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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12화 (112/217)

〈 112화 〉 선수치기­12

* * *

"어째서입니까!"

윌리엄의검은달라지지않았다.여전히분노에차있었고,무겁고매서웠다.

달라진것은내의지였다.

"당신은내가여기있는약탈자를죽이는걸용납했지요.당신뒤에있는저용병이,여기쓰러져있는시체와다르다고생각하십니까?

"달라질기회가있는사람입니다.조금은달라진사람입니다."

"제가한사람이라도이약탈자를남겨뒀다면,그들이도망치는데성공했다면저는그를죽일자격이없는겁니까?"

끝없는공방이이어졌다.맹공에흔들리고휘청거릴지언정,그는쓰러지지않았다.

"단순히그순간그가이겼다는것만으로,살아서돌아갔다는이유로심판받지않아도될이유가생기는겁니까!"

내검이그를베지못한다해도,종종유효타가나오고있었다.아무리힘을얻었다해도,복부나옆구리에제대로들어간공격을버티는것은쉽지않을것이다.

그리고,공격하는사람이나뿐만인것도아니었다.

네르웬의화살은점점더윌리엄의피부에가까워졌고,마지막으로발사한화살은얕게나마그몸을꿰뚫었다.깊은상처는아니었고,그는바로화살을뽑았지만.

엘레노어의공격도마찬가지였다.정면에서일대일로싸운다면결국힘과체력의부족으로패배할지도모르지만,윌리엄의눈앞에서있는사람은나였다.

한쪽의힘이압도적이지않은이상,그는계속나를보고있어야했다.그기술과노련함으로잠시빈틈을만들어내더라도,엘레노어의공격을아슬아슬하게막아내고나면남는시간이없었다.

그리고그걸실패할때마다,등뒤에서날아오는그녀의검이상처를만들었다.

윌리엄의몸에피해가쌓이고있었다.

"심판을막을생각은없습니다.할생각도없고요.이건그냥개인적인겁니다."

내이기적이고사적인생각이다.사람이죽는것을용납하지않겠다는마음.

울프하나의죽음으로끝나지않는다.새로운사람들이새로운원한을만들것이고,그걸막기위해서는상관없는사람들을죽여야할것이다.

"흐윽,으,으으,아아아아!!!"

그는절규하고있었다.분노에찬검이흔들린다.그럼에도불구하고,내가더강했다.

단순히힘의차이는아니었다.우리모두의협공을이길수있을정도는아니겠지만,저끊임없이춤추는붉은빛은넘치도록충분한힘을그에게주고있었다.

지금은알수있었다.그도두려워하고있었다.그도망설이고있었다.

내가그를공격하는것을주저했던것처럼,그도나를공격하는것을주저하고있다.

상관없는사람이그의복수에휘말리는것을두려워하고있다.그의힘은점점강해지고있는데,검은전혀매서워지지않는다.

"제발,그만하십시오!"

당장은이쪽이우세하다.하지만,이싸움은끝이나지않는다.

윌리엄의의지는꺾이지않는다.수많은상처에도불구하고그의힘은강해지고있었다.

분노의불길이타오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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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단장님을노리는것같은데요.틈이날때도망쳐야하지않겠습니까?"

신화적인공방이다.후방에서지원마법을쓰는파시어나셀리아의기세조차,그들을압도하기에충분했다.

"이해못하는상황에서는도망쳐야한다고하지않았습니까!"

"나는이해할것같은데."

울프는초조한얼굴로침을삼켰다.

막얼굴을마주했을때는누구인지기억조차할수없었다.그가원한을산사람이한둘도아니고,죽인사람하나하나를전부기억할수도없었다.

하지만지금은알것같았다.근처마을에서죽은사람이라면,그의기억에도남아있는사람이었다.

그때는어린아이였다.벌벌떨며숨어있는작은아이.

더이상은원에얽히고싶지않았다.하지만,그의과거가그를옥죈다면받아들여야했다.

"상인이라고했던사람도장난아니잖습니까,무슨용사라고했던것같은데그사람들조차이렇게버거워하고있는것아닙니까!"

"그건전투에관한일이고,적어도저사람이왜나를죽이려는지는알수있지."

"현명하게생각해라,울프."

평소에는무슨일을하니마니하면서시도때도없이그의속을긁었던레오네였지만,지금만큼은그를걱정해주고있었다.

"에네렐경께서는그분과아무상관없는너를지키기위해목숨을거셨다.저싸움에끼어든다한들,너든우리든아무런도움도주지못해.지금은일단후퇴해야한다."

"레오네..."

어깨에걸친붉은늑대가죽이거추장스러웠다.한번도느껴보지못했던감각이었다.

무의식적으로울프는그걸뜯어내려했지만,멍청한짓이었다.갑옷에굳게결합된늑대가죽은힘으로는뜯어지지않았다.

"다른애들을데려가주시오.뭐,적어도자기밥벌이는할수있는놈들이니당신용병단에끼워주면더욱좋고."

그는천천히갑옷을벗었다.안에입은단단한가죽옷은그자체로도어느정도의방호력을보장해줄테지만,싸움에나갈만한복장은아니었다.

"대,대장.지금무슨짓을하는겁니까!"

"됐다.어차피저런괴물이상대라면,저딴갑옷은도움이안돼."

저붉은검에닿는순간강철갑옷도종이베이듯사라질것이다.그럴바에는차라리갑옷을벗고전의가없다는것을드러내는편이좋았다.

울프는자기주제를잘알고있었다.높은수준의전투에끼어들어서그가할수있는일은아무것도없었고,다른단원들에게도그걸똑똑히알려주었다.

하지만이건,그가책임져야할문제였다.그가있어야할장소는안전하고비겁한후방이아닌,그들이싸우고있는저곳이었다.

"저딴놈의말,신경쓰지마십시오!"

"용병이싸우다보면어쩔수없이원한을사는것아닙니까?흔들리지마십시오!"

"저놈은쉽게우리대장을죽일수있을것같습니까?저놈이대장을죽이면,우리는뭐손이없어서에리니스께기도를못합니까?"

울프는피식웃었다.자신에게는너무나과분한사람들이었다.

"새끼들...고맙다.내가알아서할테니까여기서기다리고있어.알겠지?"

"대장?"

그리고그는한걸음씩앞으로나아갔다.다리가흔들리고,시야가흐릿해진다.

단지그신화적인전투앞에서는것만으로,자신을향한붉은증오앞에서는것만으로도머리가깨질것처럼아프다.그어떤맹수나마물을봤을때보다두렵다.

그래도나아가야한다.과거가끈덕지게그의다리를잡고놓아주지않는다면,그가원하는바를내주어야했다.

"허,참."

이길수없는싸움에들어가다니,상상하지도못한일이었다.그의죄의책임을진다는것도그랬다.

"어쩔수없지..."

눈으로따라가기도힘든공방을벌이고있는남자를보았다.

그저철없는상인이라고생각했다.전쟁을막기위해억지명분을붙여그들을고용하려는상인.

알드길드가수를쓰고있다고생각했지만,그렇다고무례한태도를보일순없었다.용병은영원한적도아군도없다.

저상인이사실귀족혈통일지도모르고,나중에알드길드의의뢰를받는날이있을지도모른다.

그를문전박대하여불필요한시선을끌고싶지않았던울프는,그가다른용병단으로가는것을유도했다.

포기했을줄알았다.오만한백조용병단과거친독전갈용병단을보면서,이바닥의실태를깨달을수있을줄알았다.

하지만그는성공했다.결국모두를그자리에서설득하지는못했지만,끝까지포기하지않았다.

그가웨더가문의본성으로향했다는이야기를들었을때,레오네에게서그의결정을들었을때부터는조그마한희망이생겼다.

저사람은정말희생을만들고싶지않구나,우리가죽는것도,우리가죽이는것도원치않는구나.

얼마나성공했는지는모른다.그의말대로진짜약간의시간이부족해서,성공을앞두고돌아올수밖에없었는지,아니면반대로어설픈계획으로철저하게실패한채아쉽다고주장하는건지알길은없었다.

하지만어느쪽이든,그는노력했다.그와상관없는사람을위해최선을다했다.

이정도로도움을받았으면,적어도자신의원한은스스로해결해야한다.

그는공방이벌어지는곳으로한없이가까이다가갔다.진흙처럼떨어져있는붉은증오들이그의신발에달라붙은것같았다.제대로걸을수없었다.

그는배에힘을주고,남은힘을전부끌어똑바로섰다.

"어딜보고있는거냐!!!"

호령하는것은익숙했다.제멋대로인용병들은,이런거칠고커다란음성이아니면도통명령을들어먹지않았으니까.

"내가여기있다.나를봐라!"

싸움이멈췄다.모두가어리둥절한눈빛으로그를보고있었다.

잠시멈춰있던윌리엄과울프의눈이마주쳤다.

"네가복수해야할대상은나아닌가."

죽음이두려웠던적은없었다.울프는자신이용병임을잊지않았고,그저운좋은한명의인간에불과하다는것을항상가슴에새기고있었다.

그렇다한들,피할수없는죽음을스스로선택해본적은없었다.

그는억지로정신을부여잡았다.이기운앞에서는것만으로도두렵다.죽음앞에서는것이공포스럽다.

이두려움이머리끝까지잠식해들어가기전에일을마쳐야한다.

"나를죽여라.네부모님의복수를끝내고,다른사람들을보내줘."

그는스스로자신의최후를선택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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