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화 〉 상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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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정리되자,파시어가조심스레입을열었다.
"이곳의지형은안정되어있지않다.구체적으로는,여러마법들이뒤엉켜있지."
"마법?"
확실히,이근처에는수많은기운들이넘실거리고있었다.하지만,마법이라고생각되지는않았다.
"이곳전체가일종의마법진인거다.우리가눈치채지못한것은...이게술자도없고,목적도없는마법이기때문이지.그런관점에서는,자연현상이라고봐도무관하다."
이정도로변화가큰마법이라면,차라리인간이다루는편이낫다.
명백한규칙과인과관계가있고,작정하고누르면깨트릴수도있다.
"멈추거나할수는없겠지?"
"생각은해두고있겠다.하지만,적어도십년단위의시간이필요할거다.효율성만따진다면그냥수만명의인부를쏟아부어이산을파내는쪽이빠를수도있느니라."
중간지대전체를감싸고있는거대한산맥전체가술사였다.이안에서는모든곳이결계나마찬가지였다.
"어떻게이런곳이알려지지않을수있었던거야..."
"채산성이부족했던것이니라.정말찾기힘든마법재료나귀중한물건을이곳에서구할수있다는소문은있었지만..."
파시어가조심스레말꼬리를흐렸다.
"보통은그렇게까지하지않으니.상식이라는게있는사람이면,굳이이런곳까지기어들어오기보다대체할재료를구하는게현명한선택일것이다."
"그게대체가가능한거였어?"
"대부분의마법재료들은대체할수있다.출력의문제만없으면,그재료가담고있는속성은대부분비슷한다른재료에도들어있거든."
곰곰이생각한나는,파시어를지긋이바라보았다.
"그러면우리가이개고생을할필요도없었던것아닌가?꼭유니콘의피를구해야하는거야?"
"이론과실제는언제나다르다.트롤의피를가공하고불의정수를집어넣은뒤,몇몇재료들을더섞으면꽤훌륭하게불사조의시체를재현할수있지.하지만그비율조정에있어서는,적어도수십번의시도가필요하다."
"아."
"너를귀환시키는데...차원이동술식을가동하는데드는자원도어마어마하지.그걸떠나,네목숨을가지고도박을할수는없는노릇아니겠나.결국원본을찾아야하는거지."
고개를끄덕일수밖에없었다.하긴,보통은굳이이런짓까지해가면서돌아갈생각을하지않겠지.
하지만,이황무지가끝없이이어져있는것은아니었다.
"아무튼,계획을철저히세워야할것같구나.밖에서보이는것보다훨씬넓은곳이니."
"그럴지도."
하지만,위로뻗은시야는어딘가에막히는것같지않았다.만약그랬다면,태양빛마저들어오지않았을테니.
그리고이곳어딘가에유니콘이사는게확실하기만하다면,결국언젠가는찾아낼수있었다.
"아무래도유니콘이사는곳은...숲?적어도나무정도는있어야겠지?"
"그렇다만..."
네르웬의시선이먼곳을향해뻗어있었다.
"뭔가집히는게있어?"
"슬슬감이잡히는것같다.그너머에있는게뭔지볼수는없지만...적어도,경계가어디인지는확인할수있을것같다."
나는마력의움직임을통해직관적으로방향을추측했지만,네르웬의시야에비하면어설픈수준이었다.
"게다가,아주얕고미묘하지만...향기가나.뭐,끝에있는게숲일지,아니면나무한그루와오아시스일지는모르겠지만."
식사는끝났다.자리를정리한우리는,다시마차에올랐다.
말들은아직도피곤한지볼멘소리를내었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천천히발걸음을옮겼다.
계속나아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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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이질적이군."
얇은막을통과하는것처럼,어느순간을기점으로황무지가사라졌다.
당장대지에는옅은풀들만이보였지만,저앞에는나무로가득찬숲이보였다.
"이정도크기의지형이상황에따라움직인다고생각해야할거다."
파시어의한숨섞인목소리가가슴을답답하게만들었다.
"아.이걸미리말하지않았군...내불찰이니라.거기메이드,듣고있나?"
"네!말씀하세요!"
마부석에앉은세레스가힘차게대답했지만,묘하게분위기가가라앉아있었다.아마그녀도지쳤을것이다.
"혹시나해서말하지만,이곳에서경험이있는사람있느냐?있다면솔직하게말해줘야한다.유니콘에대한접근법자체가달라질테니."
유니콘은순결한여자가아니면다가가지않는신수다.다소프라이버시와관련된일이었지만,그녀가성경험여부에대해물어보는것은타당한질문이었다.
"없습니다."
"나도,엘프니까.당연히없어."
엘레노어와네르웬이단호하게말했다.
"저도...그,교단은성직자의관계자체를부정하지는않지만,혼인하기전까지는불가능하니까요."
"메이드는항상순결하답니다!"
남은사람이나밖에남지않자,나는서서히고개를저었다.
"그러면일단정공법을쓸수있겠구나."
"정공법?"
"별건없다.가장널리알려진,유니콘을길들이는방법이지.순결한처녀들을모아서서히그들을달래는것이다."
"기분나쁜데..."
파시어가고개를저었다.
"네르웬이있는한,이게가장빠른방법이다.마침머리칼도흰색이고,성녀이니마음의깨끗함도보장되지."
"머리카락색깔이중요한건가?"
"나도모른다.보통은이런식으로유니콘을길들이려는시도를애초에하지않으니.일반적으로는,유니콘이처녀를고른다."
이해할수없는생물이었다.하지만,어떻게든이해해야했다.
"스스로목숨을바친유니콘이라...죽어야하는거지?그유니콘은."
"이경우는,사체에생기가남아있을수록좋을것같군.하지만,살아있는상태에서의식을거행할수는없다."
동물일뿐이다.신수라고해도마찬가지다.
하지만억지로붙잡을수는없었다.적어도자기자각이있는동물을,속이거나설득해서내귀환을위해희생시켜야했다.
죽이는것자체가두렵지는않았다.그게두려웠으면,오늘먹은스튜에들어간돼지고기조차먹지못했을것이다.
하지만나는내가죽여먹을돼지와교감을나누고,그걸설득해서내식탁에올라오도록만들지는않는다.
다를것은없었다.그저,내기분이더더욱나빠질뿐.
"일단,찾는것부터시작하자."
갑갑한마음으로걸음을옮겼지만,네르웬의태도는여유로웠다.
"그리오래걸리지는않을거다."
"정말?"
"신수들의흔적이이곳저곳에널려있다.기껏해야털이나발자국정도지만...우리가찾는게뭐든곧찾을수있을거다."
나는그말이단순히,지친일행에게희망을주기위해건넨말인줄알았다.등산을하다보면으레하는,'거의다왔어.'같은말들.
얼마지나지않아,나는네르웬이그런'사회적인'말을할리가없다는사실을깨달아야만했다.
"으르으으어어어!!!"
낮게깔리는범의울음소리가등골을오싹하게만들었다.
"저괴물은또뭐야!"
온몸이초록빛으로반짝거리는거대한호랑이가,예고도하지않은채우릴덮쳤다.
좀당황했을뿐,검으로튕겨내기에는벅찰정도는아니었다.그호랑이의앞발을검으로튕겨낸나는,가쁜숨을몰아쉬었다.
바로튕겨냈다고생각했지만,어깨에아릿한통증이남았다.
"어떻게이거리에서저걸못봤지?"
숲이시야를가린다고는하지만,저거대한크기에서새어나오는기운을가릴수는없다.
"자연스러웠다...무언가있다는건알고있었지만,특별하다고생각하진못했어!"
네르웬의화살이뒤에서날아왔다.눈에화살이박히자,그짐승은고통스러운비명을지르며달려들었다.
그녀의말이옳았다.그거대한빗방울속에서도,황무지와숲등모든곳에서마력이흔들리고있었다.
도심한복판에소한마리가지나간다면곧바로화제의중심이되겠지만,한적한시골에소한마리가지나간다고해도자연스러운풍경중일부로받아들여질뿐이다.
"조금따갑네."
그짐승의발톱은무지막지하게날카로웠다.순식간에내갑옷의틈을노려,살점에피가날정도로깊게베었으니.
하지만깊은상처는아니었고,움직이는데지장도없었다.셀리아의치유주문한번이면씻은듯이나을것이다.
이게기습을했다는사실자체가놀라울뿐,힘이나능력이강력하지는않았다.엘레노어가혼자싸워도이길수있을법한,평범한신수일뿐이었다.
"셀리아,치..."
하지만내말이끝내기도전에,그녀의회복주문이쏟아졌다.
"아,안돼요.잘못했어요.죽으면안돼요.제발,제발!"
호들갑을떨고있다고생각했지만,시간이흐르자셀리아의상태가내예상보다훨씬심각하다는사실을알수있었다.
그녀의손에서새어나온신성한빛은,바로내뒤에빛의기둥을만들었으니까.
"이게..."
성직자가필요한사람에게회복주문을걸지못하는것은,매우기초적이면서도심각한문제였다.
그신성력과는상관없는문제였다.성녀에게이런일이일어나는것자체가이상한일은아니었다.
하지만셀리아는막전투에참여한신입성직자가아니었다.무려마왕군과의전투에서번번히자기역할을해낸,제대로된성직자였다.
"무슨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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