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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08화 (108/217)

〈 108화 〉 선수치기­8

* * *

그녀와더말다툼할여유는없었다.이미일이시작되고있다면,당장내가거기있어야막을수있다.

나는결국그녀에게답할수없었다.웨더가문의염원을내가막는것이옳은건지,끝내답할수없었다.

"너무시간을오래썼나..."

"아니.직접무력을행사하지않는다는것을전제로할때네행동은최선이었다."

엘레노어는나를위로하려했던것같다.별로도움이되지는않았다.

최선을다했다고생각했다.할수있는모든방법을동원했다고생각했다.

하지만,너무늦었던걸지도모른다.

세상은나를중심으로돌아가지않는다.내가이땅에도착했을때,이미이갈등과분노를막기에는역부족이었을지도모른다.

"너는책임이없다."

"..."

"네가무슨일을했건,그건이땅의사람들에대한호의로이루어진일이다.만일일이잘못되더라도,그건네탓이아니다."

그녀의말이옳았다.나는이사람들과무관하다.

설령비극이일어난다해도,내책임은아니다.아예내가이곳에방문하지않았다고해도,벌어질일이었을테니까.

잠시마차에기대눈을감았다.아무리말이재빠르다고해도,목적지까지도착하려면시간이좀남아있었다.

"에네렐.발소리다."

네르웬의말에눈을뜨고정신을집중하자,내게도들렸다.

수많은사람들이불규칙적으로움직이고있다.상단이라기에는너무크고,군대라기에는질서정연하지못하다.

사람의발소리였다.밖을살짝내다보니,조금먼거리였지만익숙한사람의얼굴이보였다.

"다행이다."

행렬맨앞에서있던이는,독전갈용병단성채의입구에서만났던용병이었다.

그쪽도이마차를알아봤는지,우릴향해걷기시작했다.말이멈추자,나는다급하게마차에서내렸다.

"오랜만입니다.걱정했는데,만나서다행이네요."

적지않은수의사람들이었다.그들이여기있는한,독전갈용병단이먼저움직인것같지는않았다.

"미,미안해.형씨.내잘못이아니야.정말이라고!"

하지만그의표정은좋지않았다.

"무슨일이라도..."

"새단장이죽었어."

순식간에표정이일그러졌다.그가내얼굴을보고겁에질려주저앉았다.

"무슨일입니까.자세히설명해보세요."

"그,그러니까,네가떠난지얼마되지않아사건이터졌는데..."

/////

"어이,왜우리에게주어지는식량이이것밖에안되는거야?"

"그분이주신돈으로식량을사러나간사람들이있잖습니까.당장은이걸로버텨야..."

"내말은,왜저밥버러지새끼들한테식량을나눠주냔말이야!"

용병단이라기에는지나치게어린이와노인의비중이높은독전갈용병단이었다.그들은다른용병들의가족과형제였기때문에쉽사리위협받지않았지만,홀몸인용병들에게는그저눈엣가시같은존재였다.

"이미한계까지버텼습니다.진짜로굶어죽게할수는없잖습니까!"

"약한놈들은죽어야지.안그래?"

새용병단장은현명하고능력있었지만,전용병단장에비해서는카리스마가부족했다.

잔혹함과결단력으로무리를이끌어온전용병단장에비해,개인의무력도정통성도형편없었으니까.

"애초에,배신자잖아.전대장밑에서그렇게편하게살았으면서,중요한순간에는배신을해?"

"어쩔수없었잖습니까!맨손으로사람을아작내는사람과싸우겠다고요?애초에,당신들중에서도저항하는사람은없었잖습니까!"

"그건그때고,지금은지금이고."

일관성은기사들이나따지는것이라고생각한용병들은,새단장이어떻게따지든비웃음으로대응했다.

애초에,이들도새로운단장을진지하게'신의를지키지못했다.'라는이유로싫어하는게아니었다.

그저전단장보다만만해보였기에괴롭히려는것뿐.

"그리고,중요한일을우리와상의없이처리한다는것도마음에안들어."

"지금단장은접니다.결정은제가합니다."

하지만,그새로운단장의지지세력도적지않았다.

당장풀린식량도있었고,에네렐이선수금명목으로남기고간금화도그들에게는적지않은액수였다.

이전에도금전관리나자원배분을훌륭하게해내던그였으니,그가필요하다고생각하는사람은많았다.

"어쨌든,무슨귀족따까리같이생긴애하나가들어왔잖아?그놈이무슨편지를남기고갔다는것까지다들었어.내놔.우리도들어야겠어."

"위험합니다.저희로서는들어줄수없는..."

"아,우리가판단할테니까내놔보라고!"

단장실에들이닥친용병들은,그만한각오를하고있었다.당장싸우더라도상관없다는생각이었다.

"형님,찾았습니다!"

용병들의대화를틈타단장실어딘가에서편지를찾아낸용병은,바로글을읽을줄아는용병을찾아그편지를넘겨주었다.

"뭐라고써져있냐?"

"봐서좋을게없다고하지않았습니까!"

단장의아우성에도불구하고,편지를건네받은용병은더듬더듬편지를읽었다.

"잠시만기다려주십시오.그...뭐라고쓰여있냐하면...앞에이상한말들이있고,어...출발하십시오?시작할때가되었습니다?뭐그런식으로쓰여있습니다."

그리고글을모르는용병이라한들,가문의문장은알아챌수있었다.편지밑에선명하게찍혀있는웨더의문장은무식한용병들도읽어낼수있었다.

"그양반이늦은것같구만.계약이들어왔으니어쩔수없네.가자.다들무기챙겨!"

"미쳤습니까?그상인이돌아와서남은이들을모두죽이기라도하면..."

"그래서어쩌게.반대로생각해봐.당장그놈이언제돌아와서누굴죽일지도모르는데이대로숨어있게?"

"돈을주고갔잖습니까!우리가잘기다리고있다가그분의의뢰를수행하기만하면,더많은돈을받을겁니다!"

새단장은어떻게든그들을설득하려애썼다.

"만약허가없이약탈이라도했다가걸린다면,다잃을수도있단말입니다!"

"언제부터용병이그런걸무서워했다고그러시나,샌님?"

험악한용병이단장을비웃자,그의곁에있는용병들이껄껄웃었다.

"맞습니다,형님!"

"전단장옆에서똘마니노릇이나하던샌님주제에,어딜자기가용병이라고거들먹거려!"

단장은이상하게돌아가는분위기에,어떻게든주도권을찾으려했다.

"다나가세요.이건단장으로서명령입니다."

"지껄이지마!어쨌든우린용병이고,대장이누구든계약은지켜야하는것아니겠나?웨더가문이우리를고용했으니,마음껏날뛰어줘야지!"

"옳습니다,형님!"

약탈을원하는사람들이있다.

승리한다음패자의모든것을빼앗아가는그짜릿한감정을잊지못한사람들이있다.

그들의수가많지는않더라도,가장폭력적이고잔인한이들은그런부류였다.그리고그광기는전염된다.

"애초에,그상인놈이우릴평생쫓아오지는못할거아니야?빨리털고챙길만큼챙긴다음도망치면그만이지!"

"꺼지십시오.당장물러나지않으면..."

험악한얼굴의용병은웃으며검을휘둘렀다.순식간에단장의목이날아갔다.반응하기도힘들만큼순식간이었다.

"뭐,사람을꼭때려죽여야잘죽이는건가?이렇게죽이면편한데,응?"

"무,무슨짓입니까!"

새단장을지지하는용병들이바로검을뽑았다.바로싸움이일어났다.

"이새끼들이배신했다!"

"말은똑바로해야지,먼저배신한새끼는단장이라고!"

사람이쓰러진다.사람들의피가너무허무하게쏟아진다.잘려나간단장의목이쓰레기처럼뒹굴고있었다.

상대가되지않았다.반란군은처음부터죽일각오를하고얼마되지않은무장을박박긁어온데다,약탈을즐기는용병들이었다.

이리저리휩쓸려어쩌다용병단에들어온평범한단원들과달리,약탈을즐기는용병들은독전갈용병단안에서도거친사람들이었다.

전투경험도적고,싸움에적극적이지도않은친단장파용병들은금세싸움을포기하거나싸우더라도얼마못가죽었다.

그렇게,너무나도쉽게시체가만들어졌다.

/////

"그렇게용병단이갈라졌어.다른놈들은벌써웨더가문의의뢰를받고떠났고."

"이사람들은..."

"그놈들이성채를나간다음에,도망칠사람들을구해봤지.분위기가살벌해져서우리같은사람들은도저히머물수가없었거든."

언뜻주위사람들을살펴보자,대부분이노약자였다.안그래도그다지무장상태가좋지않은독전갈용병단이었지만,이들은누가봐도용병단이라기보다는난민무리로보였다.

"미안해.진짜로,우리는막아보려고했는데..."

"아니에요.잘하셨어요.고마워요."

나는절망적인상황을뒤로하고,일단그를칭찬해주었다.

백조용병단이나웨더의사병이독전갈용병단을노리기시작했을때는,이남은사람들마저지킬수없었을테니까.

나는지도를꺼내그에게보여주었다.

"이거,저희도써야하는지도라서드릴수는없고...위치를기억할수있겠어요?"

"저희중에서는이근처출신도있습니다.찾을수있을겁니다."

"식량을저장해뒀어요.빌린식량이니까너무막쓰거나팔지는말고,당장은이걸로버티세요."

"가,감사합니다!이은혜잊지않겠습니다!"

미래를팔아현재를쓰는꼴이었다.웨더가문의식량문제를해결하겠다는것은,그들이병사들을움직이지않는다는전제하에할수있던말이었다.

군식구가늘어나버린이상,식량문제를해결할실마리가사라질지도모른다.

착잡한마음을안고,나는다시마차에올라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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