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별을 앞둔 용사 파티가 내게 집착한다-100화 (100/217)

〈 100화 〉 중간지대­14

* * *

"새로운일을맡게될겁니다.돈은충분히준비해두었고,조금만있으면일을시작할겁니다."

"알겠습니다!"

피를씻지도않은채천막에들어왔으니,아직냄새가옷에배어있는것같았다

말쑥해보이는남자와다른간부들은겁에질린채내말을경청하고있었다.방금전에그런사고가터졌으니,나를존중할수밖에없을것이다.

"제가돌아올때까지약탈도,교전도허용하지않겠습니다.제가가져온식량도있고,돈도조금두고갈테니모자라지는않을겁니다."

평화롭게일을해결하기위해준비한자원이었지만,이렇게된이상쓸수있는건뭐든써야했다.

"중간지대안으로들어갈겁니다.전투를맡기지는않을테지만,수색을도와주셔야할겁니다."

"반드시해내겠습니다."

하지만두려움속에서도,그는적극적으로내말을듣고있었다.

졸지에거대용병단의대장이되었으니그럴만도했다.

이들을어설프게흩어놓는것은차라리죽이는것만못하다.근처마을들의분위기가흉흉한데이방인들이환영받을리없었다.

뿔뿔이갈라진채굶어죽거나,다시약탈자가되어민가를습격하고다닐것이다.

그렇게된다면내가 일일히 그들을제어할수있을리없다.다른용병이나모험가들을수없이불러들여 사냥하게하거나,아예대규모의병사들을투입해야한다.

어떻게든세력을규합한뒤이들을통제해야했다.그렇지않으면,내가했던일들이무의미해질것이다.

"오늘일은...전대장이먼저습격한일이고,저희는방어를했을뿐이렇게까지할생각은없었습니다."

눈앞에서사람이주먹으로맞아죽은순간을떠올리고있는건지,사람들이쉽게눈을마주치지않았다.

"의견차이가있더라도이렇게까지하는일은없을겁니다.당신들도,제가참으려고노력했다는사실을생각해주시면감사하겠습니다."

하지만이들이나를지나치게두려워하는것도좋지않다.두려워하되,이해할수있어야한다.

마치철창안의맹수를보듯이,그들이스스로우리안에들어가는어리석은행동만하지않으면안전한존재라고생각해야한다.

주변정리는끝났다.이제백조용병단의부탁을해결하기위해떠나야한다.

몸은전혀지치지않았지만,머리는어지러웠다.발걸음이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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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덜씻겼나보네."

분명씻을만큼씻은것같은데,아직도묘하게비릿한냄새가난다.

고급비누가있는것은아니었지만,모험중에역겨운향을지울약초정도는있었다.

하지만일주일치약초를다썼는데도무언가남아있었다.

힘들게이걸채집했을네르웬에게는조금미안했지만,나중에내가이걸다시캐오더라도지금이걸쓰지않을수없었다.

"아무냄새도안난다,주인.너무걱정하지말고들어와서쉬는게..."

네르웬의얼굴이부드러웠다.엘프라고는믿기지않을정도로온화한,누군가를걱정하는것같은얼굴.

"아니,진짜냄새가나고있어."

손은씻을만큼씻었으니그게원인일것같지는않았지만,손톱밑은어떨까.붉은액체는들어가있지않았지만악취가남아있을지도모른다.

그게아니면목주변일까.나름대로깨끗하게닦았지만,눈에보이지않는곳이니피가남아있을수도있었다.

가능성은작지만,코나인중부근에무언가묻어있을수도있었다.

어디서냄새가나는지는모르지만은은하게피비린내가느껴지는걸생각하면,다른부위가아니라코에서직접흘러들어오는냄새일수도있으니까.

"에네렐."

엘레노어와눈이마주쳤다.그녀의입은열리지않았지만,그녀가무엇을말하려하는지알수있을것같았다.

"필요한일이었어.애초에,네생각보다는덜잔혹한일이잖아?"

"탓하려는게아니다.내가네행동을통제할자격은없어.개인적인의견을묻는다면오히려물렀다고생각한다."

"다죽였어야한다는거냐?"

"우리들은그들을감금할수도없고,그들을재사회화할수있는안정된공간도없다.단순히겁을주고대장을교체하는것만으로는한계가있지."

이번사건은나에게도충격이었다.증거없이그들을몰아붙이지말라고소리치고싶었지만,적어도그들중일부는범죄경험이있을것이다.

백조용병단이사업을방해했다는말도위험했다.그사람도적어보이는용병단이진지하게독전갈용병단의일감을뺏었다고생각하기는힘들었다.

강도나절도,인신매매같은범죄를방해받았기때문에원한이쌓였을가능성이컸다.

"그들이저지른범죄가생계와불안정한환경때문에일어났을거라는,그대의생각은옳다.그들을연민의시선으로보는것은분명고귀한일이다."

엘레노어의말은나에대한멸시가아니라,연민을담고있었다.

"하지만그걸해결해준다고다시인간성을되찾을수있는사람은많지않다."

어쩌면그녀의말이옳을지도모른다.이모든일이다헛수고가되고,나중에이걸후회하게될지도모른다.

"그래도,이렇게할거야."

"그게그대의선택이라면,나는따를뿐이다."

엘레노어는천천히고개를끄덕였다.

"하지만그방식은이상하다.그럴필요가있었나?"

"...아팠을까?"

순간이라고생각한다.비명을지를틈도없이죽어버렸으니,고통이있다고해도오래지속되지는않았을거라고생각한다.

"그건신경쓸필요없다.나도죽어본적은없지만,고통은아마그죽음에이르는시간에따라결정될것같더군.그건순식간에죽었다."

"그렇다면,문제없잖아?"

"내가지적하고싶은건방법이다.굳이검을쓰지않을이유가있었나?"

"그사람이받는고통은비슷할거라면서?"

그렇다면망설이이유가없었다.귀족과평민의가치가동등한것처럼,죽음의가치가달라질이유는없었다.

"이왕사람을죽여야한다면,더충격적으로죽여야했어.괜히복수하겠다고부하들이설치면곤란했을테니까.조금이라도더기억에오래남을거고."

"더효율적인방법이었다는면에서는동의한다.하지만,중요한부분이빠졌다."

"뭔데?"

"너다,에네렐.죽은사람따위의고통이문제가아니라,네가힘들어하고있지않나."

다르다.늘그랬던것처럼,그녀와내생각은너무나도달랐다.

"너는이땅에어떤의무도,책임도질필요가없다."

엘레노어의목소리가따뜻하다고느낀적은처음이었다.

"물론타인을돕는것은고귀한일이다.생명을소중히여기는것은가치있는일이다.하지만,네정신을상하게할가치는없다."

"..."

"너무많은죄책감을느끼고있지않나.잔혹함의문제가아니다.고동을느낄수있는거리까지달라붙어,네손가락을쥐어만든주먹으로그를죽였으니,마음이흔들리는게당연한거다."

나를배려해주는건고마웠지만,쓸데없는일이었다.

"차라리검을써서단숨에베어버렸으면이정도는아니었을거다.아니,네손을더럽힐필요도없었다.그저우리에게명령만했으면,대신죽여줬을거다.왜..."

"그걸느껴야했으니까!"

전제자체가틀렸다.나는그고통을피하는방법을몰랐기때문에이런짓을한게아니라,느껴야했기때문에이런짓을했다.

"사람이죽는데편하면안되잖아.아무생각도안들면안되는거잖아!"

용사파티의일원으로여행을떠났을때,엘레노어가죽인사람은적지않았다.

그리고모든살인은,그녀의기품답게우아하고차가웠다.

당연히죽여도되는사람을,아무런감정의변화없이죽인다.마치사람이아니라짚단이잘려나가는것처럼,정의로운그녀의검에사악한인간들이잘려나간다.

그건옳은일이었을지도모른다.애매한사람도있었지만,대부분은죽어마땅한이들이었으니까.

하지만살인이아름다워서는안된다.정당한살인이있을지언정,아름다운살인이있어서는안된다.

"최소한의희생이었다.오히려부족하다고생각될정도의죽음이었다.너는고개를숙일게아니라,자랑스러워해야한다!"

"그딴사람이되고싶지않다고!뭘잘했다고자랑스러워하는건데!"

정당한살인이었다.그는먼저나를적대했고,나는이지방의약탈과전투를막기위해그의목숨이필요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내가사람을죽인주제에'필요한일'이었다면서정당화하는꼴은차마볼수없었다.

많은일들이있었고증오가옅어졌다한들,내가가장싫어하는사람은내눈앞의인간들이었다.

그리고이제그사이에내가끼어있는것같았다.

"칼로쓱베어버리고,묻은피는쓱싹쓱싹닦아버리면그만이라는거냐,어?편하겠네.너무편해서몇명정도는더죽여도되겠네?"

"...그렇게해야만할때도있다."

엘레노어의두손이내어깨를잡았다.나는죽일듯이그녀를노려보았지만,그녀는내적의를느낄여유마저가지고있지않았다.

"너는선한사람이기에,다른이들을앞으로도구하려할거다.그리고그럴때마다선택해야할거다.이사람이구할가치가있는지,이사람을죽여다른이들을구해야하는지."

"..."

"그때마다이과정을거칠생각인가?이렇게힘들어하면서사람을죽일생각인가?"

엘레노어의몸은어느새더욱가까워져있었다.그녀의심장소리가느껴질정도로나를세게안고있었다.

"그건,너무괴로운일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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