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화 〉 마녀 사냥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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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했다고생각했다.
당장파시어와셀리아가포함된전력이라면,그냥힘으로웨더의병사들을모두죽이고쫓아내도상관없었다.
하지만나는번거로운일을자처했다.어떻게든그들을존중하고,생명을지키려했다.
그러니까이정도일탈은괜찮을것이다.
"크허어억!"
"너무움직이지마세요.잘못때리면위험할수도있어요."
장남은몸부림을치며내손아귀에서벗어나려했지만,그럴수있을리가없었다.
"뭐하는거냐!날지켜!지키란말이다!"
"인망이부족하신가봐요.사실,인간관계라는게참어렵죠."
배를잘못쳤다간진짜죽을것같아,비교적안전해보이는어깨와허벅지부근을집중적으로때렸다.
"억,내게,무슨짓을!"
나는코웃음을치며계속그를구타했다.힘조절이어려운탓에,그가진짜로아파하고있는건지아니면엄살을부리고있는건지알수없었다.
"난감하네요."
팔이나다리한두곳이부러지는것은어쩔수없다고생각하지만,손이미끄러져서그런펀치를날리는게아니라의도적으로그걸부수려고했다간꽤끔찍한꼴이일어날수도있었다.
주위의시선이많았으니,이성을잃을필요는없었다.
"나는웨더가문의장남이다!귀족을죽일셈이냐!"
"저도믿고있는구석이있거든요."
"네,네놈이진짜용사라한들..."
나는싱긋웃으며뒤를가리켰다.
"뒤에성녀가있어요.죽지않을테니안심하세요."
"무,무슨?"
"그래도혹시모르니까,진지하게죽을것같다거나너무아파서못견딜것같으면말씀하세요."
장남은잔뜩일그러진얼굴로소리쳤다.
"사,살려다오!"
"자꾸그런식으로...허위경보를울리시면."
종아리부근을발로지그시누르자,장남은다시고통스러운비명을질렀다.
"정말위험할때제가알아챌수가없잖아요."
신중하게,주먹한번한번에신경을집중해서장남을때렸다.그러다보니,갑자기의문이들어뒤에있는엘레노어를불렀다.
"이거,이렇게때려도되는거맞나?"
사실,이렇게까지할생각은없었다.갑자기말을타고달려나와나를죽이려하길래붙잡고때리긴했지만,생각해보니굳이패줘야할이유는없었다.
이구타가정치적인문제를만들가능성이있다면,굳이더때려야할필요는느끼지못했다.이런말을하기에는이미장남의얼굴을심하게곤죽으로만들어둔것같았지만.
"큭,그런,말을,할때는,으윽,주먹을,좀멈추고!"
"바로잡고묶었으면...음,밧줄이없긴한데그래도그냥손으로멱살정도잡고돌아가면됐을지도."
"비켜라!가란말이다!"
말은이렇게했지만,진지하게주먹한번휘두르지않고일을끝낼생각은없었다.
나는병사들을본당므말로돌아가라는말도해줬고,그들을쓰러트리면서죽일의사가없다는것과내가훨씬강력하다는것도과시했다.
거기에괴물을쓰러트리기까지했으니,내가할수있는일은전부했다.그러고도이웨더가문의장남은패배를인정하지못해달려나온것이다.
살인이면모를까,주먹몇번휘두르지도않고보내줄수있을리가없었다.
"네의사대로처리하면될거라고생각한다,에네렐."
"그러니까네생각을물어본거야."
엘레노어와황가에대한악감정이전부사라진것은아니지만,적어도믿음은줄수있었다.
황제의통제력이약해지면,내귀환이불투명해진다.
"황가의입장에서는...흠,더때려다오.적어도팔이나다리하나정도는영구적인손상을입어야한다."
자제하라는말이나와도어지간하면듣지않을생각이었지만,엘레노어의입에서흘러나온생각은내예상과는많이달랐다.
"그정도로?"
"나는황가의일원이기도하지만,황제폐하를섬기고황가를섬기는신하이기도하다.이런무례를당하고아무저항도하지않으면,역으로공격당할소지가있겠지.왜그때바로대응하지않았느냐...하는식으로."
나는고개를끄덕였다.아무리이제국이혼란스럽다고해도,황제의혈통마저무시당하면그허름한껍데기마저부서질테니까.
"네가이정도로화내주었기에내가분노를누그러트릴수있었다...라고말할수있는정도로응징해주는편이좋다.적어도그가수도에올라가죗값을치르기전까지는."
"끝까지교묘하네."
엘레노어가살짝의도를숨겼을지언정,더깊게생각하면눈치챌수있었다.
상식적으로,황가의모욕에분노해야할사람은엘레노어다.하지만내가그분노를대신해서폭력을행한다면,이건메시지가된다.
나를따라다니고있는엘레노어와내관계가,소문처럼나쁘지만은않을지도모른다는소문.
진짜용사도결국황제파에속해있지않을까하는의심.
그틀에맞춰황제의명령을따라줄생각은추호도없었지만,적어도내가황가에적대적인행동을하기전까지는반박할증거가없는가설이,분위기가형성된다.
"뭐,좋아."
내가먼저그녀의의사를물어봤으니,욕심이많다고화내고싶은생각은없었다.그리고딱히더때리는것에거부감을느끼지도않았다.
"어디보자..."
귀족가의남자니치유사를붙이지않을수는없다.그렇다면,어느정도시간이흘러도쉽게치유되지않을상처를만들어두어야한다.
"끄,끄윽.그말만하지않았어도..."
"그건조금착각인것같은데요."
"으아아악!"
슬쩍팔을걷어보니,구타당한자국이선명하게남아있었다.
"정말,개인적인감정은없어요.차라리고맙다면고맙죠."
장남이억지를부리며군대를움직이지않았더라면,아무것도해결할수없었을것이다.
그저군사적긴장상태를유지하고기회를엿보기만해도,윌리엄의영토는바람앞의등불처럼위태로웠을테니까.
"그래도,당신을이대로그냥보내주면너무위험하단말이에요."
한번군대를몰고다른귀족의영토를침략한인간이다.성과없이돌아갔을때많은정치적위협을겪겠지만,웨더애런도실패했다는사실을고려하면의외로잃는것이많지않을수도있다.
어떤이유나근거가있어서이지역을침공한것이아니니,정치적압박이나근거등으로안전장치를만들어둘수도없다.
말그대로여기에대규모군대를주둔시키지않는다면,웨더가문의장남은언제라도다시침공할수있는것이다.
"어쩌면,죽여야했을수도있어요."
그런위험을감수하고갈생각은없었다.웨더애런이나차남은이렇게무작정병사를움직일만한사람이아니다.
나쁘게말하면과감성이없고,좋게말하면생각이라는걸하는사람들이었으니까.
"으아아악!"
말은말이고,주먹은주먹이었다.계속때리면서도,조금은다행이라고생각했다.
이제웨더가문의장남은완전히무능력하다.무해하다.
당장불경죄로웨더가문안에서그를내치려할것이고,이건에한해서는귀족파도굳이그를지키려하지않을것이다.
지금아무도그를구하러오지않는것은,단순히내가두려워서가아니었다.
그가구할만한가치가있는사람인지,그를구하기위해싸웠다는것이치욕적인일로이어지지않을지걱정하고있는것이다.
"...조금만더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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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례를저질렀습니다!"
돌아와보니,울프가손발을벌벌떨며잘못을빌고있었다,독전갈용병단사람들도손발을벌벌떨고있었다.
용사와황녀,스케일이다르다.
어쩌다보니우리가용사라는사실을알아냈던레오네와사제에게우리의정체를전해들은윌리엄이특수한경우였다.
얼굴을가린황녀의정체는울프가알수있는정보가아니었다.귀족이나수도의소문에능통한사람이라면모를까,그냥용병이'용사와황녀가함께다닌다.'라는정보를알수있을리가없었다.
나를그저돈많고사람좋은상인이나부잣집귀족정도로생각하던독전갈용병단잔당들은,맹수를본나무꾼처럼두려워했다.
"신분을숨긴것은나다.그정도의무례를벌할생각은없다."
엘레노어는손을들어그들은안심시켰다.
"감사합니다!다시는입을함부로놀리지않겠습니다!"
독전갈용병단쪽에끼어있던노인한명이허리를숙여잘못을빌었다.황녀의표정이어두워졌다.
"상관없다.앞으로는주의하도록."
"무슨일있었나요?"
내가불쑥끼어들자,엘레노어는표정을굳혔다.
"네가들어서좋을것없는말이다.아무것도모르는노인의천박한말일뿐,굳이들어네귀를괴롭힐필요는없다."
필요이상으로민감하게반응하고있었다.내표정도함께어두워졌다.
"말해,엘레노어.무슨일이야?"
"정말로별일아니다."
그녀는황급하게시선을피했다.나는천천히고개를끄덕였다.
"뒤처리는어떻게되고있어?"
"완벽하다.아버지도이선물을받으면좋아하겠지.적어도이근방의사람들을풍족하게할만큼의지원은받을수있을거다."
"그런가..."
"네게는감사를표할수밖에없다.책임없는이가,무엇보다커다란일을해주었으니."
상황은더할나위없이좋았다.
결국전면전은일어나지않았고,계획은철저히들어맞았다.
결과적으로,나는성공했다.웃어야하는시간이었다.
하지만,묘한찝찝함이가슴속에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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