레스에게했던말이아니었다.

내게조금이라도호기심을가졌던건파시어였다.내세계에대한주제도,그녀와대화하다꺼냈던말이었다.

"정말로...전부보고있었습니까."

"네.전부보고있었어요.그거알아요?누군가를계속바라보기만하고있으면,자신도모르게공감하게된다는거."

정말로지켜보고있었다.방법은거칠었지만,그녀는진심으로내슬픔을알아주고있었다.

“죽여요.단순한복수라고생각해도상관없고,모두를지킬힘을얻기위해작은희생을치른다고생각해도상관없어요.”

하지만그녀의제안을듣고난뒤에,나는깨달을수있었다.

혐오감이든다.증오심이차오른다.'그런말'을하는사람에대한,아니존재에대한복수심이차오른다.

우선순위를재조정해야할필요가생겼다.

"이걸죽이는게복수라고생각하시는겁니까."

물론화가치솟는다.해를입히고싶다.용사파티의모든것을짓밟고싶다.하지만,이런죽음은복수가될수없었다.

"그게아니면뭐가복수겠어요?그알량한양심때문에복수를완수하지못하겠다면,정의를생각하세요.당신이이들을죽이고,제힘을얻게되었을때할수있는일을떠올리세요."

나는고개를저었다.슬프게도,복수의여신은내슬픔에공감했을지언정,내생각은이해하지못하고있었다.

"제가당신의힘을쓴게처음은아니었을겁니다."

성검에힘이들어간다.복수심을상징하는붉은빛이,검을타고꿈틀거리고있다.

"황궁에있었을때말인가요?"

용사의힘이,그푸른색검기가반대편에서선을만들며검주위로뻗어나가고있다.

"아니요.오크로드를베었을때."

지키고싶다는열망에서나온푸른색빛과,복수에대한열망에서나온붉은색빛.그둘이섞인자홍색빛이선명하게빛을발하고있었다.

"분명그랬지만...단지당신이너무선해서,오크로드가죽인인류에대해복수하려..."

"아닙니다."

물론용사파티의멸시는혐오스러웠다.싫었다.어떻게든박살내고싶었다.

하지만겉으로드러나는멸시보다더증오스러웠던것은,내가진심으로싫어했던것은그안에깔린마음들이었다.

제국을위해서너는이정도희생하는것이당연하다.고귀한엘프를위해서더러운네가불편함을감수하는것이옳다.

마술을위해,모든사람들의불사라는거대한진보를위해네가희생해야한다.신의뜻은무슨일이있어도이루어져야하며,다른사람들은당연히그에따라야한다.

그런수많은마음들이,나를진짜분노하게만드는일이었다.

"상대가나라서,멸시받는게나였기때문에싫었던게아니란말입니다..."

엘레노어는용사인내가더중요하다는판단하에,제국에더무가치한시민들과그녀자신을서슴없이희생시켜나를구하려했다.

엘프의장로들은세계의운명을위해엘프개인이희생하는것이당연하다며,네르웬을탄생시킬때부터굴레를씌워놓았다.

그신념에대한복수심은,아직꺼지지않았다.

"거대한힘을얻게되면그때부터는뭐든할수있을테니,여기있는사람들을죽이고당신의힘을얻으라는겁니까.내가더중요하고정당한사람이니,거리낌없이그들을죽여도된다는겁니까."

"내가틀린말을했네요?"

"맞는말일지도모르죠.어쩔수없는일일지도모르고.하지만당신..."

나는양손으로든검을세레스를향해겨누었다.

"파시어를닮았군요."

"그런!!!"

그녀의얼굴이분노로가득찼다.누가먼저라할것도없이,우리는서로에게달려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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