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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03화 (103/217)

〈 103화 〉 선수치기­3

* * *

"이정도로충분할까요?"

"물론아니지."

늘입던메이드복차림이아닌,평범한모습의세레스는처음이었다.

"식량위기가생길수있다는것을모르는것도아니고,이미아는사람들을상대로합법적으로사들이는식량이야."

약간의마법아이템을통해,우리는이거리에충분히녹아들어있었다.

"웃돈을좀얹어주긴했지만,이걸로는위협이안돼."

"그럼의미없는거아니에요?"

"없지는않지.이유야어쨌건,문제가생길개연성을만들어줘야하니까."

세레스는귀엽게얼굴을갸웃거리다가,잘모르겠다는듯이머리를흔들었다.

"으,모르겠네요.다쓸데없는거아닌가요?"

"왜?"

"그냥그성채에서했던것처럼,현재가주인가뭔가하는사람을퍽때려버리고협박해도되잖아요?"

"그게안되는건아닌데..."

영지의병력전원과전면전을하는것도아니고,가문의저택을급습해서가주를납치하는정도는어렵지않게할수있었다.

뒷감당이안될뿐이지."

"그런얘기..."

그러고보면,세레스는사건이일어난뒤,다른여자들과이일에대해말할때함께있지않았다.

따로창을열거나큰소리로말하지않으면안의이야기를듣기어려운구조였으니,그녀가이렇게쉽게말하더라도이상하지는않았다.

"완전시원했거든요.그때얼마나화났는지,주인님이안나섰으면제가나서려고했다니까요?주인님의볼을그렇게주무르다니,나도아직못해봤는데!"

"뭐,그게어때서.해보고싶은거면지금해도상관없는데."

별생각없이말해봤는데,세레스가얼굴을붉혔다.

"네?아니,여기서는너무개방적이고,지나다니는사람도있고...히잇?"

허리를굽혀볼을들이대니,그녀가귀여운소리를냈다.

"저,저시인성!우리는여기서눈에띄면안되는입장이었잖아요!"

"뭐,그렇긴하지."

실랑이를좀하다여관에돌아오자,내침대에작은어린아이하나가앉아있었다.

"여기있어도되는거맞냐,파시어?"

그꼬맹이는아무렇지않은듯입을열었다.

"흠,나름대로변장을한다고해봤는데...어색했나?"

"어색이고뭐고,여기와있을사람이너밖에없으니까.아직문제는없지?"

"네명령대로충실하게움직이고있다.수도점점많아졌고,쓸데없이흘리거나피해를만들지도않았지."

"이쪽에서도소문을들었다.잘진행되고있어.귀족의귀에들어가려면시간이더필요하겠지만,일단은이렇게진행하면될것같아."

"나참,이렇게대놓고'사악하고늙은마녀'같은일을해본적은거의없었단말이다.해골군단으로시민들을위협하라니,거참."

"필요하니까.이정도는어쩔수없지."

가문에게인정받을공적이필요하다면,그에맞는사냥감이필요하다.

"하지만,해골이부족하다.조금더위협적으로보이려면더많은뼈가필요해."

"어차피어두운곳으로만다닐거다.다소모양이어색해도상관없다.인간의뼈를써야할필요는없어."

"흐음..."

"직접싸울게아니니,강도나속도를고려할필요도없다.뼈무덤을적당히움직인다생각하고,어떻게든규모만키워줘."

파시어는고개를끄덕였다.

"반신반의했지만...꽤익숙해보이는구나."

"처음하는일은아니니까."

마왕이아직죽지않았을때는,아무도현지사람들의목숨에관심을가지지않았다.

무언가할수있는사람은나밖에없었다.당연한일이지만,이곳에대한이해도없고힘도없던내가할수있는일은거의없었다.

"그때했던영문모를부탁들도...이런일을시키려했던거냐."

"어차피해주지도않았잖아.너는방해만안되면다행이라고생각했었어.지금은마력이아깝지않아?"

"해골몇놈을움직이는것정도로는끄떡없다.준비하고있는마법이있어서무한정마력을쓸수는없지만..."

머리로는알고있다.용사파티의위기대처능력은전적으로마법사의손아귀안에달려있었다.

위험한상황에서싸움이걸렸을때준비해둔긴급순간이동주문을쓴다거나,셀리아가쓰러졌을때최대한빨리그녀를회복시키는등.

"...됐다."

옛날얘기를해서기쁠것같지는않았다.짜증이솟아난다면또모를까.

"관리는철저히해줘.진짜로해골병사들을풀어놓고싶은건아니니까."

"조금비효율적인짓이긴하지만,저것들은스켈레톤병사가아니다."

안심하라는듯,파시어는몸을쭉늘리며하품을했다.

"네말대로,그냥실을붙인채움직이는뼛조각일뿐이지.내가직접만져주지않으면그냥멈춘채아무것도하지않을거다."

"그렇다면다행이군."

"네르웬쪽은어찌되었느냐?"

"그쪽도문제없어."

다소비거리나정확도를희생할수만있다면,여러화살을한번에쏘는묘기정도는쉽게해낼수있는그녀다.

그걸응용하면,그녀혼자서'숲속에있는몬스터혹은산적무리'역할을해낼수있다.

"불안감은조성해놨다.이제천천히,높으신분들이이일을알게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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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니스의사도께서여긴어쩐일로오셨습니까?"

윌리엄은조금경계하면서도,흐릿한그리움을감추지못했다.

"저는누군가에게복수를당할인생을살지는않았을것같습니다만...의뢰를받고오신겁니까?"

정계의패배자들이에리니스의사원에남은돈을기부하고,그들을나락으로내보낸자들을불행에빠트린다는소문은암암리에알려져있었다.

하지만윌리엄은싸울수도있다는생각을하고있으면서도,이늙은사제를차마적대하지못했다.

"재밌군요.제가찾아간이들모두그렇게말하곤했습니다.내가누군가의원한을샀을리가없다,나같이양심적으로산사람이어디있느냐..."

덤덤하게성물을만지작거리는사제의눈빛이,서서히날카로워졌다.

"그런데아십니까?자신이복수당할만했다고순순히인정한사람은,열중하나도채되지않습니다.대부분은인정하지못하지요."

"그럴리가..."

그의입은웃고있었지만,성물을만지는손길이서서히경직되기시작했다.방안을차가운분위기가메우고있었다.

윌리엄이서서히,조심스레칼집에서칼을뽑기시작했다.그검이반쯤뽑혔을때.

"흐,하하하!"

갑자기사제가크게웃었다.잔뜩긴장했던윌리엄은떨떠름한미소를지었다.

"농담입니다.자기객관화가확실하시군요.당신의말이옳습니다,윌리엄공."

"그렇다는것은..."

"맞습니다.당신을해치러온것이아니라,에리니스의명에따라당신을돕기위해왔습니다."

윌리엄은그제야안도의한숨을쉴수있었다.겨우자리를잡은지금암살당해죽는다니,촌극도그런촌극이없다.

"살인의뢰때문에오신게아니라니다행이군요.에리니스께서는제게무엇을원하십니까?아쉽게도저는그냥임명된영주라,교회를세울권한같은건..."

"살인의뢰때문에온것이맞습니다."

사제의말에,윌리엄은다시화들짝놀라검집에집어넣었던검을뽑았다.

"아,아까는절죽이러오신게아니라고..."

"그것도맞습니다.구체적으로말하자면,당신의살인의뢰때문에온겁니다."

윌리엄은잠시자신의과거를곰곰이생각해봤지만,살인의뢰를했던기억은없었다.

술을마시고의뢰를했을것같지도않았고,하려해도근처에는에리니스의신전이나사제가없었다.

"그런가요...아주오래전에,에리니스께기도하지않으셨습니까?"

윌리엄은기억을더듬어올라가다가,불현듯입을다물었다.

"분명어렸을적이겠지만,단순히누군가를질투하거나시기해서에리니스를부른건아닐겁니다."

"..."

"정당한분노와불타는증오,굳건한복수심으로에리니스앞에나아가무릎을꿇은채기도한적,없으십니까?"

윌리엄의머릿속에잊고있었던과거가떠올랐다.아예기억에서지워버렸던,모험가가되기전어린시절.

그순간을상상하는것만으로도그의가슴이먹먹해졌다.

"없습니까?뭐,없으면어쩔수없지요.에리니스께서꼼꼼하고세심한분은아닌지라,가끔이런일도있습니다."

허허웃고있는사제와달리,윌리엄은도저히웃을수있는상태가아니었다.

"들을리없다고생각했는데...그냥,그냥혼자했던기도였습니다.응답도받지못했고..."

"제대로된곳에찾아왔군요.그분의성정은변덕스러우시고,응답받기까지는꽤많은인내가필요합니다."

사제는성물을어루만졌다.붉은기운이맴돌았다.

"하지만제생각으로는...그때그분께서당신에게약속하셨던것같군요.지금은기다리라고.반드시그대의복수를이뤄주겠다고."

윌리엄은과거를떠올렸다.싸움으로고향이초토화되고,부모를전부잃었던기억들을.

"이제와서는의미없는짓입니다.복수할대상을찾을수있을지도모르고,현실적으로그걸찾아나설위치에있지도..."

"윌리엄경,그런사소한일은신께맡기면됩니다."

"사소한일이라니..."

"절대 타협해서는안됩니다.복수앞에선인간이,그저능력이부족하고시간이없다는이유로현실앞에굴복해서는안됩니다. 차라리 분노를 잊고 그를 용서할지언정, 복수 앞에 패배해서는 안 됩니다."

굳게선사제의눈이흔들림없이윌리엄을노려보았다.

"당신의기도는응답받았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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