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16화 (116/217)

〈 116화 〉 마녀 사냥­1

* * *

"당신들...여긴어떻게?"

"아,형씨.힘들게찾아왔다고.식량은정말고마워.진짜로목숨을빚졌다니까."

다음날아침나를찾아온사람들은,독전갈용병단의잔당들이었다.

"웨더가문의영토로떠났다고생각했는데요."

우리가여기에오래머문것도아니었다.일단다른용병단과함께마을복구와싸움의뒤처리를하고있었지만,그래봐야일주일도되지않는다.

이수많은사람들이낙오없이,여기까지온다는것자체가비현실적인일이었다.

"심지어식량까지다가지고오셨군요."

"이게없었으면진짜죽을것같았거든."

적지않은양이었지만,어린아이와노인들마저무거운짐을짊어지고여기까지왔다.

어디서구했는지마차한두대를가져오긴했지만,그많은식량을전부가져오기에는어림도없었다.

"은신처주변에서기다리실줄알았는데,어떻게된겁니까?"

"원래는그러려고했는데,아무리생각해도위험해보여서.적어도자네가여기있다는건알고있었으니까."

"왜죠?"

"웨더가문의병사들이움직이고있네."

예상은하고있었지만,마음이씁쓸한건어쩔수없었다.

용병대장들이한목소리로주장하고윌리엄도그의견에동의하니그럴수도있다는생각은했지만,이성적으로생각했을때일어날리없다는믿음도놓지못하고있었다.

"그러면,그것때문에..."

"뭐,그렇지.우리가쓸모없는놈들처럼보여도,팔다리멀쩡한놈들도많이있어.저기롱펠영감도소싯적에는꽤이름날리는용병이었다고했고."

그들이나를걱정할필요는없었다.아무리그들이노력해도,실제전투에서는도움이되지못할것이다.

붉은늑대용병단과백조용병단도윌리엄과의싸움에서는도움이되지않았다.아무리독전갈용병단잔당이보기보다강하다해도,진짜제대로된용병무리보다강하지는않을것이다.

"고마워요."

하지만,정신적으로는도움이됐다.내가이들을살린것을가치있는일로만들어주었으니까.

"뭐,너무고마워할필요는없어!애초에우리목숨을살려준것도자네고,어설프게돌아다녔다간이식랑도전부뺏길것같았거든."

"식량을뺏겨요?"

"남작의병사들이머리끝까지화가오른모양이던데?주민중에범죄자가있을거라면서이놈저놈가리지않고두들겨패고식량들을가져갔어."

어느정도예상은했었다.군대가원정을떠난건아니니체계적인보급이필요하지는않겠지만,급하게병력을움직이기위해서는무리를해야할것이다.

근처에돌아다니는상인이얼마나될지도모르고,그들도물량이한정되어있을테니거기에식량수급을의존하는건어리석은짓이었다.

"와준것만으로도고마워요."

"뭐,무슨일이든맡겨만달라고."

/////

윌리엄은이곳을떠나지않았지만,그의본대는속속들이이곳에모여들고있었다.

하지만,다른용병들의부대가떠난것은아니었다.조금어색한대치가이어지던도중,윌리엄이우리모두를불렀다.

윌리엄은어두운표정으로입을열었다.

"저들,믿을수있는자들입니까?"

내표정도따라어두워졌다.

"신뢰할수있는사람을골라사귈수있는상황은아닙니다.적어도독전갈용병단잔당들은꽤많은식량을가지고여기까지도망쳐왔으며,웨더의군대에대한정보도제공해줬어요."

"흠..."

"이들을믿지못하면믿지못할사람이너무나많습니다.당장은받아들여야해요."

마을을습격했던약탈자들과같은용병단출신이라는것에윌리엄의표정이어두워졌지만,이내고개를끄덕였다.

"그들의말대로...버려진이들이라면,받아들이겠습니다.사람하나하나가소중한상황이니까요."

본대가대부분모였다해도,윌리엄의병력은초라했다.

웨더와알드길드가정면승부를한다해도세력의차이가나는판국에,윌리엄은알드길드의병사중일부만끌어쓸수있었다.

"죽은놈들은우리를부려먹을대로부려먹던놈들이요.나는그래도그럭저럭검을쓸줄알았으니같은편취급하긴했지만,다른이들은말그대로노예취급이었지."

"그정도였습니까..."

"그,전단장?이제는전전단장이라불러야하나...그래도그놈은다시구하기힘든노예를쓰고있다는자각은있었소.적어도목숨줄은붙여주려했지만,다음반란군놈들은그럴생각도없었지."

사이가나쁘지않았다면상황이복잡해질수도있었지만,다행히도그런관계는아니었던것같다.

"다음문제인데...솔직히말해,여러분들이머물러주시기만하면조금도두렵지않습니다.차라리,지금그들이공격해준다면다행이라고생각해요."

윌리엄의말에,다른용병단의단장들이고개를끄덕였다.

오크로드의공격에도버텨냈다.웨더의병력이많다고해도,결국일반적인인간병사에불과했다.

아예아무런세력도없이둘러싸인상태에서전투가이루어지면모를까,서로군대와군대를맞선상황에서는질리가없었다.

"너무방심해서는안됩니다.웨더가문에바보가있을거라고생각하는건지나친욕심일테니까요.용사의존재는모를지언정,적어도알드길드의지원군정도는제압할수단이있을겁니다."

"그래도..."

"동의합니다.그때는정말신이된줄알았는데,이렇게쉽게막힐거라고는생각지도못했으니까요."

윌리엄도나름전장에서잔뼈가굵은모험가였다.그런그가한번도느껴보지못했던,그가본것중에서도가장강한힘을얻고도그는나와싸워이기지못했다.

"크,큰일입니다!"

병사하나가문을박차듯열고들어왔다.

"적습입니다.대규모군대가이쪽으로다가오고있습니다!"

생각보다훨씬빨랐다.하지만,두렵지는않았다.

"먼저나가있겠습니다."

/////

적지않은병력이었다.적어도,귀족하나가사사로이이끌고나오기에는많은병력이었다.

선두에선귀족은밝게빛나는옷으로자신을치장하고,말위에올라탄채나를내려다보았다.

"네놈은웨더가문의후계자를앞에두고있다.어서고개를숙여라!"

부하중하나가나를보고소리쳤다.후계자건은아직정해지지않았을텐데,대외적으로는그렇게떠들고다니는모양이었다.

아군의군세는어설프기짝이없었다.군대의위압감을만드는것은그통일감이다.실제군단의능력과별개로,붉은늑대용병단과독전갈용병단의제멋대로인겉모습은우리를약하게보이도록했다.

하지만,적어도수는맞췄다.우리모두를합친것보다도적이더많았지만,두배이상차이가나는것같지는않았다.

"됐다.저놈들의무례함은따로벌하기로하지.개가사람말을알아듣지못한다고무작정칼을뽑아서야쓰겠나.적절한교육이필요한이들일뿐인데."

웨더의첫번째아들은오만하게주위를둘러본후,말을섞을가치도없다는듯이고개를저었다.

"웨더가문이여기까지무슨일로오셨습니까?심지어군대까지...이일을상부에보고하면위험해질수있습니다."

윌리엄이앞서나와협상을시도했지만,장남의태도는강경했다.

"어딜알드길드의개따위가눈을똑바로쳐다보고말을걸어?"

"제가개든늑대든고양이든,이마당을지킬의무는있습니다.굳이알드길드가문이아니더라도,황제와시민들에게맹세했으니까요."

"이게?내가보기에는,퍽잘'지킨'것같지는않다만?"

최대한전후복구를끝냈고,흩어진사람들도다시불러모았다.다시공격당하지않도록방벽과초소를세우고,함정과무기도준비했다.

하지만,한번이마을이무너졌다는사실이지워지지는않는다.

"무능한놈들이군.천한신분의계집이수를쓰고,그보다더천박한놈들이몰려들었으니무능하지않을수가있나."

혀를끌끌찬장남은,코웃음을치며검을뽑았다.

"꺼져라.네놈따위와말을섞을이유가없다.네놈이알드길드가문의일원이었다면단칼에죽였겠지만,그저모험가따위에불과한놈이니한번은용서해주겠다."

사이한기운이그의군대사이에서흘러나왔다.자신감넘치는목소리로,웨더의장남은항복을권고했다.

"지금무릎을꿇고자비를빌어라.죽이지는않겠다."

하지만그의기대와는달리,윌리엄은고개를꼿꼿이들고장남을노려보았다.

"하?"

그뿐만이아니었다.독전갈용병단잔당들이그나마조금다리를떨고있을뿐,나머지용병들과병사들은코웃음을치며자리를지키고있었다.

그리고그혼란을틈타나는,파시어와귓속말을나누었다.

"너도눈치챘지?"

"당연히알아챘느니라.걱정할필요는없다.단숨에제압할수있는수준이니."

"아니,그게문제가아니야.흑마법사잖아?"

"그렇다만..."

나는파시어를보며히죽웃었다.

몇시간전까지만해도답답했지만,저장남이라는사람을만나고보니웃음이끊이질않았다.

"넘겨버리자."

파시어는아주잠깐고민한뒤,교활한웃음으로화답했다.

"혹시그거아느냐?나는자네의그이런...뜬금없는곳에서터져나오는지혜가,정말마음에들었어."

파시어의작은손가락이움직였다.보라색빛이아무도모르게그녀의손안에서반짝거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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