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32화 (132/217)

〈 132화 〉 상징­9

* * *

"오늘은여기까지하자."

벌써거대한마물을세놈이나쓰러트렸다.자잘한마물의시체들은수도없이쌓여,우리가돌아갈길을막을지경이었다.

세레스가털썩앉아가방에쌓인짐을풀었다.

"고마워,세레스."

내가저위치에있어봐서아는일이지만,전투능력이없는사람이이런동굴에서싸움에휘말리지않고도망치는것은절대,절대쉬운일이아니다.

기본적으로동굴은어둡다.시야는제한되고,지형에는일관성이없다.

막혀있다고생각했던곳에구멍이뚫려있을수도있었고,견고한벽이라고생각했던곳이순식간에무너져내릴수도있었다.

무거운짐을지고있었으니재빠르게몸을놀릴수도없었고,때때로는팀원의시야확보를위해횃불을들고있어야하기도했다.

너무멀리벗어나면아군의도움을받을수없고,너무가까이있으면거대한적의공격에휘말려버린다.위치를끊임없이조절하면서,너무강한충격을받지않게주의해야했다.

좀아이러니한일이었지만,차라리신체가망가지는편이장비가망가지는것보다나았다.아주심각한정도의충격이아니라면,셀리아의신성력으로얼마든지회복될수있으니까.

하지만,그녀가등에진짐은작은충격에도쉽게무너진다.여기까지무사히그걸가져왔다는것자체로,세레스는기대이상의성과를거둔것이다.

"정말...수고했어."

사소한일이지만,이런거친상황에서오늘먹을비스킷이온전한상태로보전되어있다는것은사기에큰영향을끼친다.

"그렇게말씀하시면안되죠."

"응?"

"에네렐은저랑똑같은일을하고도,어떤칭찬도듣지못했잖아요?"

"그걸네가어떻게..."

이전에도,수상할정도로용사파티의상태를잘알고있었던세레스였다.

하지만이렇게대놓고그걸드러낸적은없었다.'어디선가들었다.'라는말로숨기려했고,내게의심을살수있는행동은어떻게든피했다.

"그래도,고마워."

"...의심하지않으시는건가요?"

"뭘의심하겠어.네가내가얻을수있는게뭐가있다고."

지금까지몇달간나를위해,아무런대가도받지않고봉사해준그녀다.

이제와서신분이의심스럽다니정체를모르겠다니하면서그녀를밀쳐내는것은염치없는짓이었다.

세레스는말없이싱긋웃었다.이런상황에서도흠없이깔끔한메이드복이,신성할정도로아름다웠다.

파티원들은도란도란둘러앉아,짧은휴식을만끽했다.

"그래도,생각보다는쉬웠지?"

동굴안에들어왔을때부터,숨쉬기힘들정도로마기가가득차있었다.농도로만따지면,마왕을만났을때보다더심한것같았다.

"지혜없는짐승...아니,짐승도아니구나.이건그저현상에불과하다."

"역시그런건가."

같은출력의마법이라도,술자의세밀한조정에따라그파괴력이달라진다.그리고여기있는마기들은술자도뭣도없이,그저뭉쳐진채날뛰고있었다.

마법이거대한폭탄이라면,여기있는것들은그저타오르는불길에지나지않았다.그마저도위협적이었지만.

"그래도,그걸쓰러트리는게쉬운일은아니었을테지.실력이늘어난것아닌가?"

"그냥...여신의힘이야."

"역시그랬나.무언가보이는게냐?"

나는서서히고개를끄덕였다.

정말이걸보여주는게그녀라면왜이런식으로나를도와주는건지도저히이해할수없었다.하지만,적어도나를방해하는건아니었다.

"조심하는게좋을거다.내가마법사라이런말을하는거긴하지만...신들은도저히믿을만한존재가아니거든."

파시어는작은구슬같은것을꺼내이곳저곳에깔았다.조금이나마숨쉬기편해졌다.

"그건뭐야?"

"마기를수집하는구슬이다.이정도의짙고농후한마기라면,반드시쓸곳이있을테니까."

어디에쓸생각인지는구태여묻지않았다.알필요도없었고.

멍하니자리에앉은나는,다음일을생각했다.

이동굴에쌓인마기는어마어마했지만,무한하지는않았다.거대한마수들을죽인것으로,마기가흩어지고있다는것을느낄수있었다.

앞으로조금만더가면된다.그렇게여기있는마수들을쓸어버리고나면,유니콘은내게목숨을내어줄것이다.

그녀를정말죽일것인지에대해서는더많은고민이필요하겠지만,일단선택권이생기는것으로충분했다.

하지만,그다음은어떻게될까.

불사조와유니콘은,일단존재하는생물이긴하다.불사조는죽지않는다고믿었고,대놓고자기목숨을맡길유니콘이존재할리없다고믿었을뿐이다.

하지만,마룡은없다.어딘가오지에꽁꽁숨어있다면애초에마룡이라불리지조차않는다.

그냥이세계에없는것이다.필연적으로내여정은멈출수밖에없다.적어도마룡이라는게등장하기전까지는아무것도하지못하고멈출수밖에없었다.

그러면어떻게해야할까.당장,목적도없이용사파티를데리고다닐수는없다.성녀든,황녀든,마탑의주인이든제각각자기역할이있는사람들이었으니까.

네르웬정도가아니라면,내뜻대로움직일수없는사람들이었다.

그러면,나는어디로가야할까.아무리그래도황궁에들어가고싶지는않았다.

언제라도떠날수있었으면좋겠다.한곳에오래머무르고싶지는않았다.

방랑은지긋지긋하다.마차에서사는것은,아무리잘포장해도불편하고괴로운삶이었다.

나는내가뭘하고싶은건지,아직도깨닫지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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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아는슬그머니웃으며이평화를즐기고있었다.

왜여신이이전처럼말로설명해주지않는건지는그녀는알수없었지만,그래도여신은셀리아를지켜보고있었다고생각했다.

에네렐이보였다.너무선명하게,진짜에네렐을볼수있었다.

서서히줄어들던환상은어느새완전히사라졌다.진짜에네렐이너무나선명하게보이니,가끔환상을보게되더라도손을저어내쫓을수있었다.

잠든에네렐을보며,셀리아는자신도모르게그에게회복주문을걸었다.

내일있을전투를대비해신성력을아껴야할지도모르지만,도저히참을수없었다.

이전처럼,부서질대로부서지고마모될대로마모된그의목숨을지키기위해회복주문을쓰는게아니었다.

그녀가보기에너무나도고통스러워보였던그때와는달리,지금그는썩괜찮은상태였다.마수에게유효타를허용한것도아니었고,체력적으로부담을느끼는것도아니었다.

그러니지금그녀의손에서뻗어나오는신성력은,그의잠을아주조금더편하게해주는것말고는아무런의미없는행동일것이다.

"헤헤..."

하지만셀리아는,이사치자체로행복했다.눈을감은채조금편안한표정을짓는에네렐이보기좋았다.

그짧은평화를깬것은,천장의균열이었다.불침번을서고있던셀리아는,깜짝놀라소리쳤다.

"이,일어나세요!큰일났어요!"

"음?"

이러니저러니해도,그들은이런갑작스러운기상에너무익숙해진사람들이었다.그들은몇초지나지않아전부정신을차렸다.

"파시어,어떻게해봐!다른사람들은전부내뒤에서!일단떨어지는돌정도는어떻게쳐내줄테니!"

하지만,마땅한수가있는건아니었다.

"파시어!보호막은아직멀었어?"

"잠깐기다려보거라.이거,왜...안되는...어?"

작은마법사는,믿을수없다는듯이부르르손을떨었다.

"아니,아니다.이런일이있을리가없다.이런일이있을리가...이안에서도멀쩡히마법을썼었느니라!이게말이될리가없어!"

"뭐가문제야?"

에네렐은짜증섞인목소리로소리쳤지만,마법사는이미다른사람의말을들을만한상태가아니었다.

"언제부터?그에네렐의기도때부터인가?아니,아니야.말도안된다.나도알고있었다.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어..."

무너지는천장은전혀중요하지않다는것처럼,파시어는혼자중얼거렸다.

"언제부터끼어들어온거지?아니,이정도존재가끼어들수있긴한건가?그게아니면대체뭐지?"

"크읏!"

벌써거대한돌멩이몇개가떨어지고,먼지가쏟아져내렸다.당장에네렐이그중몇개를쳐냈지만,잠시파국을늦췄을뿐이었다.

"아,그랬군.그랬던건가.처음부터,우리안에있었던거였어...그랬어."

파시어는허탈한웃음을지으며,마법을쓸시도도하지않고비틀거렸다.

"이봐,정신차려!"

에네렐이소리쳐봤지만,파시어는결국쓰러졌다.엘레노어가다급하게그녀를잡기위해달려갔지만,그순간바닥이무너져내렸다.

"에,에네렐!안돼요!"

그리고셀리아는,위에서떨어진돌을미처처리하지못하고쓰러지는진짜에네렐을보았다.

"죽지마요!"

셀리아의신성력이그에게쏟아졌다.그순간,아슬아슬하던천장이완전히무너져버렸다.

"에네렐?에네렐?"

불행중다행으로,셀리아는에네렐과함께갇혔다.

치료할수만있다면,이편이제일나았다.엘레노어나파시어,네르웬이이런일로즉사할사람은아니었으니까.

가장강한힘을가진에네렐을그녀가깨우고,막힌곳을뚫으면다시만날수있다.희망적인상상을한셀리아는,다시누워있는'진짜에네렐'에게회복주문을시전했다.

"정말...지루했지."

그,아니그녀의입이열리고나서야,셀리아는자신의착각을깨달을수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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