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 선수치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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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나쁘다.사람들의얼굴에시름이묻어있다.
식량을운반하는상인은깊은한숨을쉬었다.근처마을들을돌아다니며식량을모아봤지만,생각외로소득이변변치않았다.
"그밥버러지들만없었어도..."
마왕침공에맞춰과하게징집된병사들은,아직집으로돌아가지못했다.
가족과만날기회정도는주었지만,집으로돌아가는것은허용하지않았다.슬슬제대로농사를지어보려했던농가들은발만동동굴렀다.
식량을생산하는인구는변하지않았는데,입은순식간에늘어버렸다.가족과친구들의무사귀환을감사하던사람들은복잡한눈빛으로그들을바라보아야했다.
그들을먹여살리기위해영주가가져가는식량이적지않았다.아직그들이돌아온지몇달되지않아문제가커지지않았지만,언제까지이렇게버틸수있을지알수없었다.
"밥버러지라니..."
수수한얼굴의남자는그상인의말을받아주면서도,씁쓸한웃음을지었다.
"그용병놈들말이다!일을할거면하고,말거면말지밥만축내고있다니!"
그상황에서몇백이나되는용병들이마을이곳저곳에들어왔으니식량을찾는것은점점어려워졌다.
외곽마을에는그래도남아있는식량들이있었지만,성안사람들에게는그런여유가없었다.
"그래도다돈받고파시는것아닙니까?"
"그놈들한테들어갈식량은또시종중한명이끼어들어가격을조정하더군.살곳은없는데,억지로가격을결정하니물량이없어."
상인은툴툴대더니,뒤에있는곡식중일부를가리켰다.
"저기있는것정도는사가도된다.비싸게파는것도아니야.정말,제값주고사가는상인을이렇게오랜만에보게되다니."
"감사합니다."
수수한얼굴의남자는미소지으며적지않은양의금화를그의손에건네주었다.
"직접옮길텐가?"
"아,그때문에드릴말씀이있었습니다만...마차와말을좀사도되겠습니까?"
"장사밑천인데.하,나쁠건없지.지금은규모를줄일때야.마차야나중에다시다른놈한테사면되고..."
상인은깊은한숨을쉬었다.이마차한대,말한마리를사들여상단의규모를키우기위해어떤노력을들였는지생각해보면살이찢겨지는느낌이었다.
하지만,당장은일이없었다.귀족들의눈초리도심상치않았다.괜히버텨보려다말도안되는헐값에팔바에는지금적당한금화라도받고팔아넘기는편이나았다.
"나한테는고마운일이지만...걱정되서하는말인데,자네도상인이라고했지?이렇게비싼곳에서곡식을사는건멍청한일일세.차라리다른곳의물건을끌어오는게나을테지."
"물가가싼곳이많지않더군요.이곳저곳돌아봤지만,마왕군에피해를입은곳이대다수라..."
"눈에보이는것이전부는아니지.웨더가문의가주나으리께서다쓸어가시겠다는데무슨물건이있겠나.그애런이라는사생아가들어오기전까지만해도괜찮았는데."
상인이불평을이어나가자,수수한얼굴의남자는호기심을보였다.
"애런이요?"
"웨더애런.원래영주님은사람들을쥐어짜는편이아니었는데,그계집이들어온다음부터는조금씩세금을올리기시작하더군.결국은이게뭔가.나야먹고살걱정은없다지만..."
"위험한일이일어날수도있겠군요."
"농민들은배가고프면무슨짓을할지모르는짐승으로변한다네.저번에내가흉작인마을로곡식을팔러간일이있었는데..."
나무문이거칠게열렸다.급하게다가온상단의직원하나가숨을헐떡이고있었다.
"지금사업얘기중인거안보이나!"
"크,큰일났습니다.사람들이..."
다급해보이는직원과는다르게,상인은여유를잃지않고농담을했다.
"대체무슨일이일어났길래.마왕군이라도나타났나?거,참.이렇게호들갑이많아서야..."
"그,그런것같습니다.해골무리를봤다는사람이..."
상인의표정이순식간에공포로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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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가찾아온화살입니다."
경비대장은책상앞에놓인천천히화살을훑어보았다.
"확실히,우리경비대가숲을청소한지도꽤시간이흘렀지..."
"상부명령이었으니까요."
영지민들의안전과군대훈련을겸해서,경비대나영지의상비군들은주기적으로근처의숲이나마물들을토벌하곤했다.
고블린이라도퍼져나갔다간무리를지어사냥꾼이나인근주민들을위험하게만들수있었고,산적들이모여산채를만들어상인을위협할수도있었다.
"어디서이런게..."
하지만마왕이출몰했을때그런행동을하는것은지나치게무모한일이었다.마기에잠식된짐승이나고블린들이얼마나강할지는짐작하기어려웠다.
"다시한번상황을설명해봐."
"최초보고자는모험가파티였습니다.4인으로이루어진파티였고,나름대로경력을쌓은이들입니다."
"왜들어갔지?"
"약초채취였습니다.연금술사와직접계약을맺었다고합니다."
크게무리한일을한것같지는않았다.모험가들이야자신이한잘못을축소시키는경향이있었다지만,무언가노리고이런일을꾸민다기에는좀어설펐다.
"신원미상의궁사들에게기습당했다고합니다.하지만,이런활을쓰는몬스터는찾아보기힘들어서..."
"그냥산적일가능성은?"
"인간의형체를보지못했다고합니다.그소리나흔적들을보면인간인것같지는않았다고..."
경비대장은화살을유심히살폈다.아무리고민해봐도이런화살을만들공방이생각나지않았다.
"목격한시각은어두운밤이었지만,그들은영체종류일지도모른다고했습니다.아예땅을밟는소리가들리지않았다면서요."
너무나도조잡해서그저지능없는오크나고블린처럼보이다가도,몇몇구간은놀랄만큼매끄럽고날렵하다.
"고블린이었으면좋겠는데."
"꽤모양새가잡힌화살입니다.고블린이이런화살을만드는법을배웠다면위험하지않겠습니까?"
"고블린이아니었을때가더위험하니까.켄타우로스일가능성은없나?"
"말발굽소리는들리지않았다고했지만...그놈들의시각과사거리를생각하면배제할수는없겠지요."
사건은다시미궁으로빠졌다.경비대장은집착어린눈으로화살을바라보았다.
"산적무리일가능성은없겠지."
"그놈들이면차라리어딘가에서뺏거나훔친화살을쓰겠지요.자체적으로화살공방을만들정도의세력이있었다면,진작저희귀에들어왔을겁니다."
중요한일을앞두고있다.영지의상비군과고용한용병들이당장내일움직일수도있는상황이다.
쓸데없는일에신경을팔리면경비대장은윗선의문책을피하지못할것이다.
"아예개인적으로화살을만들어쓰는사람이면?개인일가능성은없나?"
"열발이넘는화살이한번에쏟아졌다고했습니다.이곳저곳흩어져서,조금만운이나빴으면그한번으로전멸했을지도모른다고했습니다."
경비대장의표정이일그러졌다.
"젠장..."
화살을제대로쓸수있는사람은드물다.창처럼일단쥐여주고앞에세운뒤도망치지만않으면반사람몫을할수있는무기와는다르다.
인간도그럴진대,오크와고블린은그보다더심하게적었다.저숲에만약오크궁사열명이있는거라면,적어도오크투사를포함해백명이넘는무리가있다는뜻이었다.
"사냥꾼들...이성뿐만아니라근처마을의사냥꾼들을조사해."
"잡아들입니까?"
"아니,사건당일에뭘하고있는지만간단하게중요한건그들이지금자기위치에실제로존재하는지알아보는거다."
"그놈들은행적이붕뜰때가많아서찾기쉽지않을겁니다."
규칙적으로다른이들과함께일과를진행하며안정된거처가있다면,그는사냥꾼이아니었다.
뜬금없이숲으로떠나서기약없이머물다가어느날갑자기사냥감을들고돌아오는것이일반적인사냥꾼의행동양식이었다.
"사라졌다면마지막으로본적이언제였는지도알아보고.우리영지군궁병중에서도탈영병이있는지찾아보고."
저숲안에무장세력이존재하는거라면,거사를앞두고큰방해가될수있다.
"봉급은떨어지고,부모님은대체뭘하는거냐고원성이고.이일도할짓이못되는군."
슬슬사고의조짐이느껴진다.민간인들이경비병들을꺼림찍한눈빛으로보고있다.
빈민가에는사람이몰려들고있었고,민가는비어가고있었다.
이대로라면정말무슨일이일어날지도모른다는생각에경비대장은점점침울해졌다.
"그러고보니너,요즘표정이좋던데..."
"아,아닙니다!"
혼자서히죽거리던경비병이화들짝놀라며자세를고쳐잡았다.
"아니면아니지.뭐좋은일있어?"
"내부경비로들어와서다행이라고생각했습니다!"
"원래어디있었는데?"
"창고경비를맡고있었습니다!"
"거기힘들긴하지.양심없는상인놈들은뭐하나정리를제대로해두는게없어요...결국우리가다안으로짐을옮겨야하니까.요새는또더울텐데?"
"견딜만합니다!"
"그래.잘하고."
그경비병에입에서구하기힘든술냄새가나는것을,경비대장은미처눈치채지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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