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30화 (130/217)

〈 130화 〉 상징­7

* * *

"어머,꽤재미있는모습을하고있구나."

내손을꽉잡고있는셀리아의모습이영우스꽝스러운지,유니콘은말처럼,아니말답게웃었다.

"어쩔수없었어요."

어찌되었건,적어도이곳에서나갈때까지우리파티의힐러는셀리아다.저런상태로놔둘수는없다.

그녀의환각은악화되어,형체있는나뿐만이아니라형체없는나까지말을건다고했었다.하지만,촉감만큼은혼동할수없다고했다.

누가진짜나인지알려주기위해서는,조금이나마신체부분이붙어있을필요가있었다.

"뭐에요!엄청사이좋게...손!그거대체뭔가요!"

사색이된세레스가내게달려왔다.

"어,언제까지그러고있을생각이신가요!"

"아마도싸우기전까지는."

셀리아의상태가눈에띄게호전되었다.당장은,할수있는건뭐든해야했다.

"으으..."

그러고보면,세레스의상태도요즘눈에띄게어두워졌다.

원체텐션이높았으니낮아져봐야평범한정도였지만,언제나신나고활기차던세레스에비하면조금다른모습이었다.

"정리도어느정도된것같으니,이제의뢰를시작하겠다."

유니콘이조심스레입을열었다.

"먼저,이곳에대해얼마나알고있나?"

모든일행이파시어를바라보았다.

나야,황궁에서본책을통해어느정도지식을쌓았지만결국이방인이었다.엘레노어와셀리아,네르웬도비슷비슷할것이다.

"모른다고생각하겠다.그리중요한곳은아니었고,입구를잠깐배회한것말고는발을들인적도없으니."

"그러면,천천히설명해야겠군.너희는이곳을중간지대라고부르던데,맞나?"

이런깊은오지에살고있는유니콘이라도,인간을만나본적은있는것같았다.

"그렇습니다."

"그게어디와어디의중간이라고생각하나?"

"..."

생각해본적은없었다.처음왔을때는,당연히알드길드와웨더가문의중간이라는뜻이라고생각했다.

하지만그들간의갈등은길었고,영토또한변했다.알드길드가몇십년전에정벌에성공해입구가분쟁지역으로바뀌었으니,그전에는이곳의입구를웨더가점령하고있었을것이다.

"고대에는,저위에신이살았다.적어도,인간은그렇다고믿었지."

셀리아의눈이번뜩뜨였다.

"들어본적이있어요...이산에관한이야기는.하지만,너무오래전이야기라생각도못하고있었는데."

유니콘은천천히고개를끄덕였다.

"고대로부터,인간들은수많은마법과성소를통해그들의기원을이곳으로보냈다.감정과열망,분노와사랑을."

"이마력의흐름은설마..."

파시어가얼굴을찌푸렸다.

"이게그런종류의마력이라고?인위적인냄새는느끼지못했는데."

"그건네코가마비되었기때문이다,마법사."

"뭐라고?"

유니콘을자신이한말에놀랐는지,황급히고개를저었다.

"그,아...미안하구나.욕하려던것은아니었어.이런곳에있다보면,인간하고대화하는능력은떨어지기마련이지.아무래도유니콘에게후각은굉장히민감하고,잘상하기쉬운부분인지라."

이해하기어려웠지만,억지로예를들어보면'다리에뭐묻었다.'같은감각인걸까.

"인간들의마력은그자체로인위적이다.굳이마술을쓰지않더라도,인간들에게는너무나도익숙한,하지만우리에게는너무나도이질적인냄새가스며들어있지."

"흐음..."

"그리고그런인위적인마력들은이곳으로흘러들어와,넘쳐흐르고있다.그걸뚫어줬으면하는구나."

추상적인말이었다.파시어라면어떻게든해주지않을까하는기대도있었지만,구체적으로어떻게할수있을지떠오르지않았다.

"너무걱정할필요는없다.그감정과마력들은응어리지고뭉쳐서,마물의형태가되었으니.매우위험한놈들이지만너희들의상대가될것같지는않구나."

그렇다면차라리편했다.얼마나강할지는몰랐지만,마물이라면밀릴이유가없었다.

"하지만그게...그렇게중요한일입니까?목숨을버릴가치가있을정도로?"

이곳에사는사람도없고,마물들이밖으로빠져나올것같지도않았다.

언젠가올미래를위해지금대비한다고생각하면못할일은아니었지만,지금당장그녀의목숨을바쳐야할정도로중요한일인지는확신할수없었다.

"쓰레기를치우고,이곳을다시깨끗하게만드는중요한일이지.우리들의숙원이라고해도과언이아닌일이다.내목숨이라해봐야얼마남지않았고...미련은없다."

그녀가그렇게결정했다면,내가억지를부릴수는없었다.

"그러면어떻게되는건데?"

"이땅은조금이나마순수한모습으로돌아가겠지.때묻지않은모습으로.그외에다른이유는필요하지않다.네가원래있던곳으로돌아가기위해내피가필요한것처럼."

그녀를죽여야할까.어떻게든,다른방법을찾을수는없었다.

하지만어떤결정을내리건,당장그녀의부탁을들어주지않을이유는없었다.

"그러면,그마물...이있는곳은어디야?"

"내가길을안내하지.멀지는않지만,말을타고오는게좋을것같구나.마차는몰라도,이곳에말을묶어두면여기있는짐승들의한끼먹잇감이되고말테니."

유니콘이뿔로가리킨곳은,그리멀지않았다.잠깐걸어서갈수있는곳은아니었지만,말을타고가면오래지않아도착할수있을것이다.

"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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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타고숲을달리는것은신기한경험이었지만,몇시간동안비슷비슷한나무를보고있자니지루한건어쩔수없었다.

"으으..."

뒤에서나를꽉잡고있는셀리아의팔때문에,마음편히숨쉴수없는건덤이었다.

"머릿속이음흉하구나,응?"

뭐가그리즐거운지히죽거리는유니콘의웃음을애써무시했다.타고있는말과대화를하고있자니생소한감각이느껴졌다.

나는말을잘타지못했다.

말을타고달려가는것정도면모를까,이런험한길을평범한말을타고안정적으로몰수는없었다.

셀리아는결국나를잡고있어야했고,나같이어설픈기수를받아줄말은유니콘인그녀밖에없었다.결국,인원배분이이렇게되는건어쩔수없었다.

셀리아의숨소리가귀에박혔다.쓸데없이예민해진용사의감각이그녀의심장소리를감지했다.

밤이되자,따로말을하지않아도말이스스로걸음을멈췄다.

야영준비가끝날무렵에,파시어는외딴곳에홀로서서허공에손가락을만지작거리고있었다.

"파시어?"

"아,에네렐인가.마나를느끼고있었느니라.저유니콘의말을듣고보니,그런것같기도하더구나."

"이해할수도있습니까?"

"아니,그저마력에대략적인정보가담겨있다는것을눈치챘을뿐이다.무엇이슬픔이고무엇이소망인지구분할능력은없다.암호도아니고,언어자체가다르달까."

신기했지만,그녀를찾아온이유는이게아니었다.

"파시어,나를따라다니는이유가뭡니까?"

"이제이늙은이가필요없어졌나?나름대로열심히했다고생각했는데."

"도움은...됐어.하지만,너는나를도와야할이유가없잖아."

잘못에대한사죄나속죄하겠다는의지가그녀의마음속에남아있을지도모른다.하지만,그녀는공과사를구별할줄아는성격이었다.

겨우그것만으로이렇게까지나를도와준다니,비현실적이다.

"다끝난줄알았는데.말했잖느냐.네가성공했고,내가실패했기때문이라고.성공한사람을찾아다니며그비결을배우는것이이상한일은아니지."

그녀가무슨이유로나를성공했다고말하는건지아직도명확히이해할수없었지만,의심은끊이지않았다.

"내가용사인걸알고나서,갑자기나에게잘해준건?그때는성공이고뭐고없었잖아?"

용사의힘은물론엄청나지만,절대적이지는않다.파시어가이걸생각하지못했을것같지는않았다.

물론황궁에서혼자난장판을부릴수있을만큼강력하기는했지만,그건애초에용사의힘이라기보다는..."

"용사는신에게사랑받는존재이니라.그리고신들은질투가많아서,다른이가원했던것을따라원하는일이잦지."

"그래서?"

"여신이네분노와기도에반응해서세상을반쯤박살내도이상하지않다는뜻이니라.그게아니라도,배신에분노한용사가복수를위해세계의각국을무너뜨린사례도있으니."

나는코웃음을쳤다.

"말도안되는소리,빌고또빌어봤지만,한번도여신이말을건적은없었어."

"기도해봤나?"

"마음속으로는..."

"그게아니라,정식으로말이다.교단마다다른성호를그린다음안정된자세에서눈을감고손을모아서,그손가락을어떻게...셀리아가하는것처럼!"

셀리아가기도할때긋는독특한모양의성호는,잊을수없을정도로많이봐왔다.

"한번해보겠나?그유니콘의말대로라면,이것도나름대로성지에가까운곳.해서손해볼일은없을거다."

이런일을할생각은없었지만,시도해서손해볼건없었다.

"뭐,이제와서이런일을한다고될리가..."

조용히성호를그은뒤,나는여신에게기도했다.

한번이었지만,나는그녀를직접봤다.여신의얼굴과풍기는분위기를잊을리없었다.

잠시후눈을뜬나는,어처구니없는실소를토해낼수밖에없었다.

"뭐야...뭐?진짜?이딴식으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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