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화 〉 마녀 사냥2
* * *
"우습군."
웨더가문의장남은상황이이해되지않는다는것처럼,서서히인상을찌푸렸다.
"겨우그배신자용병나부랭이들을믿고버티는거냐?"
이해할수없을것이다.그가보기에,전력의차이는분명할테니까.
용병들이아무리분투해도,잘훈련된병사보다는한참모자라다.그게상식적이고일반적인생각이었다.
"우리가받은의뢰는이미끝났소.선금을많이받지도못했고...약탈자의침략을막고치안의안정을도모하라는명령은,이미충분히이행했으니."
울프가코웃음을치며웨더의장남을조롱했다.도의적으로어긋나는일이라한들,그의말은틀리지않았다.
계약이끝난용병이바로편을바꾸는것은대수롭지도않은일이었다.그게두려웠다면애초에용병을고용하지도않았을것이다.
"말을섞을가치도없다.비겁자."
벌레를보듯혐오스러운눈초리로울프를바라본장남은,바로고개를돌려윌리엄에게소리쳤다.
"진짜이용병들을믿고싸워보겠다는건아니겠지?진심이라면실망스러울것같은데.그알드길드가이정도로추락한건가!"
이용병들은눈곱만큼도위협이되지않는다는것처럼,그는자신만만한목소리로말했다.
"이들이진심으로너를따를것같나?금화를얼마나지불했는지는모르겠지만,용병들은항상강자의편에선다.우리군대가마주치는순간,무기를버리고도망칠놈들이야!"
나는조용히입을닫은채,그의행동을곰곰이분석해보았다.
장남의시선에서는그의승리가확실할텐데,전투를피하고항복을유도하고있다.
단순히피를흘리는게마음에들지않는다는이유는아닌것같았다.그것보다는,이런일로병사를소비하고싶지않다는마음이다.
"야망이컸군."
그는단순히이마을과윌리엄의영지를공격하기위해,중간지대입구근처를확보하기위해병력을이끌고온게아닐것이다.
알드길드의남은영지병들을공격해,제대로된전면전을하고승리할생각으로움직이는것이다.
"뭐,틀린말은아니오.용병은대부분강자의편에서지."
울프는시원스레고개를끄덕였다.
"그래서,강자의편에서있잖소.당신의패배가확실한데,썩은동앗줄을잡을이유가없지."
"뭣이?"
쓰레기처럼보던인간에게멸시당하는것은,장남에게참을수없는모욕이었던것같다.
그에게마지막기회를줄시간이었다.아마받아들이지않을것같지만.
나는몇걸음앞으로나아가성검을뽑아들었다.
"전쟁을멈추세요."
"뭐냐,너는.내가손짓한번만하면우리가문의궁사가너를고슴도치로만들수있어.나와장난치는거냐?"
"저는용사입니다.제주변에는황실과관계있는사람도있습니다.합당한명분이없다면,당신의죄는즉시심판받을겁니다."
장남의얼굴이잠시굳었다.하지만내말을진지하게믿고고민하느라생각이멈춘것은아닌것같았다.
오히려,너무허황된거짓말을들었기때문에어이가없어생각을멈춘것아닐까.
"정신이온전치못한게냐?그런식으로거짓된말을일삼으면,내가도망치기라도할것같았나?네딴에는기지를부린것같지만,굉장히불쾌하구나."
"명분없는싸움이잖습니까.가문의복수를하려해도,이런식으로는아무도동의하지않을겁니다."
"동의?명분?그런게왜필요하지?이미나는고귀한웨더가문의핏줄이며,누구보다강한병사들과나자신의능력이있다."
"흠,웨더가문에인재가있다는사실은들어보지못했는데."
얼굴을가린엘레노어가핀잔하듯중얼거렸다.적어도기사에관한일이라면,그녀보다많이아는사람은드물것이다.
"내가강하다.그것만으로도충분하지않은가?"
고개를갸웃거리는그의얼굴을보니,웃음을참는것이점점어려워지고있었다.
"네놈같은하찮은인간이끼어들일이아니다.다른이들은몰라도,너는죽여야겠구나.무례가선을넘었어."
"변명할생각도없으시군요.강하니까하시겠다.뭐이런거죠?"
"그게틀렸나?"
"당연히틀렸죠."
강함이라는것이무엇을기준으로하냐에따라다르겠지만,그건너무나도가변적이고무의미한가치일뿐이다.
한가지유감인것은,그걸설득해주기위해서는강해질필요가있다는것뿐이다.
하지만,나에게는관계없는일이었다.
"제가좀가르쳐드리죠.왜강하다는것이사람을죽일자격을만들지않는건지."
뽑아든성검에푸른색빛이아른거렸다.
"어,이거나오면안되는데."
이거,결국네가뽑는거란말이야!내가마음대로줄일수있는게아니라고...
이렇게자연스럽게용사의힘을뽑아내본건처음이었다.아니,사실자연스럽지도않았다.내가컨트롤할수있는힘도아니었으니까.
오랜만에말을꺼낸성검을한번쓰다듬어준다음,검을톡톡건드리자어찌어찌푸른빛이사라졌다.
다시장남쪽을돌아본나는,아무일도없었다는듯이다시걸었다.
"누가강한지한번확인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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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은자신만만한웃음을지었다.
자기가용사라고믿는정신병자를처음보는것은아니었다.자기자신은믿지않는사기꾼까지포함하면다섯번은넘게보았을것이다.
푸른물감을칠해용사의힘인척남을속이고,적당히고풍스럽게보이는검을어디서구해온다음사기를치는사람이적지않았다.
"...뭐지?"
하지만,이번에는조금달랐다.저자칭용사가다른것이아니었다.
주변사람들이이상하다.마치그의거짓말에속기라도한것처럼,자칭용사가이진영에혼자달려오는데도아무런걱정도불안도없이그를바라보기만하고있었다.
그불안감을떨쳐내기위해,그는늘하던대로명령을내렸다.
"저미치광이를죽여라!"
"알겠습니다!"
궁사로위협하기는했지만,화살을낭비할필요는없었다.그건귀중한소모품이고,미치광이하나를죽이기위해수십,수백개의화살을쓰는것은끔찍한낭비였다.
이런얼간이들에게시간이끌리는것자체가손해였다.어서진격해,알드길드가문을무찌르고웨더의복수를이뤄야한다.
"...뭐냐?"
하지만그의기대는순식간에사라졌다.
병사한명을검으로가볍게쳐넘긴자칭용사는,쓰러진사람이다치는것을막기위해잠깐머리를받쳐주었다.
한명이라면상관없다.이름있는용병이나모험가가평범한군인보다강할수도있었다.
웨더의장남도저정도는할수있었을것이다.너무앞서나간저병사의잘못이컸다.
하지만,그걸로끝나지않았다.
"사,상대가안됩니다!"
"검과검이부딪히기만했는데,우리검이튕겨나가고치즈처럼잘립니다!"
"병사들을투입하는정도로는승산이없습니다!"
부사관들의혼란스러운보고에,장남의머리가덩달아아파졌다.
"닥쳐라!무능한놈들!"
그도보고있었다.웨더의병사가그저바람앞의낙엽처럼쓰러지는모습을.
저자칭용사의검술에눈에띄게매섭거나뛰어나지는않았다.하지만,신체적으로는너무나도우월했다.
"모든병사들을투입해!어떻게든막으란말이다!"
심지어그는병사들에둘러싸여있으면서도,다치거나죽는사람이나오지않도록세심하게상황을조율했다.
누가봐도오만하고,누가봐도주제넘은짓이다.하지만,저자칭용사는그럴만한능력이있었다.
"...진짜용사겠나?"
"지금그게중요한게아닙니다.다른병사들이그를막지못할수도있습니다!"
"말해보게.진짜용사겠나?"
"아닐...겁니다."
황녀가가짜용사라는사실은만천하에드러났지만,진짜용사는베일속에싸여있었다.
하지만마왕을죽인자의검술이겨우저수준일리없었다.
"이런곳에있을리가없습니다.."
황제와고위귀족들의온갖제안을거부하고잠적한남자다.
그가어디로떠났는지는의견이분분했지만,이런중요하지않은마을에들어와용병들과함께다닐리는없었다.
"어쩔수없지.마법사를부르게."
"버,벌써말입니까?"
비허가마법사다.그런이들이멸시받는데에는그럴만한이유가있다.
그들의마법은위험하고,통제되지않았다.흑마술이라는멸칭은그불안정함을전부설명하기에는턱없이부족한말이다.
등장했다는소문만있어도교단의위치헌터가추적하는괴물같은존재다.당연히,알드길드의군대와정면승부를하기전까지는아껴야했다.
"지금당장은도망치는게나을지도..."
"한사람이다.진짜용사가아니라,자기가용사라고주장하는정신병자한명이야!이런놈에게도망치면누가우릴두려워할거라생각하나?"
"그건..."
"밭을갈던농민들도'이정도면해볼만하지않을까?'하고쇠스랑을들고달려들거다.그럴바에는,좀위험하더라도지금할수있는걸전부하는게나아."
웨더의장남은잔인하고무책임할지언정,바보는아니었다.그의부관은고개를끄덕이고,남은병사들이쓰러지기전에마법사를부르러달려갔다.
"어디한번해보자고..."
자칭용사의진격은멈출생각이없었다.장남은입술을피가날정도로세게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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