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화 〉 마녀 사냥8
* * *
"정말같이떠나지않아도괜찮으시겠습니까?"
울프의얼굴에는근심이가득차있었다.
"그수색이라는것도,쉬운일은아닐텐데..."
"처음부터다른사람들의도움을구할생각은없었어요."
중간지대에대한소문은적지않았다.몇몇사람들은자신이직접그곳에들어갔다왔으며,아무일없이평온한공간이라고했다.짐승들이지나치게거칠고공격적인것만제외하면.
그리고몇몇은,그들의친구나지인,몇몇용병단들이중간지대에들어간후흔적조차남기지않고사라졌다며두려워하곤했다.
"우리라면무슨일이일어나지는않을겁니다.그냥,이곳을잘지켜주시면돼요."
"알겠습니다."
불미스러운일이발생할경우,용병단모두를지킬자신이없었다.그들은도움이될수도있지만,유사시에짐이될수도있는존재였다.
"모두고마워하고있습니다.영지의직속군대라니,용병나부랭이치고는엄청출세했지요.정착하겠다는놈들도많고...뭐,저는떠나야겠지만요."
"수고하셨어요."
"뭐,수고야용사님과다른일행분들이하셨지,저희용병단이한거라곤아무것도없으니까요."
어깨를으쓱하는울프뒤로,레오네가다가왔다.
"명예롭고신화적인싸움이었습니다.기사로서,그전투에참여하지못했던게아쉬울정도로."
"고마워요."
"목숨을걸고이곳을지키겠습니다.당신의노력이헛되이사라지지않도록."
전투의승리와웨더가문의실수로,이들이쓸수있는정치적영향력은어마어마하게올라갔다.
"당신은어때요,윌리엄?"
"솔직히말해,자신이없군요.이제야진짜영주가되었으니..."
중간지대입구의분쟁지역에서,웨더는발을뺐다.윌리엄은그영토를평화롭게이양받은뒤,황녀의서명이포함된전갈을수도로올려보냈다.
이제그는알드길드의집지키는개가아니라,황제와직접연결된영주가되었다.
"책임이커졌습니다.순식간에..."
고개를떨군윌리엄이었지만,레오네는그녀를격려해주었다.
"누구보다잘하실수있을겁니다.이제저희의주군이되었으니,제용병단...아니기사단도목숨을걸고그대를보필하겠습니다."
그급격하게커진덩치로인해,윌리엄은더많은병사와가신들이필요했다.자연스럽게울프의용병단과레오네의용병단이그의밑에합류했다.
그들을고용할돈이문제였지만,이미끝도없이부풀려진윌리엄의전과를고려하면얼마든지얻어낼수있는수준이었다.
황제의명령과귀족으로서의명예를저버리고기습하려든웨더의군대와,그들의흑마법사가소환해낸끝도없이흉측하고거대한괴물을물리친영웅이바로윌리엄이었으니까.
"이제정말끝났군요..."
씁쓸함과후련함이섞인미소를지은채,나는그들과작별인사를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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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
돌아오는길에,보급품을양손에쥔황녀와마주쳤다.
그녀를두려워하는사람이많았지만,엘레노어는아무렇지않게길거리를걸어다녔다.
"그때,그노인이했었던무례.뭐였어?"
"말했지만,너를기분나쁘게할뿐이다.굳이알려할필요없다."
"나는진지해.이곳에아직분쟁의여지가남아있다면..."
약자라고선한것은아니다.독전갈용병단의구성원들이복잡할거라는생각은하고있었지만,남겨진사람들을온전히믿을수는없었다.
엘레노어가내게숨길정도로무례한말을했다면,그게가벼운일이라고는생각되지않았다.
"그런게아니다.그저..."
"그저?"
"그는노인이다..너와나에대해...노인다운말을했을뿐이다."
엘레노어는깊은한숨을쉬며,노인의말을들려주었다.
"그냥...남자가의처증이있어서그렇게꽁꽁싸매고다니는거냐,그렇게꽉막힌사람은아닌것같던데대화로해결해볼수있을것같다.뭐그런이야기일뿐이다."
그녀의말이옳았다.
문제될만한이야기는아니었고,그저내기분이나빠질말이었다.믿지않아서그말을들어야하는내가원망스러울정도로.
"그래..."
"나는상관없지만,네기분을상하게할것같았다.다른의도가있던것은아니었다."
저여자와내가연인으로보였던걸까.좋은분위기는한번도나오지않았는데.
언젠가,그런생각을해봤던적도있었다.아주옛날,이곳에처음소환되어그녀를만났을때는,내머릿속에도장밋빛환상이조금은남아있었다.
지금이순간에도,그녀의외모가아름답게보인다는사실은부인할수없는사실이었으니까.
신념으로가득찬눈동자와길고검은머리칼,차갑고도도도한입술.
그때는이세계의모든것이신기하고아름다워보였다.그중가장아름다웠던사람인엘레노어에게,그런감정을느끼지않을수없었다.
그런그녀가,지금은내가장큰원수가되어버렸지만.
아무것도느껴지지않는다.그녀의얼굴을뚫어져라보고있으면,잠깐잊고있었던복수심과혐오감이차오른다.
"그렇구나..."
내얼굴이딱딱하게굳었다.왜내가편하게후련함을느끼지못하는지깨달아버렸다.
용사놀이가,너무나도재미있었기때문이었다.
마치자신이뭐라도된것처럼남들의삶에관여하고희생을막아내는일이,너무나도보람있고재미있었다.
다른사람들이나를영웅으로떠받들어주고,하나하나선한선택을해주는것이행복했다.
그래서,복수심에사로잡힌채귀환을찾아헤매는나의모습을보여주고싶지않았다.
남에게는모두를위해원수를용서하라고빌었으면서,정작나는그말을지킬수조차없는인간이라는것을들키고싶지않았다.
용사인나와평범한인간인내가모순을만들어내고있다.복수보다더중요한것이있다고주장하는마음과,그래도차마이걸견딜수없다는마음이교묘하게순서를바꾸며충돌을피하고있다.
어쩌면전부변명이었을지도모른다.용병들을지킬수없다는말도,탐사에그들이필요없다는말도.
그냥,내가무슨추한모습을보여도받아들여줄수밖에없는,빚이있는용사파티원들이다른의미로편했기때문일지도모른다.
그저혐오하면되니까.
"괜찮나?"
나를걱정하는엘레노어의손을자신도모르게쳐냈다.당황한나와그녀의눈빛이마주쳤다.
"...신경쓸필요없어."
자신이초라해진다.
차라리복수를했다면좀나았을까.처음화를폭발시킨날에,용사파티전부를죽였다면무언가달라졌을까.
하지만그미래가행복할거라는생각도들지않았다.
용사인척도하지못한채,귀환으로모든것이사라질거라는기대도하지못한채계속이남은세계를살아가야했으니까.
"자책하고있나."
"내가그딴걸할리가없잖아!"
나도모르게언성이높아진다.차분한엘레노어의얼굴을보자,분노가이성을넘어서기시작했다.
"미안하다."
"네가뭘...이제와서뭘!"
"나만없었어도,네가그렇게괴로워하는일은없었을테니까.네가진짜용사라는사실을모두에게알리기만했었어도...적어도다른사람들은,조금이라도너를인정해줬을테니까."
셀수없이많은일들이있었다.
"하다못해돌아온다음에도,네가제국을위해당연히희생할거라는내오만만없었어도조금은상황이나아졌겠지."
고개숙인엘레노어의모습은,마치그녀가진심인것만같아나를더화나게했다.
"오크로드와맞설때,나는죽음을각오했다.아니,그걸인정했다.제국에필요한사람도,누구보다더많이희생한사람도,살아남아야하는사람도너였으니까.네가도망치길바라고있었다.살아남길바라고있었다."
"그딴말을,미안하다는척하는말을하니까!"
내가너를마음편히증오할수없다는말은,차마나를너무추하게만들어서하지못했다.
"그런가.나는,끝까지네게방해되는인간이었는가."
엘레노어의목소리에서슬픔이묻어나왔다.
"너무늦었지만...내목을가져가겠나?"
"뭐?"
"용사의혈통은황가의혈통과대치할수있지.내아버지는...인정하기는싫지만,수명이그리오래남지않으셨다."
"그게어쨌다는거냐."
"황제폐하의직계혈통은나뿐이다.다른황가의인간들도,나이가너무많거나어리고,어중간한인간은심대한결격사유가있지.원한다면,내목을치는것으로너는모든것을가질수있다."
그녀는허리를굽혀고개를깊게숙였다.
"그딴걸원한게...아냐."
어쩌면,그녀를죽이지않은시점에서내복수는이미끝난걸지도모른다.
이미모든것을내게넘겨준그녀를상대로,뭘하든복수가될리없었으니까.
엘레노어뿐만은아니다.본심은모르지만아마파시어도,네르웬과셀리아도똑같은처지일것이다.
내가지금그녀의목을가져간다한들,하루에한번씩뺨을치고그녀에게모욕을준다고한들아무것도이루어지지않는다.
무의미했다.
"그렇다면,내가해야할일은바뀌지않았군.그대가돌아갈때까지쉬지않고검을휘두르는수밖에."
"그거면됐어."
결국,돌아가는수밖에없었다.
내가영웅이되어지킬사람도없고,내가복수할대상도없는곳으로.
내가아무에게도중요하지않고아무에게도필요하지않은,아무에게도화를내지않을수있는곳으로.
나는그렇게,불확실한미래에기대를걸고살아갈수밖에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