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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20화 (120/217)

〈 120화 〉 마녀 사냥­5

* * *

거대한괴물의발이내머리위로내리꽂혔다.

피할수는있었다.괴물의속도는그육체만큼이나느렸고,작정하고피하려면얼마든지피할수있었다.

하지만임팩트가부족했다.다소효율을포기하고서라도,나는여기서강하게보일필요가있었다.

싸움을피하기위해서는어차피무력시위가필요했다.병사를대상으로내힘을과시하는것보다,저런거대한괴물을상대로힘을과시하는것이더효율적이고희생도적다.

"그워어어어어!!!"

무겁다.내무게를지탱하고있는땅이움푹패일정도로거대하다.

하지만,진짜괴물들에비하면저건애들장난에불과하다.그안이진짜살점과근육으로꽉꽉차있는거대한괴물에비하면어설프다.

그러니,내힘으로도.

"죽어라!!!"

무너뜨릴수있다.

거대한괴물의육체가넘어간다.내힘이더강하다.

부정형의육체와살점들이땅바닥에떨어진다.피와점액이사정없이튀어나오고,먼지가시야를가린다.

"간다!"

거칠게괴물의발을타고올라,다리위에올라선뒤계속뛰어간다.

이미약점은알고있었다.인간이라면심장이있을만한,내검으로도찌를수있을만큼튀어나온곳.

네르웬의화살이굉음을내며날아온다.어떻게곡사로쏜화살이저속도를유지할수있는지는풀수없는미스테리였지만,지금그화살은나를겨누고있지않았다.

괴물의수많은눈중하나에화살이박히자,흉측하고부자연스러운비명이귀를찌른다.

"그어어어어어!!!"

생물의소리가아니다.마술에비해거대한마력이뽑아내는,세상에있어서는안될것같은꺼림칙한소리.

괴물이무릎을들어올리자내가밟고있는그의살에경사가만들어진다.손이라고하기에는너무나도대충만들어진,살점을진흙삼아뭉친듯한손이내위로떨어진다.

"우워어어어어!!!"

하지만닿지않았다.이것까지밀어낼필요는없다.나는끊임없이달려,괴물의배위로올라왔다.

셀리아의신성력이내몸을감싼다.이정도싸움에지칠리도없었지만,다리가가벼워지고활기가넘치는이감각은도저히싫어할수없는감각이었다.

"간다!"

그괴물의가슴팍까지단숨에달려온나는,마기가응축되어있는곳에검을찔러넣었다.역수로쥔성검이괴물의몸깊숙이파고들었다.

"우어어어,으어,그아아아아아!!!"

단말마로설정된괴성이대지를울렸다.살점과피의끈적끈적한감촉은역겨웠지만,이걸통해내가이룰수있는일에대한기대가더컸다.

그괴성을마지막으로,쓰러지지않을것같던거대한괴물은서서히생기를잃었다.마기는갈길을잃고흩어졌고,안에서그크기와모양을지탱해줄마기가사라지자살점들은추잡하게가라앉았다.

"읏!"

거대한고무튜브에바람이빠지는것처럼,그거대한육체가한순간에쪼그라들었다.

숨을적당히몰아쉰나는,다시검을뽑아살점과피를대충닦아내고웨더의군대를향해몸을돌렸다.

/////

웨더가문의장남은자신의눈을믿을수없었다.

처음부터끝까지전부잘못되었다.여기온게그의실책일지도모른다.

이름모를남자하나가그의군대를전부막아서고,그때문에마법사를드러내야한다는것자체가비현실적이었다.

그리고그렇게부른흑마법사는거대하고흉측한괴물을만들어냈다.지금은흠씬두들겨맞은뒤목숨만붙어있는마법사였지만,정작장남자신도그녀의실수나배신이아니라는것은알고있었다.

오두막의아기가실수로램프를쳐불을내거나접시를깨트릴수는있어도,실수로산사태를만들거나해일을불러일으킬수는없다.

그녀의능력밖의일이었다.저런거대한괴물을소환하는마법은,마왕군의침공을받고있던제국에서도직접본사람이드물것이다.

그리고그건,당연히웨더가문에서자체적으로처리할수있는일이아니었다.그가바로도망치지않은것은,이병사들을모두잃었다간그에게미래가없다는것을누구보다잘알고있기때문이었다.

황실과는척을진웨더가문이었지만,저런다급한상황에서는황가의군단이필요했다.혹은귀족파를모아합의를거쳐지원군을보내거나,적어도백금기사단의지원없이는죽일수없는존재였다.

알드길드의영토에서발생한괴물이니방치할수도있었지만,저런거대한괴물이인간이지어놓은국경,아니국경조차도아닌귀족간의영토를존중할거라고기대할수는없었다.

막막한상황이었다.

"뭐냐,뭐냔말이다..."

그리고다시그비상식적인상황은,자칭용사에의해깨져버렸다.

올려다보기도힘든거대한괴물의무게를지탱하고,그위로올라가심장을그어단숨에죽였다.

장남이용사의싸움을직접본적은없었지만,적어도저런괴물을저렇게쉽게죽이지는못했을거라고확신할수있었다.

차마도망쳐야한다는생각도할수없었다.둘이싸우느라지친사이,남은적을쓰러트려야한다는생각도조금은있었다.

하지만,그런생각을할여지조차없이빠르고신속하게전투가끝나버렸다.

"무기를버려라!"

그리고그신화적인전투의당사자는,이야기속에갇혀있는게아니라당장그의앞으로다가오고있었다.

"무슨짓을하는거냐!현혹되지마라!우리는자랑스러운웨더가문의병사다!"

부관이사색이된채소리쳤다.병사들이하나둘씩전의를잃고무기를땅에던졌다.

하지만,병사들은차마그앞에있는남자를그들과같은인간으로볼수없었다.

그가진짜용사라고믿고,그의일갈에마음을흔들려무기를내려놓은사람도있었다.

하지만그들의마음을더크게흔들어놓은것은,그거대한괴물을손쉽게쓰러트리는모습이었다.

차라리직접검과창을맞댈때는,같은인간이라고생각할수있었다.눈앞의병사보다조금더강하고빠를뿐인인간이라고생각할수있었다.

그의힘과속도가비상식적이긴했지만,마력을다룰줄아는기사나기적을행사하는성직자도병사들의눈에비상식적이기는마찬가지다.

그들모두가달라붙어막는다면,조금희생이있더라도막아낼수있는존재라여겼다.

하지만저괴물은다르게느껴졌다.여기있는병사들이전부목숨을바쳐싸운다해도,쓰러트리지못할거목처럼보였다.

그것과싸우는것은숭고한일도아니고바람직한일도아니다.무의미한일이다.

다른사람이죽더라도자신은살아남을수있다는기대를가질수도없고,자신이죽더라도저괴물이쓰러질거라는희망을가질수도없다.더할나위없는개죽음이다.

그리고그거대한공포는이제자칭용사를향해있었다.더이상아무렇지않게검을쓰고그의앞에설수없었다.

"이런..."

"결정을내려야합니다!이대로라면병사들을통제할수없습니다!"

부관이웨더가문의장남에게소리쳤다.

자칭용사는,아니이제진짜용사일지도모르는존재는거침없이그의진형을향해걸어오고있었다.몇명의여자들이그의뒤를따랐지만,여전히용병과윌리엄의군대는그를바라보기만하고있었다.

그게장남을더두렵게만들었다.전력을잘못계산한것은,그들이아니라그였을지도모른다.

잡스러운용병따위를전력으로계산했던것이아니라,저비상식적으로강한존재를믿고있었던걸지도모른다.

"큿,이런짓까지..."

장남은이를악물었다.포기해야했다.그가가주가되지못하더라도,아직기회는충분히남아있다.

차남은애초에가주직에관심이없었고,그천한계집은결국실패했다.그녀가고용한용병이어쩌다윌리엄에군세에가입했다는사실을부각시키면,그의실패에대한책임을그녀의배신으로돌릴수도있었다.

하지만지금이병사를잃어서는안된다.갑작스러운전력공백은하이에나를불러올것이다.

지금실패했더라도,이병력을온전히유지해서물러나야20년,30년뒤에다시기회를잡을수있다.

"꺼져라,자칭용사!"

그가스스로벗어던졌던방패를다시집어들어야할때였다.

"나는정당한웨더의후계자다.제국에인정받은귀족이다!네놈같은필부가함부로눈을맞출수있는존재가아니란말이다!"

이번원정은실패다.그가할수있는것은,신분을방패삼아안전하게영지로돌아가는것이전부였다.

하지만,이후퇴마저쉽게사라지지는않을거라장담했다.황제의권위가추락했다고한들제국은제국이고,그거대한권력이보장해주는혈통과지위는무엇보다강하다.

저자칭용사가얼마나강해도,제국의공적으로살아가는것은극히피곤하고불편할것이다.두려울것이다.

"사고가있었으니,돌아가겠다.네놈도이제꺼져라!"

장남은천재일우의기회를놓친것을아쉬워하며,서서히고개를돌렸다.

"그렇다면내가너를처단한다면어떻겠나."

하지만장남의뒤에서차가운여자의목소리가들렸다.

"네놈이누군지몰라도,그딴천박한신분으로입을지껄이지마라!"

짜증섞인얼굴로뒤를돌아본장남은,순식간에굳어아무말도할수없었다.

수도에갔을때,먼발치에서한두번보기만했던사람.

황제의검이자제국최고의기사,정의의수호자이며백금기사단의단장.

엘레노어가후드를벗고모습을드러냈다.

"천박한신분이라..."

그녀는몸을가리고있던천을벗어던졌다.아무것도모르는사람일지라도그녀의고귀함을알수있도록,그찬란한갑옷을드러냈다.

"놀랍군."

그녀의혈통과신분,노력과능력,직위와헌신을상징하는수많은상징과훈장들이갑옷을빛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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