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01화 (101/217)

〈 101화 〉 선수치기­1

* * *

이성이들어갈수있는영역이아니었다.감성의영역이었다.본능의영역이었다.

머리로는그가죽어마땅한,죽어도되는사람인걸알지만사람을죽이는게익숙하지않다.

주먹으로눈앞에있는사람을죽이건,총으로멀리있는사람을죽이건,버튼을눌러미사일로수없이많은사람을죽이건살인이라는것은달라지지않지만그걸느끼는나는다른것처럼.

내가그녀를혐오하는것과별개로,엘레노어가누군지,이상황이왜일어났는지와별개로.

그냥사람의온기가있으면편안해져버린다.

겨우정신을차린나는그녀를떼어냈다.

"처음이었나?"

엘레노어가걱정스러운목소리로말을걸었다.

"그건모르지."

간접적으로'죽게내버려둔'사람들은세지않더라도,내개인적인이유로죽은사람이없지않을것이다.

복수다.그때는이것저것따질만한상태가아니었지만,분명민폐를끼쳤다.

"얼마나죽었어?"

"무슨..."

"말해줘,엘레노어.내가수도에서날뛴날.몇명이죽었어?"

살의는없었던것같다.힘조절을했던기억도없다.

그저휘둘렀을뿐이다.눈에무언가들어갔을때본능적으로눈을감는것처럼,뜨거운것에손이닿았을때본능적으로떼는것처럼.

지금내가하는모든행동은위선일지도모른다.애초에,나는그런걸신경쓴적이없었으니까.

아니,사람을살리고싶었으면귀환같은건생각하지말고뭔가도움이되는일을할수도있지않았나.

"한명도없다."

나를위로하기위해거짓말을하고싶은거라면,받아들일수없었다.

"뭐?"

"죽음을기억하는것에집착하는건,그때문이었나?다행이군.너는아무도죽이지않았다."

차분했다.오히려,조금안심하고있는것같기도했다.

"거짓말을할필요는없어.내가한짓이니까..."

그녀가거짓말을하고있다고는생각할수없었다.하지만그건비현실적이었다.

"치료...안전관리같은것도없었고,상황도혼란스러웠잖아.한명도죽지않았다니...그럴리가."

그렇게미친듯이날뛰었는데한명도죽지않았다니,기적에도정도가있었다.

"정말이에요."

셀리아가쭈뼛거리며내손을잡았다.

"한명도죽지않았어요."

"..."

"전부살렸어요.틈틈이,그주문을준비하면서계속."

셀리아는언제부터거기있었던걸까.

성녀의주문이라면불가능한일은아니다.즉사만아니라면,적어도생명에문제가가지않을정도의응급처치정도는할수있다.

그래도,그럴리가없다고생각했다.마지막에내앞에선성녀였다.그긴싸움동안보고만있을리없다고생각했다.

"그때부터..."

나는고개를푹숙인채,나를잡은그녀의손을천천히떼어냈다.

"고맙다."

셀리아는내눈치를보다가,살며시미소지었다.

/////

"저는이만돌아가보겠습니다!"

짐을챙긴제니가작별인사를했다.

"미안해요.가기전에못볼꼴을보였네요."

"괜찮아요!저도좀어리다뿐이지용병이라고요?더끔찍하게죽은사람도많이봤어요."

"그렇게생각해주시니감사합니다."

남을걱정할처지가아니었다.결국,죽음에가장익숙하지않은사람은나였다.

"엄청좋았는데요?이렇게멋진마차에도타보고,맛있는것도먹고.우리꼬마마법사분도신기한거많이보여주시고..."

파시어를바라보자,그녀는내가뭘잘못했냐는식으로당당한표정을지었다.

어쩔수없는일이긴하다.'사실내가마법사인데이게겉에보이는나이가진짜가아니라사실몇백년을살았는데...'하면서설명을할수도없는노릇이었고,만약에했다간그녀가대마법사파시어라는사실을대놓고알려주는것이니까.

그래도저나이로꼬마마법사소리를듣는건뭔가좀불합리한기분이었다.

"맛있는것도많이먹어서,엄청재밌었어요!"

웃고있는그녀의모습을보니,다행이라는생각이들었다.

"안녕히가세요!"

마차에서내린뒤로도쭉,제니는뒤를돌아보며손을흔들었다.다른파티원들도그녀를배웅해주었다.

즐거운분위기가끝나고,잠시침묵이흘렀다.다른여자들이내눈치를살피고있었다.

"세레스,출발하자.웨더가문의영토깊숙한곳까지들어가야해."

"알겠습니다!"

세레스는그와중에싱글벙글웃으며능숙하게고삐를잡았다.메이드복을입은채말을쓰다듬는그녀를보고있자니,어느새어엿한마부가된것같아미안했다.

"괜찮겠나?"

"기억한다고했지,아무것도안하고있을거라고한적은없어."

웨더가문의영애를우리힘으로가주자리에올린다는것.아무생각도없이일단질러본건아니었지만,섬세하고확실한계획이있는건아니었다.

결국,부지런히움직이고현장에서계획을조정해야한다.출발할수밖에없다.

/////

전속력으로달렸다.웨더가문의문장이성밖이곳저곳에박혀있었다.커다란성의입구와횃불이눈에들어왔다.

이곳까지오는동안,사람들의표정이좋지않았다.마왕군과의싸움에서어느정도전화를피한지역이니,객관적으로봤을때다른영지보다삶의질이나쁘지는않았다.

그래도사람들은자기눈앞에닥친일을두려워하기마련이다.여기사는농노들이다른마을의사정을둘러보고올리도없었고,그들에게마왕은다른세상이야기에불과했다.

오히려당장그들의목을조이는세금몇푼이더시급한과제였다.

"다른사람들은일단여관잡아서기다리고있어.세레스?너는나랑바로출발하자."

"알겠습니다!"

성이근처에있었지만,눈이아주좋은사람이아니고서야여기텐트를쳐둔우리를볼수는없을것이다.다행히지나다니는여행자도없는것같았다.

"지금부터...네르웬,잠깐이라면말을다룰수있겠어?'

"동물을다루는것이라면익숙하다,주인."

"좋아,네가대신마부역할을맡아줘.가능하다면얼굴도가려.적어도엘레노어이상으로.귀도마찬가지고."

"알겠다."

이들이이목을끌어서는안된다.지금부터일어나는일은자연스러워야한다.

"세레스?메이드복말고준비해온평범한옷있어?"

"있지만...저는메이드라고요?메이드복을빼앗아버리면,그냥귀엽고예쁘기만한평범한여자가되어버릴텐데요?"

"당장은눈에띄지않는게좋아.뭐,네얼굴도눈에딱들어오는편이지만,너까지놓고움직이면정말아무것도못할것같네."

나도나름대로세상물정을배워왔다고생각하지만,세레스에비할바는아니었다.

게다가내지식이라는것은주로전시상황,그것도마왕군의침공이목전인곳에서쌓은것들이라신뢰하기도어려웠다.당장상인이나를작정하고속이려들면속지않을방법이없었다.

"셀리아.성녀복말고다른옷은없어?"

"그,있긴하지만,교단과관계없는사복은준비해두지않아서..."

"이걸미리준비해둘걸그랬네...세레스,너는메이드복말고다른옷있지?"

"저야항상준비되어있죠!"

"그럼됐네.둘이옷을좀바꿔줬으면해.메이드복을셀리아가입고,세레스는평범한옷으로갈아입어."

갑작스러운말에둘다놀란것같았지만,엘레노어의말이상황을차분하게가라앉혔다.

"하지만,에네렐.어쩔생각이냐?웨더는나름대로이름있는가문.아직권위가서있던황가에서도,너를레오드린가문에끼워넣는것에많은협상과재화가필요했다."

그게쉽게이루어질거라는생각은하지않았다.그래서,며칠머무르지도않을나에게그런신분을준의도를조금의심하기도했다.

지금생각해보면처음부터내가돌아간다는생각을아예하지않고있었거나,혹은내가돌아가지않을수도있다는가능성에그정도투자는할수있다고생각한거겠지.

"엘레노어의말이옳다.단숨에해결할수있는일이아니지않으냐.차라리더들쑤시지말고,상황이해결될때까지기다리는게좋을수있어."

파시어가차분하게나를타일렀다.

"단숨에해결할수있는일이아닌가?남은웨더가문의사람이전부죽어도?"

"...진심이냐?"

"당연히아니지.사람을죽일생각도없을뿐더러,귀족가문에공백이생겼다간바로알드길드가이빨을들이댈것같으니까."

누군가를믿어야한다면,그대상은최소한으로하는게좋다.사람은절박하거나자신에게이익이되는상황이라면뭐든할수있다.

"하지만레오네는분명'이번일로공을세우면'이라는말을했지.웨더가문의사정은모르지만,용병과계약해서싸움에서승리하는일이꽤중요하다는뜻아닐까."

"계승자가혼란스럽거나준비된후계자가없는경우라면그런식으로능력을할때도있지만..."

엘레노어가혼란에빠진채중얼거렸다.

계승에서중요한건무엇보다혈통이다.가주또한가문이라는거대한조직을돌아가게하는부품이라고볼때,능력있고효율적인톱니바퀴보다신뢰할수있는톱니바퀴를선호하는것은당연한일이다.

"하지만,우리는그녀에게서공적을빼앗아와야하지않나.대체어떻게..."

"공적이없으면만들면되는거지."

용사파티는대부분의상황에대처할수있다.몬스터를유인하거나해골병사들을소환할수도있고,일시적이지만심신의안정을주고다친이를치료할수도있다.

"우리가악당역할을하면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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