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화 〉 중간지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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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여쭙겠습니다.정말이일을평화롭게해결할생각이없으십니까?"
"왜,무서워?"
내인내심을공포로착각하고있었다.독전갈용병단단원들의얼굴에서두려움이서서히줄어든다.그빈자리를,그들이차지할전리품에대한기대가채운다.
"진심으로,아쉬워서이러는겁니다.금화는충분히있습니다.많지는않겠지만,착수금삼아곡식도가져왔습니다.저뒤에있는마차를꽉채울만큼."
여기있는모두를죽일필요는없다.여기서내게창과칼을들이대고있는사람들도,결국피해자에불과하다.
하지만모든피해자가구제받을수는없다.
"너를죽이고빼앗으면되잖아.우리가왜너랑협상을해야하는건데?"
"제가모든금화를품에가지고다니는건아닙니다.길게보셔야죠."
미련이남아말은이어가고있었지만,나도이사태를평화롭게해결할수있다는기대는하지않았다.
하지만,꼭폭력을동반된서열정리가잔혹하게끝나야할필요는없다.
수준차이가너무심하다.꼭피를보지않아도이정도인간은충분히정리할수있었다.
목숨을걸고싸우면,용사의힘을얻기전의나도어떻게든치명상을입힐수있을것같았다.
"딸린용병단원들이많지않습니까."
"너랑협조했다가그백조애들이배신하면?아니,그놈들은우리목을따고경비병한테우리신변을넘겨도배신이라고생각하지도않을걸?사회의쓰레기,오물을정리한다고생각하겠지."
그는내가완전히겁먹었다고생각했는지,껄렁껄렁한자세로검을흔들며서서히내게다가왔다.
"대,대장.위험해.일단여기서상황을더지켜보는게..."
"너는쓸데없이초를치고있어!"
용병단대장의왼손이바람을갈랐다.조금유해보이는남자는뺨을맞고바닥을굴렀다.
"야,보여?너도저렇게되고싶지않으면알아서기란말이야.이런상황에서는협상을할게아니라,여자든돈이든전부바칠테니목숨만살려달라고하는거라고,알겠어?"
그는양손가락으로내볼을꼬집은채,천천히그손을들어올렸다.
"귀엽네,응?"
참는것은쉽다.이사람을살리는게더많은생명을구할수있는길이라면,이정도는웃으면서참아낼수있다.
"마지막으로부탁드리겠습니다.손해를보는일도아닙니다.일을맡게된다해도,백조용병단과는같은곳에배치하지않겠습니다."
힘을보여주면된다.지금당장이라도이손을뿌리치고,그저순수한무력으로그를제압한뒤상황을끝내면된다.
그가굴복하지않으면사태가길어지겠지만,그래도문제는없다.
혼란스러운상황에서힘조절에실패할수도있는나보다,엘레노어와네르웬의기술과전투경험이더유용할것이다.아무도죽게하지않을수있다.
"아니,사람이말을하면좀듣는척이라도하라니까?나도너희들을죽이고싶지는않다고."
내말조차진심을담지않고말하고있는데,그의말을들을여력이있을리가없었다.
그냥시간끌기였다.그가조금의가능성이라도보여준다면그를죽이지않고해결할수있을지도모른다는,미련이가득담긴시간끌기.
"여자는남기고,금화랑마차,무기까지남기면입은옷은입고가게해줄게."
지금그를살린채사태를마무리짓더라도,지속가능한평화가아니면무의미하다.이미한번나를위협하고성과를거둔그다.어설픈대처는원한을키울뿐이다.내가이들을온전히용병단을통제할수없다.
"왜말을못알아먹어!"
그가내뺨을세게후려갈겼다.하지만,내얼굴은조금도흔들리지않았다.
사람이코끼리발을전력으로후려친다해도코끼리가눈하나깜짝할리없다.
일반인이다.차라리검으로찔렀다면피부정도는가를수있었을지도모르지만,겨우뺨을때리는것정도로는어림도없었다.
"음..."
먼저맞고쓰러져있는남자와눈이마주쳤다.저정도라면적어도,사리분별은할수있을것이다.위험한약탈이나무도한범죄를저지르지는않을것같았다.
"너,너뭐야?뭔데?"
결정을내렸으니,방법을결정해야했다.그가내멱살을잡고있었지만,검을빼앗지는않았다.한번밀쳐내그를땅에처박고성검을잡는것은너무쉬운일이었다.
하지만,조금이라도거리를벌린채그를제압한다면미련이생길것같았다.시간이많지않았다.
이미나자신이저사람을구할수없는결정을내렸다면,행동으로옮겨야한다.
"하,새끼.웃기네?맷집좋다이거지,어?"
이사람들에게공포를심어줄필요도있었다.이일이단순히우연으로,기습으로이루어졌다는인상을주어서는안된다.그들과다르다는것을보여줘야한다.그들이나를두려운존재로생각해야한다.
"씹어?좆도아닌새끼가어딜감히!"
너무빨리일을끝내버린다면,나자신이이걸아무것도아닌일이라고생각해버릴것같았다.
내가선택한일이다.내가책임을져야하고,내가결과를받아들여야한다.
"너,무슨...커헉!"
그를땅에눕히는것은아주잠깐이면충분했다.그리고내주먹이쓰러진그의심장에쏘아지는것은,그보다도더짧은시간이걸렸다.
빛은보이지않았다.그저,내주먹에닿는불쾌한느낌과그의몸에서터져나오는피가느껴질뿐이었다.
너무깊게주먹을내리꽂은탓일까,손등부분에꺼끌꺼끌한모래가느껴졌다.
충돌과마찰로화끈거리는손은마치이미죽은그를태우기라도할것처럼이글거리고있었다.
그리고그열기만큼이나뜨거운피가내주먹을흠뻑적셨다.손가락마디사이사이로피가흘러내려,끈끈하게들러붙는다.
내모습과방금전까지살아있었던존재의모습은,꽤시각적으로소란스러웠다.
그의가슴부근에는피와근육,뼈와살점이어지러이흐트러진채몸밖으로튀어나와있었다.
그와꼭붙어있던나도터져나오는피를피할수없었고,피하려하지도않았다.내얼굴과상의를적실정도로터져나온피는,중력에의해한방울씩다시그의몸으로떨어졌다.
"아아..."
네번째약지에따가운감촉이느껴졌다.피로범벅이되어눈치채지못했지만,내손가락이약간베여피가나고있었다.
아마뼈였을것이다.멀쩡했던내몸에상처를낼수있는것은,처참하게부서진그의갈비뼈밖에없었으니까.
힘겹게고개를들었다.슬프다.
사람을죽였다.손에묻은피냄새가지워지지않을것같다.
그래서이렇게죽였다.성검으로사람을베는것은,너무나도깔끔하고간편할것같아서.내가지금까지이걸쓰지않았다는것이마치바보처럼느껴질만큼쉬울것같아서.
나는고통속에눈을감은그의얼굴을바라보았다.그의얘기를충분히듣지않았다.
시간이조금만더있었다면,그를이해할여유를가질수있었을것이다.
왜이용병생활을시작했는지,양심의가책을느낀적은없었는지,누군가충분히도와준다면악행을포기할생각이있었는지알수있었을것이다.
하지만이제다무의미해졌다.나는그를죽였다.아무것도아닌내개인적인판단과손익계산에의해,필요하지않은,'죽어도되는'사람을죽였다.
그를죽이고나면사라질것같았던미련은,아이러니하게도시체를본지금더맹렬하게타올랐다.
그냥적당히제압만해두고겁만준후계약을진행하면되는것아니었을까.꼭그를죽였어야했을까.
그랬다간결국그는내통제를벗어나서또다른희생자를만들었을것이다.내선택을후회하지는않는다.
하지만,겨우두번본사람을'이사람은미래에어떤짓을할거야.'라고확신한뒤죽은것은올바른행동일까.
아직손에남아있는그의피가서서히말라간다.끈적이는붉은액체가손금사이사이로스며들어,씻기지않을냄새를심는다.
그는악한사람이었다.백조용병단과만남을가진것만으로나를죽이려들었고,내것을모두빼앗으려들었다.
나같은사람을상대로는흔치않은일일수도있었지만,익숙하게남을협박하던태도를보면결백한사람은아닐것이다.엘레노어의말대로,이미한번수배당한사람이기도하고.
그래도그런인간을내게죽일권리는없다.필요한사람이었으면,어떻게든갱생시킬수있다고믿고살렸을것이다.
내손에묻은피가더더욱무겁게느껴졌다.시선을조금만내리면보이는내팔과다리가혐오스럽게느껴졌다.
하지만,이렇게멍하니서있을시간은없었다.애도도추모도하지않고그저멍하니그를죽인나를의심하는것은그에게도나에게도바람직하지않았다.
목적을달성해야한다.하기로했던일을끝내야한다.
"대장이되실분,있습니까?"
주위를둘러보자,다음희생자를찾고있다고생각하는지모두내눈을피하고있다.몇명은실금하기도했고,이미자리를피한용병도있었다.
하지만방금뺨을맞았던남자는,두려워하면서도손을들었다.
"조직의...2인자는,저였습니다."
"그렇군요.전대대장님은불미스러운사고가생겨서의뢰를맡기어려우실것같습니다.선금은넉넉히드릴테니,이용병단의대장으로서저와계약하시겠습니까?"
그는천천히고개를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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