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화 〉 선수치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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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도그소문들었나?영주님께서..."
"이,입조심해!안그래도경비병들을풀어사람들을잡아들인다는소문이있어!"
"우리만말을안한다고숨겨질일인가?이미다그얘기만하고있는데!"
술집이소란스러웠다.나는만족스러운미소를지었다.
"영주님께서식량을비싼값에팔아넘기고있다는소문이..."
"당장먹을걸사기도힘든판국인데."
"마왕군이있을때라면모를까,용사님이마왕을퇴치한지가언제인데."
아예근거없는유언비어를퍼트렸다면,이렇게소문이빨리퍼지지않았을것이다.
하지만이건좀다르다.그럴듯한것과는별개로,그들이듣고싶은말을퍼트렸기때문이다.
당신이지금힘든것은,분명이상한일이다.힘들어야할이유가없다.
영주주위에있는간신들이몰래식량을팔아넘기고있다.그들이바친물건과값비싼세금들이사치품으로바뀌고있다.
"병사들을해산시키지않는것도문제야!"
"그것도다돈아닌가?"
분위기는충분히달아올랐다.하지만,감시를늦출수는없다.
현대도아니고,불만이생겼다고얌전히시위만할리는없으니까.
그들이목소리를내는것은좀더시간이흐르고불만이쌓인뒤,더극단적인수단으로의견을표출하는방식일것이다.
이걸평화적으로마치려면,조금더도움을줄필요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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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술사에정체모를화살,정말미치겠군."
마왕군과의전투에참여했던사람의증언을들어봤을때,그들이마왕군일가능성은매우적었다.
해골병사는수가많을뿐,제대로된전력이라고보기는힘들다.
마왕군의편제를생각해보면목격자가처음봤어야할적은단지해골이아니라사령기사고,그들의끔찍하고공포스러운기운은일반인도바로눈치챌수있을정도로거대했다.
"웨더가문의차남께서닦달하고있습니다.대체왜원인을파악하지못했냐고하시더군요."
"이런..."
할말이없었다.어디이상한곳에들어갔다해골병사들을본것도아니고,그냥잘닦인길을걷다대낮에해골병사들을발견한거니까.
"더천천히하고싶었는데."
이미계획이진행되고있다.민간인피해가발생하더라도,한둘정도는묻어버리는것이더현명한선택이다.
하지만그피해자목록에귀족이들어있다면이야기가좀달라진다.
"큰일났습니다,밖에사람들이..."
"또뭔데?"
문밖에는귀한옷을입은사람이여럿모여있었다.그뿐만이아니라농민이나평범한시민으로보이는이들이잔뜩화난표정을짓고서있었다.
"언제까지밖에서기다려야하는건가?"
"...여기계셨습니까."
"불만을가진사람이한둘이아니더군.경비대장으로서어떻게든해결해야하는것아닌가?"
웨더가문의차남이었다.속으로경비대장은분을삼켰다.
'애새끼가...'
검에는재능이있는놈이었지만,성정이유약하고머리는나빴다.차라리사생아출신인애런이더가주자리에가까울것이다.
"그때보셨던해골병사들은...아마근처에사령술사가있는것같습니다.정보를더확보한뒤에병사들을투입하겠습니다."
"그래,그럴수있지."
경비대장은위화감을느꼈다.저막돼먹은차남이이렇게쉽게경비대의사정을이해해줄리없다.
"하지만적어도,아무말도없어서는안되는거아닌가?들개떼야워낙한하고많으니어쩔수없다지만,사령술사가대낮에사람을습격했는데!"
"그건..."
"적어도사람들을통제하고,상황을파악하려는노력은해야하는거아닌가?나는마차를타고있어서빠져나올수있었지만,그냥길을걸어다니는여행자들이나상인은어떻겠나?"
경비대장은위화감을느꼈다.말투사이사이에지성이숨어있다.
무작정'그놈들을당장체포하지않고뭘하는거냐?'라고소리치던평소의차남과달랐다.
"그건...분명옳은말씀입니다.최대한빨리조치하겠습니다."
하지만뒤에누가붙었든,그말자체가틀린것은아니었다.
이걸밖으로알리지조차않았다는것은상인들에대한배신으로해석할수도있었다.그들이위험해질수도있는정보를숨겼으니까.
"하지만그...정보를수집하고있었습니다.신빙성있는증언을얻는데에시간이필요했습니다.대부분은뜬소문이었고,사망자도나오지않았기때문에..."
"죽은사람이경비대에찾아와서증언이라도해주길기대하는건가!아니,지금죽은사람이칼을들고행인을습격하고있긴하지만..."
"알겠습니다.최대한빨리사령술사의거처를찾아내겠습니다."
"그래.그리고나외에도경비대에불만을가진사람이좀많은것같던데..."
이제겨우숨을돌린경비대장이었지만,집무실에서나간사람은없었다.차남은그저등을돌린채집무실구석에서있을뿐이었다.
"이게무슨..."
그게끝이아니었다.뒤에따라온사람들은득달같이불만을토해내기시작했다.
"이렇게상행길이막혀버리면,다같이굶어죽는것아닙니까?비축하고있는곡식은얼마나됩니까?"
"그건..."
옆에차남이있었으니,꺼지라고거칠게밀쳐낼수도없었다.
그렇다고들어주는것도말이안되는일이었다.농민과상인들의징징거림따위를진지하게들어주었다간,상관의분노를사게될테니까.
"당장은몰라도,당장내일이나다음주에는굶게될지도모릅니다!"
공포였다.근거도빈약하고,해결책도마땅하지않은억지공포.
하지만그런공포만큼이나사람들을흔들수있는건많지않다.
평소라면헛소리하지말라며무시할수도있었지만,차남이옆에있었다.
'이런짓을하실줄은몰랐는데...'
다른것은몰라도병사들을언제돌려보낼지,곡물을왜이렇게많이비축하는지같은부분은경비대장이스스로어찌할수있는안건이아니었다.
웨더가문의결정이었고,굳이따지자면그하수인인경비대장보다차남쪽이조금이라도더책임이컸다.
'그걸모르니까계승순위에서빠져있는것이겠지만...'
차라리광장에서이런짓을한다면다잡아들였을것이다.이들이따로따로방문한다면,어떻게든처리할수있었을것이다.
하지만이해관계도신분도다른사람들이여럿모여서로가서로의방패가되어주고있었다.
'어쩔수없나.'
나중에질책당하는한이있더라도,이건은상부에알려야한다.이미웨더가문의차남이이사건을알게된이상,숨기려해도숨겨지지않을것이다.
하지만,당장은앞에선벌떼같은사람들을상대하는것만으로도힘들었다.경비대장은깊은한숨을쉬었다.
모든사람들이불만을토해낸뒤,차남은얼굴가린남자와함께집무실에서나왔다.
"자네는정말현명하군.정말로저늑대같은놈이말을들어주다니."
"당연한일입니다.귀족의불만을살정도로오만불손한이고,다른이들의불만을사지않았을리없으니까요."
"이걸가지고아버지께이르지는않겠지?"
"보고는하겠지만,당장문제를해결하는것만으로도벅차겠지요."
"좋아,잘했어!"
에네렐은얼굴을가린채,차남보다더환하게웃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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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겠습니다."
윌리엄은고개를저었다.
"물론,그래요.다시생각해보면진짜참을수없을정도로슬프고참혹한일이지만...결국과거잖아요."
"그렇습니까."
"지금은,저도그럭저럭괜찮은자리에있어요.떠밀리듯맡은영주직위라지만일단영주는영주니까요.이제와서그삶을포기하기에는좀..."
늙은사제는고개를저었다.
"저때문에헛걸음을하신것이라면죄송합니다."
"아닙니다.싫다는사람에게복수를강권할수는없지요.하지만,약속입니다.당신이어렸을적에했던기도는분명에리니스와의계약이고,여신께서는그걸이루어줘야할의무가있어요."
"그,그걸깨면어떻게되는거죠?"
잔뜩긴장한윌리엄이었지만,늙은사제는이번에도환하게웃었다.
"별일없습니다."
"네?"
"경비대를부를것도아니고,재판관을부를것도아니지않습니까.평생독신으로살겠다고신께서약한사제중,여자를만나고맹세를깨는사람들이얼마나많은지아십니까?"
"그건..."
"딱그정도입니다.무슨일이일어나지는않습니다."
윌리엄은다시안도의한숨을쉬었다.
"그렇다면,이제그만..."
"하지만,그분께서는약속을지키고싶으실것같습니다.당신이아니라,그분께기도했던어린윌리엄과나누었던약속을."
"네?"
"이감정을잊지않고싶다고,평생간직시켜달라고애원했던당신은에리니스께기도했습니다."
붉다.사제의눈은따뜻한난롯불처럼붉게타올랐다.
"언젠가당신이복수심을잃어버렸을때,자신의감정을굳게지켜달라고."
"그런약속도...했었죠."
"하지만에리니스께서도없던복수심을만들수는없고,평생같은감정으로살아가도록강제할수도없습니다.그저,그때당신이느꼈던감정을지금당신에게보여줄수있을뿐입니다."
그의눈뿐만이아니었다.이방전체가붉었다.왜이걸눈치채지못했는지이해할수없을정도로.
놀라운실력이었다.그는평범한대화를나누면서신성주문을준비할수있는고위사제였다.
"지금,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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